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늦게 자고 싶어서 알람을 맞추지 않았는데도 8시에 잠이 깼다.

기왕 일찍 일어난 거 호텔방에서 뒹굴거리며 시간을 죽이고 싶지 않았다.

씻고, 혼자서 밖으로 나왔다.



대만 및 중국, 홍콩 사람들은 주로 아침을 밖에서 사먹는다.

주로 딴삥 蛋餠, 또우장 豆漿, 소룡포 小籠包 등을 주로 먹는다고 하는데, 나도 현지인처럼 밖에서 아침을 사먹어보고 싶었다.

숙소 프론트에 물어보니 근처에 아침식사를 파는 가게들이 많다면서 위치를 알려주었다.

실제 가보니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식사 류를 파는 곳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중국 쪽에서 온 관광객들이 많다보니 바글바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기도 했다.




말도 안 통하는데, 저 인파를 뚫고 음식을 사먹을 자신이 없어서 사람이 적은 다른 가게로 갔다.

시먼딩 쪽을 돌아다니면서 몇 번 지나쳤던 곳인데, 문을 연 건 처음 봤다.

아침에만 여는 가게인가보다.



딴삥&또우장


원래 먹고 싶어했던 딴삥과 또우장을 사서 길거리 목욕탕 의자에 쭈구려 앉았다.

평소에는 길거리에서 뭐 먹으면서 돌아다니는 걸 싫어하는데, 외국에선 누가 날 아는 것도 아니고...

정말 놀라운 건 가격이 정말 싸다.

딴삥이 25TWD (약 900원) 에 또우장은 20TWD (약 730원), 둘이 합쳐봐야 우리 돈으로 채 2천원도 안 된다.

대만 유학생이 한국에 와서 아침을 사먹을 곳이 없다, 이삭토스트도 매우 비싸다고 하는 이야기를 정말 심감할 수 있었다.

테이크아웃컵 가득 담아준 두유가 700원 정도면 인건비는 고사하고 콩값이나 제대로 나올까 싶다.



딴삥은 얇은 피 안에 계란과 각종 재료를 넣고 말아서 만든 음식으로, 주로 대표적인 아침 음식이다.

안에 들어가는 재료는 햄이며 베이컨, 참치, 치즈 등 정말 다양한데, 내가 먹은 건 버석거리는 고깃가루 같은 거였다.

어떻게 보면 계란부침인데, 식감이 쫄깃했다.

먹다가 목이 막히고 텁텁해지만, 같이 주문한 또우장을 마시면 된다.

또우장은 묽은 두유의 일종인데, 단맛이 전혀 없고 담백했다.

양이 많지는 않은데, 물배가 차서인지 이 두 개만 먹고도 배가 불렀다.




관광객은 거의 없고, 현지인들만이 바쁜 출근길을 서두른다.

베트남 만큼은 아니지만, 타이완에도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이 꽤 많았다.





원래는 단수이강까지 걸어갔다오고 싶었는데, 차도 많고 도저히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고가도로 아래에는 공구점만 가득해서 지나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귀찮아서 그냥 포기하고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아침만 파는 음식점 하나가 눈에 띄었다.

내가 먹은 곳과 다르게 여기는 꽤 깔끔했고, 현지인들도 많았다.

포장해서 호텔에 계시는 부모님께 가져다드릴 생각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주문 방법은 메뉴가 적힌 종이에 표시를 해서 직원에게 건네주는 시스템이었다.

순 한자인데다가 메뉴가 워낙 많다보니 눈 앞에서 검은 글자들이 뱅글뱅글 돈다.

누가 봐도 '나 외국인 관광객이오' 하는 사람이 안에 들어가니 직원들도 바짝 긴장한 눈치다.

메뉴판에서 그나마 알아볼 수 있는 한자를 찾아서 原味蛋餠 을 주문했다.

딴삥 蛋餠 이라는 한자는 여행전 미리 외워갔고, 있었고, 原味 는 원래의 맛이니 오리지널이겠구나 싶었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맞게 찍었다.

가게 앞에 붙어있던 옥수수 스프 玉米濃湯 도 하나 달라고 했다.


"Take-out?"

"外帶 (wàidài)"


포장해갈거냐는 직원의 말에 외워갔던 중국어로 대답했다.

중국어를 많이 공부해간 건 아니지만, 그래도 외워간 건 나름 알뜰하게 잘 써먹었다.



주방이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서 딴삥 만드는 걸 구경했다.

굉장히 간단했다.

먼저 철판에 계란을 깨드린 후, 그 위에 바로 라이스 페이퍼처럼 얇은 피를 덮은 후 뒤집는다.

그러면 계란이 반죽피에 찰싹 달라붙은 상태가 되는데, 그 위에 원하는 각종 재료를 넣은 다음에 말아주면 끝이다.

딴삥 피 대신에 또띠야를 이용한다면 한국에서도 간단하게 해먹을 수 있을 거 같다.



딴삥&콘스프


뭔가 사들고 가서 풀어놓으니 부모님께서는 재미있어하셨다.

테이블에 풀어놓고 조금씩 나눠먹었는데, 딴삥보다는 옥수수 스프가 반응이 좋았다.

아무래도 한국에서도 자주 접한 익숙한 맛이라서 그런 듯 하다.









오늘의 일정은 '마오콩 猫空' 에 다녀오는 것이다.

마오콩은 타이베이 남부 외곽에 위치한 지역으로, 관광객들 뿐만 아니라 타이베이 시민들도 데이트 코스 및 야경을 보기 위해서 자주 찾는 지역이라고 한다.

타이베이 도심만 해도 볼 것이 워낙 많아서  아직 한국인들은 그렇게까지 많이 찾는 곳은 아니다.



마오콩은 산꼭대기에 위치해있는 곳인데, 택시나 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지만 케이블카를 많이 타고 간다.

이 케이블카 때문에 마오콩을 일정에 넣었다.

어머니는 박물관이니 역사 문화 명소보다 익스트림하게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를 좋아하시기 때문이었다.

MRT 1호선 동물원 動物院 역에 내리면 바로 케이블카 타는 건물이 보였다.



케이블카 운행 시간은 다음과 같다.

오전 8시 반~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행하는데, 월요일은 운행하지 않는다.

금요일과 토요일은 밤 10시까지 운행하기 때문에 야경을 보고 오기에도 좋다.



케이블카는 타이베이 동물원 Taipei Zoo Station 역에서 출발해서 타이베이 동물원 남역 Taipei Zoo South Station, 지난사원 역 Zhinan Temple Station 을 거쳐 마오콩 역 Maokong Station 에 도착한다.

요즘은 편도 120TWD (약 5천원).

티켓을 구입할 수도 있고, 이지카드를 사용할 수도 있다.



케이블카는 일반 케이블 Regular Cabin 과 크리스탈 케이블카 Crystal Cabin 으로 나뉘어져있고, 줄도 따로 선다.

크리스탈 케이블카의 경우 대수 자체도 적을 뿐더러 안전문제로 한 번에 탈 수 있는 인원도 적은데, 타려는 사람이 많아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여행 전 정보 수집을 할 때 미리 예약을 하고 갔다는 포스팅들을 보고 홈페이지에 들어가 시도를 해봤지만, 그 사이 방침이 바뀌었는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마침 이지카드에 충전해둔 금액도 부족해서 충전을 하고 오니 그 사이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부모님께 미리 줄을 서 있으라고 할 걸'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줄을 섰다.

내 잘못도 아닌데, 이럴 때면 왠지 눈치가 보인다.



중간중간 직원이 사람들에게 '크리스탈 케이블카는 1시간 이상 기다려야하니, 일반 케이블카로 옮기라' 며 권했지만, 우리 가족은 기다려서라도 타겠다고 계속 줄을 섰다.

직원이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대기 시간을 좀 과장했던 건지, 예상했던 거만큼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다.



크리스탈 케이블카는 최대 5명까지 탑승 가능하다.

우리 가족은 딱 4명이었던 터라 다른 사람 없이 우리 가족만 탑승했다.

안내하는 직원이 즐거운 시간 보내라면서 싱긋 웃어주었다.





문이 닫히고, 케이블카는 올라가기 시작했다.

흔들흔들거리면서 줄을 타고 올라가는데, 재미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겁도 살짝 났다.

동생이 그게 재미있는지 아예 대놓고 흔들어대서 기겁했다.

여기서 떨어지면 길동무가 있으니 저승 가는 길이 외롭진 않을 테지만, 굳이 가고 싶지는 않다.


첫번째 기착지인 타이베이 동물원 남역이 보인다.



정거장에 도착하면 케이블카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사람이 내리지 않으면 직원이 와서 다시 문을 닫아주는데, 다들 마오콩이 목적지인지 내리는 사람은 없어보였다.

문을 닫고, 다시 출발했다.




케이블카는 더 산 속 깊숙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 험준한 산을 케이블카 없이 걸어서 가야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한계령' 이라는 '저 산은 내게 오지마라~ 오지마라 하고~' 라는 가사를 금과옥조로 삼고 있는 내게 문명의 이기가 참 고맙다. 





발 아래로는 파란 나뭇잎과 갈대밭이 펼쳐진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살짝 아랫도리가 후들거리는데, 그래도 예쁘긴 했다.

이렇게 찍으니 마오콩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던 사진 같다. 

어머니는 생각보다 별로 무섭지 않다면서 아쉬워하셨다.

도대체 어머니는 어느 정도 수준을 원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어머니의 수준에 맞췄다가는 내가 제 명에 못 살 거 같다.




뒤쪽으로는 타이베이 도시가 펼쳐진다.

외국인들이 남산 케이블카에 타면 이런 기분이려나?




두번째 정거장인 지난 사원역에 도착했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그냥 지나쳤다.



가다보니 멀리 사원 같은 건물이 하나 보인다.

아마 저게 그 사원이 아닐까 싶다.




저 경사 봐라!



눈 앞이 아찔하다.

후룸라이드나 청룡열차의 막 떨어지기 직전, 오장육부가 갑자기 쫄깃해지는 기분이다.



바닥 보면 무서울 거 같아서 일부러 머얼리 도시 쪽을 바라보았다.





위로보나, 아래로보나, 옆으로 보나 첩첩산중인 곳에 무려 사람 사는 집이 있다.

여기 사는 사람들은 아버지가 매일 보시는 프로그램인 '나는 자연인이다' 나오시는 분들일까,



약 30분 만에 마오콩 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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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히티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