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날씨가 연중 따뜻하고, 집에서 요리를 하기보다는 밖에서 음식을 사먹는 문화라 야시장이 발달했다.

타이베이에만 해도 십 수개가 넘는 야시장이 있는데, 스린 야시장은 그 중에서 규모가 크고 유명한 야시장이다.

1909년에 형성되어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곳이라고 한다.







화장실을 찾아갔다가 지하에 푸드코트 같은 곳이 있길래 그곳에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생과일주스부터 해산물요리, 튀김까지 정말 종류가 다양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역시 빠지지 않는 취두부 냄새.

밀폐된 공간이다보니 머리가 더 지끈거렸다.

일단 무슨 메뉴가 있는지 한바퀴 휙 돌아본 다음에 동생이 먹고 싶다던 철판구이 가게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철판구이 가게의 메뉴.

그냥 들어왔는데 1988년부터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2-3가지 종류의 구이요리를 세트로 구성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 등심 + 오징어&새우로 구성된 8번 세트와 필렛 + 대구 +버터새우로 구성된 스페셜 세트를 주문했다.



먼저 미역국 비슷한 게 나왔다.

우리나라 미역국처럼 푹 끓인 맛은 좀 떨어지지만, 그래도 낯설지는 않는 맛이었다.

대만에서도 미역국을 먹는다는 걸 처음 알았다.




부모님도 계셔서 양을 둘로 나눴다고 해도 정말 병아리 눈꼽처럼 나온다.

메뉴에 squid 라고 해도 오징어인 줄 알았더니 쭈꾸미이고, 새우도 몇 마리 주는둥 마는 둥 생색내기다.

무료로 제공한다는 양배추 볶음과 숙주나물 볶음만 왕창 나온다.

정말 입만 버리게 되는 수준이었다.



목도 마르고 후덥지근해서 맥주도 한 캔 시켰다.

평소 입가심 정도의 양인데, 피곤한 상태라서 그런지 술기운이 확 오르고 정신이 몽롱하다.

바로 앞에 놓여진 게 달궈진 철판이라는 사실도 잊고 있다가 손등에 약한 화상을 입기도 햇다.

다행히 닿자마자 바로 손을 떼서 흉이 지거나 물집이 잡힐 정도는 아니지만, 꽤 신경이 쓰였다.



밖으로 나오니 때깔좋은 과일들이 진열되어 있는 과일 가게가 바로 나온다.

마치 '이제 디저트 먹어야지?' 하는 것처럼.

생글생글 웃으면서 호객행위를 하는데, 얼마냐고 물어보니 '百(100)' 라고만 한다.

가족들이 과일을 고르니 그 자리에서 슥슥 잘라서 봉지에 담아주고는 '五百 (500)' 이란다.

어쩐지 단위를 이야기 안 하더라니.

중국어로 못하는 마당에 이미 다 잘라놓은 과일을 어쩌랴.

500TWD 를 주고, 앉을만한 자리를 찾아 조르르 앉았다.




가족들이 고른 과일은 구아바와 노란 수박.

노란 수박은 색만 다르지, 그냥 수박맛이었다.

구아바는 그냥 신기해서 고른 거 같은데 그닥 달지 않고 퍼석퍼석한 식감 때문에 별 인기가 없었다.







딱히 지도도 없고, 그냥 발길이 가는데로 거리를 걸어다녔다.

각종 오락시설부터 옷가게, 캐릭터 소품들까지 정말 다양했다.

어머니는 '시장이 정말 크다'면서 놀라워하셨다.

패키지 여행을 몇 번 다녀오셨지만, 이런 야시장 같은 곳은 가이드가 관리상의 어려움으로 생략하는 굥우가 많다고 한다.

자유시간을 준다고 해서 1시간 남짓이라 더 구경하고 싶은데도 못한다고 늘 아쉬워하셨다.

대만에서도 야시장이라고 하니 우리나라 재래시장처럼 한 번 슥 갔다가 돌아오면 될 거라고 지레짐작하셨는데, 다 가지고 못할정도로 넓고 골목이 많다면서 재미있어 하셨다.



어디에서 데려온건지 커다란 뱀도 있다.






야시장의 백미는 역시 먹거리. 

탕후루부터 취두부까지 다양한 먹거리 노점이 있었지만,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단수이 대왕카스테라였다.

요새는 우리나라에도 대왕카스테라 매장이 곳곳에 있지만, 내가 여행했을 12월 초만해도 서울에서조차 몇군데 없었다.

마침 카스테라가 나오는 시간인지 커다란 카스테라을 엎어놓고 칼로 슥슥 썰어주는 모습이 무슨 묘기 같아 보였다.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서 사지는 않았지만.



동생은 여행오기 전부터 '왕자치즈감자' 를 먹고 싶어했다.

스린야시장 가면 많이 먹고 온다는데 파는데가 보이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서 찾아갔는데, 택시투어 기사님이 알려주신 바로 그 골목이었다.





여기는 길거리 간식을 파는 노점만 10여개가 모여있었다.

동생이 먹고 싶다던 왕자치즈감자부터 핫도그, 지파이, 대왕오징어튀김 등등 여행 전에 이름을 들어봤던 야시장 음식들이 다 몰려있었다.

취두부는 여기도 빠지지 않았다.

동생은 왕자치즈감자 노점 앞에서 줄을 섰다.



그 사이 나는 지파이를 샀다.

왕십리에 있는 타이완 음식점 '리틀타이완'에서 지파이를 먹어보긴 했지만, 그 때는 그냥 치킨까스 정도의 사이즈였다.

그런데 현지 지파이는 사이드부터가 차원이 달랐다.

커다란 닭튀김을 혼자 야무지게 뜯어먹었다.

술기운이 아직 덜 빠진 상태에서도 '이거 딱 맥주안주인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철을 타고 시먼으로 돌아왔다.

야시장 이름이 '스린야시장' 이라서 '스린 士林' 역 근처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지엔탄 劍潭' 역에 가까웠다.



숙소에 돌아와서 또 다시 맥주.

대만에 와서 매일밤마다 다른 종류의 맥주를 마시는 재미가 있다.

배도 부르고, 술기운에 푹 잤다.



(재미있게 보셨으면 아래의 를 눌러주세요 ^_^)

Posted by 히티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