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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5 태국

[태국] 22. 6/8 방콕 왕궁, 왓 프라깨우

by 히티틀러 2018.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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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에서 맞이하는 첫 아침이자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




호텔에서 제공되는 아침식사는 빵에 계란, 소시지 등이 곁들여진 미국식 아침식사 또는 매일 달라지는 중국스타일 아침, 둘 중에 선택이 가능했다.

월요일의 아침메뉴는 볶음밥이었는데, 아침부터 밥 먹기는 부담스러워서 무난한 미국식 아침식사를 골랐다.

보이는 그대로 무난한 맛.

그런데 차가 왜 이렇게 맛이 없는지....

티백에 물만 부은 건데도 맛이 없다.

남기기는 아까워서 설탕을 왕창 넣어서 그 단맛으로 꾸역꾸역 마셨다.



식사를 마치고 후아람퐁 역으로 향했다.

다음날 1박 2일로 아유타야를, 15일에는 치앙마이로 떠날 생각이라 미리 기차표를 구입할 생각이었다.



후아람퐁역은 넓긴 넓은데 뭔가 휑하다.

MRT역처럼 에어컨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건물 자체도 짓다가 만 가건물 같았다.

공항과 마찬가지로 지금은 사망했지만 당시 국왕인 푸미폰 국왕과 공주의 사진이 커다랗게 걸려있다.



누가 불교의 나라 태국 아니랄까봐 기차역 한켠에는 역시 불상이 놓여져있었다.






티켓을 사기 위해 매표소를 찾아갔다.

방콕은 전세계의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관광도시이다보니 매표소 직원들은 영어가 매우 유창했다.



"내일 아유타야행 기차표와 15일에 치앙마이행 기차표를 사고 싶어요."

"치앙마이 표는 지금 살 수 있는데, 아유타야는 안 되요."



아유타야행 기차표는 출발시간 30분 전부터 살 수 있다면서 영어로 된 시간표를 한 장 건네주었다.



참고 : [태국] 방콕 - 돈므앙 - 아유타야 - 롭부리 열차 시간표 (2015.6 기준)



무슨 차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안 된다고 하니 일단 치앙마이행 기차표만 먼저 구입해서 밖으로 나왔다.



버스 정류장에서 왕궁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편의점 앞에 체중계가 놓여져있다.

1바트를 넣으면 몸무게를 잴 수 있다.




누가 이용하는 사람이 있을까?



체중계에 대놓고 표준 몸무게도 적혀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체중관리가 도움이 될 테지만, 누가 이용할까 싶다.

공공장소에서 몸무게 확인하는 것도 남이 볼까 생각만해도 조심스러운데.



후아람퐁역에서 왕궁 쪽으로 간다는 53번 버스를 탔다.

돈므앙공항에서 탔던 버스와는 달리 에어컨이 없다.

유일한 냉방시설은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선풍기 몇 대 뿐.

안 그래도 덥고 습한 날씨에 쉼없이 달달 돌아가니 그나마도 뜨거운 바람만 나온다.

매표 아주머니는 아예 수건을 목에 두르고 다니면서 연신 흐르는 땀을 닦아내신다.



더 충격적이었던 건 바로 바닥이었다.

학교 복도도 아니고, 무려 나무로 되어있다.

안그래도 덥고 습한 날씨에 좀먹지 않으려나? 나무면 가끔 왁스칠도 해줘야할텐데...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하면서 어이없음에 헛웃음만 났다.






버스가 차이나타운을 지나간 덕분에 굳이 힘들이지 않고 차이나타운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여긴 홍콩인가?



흔히 생각하는 태국의 이미지 - 금박을 입힌 화려한 절과 불상, 모나미룩 교복을 입은 학생, 곳곳에 모셔진 왕의 초상 등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묵고 있는 숙소도 중국계가 운영하는 곳이라서 '주윤발이 튀어나오겠네' 라고 생각했는데, 여기는 그냥 느와르를 찍어도 아무도 방콕인 줄 모를 거 같다.



왕궁에 거의 다 도착했다.

유적지 같은 느낌이 나긴 했지만 초행이라 긴가민가해서 구글 지도만 연신 보고 있는데, 어느 친절한 태국인 아주머니께서 여기서 내리라고 알려주셨다.



지옥의 향과 천국의 맛이라는 두리안을 팔고 있었다.

동남아에 왔으면 먹어봐야지.. 하는 마음에 제일 작은 것을 하나 골랐다.

그래도 100바트가 넘는게 꽤 비싼 고급과일이었다.

두리안 특유의 톡 쏘는 휘발성 향이 느껴지긴 했지만, 사람들이 애기하듯 못 견딜 정도까진 아니었다.



물크덩거려 



냄새보다도 견디기 어려운 건 식감이었다.

미끌거리고 뭉클뭉클한게 마치 썩은 양파 같은 느낌?

비싼 돈 주고 산거라 버릴 수는 없어서 억지로 먹어치웠다.

생과일보다 얼려서 먹는게 훨씬 나을 거 같다.

비싸게 주고 산 게 아까워서 꾸역꾸역 목구멍으로 넣고, 물로 억지로 삼켰다. 



사진은 참 고요하고, 평화로워보인다.

사진만은....

하지만 이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



실제 왕궁은 사람들도 발디딜틈 없이 바글바글했다.

방콕에 오면 꼭 들려야하는 대표적인 관광지이니, 사람이 많은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정말정말 짜증이 났던 건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었다.

한두 팀도 아니고 30-40명 이상으로 구성된 관광객들이 어림잡아서 20팀 가량은 되니 그 인파 자체가 장난이 아니다.

그런데 분명 내가 먼저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가이드들이 마구잡이로 내가 있던 자리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단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자꾸 나에게 비키라고 눈치를 준다.

똑딱이 카메라 하나 들고 다니는 사람이 사진 한 장 찍는데 몇 분이나 걸린다고...

일부러 모르는 척 사진을 찍고 있으니까 나중에는 중국어로 막 뭐라고 하는데, 몰라도 딱 욕이다.

안 그래도 불쾌지수 높은 덥고 습한 날씨에 왕궁 입장 전부터 짜증이 마구 솟구쳤다.



방콕 왕궁은 오전 8시 반부터 오후 3시 반까지 개방하고, 입장료는 500바트이다.

복장 규정이 있어서 지나치게 짧은 바지나 치마, 민소매는 천을 빌려서 두르고서 입장이 가능하다.

한여름에도 긴 청바지에 반팔 티셔츠 입고 다니는 나는 무사통과.

사원에도 마음껏 들어갈 수 있는 현지인 기준 완전 단정한 의상이다.

하지만 핫팬츠에 민소매, 쪼리를 신고 다니던 돌아다니던 수많은 관광객들은 여지없이 제지당했고, 일부는 짜증을 내기도 했다.

이 나라 문화인 걸, 짜증내면 뭐 어쩌라고.






왕궁 Grand Palace 는 방콕을 대표하는 장소 중 하나로 18세기 건설되어 현재까지 이어지는 짜끄리 왕국이 건설한 궁전이다.

전 국왕인 라마 8세가 1946년 왕궁 내의 자신의 침실에서 총에 맞아 사망한 채로 발견한 이후, 작년에 사망한 국왕인 푸미폰 국왕와 그의 왕비는 여기에 거주하지 않았다고 한다.

두씻에 있는 찟뜨라마 궁전 Chitralada Palace 에 거주했다고 하는데, 당연한 얘기겠지만 그곳은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는다고 한다.

왕궁에는 왓 프라깨우 Wat Phrakaew 라는 왕실 사원까지 같이 볼 수 있다.








금빛 번쩍거리는 건물들, 화려하고 섬세한 장식들...

홍보 영상에서나 나올 법한 태국의 모습이 눈 앞에 펄쳐졌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겠어!



가이드북도 보면서 찬찬히 둘러봐야 이 건물이 뭔지도 알 수 있고,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그런데 그런 여유로운 관람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유는 아까 그 중국인 단체 관광객.

아주 이곳을 전세라도 낸 마냥 온갖 곳을 다 들쑤시고, 떼지어 다니면서 난리도 아니다.

사진 몇 장 건져보겠다고 찍고 있으면, 그 자리가 탐이 나서 막 중국어로 뭐라고 하거나 밀치거나 새치기하거나 하는 사람이 한둘 이 아니다.

다른 외국인 관광객이라고 일부러 시비를 거는 게 아니라, 자기들끼리고 싸운다.

가이드도 그냥 방치 중이다.

한꺼번에 수백 명을 풀어놓으니 가이드도 사실상 통제가 불가능했고, 할 생각 자체도 없어보였다.

중국인 떼거리가 바글바글 몰려오면 그나마 사람 적은 데에 피해있으려고 도망가고, 그 과정을 몇 번이나 반복하다보니 분명히 보긴 봤는데, 뭘 봤는지조차 기억이 안 났다.

왓 프라깨우의 대표 유적인 프라깨우 불상이 모셔진 곳도 그냥 봤다는 거에만 의의를 두고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짜끄리 마하 쁘라쌋


왓 프라깨우에서 왕궁 쪽으로 빠져나오니 그래도 사람이 좀 적어졌다.

짜끄리 마하 쁘라삿은 19세기 말 라마 5세가 만든 건물로, 외국 사절단을 접견하고 연회를 베풀던 장소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제 한숨 돌리겠구나 싶었던 것도 오래 가지 못했다.




또 왔다, 중국 양산 부대!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또 들이닥쳤다.

뜨거운 햇살에 살 안 타보겠다고 손에 손에 양산을 하나씩 들고 다니는데, 아주 가관이다. 

우리나라도 올 여름 워낙 덥다보니 양산을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증가했고, 그 때문에 길을 걷는 사람들 사이에 불편함이 가중되었다는 뉴스 기사가 나온 적 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단체로 양산을 쓰고 다니니 뒤에 있는 사람들은 시야가 다 가려서 아무 것도 안 보인다.

그냥 안 보이는데 그치는 거 뿐만 아니라 양산 끝 뽀족한 부분이 다른 사람들의 얼굴이나 머리를 찌르기에 십상이었다.

나도 거의 눈을 찔릴 뻔했는데, 슥 한 번 보더니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자기들끼리 뭐라뭐라하다가 쌩하고 가버렸다.



왕궁 앞을 지키는 군인에게도 그 양산을 쓴 채로 막 달려들어서 허락도 없이, 사진 찍고, 심지어 막 만지기까지 한다.

무슨 사람을 마네킹 취급하는 것도 아니고, 보는 내가 다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제발 같은 나라 사람으로 도맷금 취급 당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가만히 있어도 더운 날씨에 이쯤되느 열심히 보고 싶은 의욕마저 상실한 상태였다.

적당히 사진만 찍고 보는 둥 마는 둥 대충 둘러보고 나왔다.




여기 다시 안 와!!



방콕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구경을 시원하게 말아먹은 이 찝찝한 기분. 

제대로 구경 좀 하려면 오전에 막 오픈할 때 딱 맞춰 와야하나보다.

한편으로는 어릴 때 좋아했던 영화 '왕과 나' 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율 브린너가 연기한 시암의 왕 몽쿳은 짜끄리왕조의 라마 4세로, 태국의 현대화를 이끌어서 가장 존경받는 왕 중의 하나이다.

그런 왕을 거칠고 무례하며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지 못하고 뒤쳐진 인물이며, 영국 출신 젊은 미망인 안나의 도움으로 개화되는 것처럼 묘사했다.

예전에는 코믹하고 유쾌한 뮤지컬 영화라고만 생각했는데, 방콕 왕궁을 다녀오고 나니 태국에서 그 영화가 금지된 이유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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