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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2 타지키스탄 [完]

[타지키스탄] 08. 5/13 히사르 (1)

by 히티틀러 2013.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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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구름 하나 없이 화창했어요.

약속시간에 맞춰 호텔 앞으로 내려가니 잭키 할아버지가 기다리고 있었어요.

재키 할아버지의 차를 타고 출발!


재키 할아버지는 운전을 하면서 영어로 이것저것 설명해주셨어요.

영어를 정식으로 배운 건 아니고 외국인 관광객들을 만나면서 한 두마디씩 주워들으며 배우셨다고 해요.

말이 유창한 것도 아니고, 정확하게 구사하는 것도 아니지만,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요.

오히려 이해하기 더 수월했어요.



타지키스탄 섬유 공장.

재키 할아버지의 얘기에 의하면 소련 시절에는 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일하던 큰 공장이지만, 지금은 5천 여명만이 일하고 있다고 했어요.



서커스장.

우리나라에는 서커스 극장 같은 곳이 거의 없지만, 소련권에는 흔하게 있고 공연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두샨베 시내를 벗어나서 시골 풍경을 구경하며 한창 교외를 달리고 있었어요.

사람도 안 다니는 어느 시골 마을에서 재키 할아버지가 속도를 천천히 줄이더니 도로변에 차를 세우셨어요.



"여기가 어디예요?"


모두들 어리둥절해 하면서 물었어요.


"여기는 샤로라 라는 지역인데, 옛날에 여기서 지진이 나서 사람들이 많이 죽었어요,"





재키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따르면, 1989년 이 지역에 큰 지진이 발생해서 산이 무너져 내렸다고 했어요.

산의 토사는 바로 아래에 있는 마을을 덮쳤는데, 지진이 발생한 시각이 사람들이 모두 자고 있을 새벽 2시 무렵이라서, 많은 집들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죽었다고 해요.

그 때문에 옛날에는 훨씬 높았던 산이 낮아졌고, 옛날에는 사람이 많이 살던 이 지역에 이제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고 했어요.


"지진이 났을 때 사람들이 많이 죽었는데, 나중에 사람들이 요람을 발견했어요.

요람을 덮었던 천을 들춰보니까 자고 있던 여자 아기가 살아있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모두 놀랐어요."






샤로라를 본 후 다시 히사르를 향해 가는데, 할아버지께서 다시 차를 세우셨어요.


"여기서 사진 찍어요."



밖을 보니 노란 유채꽃이 한껏 피어있었어요.

우리들 모두 서로의 사진을 찍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너무 풍경도 예쁘고 재키 할아버지가 사진을 찍으라고 옆에서 마구 바람을 잡으면서 성화를 부려서 한참동안이나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어요.







히사르 도착.


'히사르' 는  '성'이라는 뜻이예요.

히사르에 도착하니 앞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몰려있었어요.


재키 할아버지가 그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뭐라고 이야기를 하더니 우리를 불렀어요.


"이 사람들 지금 결혼하는데, 와서 사진 찍어도 된대요. 같이 사진 찍어요."




신부들은 자매라 같은 날에 합동 결혼식을 하는 것이라고 했어요.

결혼을 축하하는 사람들은 외국인인 우리가 신기했는지 자꾸 말을 걸면서 같이 사진을 찍자고 우리에게 몰려들었어요.



옆에서는 악대가 열심히 연주를 하고 있었어요.

'도이라'라는 북과 '카르나이', '수르나이'라는 피리는 우즈베키스탄에서도 결혼식을 축하할 때 반드시 연주하는 악기예요.

타지키스탄도 우즈베키스탄과 비슷하구나 싶었어요.




악단은 열심히 연주를 했고, 주변 사람들은 모두 신나게 춤을 추며 신랑 신부를 축하했어요.

새 신랑 신부는 준비된 웨딩카를 타고 사라졌어요.



그 사이 옆에서는 또 다른 신랑신부가 와서 사진을 찍고, 악기를 불어대며 축하하고 있었어요.







신나게 결혼식 구경도 하고, 사람들에게 시달린 후에 드디어 히사르에 입장했어요.

특별히 매표소 같은 것은 없고, 작은 책상 하나만 있는 상태로 그늘에서 늘어지게 쉬고 계시던 아저씨가 와서 표를 주셨어요.



대체 이게 언제적 표야?


타지키스탄 소비에트 공화국이면 적어도 20년은 넘은 표였어요.

아직까지 이게 남아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입장료는 할아버지를 제외하고 우리 세 사람에게 5소모니를 받았어요.

그럼 한 사람당 1.6666666..... 소모니?



풀을 뜯는 낙타 한 마리.

낙타를 처음 봐서 신기했어요.



히사르 입구의 성벽  뒷모습.

계단이 있어서 위로 올라갈 수도 있어요.

아마 예전에는 사람이 올라가서 외부에서 오는 사람들을 확인 및 감시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히사르는 예전에는 큰 성이었다고 해요.

1920년대까지만 해도 성채가 남아있었지만, 소련 시대에 관리를 하지 않아 많이 무너지고 파괴되어서 현재는 이렇게 드문드문 성채의 흔적만이 남아있는 수준이라고 해요.

입구는 후에 복원해서 다시 만들어놓은 것이고요.


잭키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해주셨어요.


"옛날 히사르에는 깊은 구덩이를 파놓고 사람을 가둬두는 감옥이 있었어.

거기에 사람을 넣어놓고 빵하고 물만 조금 줬어요.

그런데 소련 때 위험해서 메워버렸어요."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이 감옥은 '진단'이라고 하는데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중범죄자를 가두는데 사용되는 지하감옥이에요.

사람이 빠져나갈 수 없게끔 5-6m 깊이의 깊은 구덩이를 판 다음에, 죽지 않을만큼의 최소한의 물과 빵만 제공해서 목숨을 연명하게 하는 거지요.

이 지역의 민담이나 설화 같은데 보면 왕의 미움을 받은 사람들이 진단에 갇히곤 해요.



성 뒤쪽으로는 축구장 하나는 들어갈만큼 넓은 평지가 있어요.

지금은 풀밭이지만, 옛날에는 군대가 집결해있던 장소라고 해요.




입구 양쪽에는 높은 언덕이 있는데, 성 안쪽으로 나 있는 오솔길을 따라 올라갈 수가 있어요.

경사는 꽤 있는 편인제 자그마한 돌들이 많아서 올라가는데 조금 미끄러웠어요.




언덕 위를 올라가니 히사르가 천혜의 조건에 위치한 성이라는 점을 금방 알 수 있었어요.

멀리까지 시야가 확 트이기 때문에 누가 오는지도 금방 알아차릴 수가 있고, 언덕 위에 위치해있어서 공성전을 할 때 유리한 조건이었어요. 

실제 히사르는 실크로드를 거쳐가는 상인들이 반드시 지나가는 큰 성이었다고 해요.



한 켠에서 자라고 있는 양귀비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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