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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2 투르크멘&아제리

[투르크메니스탄] 09. 7/3 아슈하바트 (5) 터키 모스크, 아슈하바트 기차역

by 히티틀러 2012.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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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지막히 일어나서 짐을 정리했어요.

오늘은 밤기차로 투르크멘바쉬로 넘어가기 때문에 12시까지 호텔에서 체크아웃 해야하거든요.

11시 즈음에 체크아웃을 하고 제주르나야(호텔 층별 관리인)에게 열쇠를 건네주었어요.

오늘 하루도 아슈하바트를 돌아다녀야하는데 짐을 가지고 다니기는 힘들어서 리셉션 아주머니께 사정을 말씀드리니 흔쾌히 짐을 맡아주시겠다고 하셨어요.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짐을 맡겼어요.


우리가 제일 먼저 간 곳은 우체국.

투르크메니스탄은 여행하기 쉬운 나라가 아니니 기념으로 가족과 친구들에게 엽서를 써서 보내기로 했어요.

우체국은 루스끼 바자르 근처에 있었어요.

안에 들어가니 입구에서 끝까지 열 걸음만 걸으면 되는 조그만 우체국에 에어컨은 사방에 하나씩 4대나 설치가 되어 있었어요.

우체국 직원들도 외국인이 오니 신기하면서도 긴장한 눈치였어요.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는 직원 아무나 잡고 사진엽서 있냐고 물으니 어느 창구를 가리켰어요.


"사진엽서 있나요?"


그 창구의 직원은 사진엽서 세트 하나를 건네주었어요.

가격은 11마나트.


저는 여행하는 나라마다 사진엽서를 모으는데, 중앙아시아에서는 이상하게 사진 엽서 구하기가 힘들어요.

종류가 많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낱개로는 팔지도 않고 무조건 세트로 구매해야해요.

사진 엽서가 제일 저렴하게 만들기가 쉬울 텐데 오히려 구하기가 힘들고, 냉장고 자석은 가격이 비싸긴 해도 관광지 근처나 기념품점에서 쉽게 구할 수가 있고 종류도 은근히 많아요.


우리는 서로 마음에 드는 사진엽서를 골라서 편지를 쓴 후, 다시 직원에게 건네주었어요.

사진엽서를 쓸 때 주의할 점은 엽서를 꽉 채우면 안 된다는 것.

우표도 붙이고, 도장도 찍고 해야하기 때문에 적당히 반만 쓰고, 반 정도는 비워둬야해요.

직원은 사진엽서에 '항공 우편'이라는 도장을 찍고 우표를 붙여주고, 엽서를 입구에 있는 녹색 통에 넣으라고 했어요.

한국으로 보내는 비용은 2마나트. 

엽서가 한국까지 제대로 가기는 할지, 며칠이나 걸릴지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 8월 초에 한국에 잘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그랜드 투르크멘 호텔.

아슈하바트에 막 도착해서 호텔 찾아 삼만리를 할 때 화장실을 찾아 들어갔다가 안에서 기념품점 비슷한 것을 보았어요.

그 때는 워낙 볼일이 급하기도 했고, 밤이 늦어서 가게가 이미 닫았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가 없었어요.

다시 가서 확인을 해보고 기념품점이 맞다면 기념품을 사갈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기념품점이 맞았어요.

투르크메니스탄에 기념품점이 있다니!!!!!

관광 인프라가 개판 오분전인 나라라서 기념품점이 있을거라고는 기대도 안 했거든요.

냉장고 자석도 있고, 전통 의상도 있고, 실크제품도 있고.. 나름 그럴싸하게 꾸며놓았어요.



저는 냉장고 자석을 샀어요.

개당 10마나트이니 투르크메니스탄 물가로 치면 꽤 비싼 가격이지만, 이번 기회가 아니면 구할 수가 없으니까요.





즐거운 기분으로 루스끼 바자르를 지나가는데 수박과 멜론을 파는 상인들이 우리를 불렀어요.

시식을 해보라는 거였어요.

한조각 준 멜론은 그야말로 '메로나'맛.

입에서 살살 녹는게, 투르크메니스탄 멜론이 달래 유명한 게 아니구나 싶었어요.


"멜론 좋아. 하나 사가."


상인은 우리를 재촉했지만, 우리는 살 수가 없었어요.

그 큰 멜론을 잘라먹을 수가 없었거든요.


"사고 싶은데, 칼이 없어서 자를 수가 없어요."

"괜찮아, 괜찮아. 아무 문제 없어. 내가 잘라줄게. 그럼 사는 거지?"


아저씨는 칼로 멜론을 썩썩 잘라서 봉지에 담아줬어요.



사람 머리통만한 멜론이 고작 5마나트.

투르크메니스탄은 물가 싼 건 참 좋았어요.


일단 사기는 샀는데, 호텔은 이미 체크아웃을 했고 시장에서는 먹을 장소가 없었어요.

앉을만한 자리를 찾다보니 호텔 근처 공원까지 왔어요.




아슈하바트의 태양은 뜨거웠고, 당연히 공원에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어요.

간간히 청소를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이기는 했지만, 그들은 마치 은행강도처럼 얼굴을 다 가리고 눈만 내놓고 돌아다녔어요.

다행히 그늘이 진 벤치가 하나 있어서 그 곳에 앉아 멜론을 까먹었어요.

손과 입에는 향긋한 멜론즙이 뚝뚝 떨어졌어요.

둘이서 배부르게 먹고 벤치에 앉아서 좀 앉아 쉬다가 우리는 다시 아슈하바트를 걷기 시작했어요 

확실히 멜론이 수분이 많은 과일이라서 그런지 훨씬 목이 덜 말랐어요.


길을 따라 무작정 걷고 또 걷다보니 멀리 미나렛 같은 게 보였어요.

"저게 무슨 모스크지?"
"터키 모스크 같은데.. 한 번 가보자."

전 모스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여행을 다녔던 지역이 거의 이슬람 문화권이라서 모스크 같은 건 지겹게 보았거든요.
아무리 무슨 역사적 의미가 있고 예술성 가치가 있고 어쩌고해도 제 눈엔 다 그게 그걸로 보여요.
하지만 다시 올 기약이 없는 아슈하바트이니 하나라도 더 봐야한다는 일념으로 모스크로 향했어요.


모스크 가는 길.
보통 미나렛이 삐죽 솟아나와있기 때문에 그걸 보고 찾아가면 비교적 쉽게 찾아갈 수 있어요.






에르투우룰 가지 모스크예요.
친구의 이야기대로 터키 모스크가 맞았어요.
투르크메니스탄과의 우호를 기념하며 터키 종교청의 후원으로 1993년부터 5년간 지은 모스크라고 해요.
터키에서 건설헤서 그런지 모스크의 모습이 꼭 이스탄불의 '예니 자미'와 닮아있었어요. 
안에도 들어가보고는 싶었지만, 마침 기도 시간이라 안에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밖에 정수기가 있길래 시원한 물 한 잔 떠마시고 나왔어요.

갈 때 걸어갔던 길을 다시 돌아올 엄두가 나지 않아 택시를 잡아타고 왔어요.
거리를 감안하면 3마나트 정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결국 5마나트로 흥정을 했어요.
중간에 우리가 내리는 곳 근처까지 가는 여자분도 한 분 합승을 했는데, 장소만 흥정을 할 뿐 가격은 둘 다 얘기하지 않는 것 같았어요.
현지인들 사이에는 거리에 따라 적당하게 통용되는 금액이 있는 걸까요?
아니면 택시비를 1인당 얼마 식으로 계산하는 걸까요?
아직까지도 아슈하바트에서 택시비를 어떻게 흥정해야하는지 모르겠어요.




호텔로 돌아오니 오후 5시가 조금 넘어있었어요.
투르크멘바쉬로 가는 기차는 오후 8시 10분에 있지만, 미리 역에 가서 기다리고 있기로 했어요.
더운 날씨에 쉬지도 못하고 다녀서 둘 다 피곤한 상태인데다 씻지도 못하고 기차를 타야하는데, 너무 땀냄새가 나면 다른 사람들에게 좀 미안하잖아요.
짐을 맡아준 리셉션 아주머니께 거듭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린 뒤, 역으로 향했어요.


아슈하바트 기차역 플랫폼.

우즈베키스탄은 매표소만 개방되어 있는데 비해, 아슈하바트 역은 대합실이든 플랫폼이든 완전히 개방되어서 아무나 출입할 수가 있었어요.



저녁으로 플랫폼 근처 가게에서 라바쉬(빵 속에 도네르와 야채를 끼워주는 것)를 먹었어요,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현지인들이 비집고 주문하는데만 한참이 걸렸어요.

아저씨는 쉴 틈 없이 고기를 굽고, 자르고, 라바쉬를 팔았어요.

음식은 그럭저럭 무난했어요.

맛도 괜찮았고, 양도 그럭저럭 한 끼를 해결하기에는 충분했어요.



대합실에서의 기다림.

친구는 피곤한지 잠시 눈을 붙일테니 짐을 좀 봐달라고 했어요.

앞의 두 개의 텔레비전에서는 가수가 전통의상을 입고 나와서 히앵거리면서 노래를 부르는 음악 채널과 헐리우드 미국 영화를 틀어줘서 두 개를 번갈아가면서 보다보니 기다림이 그닥 지루하지 않았어요.

대합실을 가득채울 정도로 많던 사람들은 점차 줄어들고, 우리가 기차를 탈 시간쯤 되니까 대합실에는 몇 사람 남지 않았어요.

오후 8시 10분 투르크멘바쉬를 가는 기차가 마지막 기차였어요.

청소부들은 청소를 한다며 사람들을 거의 내쫓아 버렸어요.





플랫폼에는 이미 기차가 와 있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탔던 야간기차를 생각하고 기차에 탔는데, 투르크메니스탄 기차는 그야말로 신세계였어요.

시설들은 거의 새것이나 다름 없었고, 무엇보다도 추울 정도로 에어컨도 빵빵 틀어줬어요.

7마나트가 전혀 아깝지 않았어요.

아니, 오히려 수익은 커녕 손해나 안 보면 다행일 지경이었어요.



복도에는 앉을 수 있는 의자도 있었어요.

아마 입석을 저렇게 해놓은 거 같아요.


기차가 출발하자 차장들이 돌아다니며 1마나트를 받고, 시트를 나눠주었어요.






창 밖 풍경은 그다지 볼 게 없었어요.

아슈하바트 외곽까지는 열심히 봤지만, 나중에는 계속 초원-사막-초원-사막의 반복이라서 금방 지겨워졌어요.


사람들은 모두 복도에 있는 의자에 빈자리 없이 바글바글 앉아있었어요.

창 밖 풍경을 보면서 수다를 떨기도 하고, 싸가지고 온 간식과 차를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야간 열차인지 카페인지 헷갈릴 지경이었어요.

우리와 같은 칸에 탄 투르크멘 사람들이 싸온 차와 간식거리를 얻어먹었어요.

여기 사람들도 머그잔과 찻주전자를 가지고 다니더라고요.

뜨거운 물은 기차에서 사오는지 얻어오는지 어디론가 가서 받아오고요.


굑 테페 지역을 지나자 사람들은 슬슬 잘 준비를 시작했어요.

원래 침대 3층에서 자야하지만, 2층 자리가 한 자리 비어서 저는 2층에서 누웠어요.

높은 곳을 무서워하거든요. 

에어컨이 바로 오지 않는 자리인데도 에어컨이 빵빵해서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잠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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