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만 해도 베트남 음식은 '너무 낯설지도 않으면서 이국적인 외국음식' 이라는 인식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런데 요즘 보면 베트남 음식은 일본음식이나 중국음식처럼 친숙한, 누구나 한번 쯤은 먹어봤을 법한 그런 음식점이 된 거 같아요.

베트남 음식점도 그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어져서 3900원짜리 프랜차이즈 쌀국수집부터 생면을 사용한다는 음식점, 현지인이 가정식을 만든다는 음식점, 아예 한국에 사는 베트남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음식점까지 정말 다양해졌어요.

춘천은 외국인이 많이 사는 지역도 아니라고 해도 베트남 음식점 한 두 군데 정도는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저렴한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제외하고도 몇 군데 있더라고요.

그 중에 눈여겨봐뒀던 곳을 다녀왔어요.



하늘 베트남 반새우는 춘천 중앙초등학교 바로 맞은 편에 위치하고 있어요,

위치 자체가 아예 골목까지는 아니지만 아는 사람이 아니면 잘 찾지 않는 곳인데다가 가게 외관만 보더라도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베트남 분이 소소하게 운영하는 음식점이라는 느낌이 확 들었어요.

이제야 한국 사람들에게 소소하게 알려지기 시작한 거 같아요,

반새우는 새우와 전혀 관련이 없고, 베트남 음식 이름인 반쎄오 Banh Xeo 를 저렇게 쓴 거예요.

외국어를 한국어로 표기하려다보면 발음이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다보니 여러가지 표기가 난무해요.

당장 베트남 쌀국수 pho 만 하더라도 '포' 라고 쓰는 사람도 있고, '퍼' 라고 쓰는 사람도 있는 등 표기가 통일되지 않았는데, 반쎄오는 아직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음식도 아니니까요.



가게 내부도 큰 인테리어 없이 그냥 사무실에 주방 시설 설치하고, 테이블 놓아서 운영하는 곳 같아요.

주방도 칸막이 하나 없이 완전 오픈 키친이고요.

밖에서 봤던 거보다는 그래도 넓은 편으로, 4인용 테이블이 6개 놓여져있으니 25명 정도 이용이 가능해요,

베트남 라면이나 커피, 그린망고와 코코넛 등 식재료도 판매하고 있어요.



하늘 베트남 반새우 메뉴.

베트남 아주머니 혼자서 운영하시는 곳이라서 그런지 메뉴도 단촐한 편이에요.

베트남식 돼지갈비덮밥인 껌 땀 Com Tam, 반새우 Banh Xeo, 베트남 국수 Hu Tieu Xuong, 베트남 샌드위치 반미 Banh mi, 짜조 Cha gio 정도에 베트남 커피와 사탕수수 주스 정도가 그나마 

샤브샤브와 내장볶음은 잘 아는 현지인이 아니면 거의 주문할 거 같지 않고요.

한 가지 눈에 띄는 건 베트남 국수였어요.

아래에 베트남어로 '후띠에우 Hu Tieu' 라고 되어있는데, 호치민을 중심으로 한 베트남 남부 지역에서 널리 먹는 쌀국수예요.

우리나라에서는 하노이를 중심으로 한 북부 지방에서 많이 먹는 '포 pho' 와 후에(훼)를 중심으로 하는 중북부 지방에서 많이 먹는 '분 bun' 정도는 볼 수 있지만, 후띠에우는 판매하는 곳을 보기 쉽지 않아요.

아주머니께 살짝 여쭤보니 호치민 출신이라고 하셨어요.

혼밥이다보니 선택지가 많지 않아서 뭘 먹을까 살짝 고민했지만, 결국 아무 것도 포기하지 못하고 반새우와 베트남국수를 둘 다 주문했어요.



음식을 주문하고 나니 아주머니께서 자꾸 이것저것 가져다가 제 앞에 놓아주셨어요.

느억맘(베트남 피쉬소스)이 나왔을 때는 '이거 찍어먹으라는 거구나' 했지만, 뜨거운 물 한 그릇과 라이스 페이퍼는 전혀 예상 밖이라 좀 의외였어요.



반세오


반세오 Banh xeo 는 쌀가루 반죽에 각종 채소와 해산물, 고기 등을 넣어서 반으로 접어서 부친 베트남식 부침개예요.

처음에는 쌀가루라는 걸 모르고 색만 보고 계란 지단인 줄 알았어요.

색을 내기 위해서 강황가루를 넣는다고 하는데, 베트남에서는 아예 반쎄오 반죽용 시판 가루도 따로 있다고 하네요.

상추잎, 치커리잎 같은 쌈채소도 몇 개 곁들여나왔어요.

반쎄오를 먹어보는 건 처음인데 베트남의 간식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양이 그닥 많지 않을 거라 어림짐작했어요.

가격도 5천원이고요.

그런데 생각보다 양이 꽤 많아요.

저 그릇 사이즈가 보통 왕돈까스집 가면 돈까스 나오는 사이즈예요.



안에는 숙주와 양파, 당근, 돼지고기, 새우로 구성되어 있어요.

새우는 따로 삶아서 익힌 거 같고, 먼저 고기를 볶은 다음 야채를 살짝 익힌 뒤 새우를 따로 넣은 거 같아요,



어떻게 먹어야하는지 몰라서 어리둥절해있으니 아주머니께서 먹는 방법을 알려주셨어요.

뜨거운 물에 살짝 담가서 말랑말랑해진 라이스 페이퍼 위에 상추와 반쎄오를 올려서 돌돌 말아서 먹으면 된다고 해요.

저는 베트남 느낌을 더 살리기 위해서 여기에 느억맘을 살짝 뿌려주었어요.



한 입에 다 먹으면 마치 뭘 잡아먹는 느낌이라 같이 주신 가위로 반 잘라 먹었어요,

월남쌈 비슷한데, 색이 화려해서 더 식욕을 돋궈요.



이거 완전 영양식인데?



맛도 정말 훌륭했어요.

숙주를 비롯해서 야채는 살짝만 익힌 터라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으면서 고기와 새우의 씹히는 맛과 반세오의 피가 파삭파삭한 식감이 어우러지는 게 정말 좋아요.

거기에 느억맘을 살짝 쳤더니 간도 살짝 되면서 현지 음식 느낌을 더해주더라고요.

밀가루가 아닌 쌀가루로 만든 피라서 소화도 잘되고 글루텐 프리라고 볼 수 있는데, 각종 야채며 고기까지 들어있으니 영양소가 골고루 갖춰진 건강식을 먹는 거 같았어요.

양도 많아서 이거 하나만으로도 한끼 식사 대용 충분하고요.

따로 향채나 향신료가 들어간 것도 아니라 동남아 음식 특유의 향에 민감하신 분들의 입맛에도 잘 맞으실 거예요.



베트남 국수


반쎄오를 열심히 먹고 있는동안 아주머니께서 면을 삶아서 베트남 국수 Hu Tieu Xuong 를 만들어주셨어요.

후티에우 Hu Tieu 는 베트남 남부 지역에서 즐겨먹는 쌀국수 종류로, 퍼나 분에 비해서 면이 넓적한 게 특징이라고 해요.

캄보디아에서 아침에 즐겨먹는 쌀국수 요리인 쿠이띠에우 Kuy teav 에서 비롯된 음식인데, 지리적으로 캄보디아와 가깝기 때문에 그 영향을 받은 듯 해요.



국수에 뿌려먹으라면서 고수와 레몬, 튀긴 양파조각을 같이 주셨어요.

특히, 저 튀긴 양파 조각은 국수에 넣으면 향을 더해준다고 해요.



Xuong 이라는 단어는 네이버 사전을 찾아보니 베트남어로 '뼈' 라는 뜻이라고 해요.

그래서 그런지 커다란 뼛조각이 2개나 들어있어요.

나름 살도 붙어있고요.



맑은 뼈해장국 먹는 거 같다



일단 아무런 재료를 부가하지 않고 음식이 나온 그 상태로 먹어봤는데, 예상치 않게 친숙한 맛이에요.

왠지 해장국집 가면 팔 거 같은 그런 느낌?

간도 강하지 않고 묘하게 시원해요.

고수도 다 넣고, 레몬즙도 쭉쭉 짜고, 양파도 왕창 넣은 다음 아까 그 느억맘을 몇 방을 톡톡 넣으니 그제서야 베트남 음식스러운 느낌이 확 나요.

문제는 이것도 양이 많다는 거.

그릇이 냉면그릇보다 조금 작은 수준이에요.

국물 뜨뜻하고 맛있고, 좋은데 너무 양이 많아서 살짝 부담감이 몰려왔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남기기에는 아깝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해서 열심히 먹었어요.



먹다보니 면 뿐만 아니라 아까 반쎄오에 들어있던 거 같은 고기도 있고, 새우도 있어요.
그런데 바닥에 보니 무려 순대 먹을 때 같이 나오는 간도 있어요.
쌀국수를 한 두번 먹어본 것도 아니고, 베트남 현지인이 현지인 상대로 운영하는 음식점도 여러 번 다녀온 건데 국물에 간이 들어있는 건 처음 봤어요.
열심히 먹었더니 면도 다 먹고, 국물까지 거의 다 비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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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베트남 반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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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히티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