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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2 투르크멘&아제리

[투르크메니스탄] 06. 7/2 아슈하바트 (2) 전쟁기념탑, 대통령궁, 지진추모탑

by 히티틀러 2012.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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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슈하바트 시내에서는 어디서나 분수를 흔하게 볼 수 있어요.

그것도 거의 24시간에 가깝게 작동하는 분수들이에요.

그 이유 역시 니야조프 대통령 때문.

니야조프 대통령이 워낙 분수를 좋아해서 아슈하바트 도시 전체에 분수를 엄청나게 많이 만들었다고 해요.

그래서 아슈하바트가 이상하게 습한건가?



니야조프 대통령이 사망한 이후 2대 대통령인 구르방굴리 베르디무함메도프의 사진도 쉽게 볼 수 있어요.

확실히 인상은 사파르무라트 투르크멘바쉬 니야조프보다 훨씬 인자하고 좋아보여요.

그런데 왜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은 이름들이 다들 왜 이렇게 길까요?

이름 외우다가 돌아가시겠네.



매점이나 잡지를 파는 간이 키오스크처럼 생겼지만, 시내버스 정류장입니다.

안에는 무려 텔레비전과 에어컨, 자동문까지 있어요.

역시 돈이 많은 나라라 정류장에도 온갖 사치를 다 부려놓았네요.



전쟁 기념탑.




Magtymguly 이름의 투르크멘 국립대학교 공대.



뭔지 정확히 모르는 탑.



건너편에는 황금돔으로 된 건물이 있었어요. 

투르크메니스탄의 대통령궁이예요.

경찰이며 군인이며 지키고 있고, 누가 봐도 관광객인 우리가 지나가니 유심하게 지켜보고 있었어요.

사진은 당연히 찍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저 앞을 걸어서 지나가는 것도 금지되어 있어요.

이 사진은 몰래 찍은 사진.


아슈하바트에서는 걸어서 안 되는 곳도 많고, 사진 찍어서 안 되는 곳도 많아요.

현지인들은 다 구분할 수 있다지만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알 수가 없어요.

그나마 알게 된 것은 주로 국가건물, 특히 군인이 지키고 있는 곳은 사진 찍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에요.

긴가민가할 때는 근처 경찰이나 군인들에게 물어보는 게 안전해요.



경찰들이 대통령궁 쪽은 찍지 말라고 하길래 그 쪽은 피해서 찍었어요.





더이상 넘어가봤자 별 거 없을 거 같아서 이제 우리는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 서점으로 가기로 했어요.


투르크메니스탄 여행을 오기 전에 제 목표가 하나 있었어요.

그건 바로 '루흐나마 투르크멘어판 구하기!'

인터넷에서 구해보려고 시도해봤는데, 순 영어판만 돌아다니고 원본인 투르크멘어판은 은근히 구하기 쉽지 않았어요. 


"더운데 우리 버스정류장에서 쉬다가자."





버스 정류장 안은 에어컨이 가동되어 시원했어요.

안에 있으면 밖의 불지옥 따위는 강건너 불구경 하는 기분.

역시 에너지가 펑펑 나는 나라는 에어컨을 아끼지 않았어요.

요즘에 한국은 전력 대란이라 전기를 아끼자고 난리라던데 다른 한쪽은 에너지가 많다는 이유로 사람이 있든없든 어디에서나 에어컨을 펑펑 틀어놓는 것은 참 대조적인 모습이었어요.





잠시 버스정류장에서 땀을 좀 식히고 난 후 다시 서점으로 향했어요.

론니플래닛에 나온 Miras bookshop은 바로 아까 본 대학교 근처에 있었어요.


서점은 꽤 큰 편이었어요.

물론 중앙아시아에서 '크다'는 의미는 우리나라에서의 '크다'와는 개념이 다르지만요.

그래도 우리나라의 동네 서점 규모 정도는 되었어요.


"루흐나마 있나요?"

"루흐나마요? 어느 언어로요?"

"투르크멘어로 주세요."


서점에는 투르크멘어 뿐만이 아니라 각종 언어로 된 루흐나마 번역본을 팔고 있었어요.

영어, 터키어, 러시아어는 기본이고 무려 한국어판도 있었어요.

한국에서도 딱 한 번 보고 못 봤는데, 어떻게 산넘고 물건너 저 책이 여기까지 왔는지 신기했어요.



서점 점원 언니가 루흐나마를 가져다주었어요.


드디어 구하는구나, 루흐나마!!!

영혼의 책이라더니 진짜 영혼을 담았는지 드럽게 무겁네.


양장본 하드커버에 케이스까지 있고, 종이는 올컬러 코팅지를 사용하니 책이 당연히 무거울 수 밖에요.

원래는 2부씩 살 생각이었지만 그랬다가는 여행 내내 싸짊어지고 다니기 힘들 거 같아서 한 부만 사기로 했어요. 

가격은 고작 권당 10마나트(약 3.5달러).

다른 책 가격들도 물어보니 그 정도 했지만, '루흐나마'와는 책의 질 자체가 달랐어요.

그 정도의 질에 그 가격이라면 국가에서 거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출판 및 보급하는 책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예요. 


서점에 있는 책들은 예상했던 바대로 정부와 대통령 홍보물이 대부분이었어요.

'루흐나마'부터 시작해서 대통령이 직접 저술했다는 '투르크메니스탄의 약용식물', '디반' 등등.

하지만 어린이용 동화책 같이 투르크멘어로 된 비정치적인 책들도 많지는 않지만 있었어요.

출간년도를 보니 거의 최근 1-2년 내에 출간된 책들.

아마 니야조프 대통령 사후 구르방굴리 베르디무함메도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펼친 개방정책의 일환인 것 같아요.

사람들은 여전히 투르크메니스탄을 폐쇄된 나라, 고립된 나라라고 하지만 그 내부에서는 나름대로의 개방과 개혁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어요.




기념으로 삽화가 예쁜 투르크멘 전래동화책을 한 권 사왔어요.

올해 나온 따끈따끈한 책이에요.

물론 내용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림만 봐도 예쁘잖아요.


투르크멘어-영어 사전을 사고 싶었지만, 사전은 아직 출판되지 않았다고 했어요.

사전들은 전부 '러시아어-외국어'로 된 것 뿐이었어요.

소련 시절에 출판된 투르크멘어-러시아어 사전이 하나 있기는 하지만 2권짜리로 된 큰 사전인데다가 현재와는 다르게 키릴로 표시되어 있어서 사지 않았어요.

대신 아슈하바트 미니 지도와 사진엽서를 샀어요.





책까지 사고 나오니 어느덧 오후 2시가 넘었어요.

우리는 일단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어요.

아침부터 40도가 넘는 날씨에 돌아다니느라 지쳐서 제일 더울 시간에는 좀 쉬는 것이 여행을 위해서 낫다는 생각이 들었고, 책을 싸준 비닐봉지가 너무 얇아서 도저히 들고 돌아다닐 수가 없기 때문이었어요.




황소가 지구를 받치고 있고, 그 위에 올라가 있는 황금빛 아이가 올라가 있어요.

그 아이는 니야조프 대통령이래요.

니야조프 대통령이 어릴 적 투르크메니스탄에 큰 지진이 났는데, 어머니가 몸을 던져서 아들을 구했다고 해요.

그 때를 기념하며 저 동상을 세웠다고 해요. 



대통령궁은 이렇게 보니 엄청 멋있네요.
사진 엽서 찍어도 되겠네요.


멀리 보이는 전쟁 기념탑.



옆에 있는 동상.



꺼지지 않는 불이라도 해놓았을 것 같았는데, 아무 것도 없었어요.

불이 꺼진 건가?



오는 길에 본 표어. 

'정부는 사람을 위한 것이다' 


투르크메니스탄 여행을 겨우 이틀 했지만 저 표어를 엄청 많이 봤어요. 

완벽한 문장은 '정부는 사람을 위한 것이다. 사람은 정부를 위한 것이다.' 였지만, 뒷문장은 이상하게 자꾸 빼먹더라고요.

길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호텔에 돌아왔어요.
단 며칠 머물다 가는 곳이지만, 그래도 여행 중에 숙소에 돌아오면 집에 돌아온 거 같고 머물 곳이 있다는 사실이 참 안심이 되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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