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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6 대만 타이베이[完]

[대만] 08. 12/9 예스진지 택시투어 (2) 스펀

by 히티틀러 2017.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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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류에서 차로 1시간 남짓 달려서 스펀에 도착했다.

타이베이에서 예류 향할 때도 산이 많아도 생각했는데, 여기도 굽이굽이 산길이다.

적당한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택시 기사 아저씨를 따라갔다.



스펀은 기차역을 중심으로 기찻길을 따라 올드타운이 형성되어 있다.

이 기차선은 핑시시엔으로 20세기 초반 탄광업을 목적으로 만든 철로이며, 핑시시엔 기차선을 따라 허우통, 스펀, 핑시 등의 마을이 형성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 탄광업이 몰락하면서 탄을 싣고 나르던 기차는 관광객들을 신고 나오는 관광기차가 되고, 그 주변마을들은 관광마을로 변모하게 되었다고 한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나는 '고양이 마을' 이라는 허우통을 가고 싶었다.

하지만 가족들 모두가 싫어해서 일정에 넣을 수가 없었는데, 스펀 기차역에서도 고양이들이 돌아다니고 있어 반가웠다.

우리나라 길고양이들은 사람들을 보면 도망치기 바쁜데, 여기 고양이들은 아주 여유롭다.

누가 관리라도 해주는 듯 털도 깨끗하다.



스펀의 유명한 음식 중 하나가 닭날개 볶음밥니다.

마침 점심 시간이 즈음 되어서 가족들끼리 하나씩 사먹기로 했다.

택시기사 아저씨께서 가게를 안내해주셨다.

닭날개 볶음밥이라는 이름만 듣고, 닭날개 부분의 살을 발라서 넣은 볶음밥의 일종인 줄 알았는데, 닭날개에서 속에 있는 뼈를 발라내고 그 안에 볶음밥을 채워넣은 음식이었다.



닭날개 볶음밥


닭날개 볶음밥은 김치초두부맛과 볶음밥맛, 두 가지가 있었는데 무난하게 볶음밥 맛을 골랐다.

'라 辣' 라고 하면 맵게도 해준다고 한다.

가격은 개당 65TWD (약 2,400원).

맨밥이 아닌 베이컨, 야채, 계란 등이 들어가 있어서 나름 든든했다.

하나는 그냥 간식 느낌이지만, 2-3개 정도 먹으면 나름 든든한 한끼가 될 거 같다.

기사 아저씨께도 하나 권했지만, '자기는 여기 너무 자주 와서 많이 먹었다' 면서 사양하셨다.



손에 묻은 소스를 씻으러 화장실에 잠시 다녀오는 길인데, 1시간에 한 대 남짓 온다는 기차가 막 역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편하게 택시투어로 왔지만, 핑시시엔 기차를 타고 여행하는 자유 관광객들도 꽤 많다.

타이베이에서 멀지 않은 데다가 원데이티켓도 있어서 하루 코스로 다녀오기 좋다고 한다.



기차에서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우루루 내렸다.

아직 비수기에 평일인데.

안 그래도 사람 많은 스펀 거리는 다시금 사람으로 북적거렸다.



스펀 기차역 시간표.



관광객들의 스펀에 오는 이유는 대부분 천등을 날리기 위해서이다.

요즘이야 교통과 통신기술이 발달해서 어려움이 없지만, 과거에는 산 속에 고립되어 있는 외진 마을이다보니 외부와 정보를 주고 받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

그래서 천등을 띄워 소식을 전했던 것이 이 천등날리기의 시작이라고 한다.

천등집이 매우 많았는데, 택시기사님은 자신이 거래하는 듯한 한 가게로 안내했다.

가용엄마 천등 이라고 대만 분과 결혼하신 한국 아주머니가 운영하시는 가게였다.

주인분이 한국인이라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얘기하기 정말 편했다.



가게 한 켠에는 천등들이 놓여져있는데, 그 중 자신이 원하는 색을 고를 수 있다.

1가지 색으로만 되어 있는 천등 가격은 150TWD (약 5,500원), 네 면이 다 다른 색으로 되어있는 천등은 200TWD (약 7,500원) 이다.

모든 가게가 가격은 다 똑같았다.



천등은 그 색마다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붉은 색은 복, 노란색은 금전운, 초록색은 관운, 보라색은 학업성취, 흰색은 건강운을 의미한다고 한다.

사실 색깔별 의미는 원래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고, 스펀이 관광지로 개발되고 사람들이 몰려오면서 1990년대-2000년대 초반 즈음에 생겨났다고 한다.



천등을 고르고 나면 옷을 거는 행거 같은 데에 고정시켜준다.

그 위에 붓으로 자신의 소원을 쓰면 된다.

한국어로 써도 되고, 뭘 써야할지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중국어로 된 예시도 있다.

다 쓰고 나면 직원들이 헤어드라이기로 네 면을 전부 말려준다.



천등 가게 직원들과 함게 기찻길로 나갔다.

직원들은 카메라나 핸드폰을 달라고 하더니, 브이를 해봐라, 손가락 하트를 해봐라 등등 온갖 포즈를 해보라고 요구했다.

기념으로 한 두장 정도가 아니라 천등이 네 면을 전부 빙글빙글 돌아서야 사진 찍기는 끝났다.

택시 투어하면서 평생 찍어본 거보다 더 많은 사진을 찍는 거 같다.



천등 안 심지에 불을 붙였다.




손을 떼자 하늘 높이 잘도 올라간다.

멀어져서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계속 쳐다보았다.

천등에 적었던 소원들이 이뤄지기를 바라면서.



여기저기서 띄워올리는 천등들을 보는 것도 재미이다.

지나다가 다른 사람들의 소원들을 흘긋 보니 어떻게 저런 아이디어를 낸건지 재미있는게 꽤 많다.



건물과 건물 사이 좁은 틈으로 기차도 다닌다.

기차가 오고 있다는 알림소리를 들으면 사람들이 주섬주섬 몸을 피한다.

태국과 베트남 여행갔을 때도 기차길 마을이나 기차길 시장을 못 봤는데, 대만에서 대신 본 셈이다.



다시 천등집으로 돌아왔다.

원래 다시 돌아올 필요는 없는데, 아까 구입하지 못한 기념품을 사기 위해서였다.




부모님께서는 가격도 저렴하고, 의미도 좋다면서 주변 지인들에게 나눠줄 선물을 고르셨다.

나도 천등 장식이랑 마그네틱을 샀다.



기사아저씨께서 땅콩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주셨다.

아까 버블티까지만해도 '서비스가 좋으시구나' 라고 생각하고 고마웠는데, 아이스크림까지 얻어먹으니 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입도 무려 4개나 되는데.



땅콩 아이스크림


또띠아 같은 얇은 피에 대패로 갈은 땅콩가루와 아이스크림을 넣고 돌돌 말아서 나온다.

만드는 과정 다 봤는데, 크게 든 것도 없어보이는데 고소하고 달콤하니 맛있었다.

아이스크림이 녹을까봐 빨리 먹었더니 이가 좀 시렸다.






기사아저씨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다가 차를 주차해둔 장소로 돌아오라면서 자유시간을 주셨다.

마땅히 갈 데도 없고, 시간도 많지 않아서 그냥 기찻길을 따라서 걸었다,

관광객이 몰리는 곳을 조금만 지나치면 현지인들이 사는 평범한 마을이었다.

사람들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아서 조용하게 산책하기 좋았다.



대만에서는 큰 개를 마구 풀어놓는 경우가 많았다.

개가 순해서 막 사람들을 향해 짖거나 덤벼들지는 않았지만, 동물이 어떤 행동을 할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거라 좀 무서운 건 어쩔 수 없다.



고양이도 순둥순둥하다.

쓰다듬으면 쓰다듬는대로 가만히 있었다.







흔들다리도 건넜다

올 때도 느꼈지만, 정말 산 속에 숨어있는 마을이다.

천등 한 번 날려보겠다고 이런 작은 마을에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도 신기할 따름이었다.

역시 관광이란 어떤 스토리를 만드느냐 어떤 컨텐츠를 개발하느냐에 따라 달린 거 같다.



"여긴 도계 같다."



아버지께서 한 말씀하셨다.

과거 탄광이 있었던 점도 그렇고, 군부대 입지에 학교를 지은거 같다는 강원대학교 도계캠퍼스까지..

삼척시 도계읍에 직접 가본 적이 없지만, 왠지 모르게 공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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