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송탄에 있는 서아프리카 음식점을 다녀오고 나서 아프리카 음식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참고 : [서아프리카] 송탄 맛집 - 사뷔에르 에 아프리크 Saveurs Et Afrique



이태원에도 블랙 아프리카 음식점이 몇 군데 있어요.

알고 있기로는 남아프리카공호국와 에티오피아, 나이지리아 음식점이 있다고 하는데, 워낙 정보도 적고 악평도 많아요.

그래도 송탄에서 먹어본 아프리카 음식에 큰 용기를 얻고 한 번 다녀오기로 했어요.

그 중에서도 에티오피아 음식점에 다녀왔습니다.

에피오티아는 제 고향과도 깊은 연관이 있는 나라이기도 하고, 재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에티오피아 영화를 매우 인상깊게 봤던 터라 평소에도 늘 궁금해했거든요.



클럽 자이온


에티오피아 음식점의 이름은 클럽 자이온 Club Zion 이에요.

평소에는 레게 클럽으로 운영하고, 금토일만 에티오피아 음식점도 같이 한다고 해요.

6호선 이태원역 3번 출구에서 100m 정도 직진하다 이태원 소방서 즈음에서 우회전하면 큰 길에 금방 보여요.

역에서 도보로 2-3분 정도의 거리예요.


안에 들어갔는데,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조금 당황스러웠어요.

다행히 문가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던 흑인이 들어와서 앉으라고 하더라고요.




클럽 자이온 메뉴.

영어로 음식의 이름과 함께 설명이 쓰여져 있어요.

하지만 에티오피아 음식에 대한 지식 자체가 전무하다보니 메뉴를 아무리 들여다 봐도 뭐가 뭔지 모르겠더라고요.

결국 서빙하시는 흑인 여자분께 음식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렸어요.

한국어를 조금 하시긴 하는데, 간단한 단어 정도 아는 수준이라 힘들어하시더라고요.

영어로 하는 게 서로 편해요.


나중에 인터넷에서 찾아볼 생각으로 종이에다가 음식 이름을 현지어로 써달라고 했어요.

에티오피아의 공용어인 암하라어로 써주시는데, 셜록홈즈의 춤추는 사람 암호를 보는 기분이었어요.

암하라어로 커피가 '분나' 라는 것만 알게 되었어요.



가게 안에는 에티오피아 노래를 계속 틀어줘요.

정확한 곡명은 잘 모르지만, 이런 스타일의 들썩들썩 얼쑤얼쑤한 노래였어요.



미트 컴비네이션


뭔지 모를 때는 모듬이 최고예요.

넓은 접시 위에 인제라가 올려져있고, 그 위에 각종 고기요리가 조금씩 올라가있어요.

포크도 안 줘요. 

원래 손으로 먹는거라고 하더라고요.

물티슈로 손을 닦고, 먹기 시작했어요.

넓은 전병 같은 건 '인제라 Injera' 로, 에티오피아 사람들의 주식이에요.

테프 Teff 라고 부르는 곡물가루에 물을 섞어서 묽게 반죽한 후, 넓은 팬에 얇게 펴서 익혀서 만드다고 해요.

한국에서는 테프가루를 구할 수가 없기 때문에 쌀가루를 사용한다고 하더라고요.

발효를 해서 만드는지 살짝 신맛이 있어요.

이 인제라를 뜯어서 고기와함께 먹으면 되요.

고기 요리는 메뉴판에 의하면 매콤한 쇠고기 볶음인 키와트 Key Watt, 매콤한 양고기 스튜인 램 티브 Lamb Tibs, 향신료로 마리네이트한 다진 생고기인 키트포 Kitfo, 소스로 양념한 다진 쇠고기인 미니체타비쉬 minichetabish 와 삶은 계란으로 구성되었다고 해요.

음식은 전반적으로 매콤한 맛이 많이 나요.

양고기 종류만 제외하고는 매콤하게 볶은 고기요리 같아서 한국인들의 대중적인 입맛에 잘 맞을 거 같아요.

물론 저는 향이 많이 나는 머튼도 잘 먹기 때문에 양고기도 별 문제는 없었어요.

양이 꽤 많아서 하나 시켜서 둘이서 먹어도 충분해요.

조금 부족하다면 인제라만 추가하면 될 정도예요.

하지만 인제라를 뜯어서 먹어야하는데 그 자체가 접시 역할을 해서 조금 먹기 불편한 점은 있었어요.

음식이 올려진 부분은 피해서 뜯어먹어야하는데, 그런 부분이 많지 않았거든요.

또한 음식 아래에 있는 인제라는 소스에 젖어서 눅눅하고 잘 찢어져요.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인도나 네팔, 말레이시아처럼 손으로 음식을 먹는데 익숙한 사람들은 손가락 몇 개으로 깔끔하게 음식을 잘 먹던데, 저는 아주 손 전체에 범벅이 되더라고요.



에티오피아 밀크커피


에티오피아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역시 커피예요.

후식으로 마시기 위해서 커피를 주문했는데, 정말 한참 기다려서야 받을 수 있었어요.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보면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시장에서 생두를 사서 직접 철판에 볶아서 커피를 만들어 마셔요.

정말 그렇게 만드나 싶을 정도로 오래 걸려서 주문이 제대로 된건지 긴가민가할 정도였어요.

커피에서는 우유맛이 많이 났어요.

카페에서 마실 수 있는 카페라떼나 카푸치노가 아니라, 옛날 경양식집에서 후식으로 나오는 커피에 우유만 넣은 느낌과 비슷해요.





클럽 자이온은 아마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에티오피아 음식점이 아닐까 싶어요.

생소한 음식을 접해볼 수 있어서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음식들도 전반적으로 맛있었고, 가격도 이태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난한 편이에요.

바도 있어서 원하는 사람은 술을 곁들일 수도 있고요.

손으로 음식을 먹었더니 하루종일 손에서 음식 냄새가 계속 나요.

손을 여러번 씻었는데도 손톱 사이사이에 소스 같은 게 남아있는지 거의 하루동안 음식향이 남아서 계속 배가 고팠어요.

정말 유니크한 외국 음식을 기대하신다면 한번쯤 들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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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히티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