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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5 호치민&인니 [完]

[인도네시아] 15. 6/4 타만 사리, 카우만 모스크

by 히티틀러 2016.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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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톤 구경을 마치고 타만사리로 향했다.

타만사리로 오후 3시만 되면 문을 닫기 때문에 서둘러야한다.



도대체 어디야?



론니플래닛 지도를 보면 그닥 멀 거 같지 않은데, 길이 가늠이 되지 않았다.


"타만 사리 가려면 어느 쪽으로 가야하나요?"

"나도 점심 먹으러 그 쪽으로 가는 길이에요."


30대 즈음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에게 글을 물어봤더니, 기꺼이 동행을 해주었다




"이 마을에는 군인들과 장인들이 살던 곳이에요."


보통 왕궁 근처에는 왕실의 필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사람들이나 시설들이 위치해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서촌은 의관이나 역관, 장인들이 많이 살았고, 성균관 인근에는 성균관에 필요한 모든 업무를 담당하던 반촌이 있었다. 

족자카르타도 마찬가지로 크라톤에서 타만 사리로 가는 길에는 왕실을 지키던 군인들과 왕실에 필요한 물품을 공급하는 기술자들이 많이 살았다고 한다. 


"루왁 커피 마시러 갈래요?"

"아, 괜찮아요."

"여기서 멀지 않아요. 공짜로 구경만 해도 되요."


그 남자를 골목 쪽으로 안내를 하더니, 한 카페에 데려다주었다.

노천에 있는 테이블에는 외국인들도 몇 명 있었다.




카페 한켠의 사육장에는 사향고양이 한 마리가 갇혀있었다.

의외로 고양이보다는 너무리에 가까웠다. 

바구니에는 사향고양이가 생산한 루왁커피 알갱이가 담겨있었다.

사향고양이가 커피 열매를 먹은 후 배설한 똥으로 만든 커피라고 해서 좀 꺼림찍했는데, 예상보다 비주얼이 거북하지 않았다.


"루왁커피 시음해볼래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은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시간은 빠듯했고, 다음날에는 족자카르타를 떠나야한다.

맘은 카페에 앉아서 여유롭게 루왁커피를 마셔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다.

하지만 오늘 내에 끝내야할 일정만으로도 시간이 빠듯해서 끼니 챙겨먹을 시간도 없는 상황이었다.

오늘은 타만 사리를 가야해서 나중에 다시 오겠다고 하고 명함을 받아왔다.

카페 주인도, 우리를 데려온 남자도 간곡하게 거절 의사를 얘기하니, 알겠다고 했다.

그 남자가 외국인들 데려오면 커미션을 받는 이른바 삐끼인건지, 아니면 지역 주민이 자기 지인들을 소개시켜준 건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저것 설명도 해주고, 거절했을 때도 강매를 한다거나 커미션을 따로 요구하지 않아서 호객행위라도 불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외국인이 알기 힘든 정보를 얻을 수 있어 고맙기까지 했다.



"나는 이쪽 방향으로 가야해요.여기서 왼쪽으로 쭉 가다보면 타만사리 이정표가 나올 거예요."


그는 마지막까지 친절하게 알려주고, 헤어졌다.

그의 말대로 가다보니 오래지 않아 이정표를 찾을 수 있었다.



타만 사리


타만 사리 Taman Sari 는 크라톤 궁전의 남서쪽으로 약 2km 거리에 위치한 일종의 별궁이다.

크라톤 왕궁을 건설한 하멩쿠부오노 1세가 왕궁와 함께 지었는데, 타만 taman 은 인도네시아어로 공원, 정원이란 뜻이고, 사리 Sari 는 자바어로 꽃, 아름다운 이라는 뜻으로 '꽃의 궁전' 이라는 뜻이다.

타만 사리도 족자카르타 술탄 왕궁의 일부로 인정되어 크라톤과 함께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입장료 12,000루피를 내고 안으로 들어갔다.




타만 사리는 크라톤 왕궁에 살고 있던 술탄과 그의 일가들이 즐길 수 있는 유희시설로 사용되었다. 

수영장, 목욕탕 등이 있어서 물의 왕궁이라고 부른다.

수영장에서 여자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으면 술탄이 그 모습을 보면서 밤을 같이 보낼 여자를 간택했다고 한다.

하여간 남자들이란...




대체 왜 관리를 안 하는거야?



건물 자체는 어디에 빠지지 않을 정도로 근사하다.

조금 때가 타긴 해도 그 정도는 세월의 흐름이나 앤티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영장 바닥에 잔뜩 낀 이끼까지 앤틱은 아니잖아!

청소 좀 깨끗이 하고, 분수를 트어놓는다거나 밤에 조명 좀 그럴싸하게 켜놓으면 인생의 사진을 찍을만한 장소가 될텐데.




건물마다 혀를 내밀고 있는 원숭이 얼굴이 조각되어 있다.

크라톤 술탄 왕궁에서도 많이 봤던 문양이다.

무슨 주술적 의미가 있는걸까?

볼 때마다 나를 놀리는 거 같아서 묘하게 기분이 찜찜하다.



이 건물은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





위층에 올라가면 수영장이 보일 줄 알았는데, 잘 보이지가 않아 살짝 실망스러웠다.

주변은 평범한 마을이었는데, 타만 사리 건물들과 어울려서 같이 고풍스러운 느낌을 준다.

타만 사리를 구경하는데에는 그닥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제 마지막 남은 곳은 카우만 모스크.

카우만 모스크를 가려면 다시 크라톤으로 돌아간 다음에 더 들어가야한다.



그냥 베짝을 탈까?



덥고 다리가 아파서 아까 왔던 그 길을 다시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타만사리 입구에서 진을 치고 있는 베짝기사들과 흥정을 시작했다.

바가지 씌울 걸 감안해서 저렴한 가격을 불렀는데, 막 옥신각신하다가 결국 한 할아버지 베짝기사가 ok 했다.






베짝은 자전거 바퀴를 밟아서 가는 인력거의 일종으로, 2-3명까지는 구겨서 탈 수 있다.

확실히 타고 가니 편하긴 하다.

인력으로 페달을 밟아가는 데에도 은근히 속도가 있으면서 주변 풍경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다.

베짝도 일일히 페달을 밟아서 인력으로만 가는 것도 있지만, 오토바이처럼 모터가 달린 것도 있다.

내가 탄 것은 전자인데, 살 하나 없이 뼈에 가죽만 붙어있는 비쩍마른 할아버지가 사람 둘을 싣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가니 맘이 영 불편하다.

'가다가 쓰러지시는 건 아닐까' 걱정마저 되었다.



카우만 모스크


목적지인 카우만 모스크에 도착했다.

길도 모르는데 타만사리에서 걸어왔으면 시간이 꽤 걸렸을 거 같다.

베짝 기사 할아버지께는 약속한 것보다 금액을 조금 더 드렸다. 


카우만 모스크 Mesjid Gedhe Kauman 은 1773년 하멩쿠부워노 1세 시기에 지어진 모스크이다.

전통적인 자바양식으로 지어진 모스크로, 미나렛(첨탑)이 없어 3층의 지붕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모스크를 많이 봤지만, 미나렛이 없는 모스크는 처음이다.

미나렛은 멀리서도 모스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줄 뿐만 아니라 올라가서 기도시간을 알리기 때문에동네에 있는 아무리 작은 모스크라도 미나렛 하나는 반드시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여기도 역시 바닥이 타일로 되어있다.

신발을 벗고 막 모스크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근처에 계시던 아주머니께서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다.

내가 무슬림이 아니라서 그런가? 머리카락을 안 가려서 그런가?

혼자 의아해하고 있는데, 아주머니의 말은 조금 뜻밖이었다.


"가서 우두하고 와요!"



다시 신발을 신고 쫄래쫄래 화장실로 향했다.

우두 Wudu 는 이슬람에서 예배하기 전에 하는 세정 의식이다.

무슬림들은 기도를 드리기 전에 물로 손과 발을 닦고, 입과 콧 속을 헹군 뒤, 세수를 하는데, 우두 의식을 하지 않은 예배는 무효라고 할 정도로 이 의식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모든 모스크에는 수돗가와 화장실이 있다.

참고로 이슬람 지역을 여행할 때 화장실이 급하면 가까운 모스크에 가서 양해를 구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보통 관광객이 단순 구경을 위해 오면 신발을 벗으라고만 하지, 손발을 씻으라고까지는 요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시원한 물에 세수도 하고, 손발을 씻고나니 더운 날씨에 달아올랐던 몸이 조금 식는 느낌이다.





워메, 이게 뭐야!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참 아무데서나 잘 눕는다.

자카르타 수하르토 국제공항을 나오자마자 맨바닥에 아무렇지도 않게 누워자는 걸 보고 기겁했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수십 개의 모스크를 다니면서 구석에서 쪽잠을 자거나 애들이 뛰어다니거나 하는 건 몇 번 봤지만, 이렇게 대놓고 단체로 자는 모습은 처음이다.

저 사람들 중에 한 명 정도는 숨진 채로 발견되도 모를 거 같다.




기도실에는 기도하는 사람도 있다.

외부인이 괜히 기웃거리면 방해가 될 거 같고, 어차피 내가 들어갈 수 있는 여자 기도실은 크게 볼 게 없으므로 굳이 들어가진 않았다.





카우만 모스크를 나와서 골목골목을 지나 대로로 나왔다.

그리고 버스 정류장에서 족자트랜스 1A 버스를 탔다.

이제 정말 오늘의 마지막 일정, 프람바난 사원 하나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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