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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2 타지키스탄 [完]

[타지키스탄] 20. 5/17 후잔드 (2)

by 히티틀러 2013.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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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다른 사람들을 깨웠어요.


"우리 방 옮겨야지."


세 사람 다 씻지도 않고 부스스한 상태로 짐을 싼 후 밖으로 나왔어요.

어제 밤 이야기한대로 아주머니에게 방을 옮기겠다고 하고, 새 방의 열쇠를 받았어요.

원래 하루밤에 160소모니이지만, 아주머니께서는 10소모니를 깎아주셨어요.

방을 옮기자마자 우리는 한 사람씩 오랜만에 더운 물로 샤워를 했어요.

오랜만에 씻으니 정말 상쾌했어요.


오늘은 목요일.

어제 보았던 판즈샨베 시장이 크게 열리는 날이예요.


"나 어제 혼자 돌아다니다가 다른 시장을 보았어."


B씨가 말했어요.

우리는 B씨가 봤다던 그 시장을 보고 판즈샨베 시장을 가기로 했어요.

숙소에서 아침을 주지 않기 때문에 근처 가게에 가서 M&M 초콜릿과 스니커즈 super 를 하나씩 사먹었어요.

고작 2.5소모니, 600원 정도였는데 우즈베키스탄의 절반 정도 가격 밖에 되지 않았어요.



후잔드의 뒷골목은 그냥 평범했어요.

조금 낡은 구석도 없이않아 있었지만, 사람도 많지 않고 차도 적게 다니지 않아서 오히려 돌아다니기에는 좋았어요.



시장은 판즈샨베 시장 근처에 있었어요.

건물은 판즈샨베 시장과 좀 떨어져있었지만, 시장 건물 바깥까지 노점상들이 진을 치고 있어서 실상은 거의 붙어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어요.




돌아다니고 있는데, 두 명의 집시 아이가 돈을 달라면서 저희에게 달라붙었어요.

귀찮아서 주머니 속 동전 몇 개를 주었어요.

보통은 구걸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든지 간에 돈을 주면 고맙다고 하고 더 귀찮게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집시 아이들은 돈을 주자 더 달라붙었어요.


"약 소모니(1소모니)! 약 소모니(1소모니)!"


집시 아이들은 저와 B씨에게 1소모니를 달라며 계속 몸을 툭툭치고, 따라왔어요.

주변 상인들도 집시아이에게 쫓기는 우리를 보고 몇 번 막아주기도 하고, 안 된다고 얘기를 해도 아이들은 계속 우리를 쫓아왔어요.

유럽처럼 지갑을 훔치거나 한 건 아니지만, 돈을 줬는데도 더 달라고 하는 게 화가 났어요.

결국 A씨가 큰 소리를 지르자 슬금슬금 눈치를 보기 시작하더니, 시장 입구까지 거의 나오자 다른 사람에게 갔어요. 



판즈샨베 시장 가는 길.



시장을 가는 길에 '콕테일 Kokteyl'이라는 음료수를 많이 팔고 있었어요. 

겉보기에는 과실주 비슷한 느낌일 거 같은데, 직접 마셔보지 못해서 무슨 맛인지는 모르겠어요.









판즈샨베 시장 입구.







판즈샨베 시장 내부.

주로 먹거리를 팔고 있었어요.

불법 CD를 팔고 있는 가게가 있어서 구경을 하다가 소련과 관계된 다큐멘터리가 있길래 하나 샀어요.

우즈베키스탄에 돌아와서 틀어보니 소리만 나오고 영상이 나오지 않아서 버렸어요.




시장 건물은 2층으로 되어 있어서 2층으로 올라가 볼 수 있었어요.

맞은 편에 위치한 모스크도 보여요.



1층이 먹거리를 팔고 있다고 한다면, 2층에는 옷과 잡화류를 많이 팔고 있었어요.

눈에 보이는 김에 머리끈이 필요해서 하나당 4소모니를 주고, 머리끈을 하나 샀어요.


A씨는 어제 찍은 사진에서 검은색 모스크가 찍혔다면서 사람들에게 전부 사진을 보여주며 그곳을 물었어요.솔직히 짜증이 났어요.

그동안 여행 하면서 쌓인 여독 때문에 안 그래도 피곤해 죽겠는데, 더군다나 저는 모스크나 마드라사 같은 이슬람 유적들을 정말 안 좋아해요.

워낙 많이 보기도 했고, 다 서로 비슷비슷해 보이거든요.

여행하는 지역이 지역이니만큼 완전히 안 다닐 수는 없지만, 정말 유명하고 그 지역의 상징적인 장소라서 반드시 봐야하는 곳 아니면 별로 가고 싶지 않아요.

사람들은 그 모스크는 '누리 이슬롬(이슬람의 빛)'이고 지금 공사 중이라고 했어요.

B씨도 별로 가고 싶어하는 눈치가 아니었어요.

저와 B씨는 이미 체력이 바닥날 대로 바닥나 있었거든요.








일단은 나와서 중심가인 레닌 거리를 따라서 걷기 시작했어요.



시장 근처 공중 전화.



나오면서 본 장례식 행렬.

보통 장례 행렬이면 우는 사람이 한 둘 있을 법도 한데, 사람들은 모두들 짐을 옮기는 듯한 표정이었어요.



Komil Khojandi 의 동상.




망치와 낫 기념비.

소련 시대 때 지어진 게 아직까지 남아있는 듯 해요.

앞에는 타지키스탄의 위인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흉상이 양쪽으로 늘어서 있었어요.


"누리 이슬롬 갈거야?"


A씨가 물었지만, 저와 B씨는 가지 않겠다고 했어요.


"그럼 나 혼자 다녀올 테니까, 소모니 동상에서 만나자."


A씨는 택시를 타고 사라졌어요.



우리는 걸어서 시르다리오 강을 건너서, 소모니 동상으로 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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