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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6 대만 타이베이[完]

[대만] 10. 12/7 예스진지 택시투어 (4) 지우펀

by 히티틀러 2017.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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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투어인 마지막 장소인 지우펀에 도착했다.

진과스에서 차로 20-30분 정도의 거리였다.

기사님은 이번에도 한국어로 된 지도를 주면서 관람루트를 설명해주고, 1시간 반 뒤에 보기로 했다.



지우펀 지도.

지우펀은 홍등 달린 거리가 워낙 유명하다보니 그거 하나만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의외로 지역도 넓고 그 외에도 볼거리가 꽤 있는 듯 했다.



방향 감각이 없는 나 대신에 길눈이 밝은 동생에게 지도를 넘겨주고 그를 앞세워 본격적으로 관람을 하고 들어섰다.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시장통에 온 기분이었다.

좁은 골목 양쪽으로 크고 작은 가게들이 바글바글 자리잡고 있고, 사람들도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사람이 모이는데에는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먹거리.

식사를 할 수 있는 가게부터 각종 간식거리까지 파는 가게들이 정말 다양했다.

하지만 코를 찌르는 취두부 냄새.

가족들 모두 취두부 냄새를 피해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두리안보다 취두부 냄새가 더 견디기 힘들다.



소시지


그래도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서 대만 소시지를 하나 사먹었다.

구운 돼지고기 소시지였는데, 맛은 그냥 훈제 소시지다.






각종 기념품점이며 차를 파는 가게들도 많았다.

평소 여행지에서 꼭 사오곤 하는 마그네틱이며 관심 많았던 차 종류도 구경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사람은 많고, 지도를 들고 있는 동생과 아버지는 저만큼 앞서가고 있었다.

이 많은 인파 속에 섞여버리면 찾기도 힘들고, 유심을 산 사람은 나 밖에 없는 터라 연락도 안 되어서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지나쳐버릴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아예 빈손으로 돌아오진 않았다.

원래는 대만에서 흑설탕생강차를 사고 싶었기 때문에 찻집을 중점적으로 훑어보고 있는데, 그 중 어느 가게에서 공예화차를 구매하는 거 보고 이 자리에서 바로 구입했다.

뜨거운 물 속에 넣으면 마치 꽃이 피는 것처럼 확 피어나도록 만든 차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구할 수도 없고 가격이 비싸다.

5개에 100TWD (3,700원)이니 좋은 제품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웠다.



일본 학생들도 단체로 수학여행을 온 거 같다.

교복은 입은 학생들이 삼삼오오 몰려다니는 모습이 참 좋아보였다.

내 수학여행 때도 이런 자유시간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버스에 타라면 타고, 내리라면 내리고, 숙소에 도착하면 길건너 편의점도 못 가게 감금당했던 터라 뭘 보고, 뭘 했는지 아무런 기억이 없다.



길을 살짝 헤맨 후에 지우펀의 상징인 슈치루 계단에 도착했다.

홍등이 켜진 이 계단거리를 보기 위해서 일정 중 지우펀을 제일 마지막에 잡았다.

택시 기사님 말씀으로는 오후 5시 즈음 홍등에 불을 켜기 시작해서 오후 6시 반쯤 되면 거의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는다고 한다.




바로 옆에는 대만 영화 '비정성시'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이 되었다던 유명한 찻집이 나왔다.

지우펀에는 뷰와 분위기가 좋은 찻집들이 많고, 여행사 쪽에는 지우펀의 찻집에서 대만 차 문화를 체험해볼 수 있는 여행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곳에서 차 한잔 마시면 정말 좋을텐데....

하지만 우리 가족 중 차를 즐기는 사람은 나 혼자라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계단이다보니 미끄럼을 주의하라는 안내판이 한국어와 일본어로 되어있다.

그런데 과도하게 옆으로 긴 사람의 비중이나 미끄러지는 모습이 뭔가 웃겼다.




일렬로 줄을 서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두 사람이 지나가면 어깨가 닿을 정도로 좁은 계단인데, 이리저리 오가는 사람에 사진 찍는 사람, 포즈를 취하는 사람이 섞여서 정말 정신이 없었다.

홍수로 둑이 터지는 것처럼 마치 휩쓸려 내려가는 거 같은 기분이었다.

홍등을 구경한건지, 사람을 구경한건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옆쪽에는 오래된 영화 포스터다 걸려있는 거물이 하나 있었다.

1914년에 문을 연 극장으로, 1980년대 문을 닫았다가 지우펀에 관광객들이 몰려나면서 다시 재오픈했다고 한다.




이래야 좀 다닐만하지!


발디딜틈 없이 북적거리던 슈치루 계단을 벗어나니 좀 한적하다.

사람에 치이는 거 싫어하는 나에게는 오히려 이곳이 더 좋았다.




개와 고양이도 한숨을 돌리는 곳.

얘들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을 봤는지, 옆에 사람이 지나가거나 말거나 별 신경을 안 쓴다.

고양이는 쓰다듬어주어도 가만히 있는다.



지우펀 관광이 예정했던 시간보다 훨씬 빨리 끝났다.

택시기사님께 카톡으로 연락을 드리니 곧 준비해서 오시겠다고 하셨다.



허무해



지우펀 자체가 볼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쇼핑을 즐기지 않고, 사람 많은 거 싫어하는 우리 가족의 여행스타일에는 잘 맞지 않았다.

무엇보다 서로 연락을 할 방법이 없으니 일행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확인하다가 다 가버린 셈이었다.

홍등이 반짝이는 골목은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의 눈에도 이국적이고 예뻤다.

하지만 딱 그거 뿐이었다.

'홍등거리를 꼭 볼거야' 하는 게 아니라면 차라리 오전이나 낮시간 대에 방문하는 게 더 나을 거 같았다.

10분 정도 기다리니 기사님이 오셨고, 택시를 타고 타이베이로 돌아갔다.



굳이 숙소가 아니더라도 타이베이 시내면 어디든 데려다주신다고 해서 스린 야시장에 내려달라고 했다.

기사님은 차로 지나가면서 '저기 공차가 있고, 저기 길거리 음식들을 판다'고 마지막까지 친절하게 안내해주셨다.

택시에서 내려 빈 봉투에 택시 투어 비용에 팁까지 조금 더 넉넉하게 넣어드렸다.

우리 가족에게 사주신 땅콩 아이스크림, 버블티 같은 간식이며, 본인 핸드폰으로 찍으신 가족 사진 수백장과 편집까지 해서 만들어진 영상을 카톡으로 게속 보내주신 수고를 생각하면 조금 더 드리는 게 마음이 편했다.

한나절을 꼬박 같이 보낸 기사님께는 인사를 드리고, 본격적으로 시장구경을 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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