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 여행/2016 대만 타이베이[完]

[대만] 01. 12/5 타이베이 가는 길

by 히티틀러 2017. 1. 5.
728x90
반응형

대만 여행 떠나는 날.

긴장 때문인지 늦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시 가이드북을 뒤져보고, 수첩에 여행 일정을 정리하고 하다보니 새벽에 1시간 남짓 잔 거 같다.

몽롱한 상태에서 후다닥 씻고, 마지막으로 짐을 정리한 후 공항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날씨는 지독히도 을씨년스러웠다.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것도 모자라서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공항버스틑 타고 가는데, 짙게 낕 안개 탓에 창밖으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동수단 안에서는 쉽게 잠들지 못하는 예민함 탓에, 몸과 정신이 유체이탈할 거 같은 피곤함 속에서도 자질 못했다.

눈도 감고 있어봤지만 금방 지루해져서 뜬눈으로 2시간을 꼬박 보냈다.



오전 8시 40분, 김포공항 국제선에 도착했다.

여행을 떠날 때마다 늘 인천으로 갔기 때문에 김포공항은 정말 오랜만이다.

2011년에 제주항공 타고 일본 나고야 다녀온 이후 처음이니까 근 5년만이다.



좀 이른시간이었지만, 티웨이항공 체크인카운터는 이미 오픈해있었다.

사람이 없어서 줄을 설 필요도 없이 체크인을 하고, 위탁수하물까지 다 부쳐버렸다.



첫날 제일 염려했던 것은 바로 식사였다.

김포에서 오전 11시에 출국해서 타이베이 송산공항에 오후 1시 50분에 출발하는데, 아침과 점심이 애매했다.

김포공항은 규모도 작아서 음식점이 많지도 않은데다가 국내선이 메인이보다니 국제선 쪽에는 흔한 패스트푸드점 하나 없다.

아침 8시 무렵에 여는 곳은 카페 정도가 고작이고, 푸드코드도 9시는 연다고 해서 걱정이 많았다.

나 혼자라면 평소 아침을 잘 먹지도 않거니와 커피 한 잔에 샌드위치으로 때우면 그만이지만, 부모님이 계시니 그러자하기도 참 애매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푸드코트 음식점 중 한 곳이 문을 열어서 그곳에서 아침 식사를 해결했다.

난 잠도 덜 깨고 입맛이 깔깔해 먹진 않았지만,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김포공항은 정말 단촐했다.

인천공항에서 출국수속을 밟던 시간을 예상하고 출국장 안으로 들어갔는데, 줄도 안 서고 너무 일이 금방 끝나버렸다.

11월부터 입국시 뿐 아니라 출국시에도 여권에 스탬프 찍는 과정이 생략되어서 담당관이 한 번 스캔하고 끝이다.

'일처리가 다 된게 맞나?' 싶을 정도로 싱거웠다.

면세 구역에 들어왔지만, 조그만 면세점 몇 개와 카페 2개 정도가 전부라서 구경할만한 것도 없었다.



어머니가 카페에서 마실 것을 사주셨다.

잠이 도무지 안 깨서 커피를 마시고 싶었지만, 지금 상태에서 커피를 마시면 속이 쓰리고 탈이 날거 같아서 녹차 라떼를 마셨다.

피곤하니 그 달달한 녹차라떼도 영 꺼끄러웠다.



오전 10시 45분, 비행기에 탑승을 시작했다.

몸이 아무리 피곤해도 이 때는 늘 설렌다.



탑승한 비행기 기종은 B 737-800 이고, 좌석은 3-3 배열로 되어있는 작은 항공기였다.

부모님과 나 , 이렇게 3명이 앉기에 딱 좋았다.

단거리 노선인데다가 저가항공이라서 정말 각잡고 앉아서 가야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좌석간격이 그렇게 좁은 편은 아니었다.

키가 큰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다만, 한국 여성의 표준신장을 가진 나는 큰 불편없이 갈 수 있는 수준이었다.

도착해서 돌아다니려면 비행기 안에서 좀 자둬야한다.

창가에 머리를 대고 자면 그나마 잘 자는 편이라서 내가 창가좌석에 앉았다. 



출발할 때는 날씨가 흐리고 비도 추적추적 내렸는데, 구름 위에 올라가니 화창하게 맑은 날씨였다.

피곤함에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깜박 잠이 들었다.

30분 남짓 잤는데, 쪽잠이라도 자고 나니 머리 아픈 것도 덜하고 정신이 난다.



기내식이나 간식은 유료지만, 다행히 물은 공짜다.



어쩜 저렇게 구름이 몽실몽실할까.

비행기를 타면서 보는 창 밖의 풍경은 언제 봐도 참 신기하다.





비행시간이 채 3시간이 안 되는 짧은 거리이다보니 금세 타이베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도시를 흐르는 강은 아마 단수이 강인 거 같다.



현지 시각 오후 12시 53분, 타이베이 송산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우리나라 김포공항처럼 바로 공항 옆에 건물이 다닥다닥 있는게 완전 도심의 느낌이었다.

다음날 가려고 예정되어 있는 타이베이 101타워도 보였다.



작은 공항이라서 그런지 입국 절차로 매우 빨리 진행되었다.

줄도 몇 분 채 서지 않았고, 입국 심사도 양 검지손가락을 스캔하고, 카메라로 사진 찍은 거 외에는 별 거 없었다.

수속을 마치고 나오니 위탁 수하물도 이미 나와서 금방 찾아서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부모님이나 동생은 '어차피 숙소에서 와이파이가 되니까 상관없다'고 했지만, 개인적으로 필요할 거 같아 나만 대만 심카드를 구입하기로 했다.

여행 전 검색해보니 대부분 중화통신에서 구입을 하는데, 대만을 자주 오가는 지인 말에 의하면 '도시에서만 있으면 아무 통신사나 상관없으니 줄이 짧은 데에서 사라' 라고 조언해주었다.

하지만 송산 공항에는 어차피 중화통신 뿐이었다.




번호표를 뽑으니, 요금제 종류가 있는 안내판을 주었다.


"5 Day Pass 를 사고 싶은데, B와 C 요금제의 차이가 뭔가요?"

"음성 통화시간 차이예요."


어차피 대만에서는 전화통화를 할 일 자체가 없으므로, 300NT에 5일간 데이터 무제한인 B요금제로 하겠다고 했다.

5일동안이긴 하지만, 한국에서도 비싸서 못 쓰는 데이터 무제한을 쓰다니 기분이 좋아졌다.

직원은 내 핸드폰과 여권을 받아간 후, 금방 일처리를 해줬다.



송산 공항은 MRT 로 연결되어 있어, 숙소가 있는 시먼까지 지하철로 이동이 가능하다.



이번 여행은 대부분 지하철로 이동하는 일정이라서 타이베이의 교통카드인 이지카드 Easy Card 를 구입해서 다닐 예정이었다.

지하철역에 가면 판다고 하는데, 1회용 토큰 파는 기기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인포메이션으로 보이는 곳에 가서 다짜고짜 물어봤다.


"이지카드 어디서 살 수 있나요?" 

"여기요."

"4개 주세요."


고맙다고 인사하고 나오는데, 이젠 충전하는 곳이 어딘지 모르겠다.

나 혼자면 그냥 여유롭게 돌아다녀보지만, 부모님이 짐을 들고 기다리시니 마음이 초조했다.

아까 그 인포메이션에 다시 갔다.


"그런데 어디서 탑업(Top-up, 충전) 해요?"

"여기요."

"각각 250NT씩 충전해주세요."


우여곡절 끝에 일을 마치고 지하철에 탑승할 수 있었다.



이래도 되는거야?


전철 안에서도 송산 공항 안이 다 보인다.

아무리 막 사진 찍고 그런다고 해도 원칙적으로는 공항은 국가 보안시설인데, 이렇게 대놓고 지나가도 되는 건지 살짝 걱정이 되었다.

공항 안에 군용 헬리콥터도 있던데.

구소련 국가들을 여행하면서 지하철이나 공항 같은 보안시설과 국가 기관은 사진 찍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관광객이나 현지 거주 교민들이 멋 모르고 사진 찍었다가 어느 날 갑자기 강제추방되었단 이야기도 마치 도시괴담처럼 떠돌아다니기도 했고. 

이런 생각이 먼저 드는 걸 보면 그 때 생긴 자기 검열의 습관이 아직도 남아있나 보다.





타이베이 지하철 시스템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좀 더 정교하고, 편리했다.

서울 지하철은 노선도 많고 발달해있기는 하지만, 원래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만들었다기보다는 도시의 확장에 따라 추가적으로 갖다붙인 경우가 많다.

종로 3가역이나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같은 곳은 환승 자체도 오래 걸리고, 출구 찾기도 힘들다.

그에 비해 타이베이 지하철은 환승이나 이동이 매우 간편하고, 화살표만 따라가면 되니 편리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잘 갖춰져있어서 우리처럼 캐리어가 있는 여행자도, 어린아이들 유모차에 태운 가족도 낑낑거리고 나르지 않아도 되었다.


가족여행지로 대만이 이래서 좋구나


한 가지 정말 유용했던 점 중의 하나는 바로 한자였다.

우리나라는 한자 문화권이고, 특히나 부모님 세대에는 한자를 많이 사용했다.

영어나 다른 외국어 표기라면 어렵거나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지만, 익숙한 한자로 되어 있으니 읽지는 못해도 알아볼 수는 있었다.

더군다나 대만은 중국 본토와는 달리 우리와 비슷한 번체를 사용한다.

'우리는 서문 西門(시먼 ximen)' 역에서 내려야해요' 라고 알려드리니 부모님도 지하철 노선도 보시고 바로 찾을 수 있어 서로 편리했다.



시먼역 6번 출구 도착.

구글 지도를 보면서 예약해둔 숙소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이 근처 어디인거 같은데..."


구글 지도상으로는 분명히 근처인데, 숙소가 보이지 않았다.

혹시 지나쳤나해서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도 봤지만 마찬가지였다.



이러니까 못 찾지


보통 상호가 눈에 잘 띄도록 간판을 크게 붙여두거나 정 안 되면 입간판이리도 세워두길 마련이다.

그런데 여기는 간판도 하나 없고, 건물 안내에 작게 붙여둔 호텔 이름 하나가 전부였다.

그나마도 한 층을 다 쓰는 것도 아니고.

다른 호텔 이름은 봤지만, 막상 예약한 호텔의 이름은 잘 안 보여서 그 앞을 몇 번이나 왔다갔다 했다. 



객실은 11층 끝방이었다.

에어컨이 미리 틀어져있었지만 방이 조금 습한 느낌이 들긴 했다

그래도 방이 넓어서 좋았다.



도시 뷰도 괜찮은 편이었다.
방에 들어오자 다들 옷부터 갈아입었다.
공항에서 코트는 캐리어 속에 넣어 놓고, 가벼운 히트텍 하나만 입고 다녔는데도 땀을 꽤 흘렸다.
아버지는 아예 샤워를 하셨다.
타이베이 기온 20도. 
10월 무렵에 입는 긴팔 옷 하나 정도 입으니 딱 좋았다.
짐을 풀고 늦은 점심을 먹으러 나가기로 했다.


(재미있게 보셨으면 아래의 를 눌러주세요 ^_^)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