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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1 카프카즈&터키[完]

[아르메니아] 24. 7/17 예레반 캐스케이트, 소비에트 아르메니아 50주년 기념비, 아르메니아 어머니상

by 히티틀러 2014.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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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기도 끔찍한 귬리에서 탈출하여 예레반에 도착했어요.

예레반 기차역을 보자 '드디어 돌아왔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너무 행복했어요.

이왕 기차역에 온 김에 구경도 하고, 그루지아 트빌리시 가는 기차에 대한 정보도 좀 알아볼 겸 안으로 들어갔어요.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었는데, 다행히 직원이 영어를 할 줄 알았어요.

예레반에서 트빌리시 가는 기차는 매일 오후 3시에 출발해서 밤 11시에 도착하며, 좌석 등급에 따라서 8,000디람에서 21,000디람까지 한다고 했어요.

나쁘지는 않았지만, 밤 11시에 트빌리시에 도착해서 숙소를 찾으러 돌아다니기 힘들 듯 하여 고맙다는 인사만 하고 나왔어요.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다시 돌아와서 체크인을 하고, 다시 나왔어요.

호스텔 근처를 돌아다니다가 '게미니 카페 Gemini cafe' 라는 노천 카페를 발견했어요.

간단한 커피나 차, 맥주 같은 음료와 크레페를 파는 가게였는데, 직원도 영어를 잘하고 메뉴도 영어로 쓰여 있었어요.

가격도 저렴해서, 우리는 복숭아 아이스티를 한 잔씩 시켰어요.



아이스티를 주문했는데, 신기하게 크림맥주처럼 거품이 잔뜩 올라가 있었어요.

왜 그런가 봤더니 시판되는 아이스티 가루로 만드는 게 아니라, 진짜 복숭아와 얼음을 믹서에 갈아 만들어서 거품이 많이 생기는 거였어요.

생과일이 들어가니 맛은 말할 것도 없고, 가격도 정말 저렴했어요.

아이스티 한 잔이 300디람, 우리 돈으로 하면 천 원도 채 안되는 가격이었어요.

이후, 게미니 카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들리는 단골 가게가 되었고, 예레반을 떠날 때 '더 이상 게미니 카페를 갈 수 없구나'라는 게 제일 아쉬웠어요.


카페에 앉아서 여행기록도 남기고, 노닥노닥 거리면서 론니플래닛을 뒤적거렸어요.

오늘은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소비에트 아르메니아 50주년 기념비와 아르메니아 어머니상을 구경하기로 했어요.



소비에트 아르메니아 50주년 기념비를 가기 위해서는 저 케스케이드 Cascade를 올라가야해요.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정말 거대한게 쳐다보기만해도 위압감이 느껴졌어요. 






케스케이드 아래는 마치 하나의 공원처럼 꾸며져 있었어요.

전세계의 조각가들이 만든 조각과 예술품들을 전시되어 있었고, 사람들을 마치 공원처럼 돌아다니거나 벤치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층층계단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당연히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가 있겠지' 했는데, 내부로 들어가는 문이 잠겨져 있었어요.

할 수 없이 계단 숫자를 세가면서 하나씩 올라갔어요.





등산할 때처럼 계단만으로 되어 있으면 정말 지루했겠지만, 중간중간 공중정원처럼 꾸며져 있었어요.

문이 있는 것을 보니 분명 내부에 통로가 있는 게 분명한데, 왜 잠겨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뒤돌아본 모습.

가까이서 볼 때보다 위에서 내려다보는게 훨씬 예쁜 듯했어요.







높이 올라갈수록 예레반의 경치를 멀리까지 볼 수 있었지만,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어요.

온 몸으로 이런 건축을 한 소비에트의 위대함이 느껴졌어요.

내려가고 싶기도 했지만, 이제까지 올라온게 너무 아쉬워서 악으로 깡으로 올라갔어요.



드디어 보인다!!!!!!



멀리 우리가 갔었던 Surp Grigor Lusavorich 교회와 예레반 오페라 극장이 보였어요.

캐스케이트의 윗부분은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라서 임시계단이 설치되어 있었어요.




드디어 소비에트 아르메니아 50주년 기념비 도착!!!!!

계단은 총 656개였고, 우리는 둘 다 만세를 불렀어요. 

꼭대기에 올라오니 멀리 아라랏산도 보였어요.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고, 다리가 후들거려 벤치에 앉았어요.

소비에트 아르메니아 50주년 기념비 정복 기념으로, 가방 속에서 베르니사즈 시장에서 샀던 아르메니아 브랜드 50ml짜리 미니어쳐 한 병을 꺼내어 나눠마셨어요.

50도짜리 술이라서 그런지 뱃속이 화끈거리고 알딸딸한 느낌이 들었지만, 술기운 때문인지 다리 아픈게 조금 가시는 느낌이 들었어요.


멍때리면서 벤치에 앉아있는데, 어느 남자 하나가 다가와서 영어로 말을 걸었어요.


"저기, 당신들 사진 찍어도 되나요?"


카프카스 여행을 다니면서도 같이 사진 찍자는 사람들은 꽤 만났지만, 우리를 모델로 찍고 싶다는 사람들은 처음이었어요.

뭐 따로 포즈를 취하거나 할 필요는 없고, 그냥 앉아있으면 된다고 하길래 그러라고 했어요.

카메라도 보급용 똑딱이 같은 건 아닌 듯 했고, 이리저리 사진 찍는 폼을 보니 보통실력은 아닌 듯 했어요.

몇 분 후, 그 사람은 다시 와서 고맙다고 인사를 건냈어요.

어디다 쓸지는 모르지만, 사진이 잘 나왔을지 아직도 궁금하네요.















소비에트 아르메니아 50주년 기념비에서 큰 길을 건너면 Ahtanak 공원이 있어요.

저 공원 안에 예레반의 상징이라는 '아르메니아 어머니상 Mother Armenia' 가 있다고 해요

횡단보도를 찾았지만, 안 보여서 차가 없을 때 살짝 무단횡단을 했어요.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비석.



아르메니아 어머니상.

어머니 동상이라고 해서 인자하고 자애로운 느낌이 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치 대규모 군대를 이끄는 장수와 같은 카리스마가 느껴졌어요.

들고 있는 칼로는 빠따를 때린다고 해고 전혀 이상할 거 같지 않았어요.



동상 앞에 있는 꺼지지 않는 불.



아르메니아 어머니상 빼고 공원은 상당히 넓은 편이었고, 언덕 위에 위치해있어서 예레반 시내 전체가 잘 내려다보였어요.

아르메니아 어머니상이 조금 더 인자하게 생겼더라면 모성애로 예레반을 돌본다는 느낌이 들었겠지만, 칼과 방패로 무장한 어머니는 왠지 시험감독관처럼 도시를 감시하는 듯 했어요.


공원을 걸으며 구경을 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어요.

케스케이드를 내려와서 공원 벤치에 앉아있는데, 아르메니아인 아주머니 둘이 웃는 얼굴로 영어를 쓰며 다가왔어요.

그 분들은 '여호와의 증인' 신자들.

여호와의 증인이 전세계적으로 세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교국가인 아르메니아에서 만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않았어요.

다행히 그 분들은 우리나라에서 기독교를 전도하는 사람들처럼 귀찮게 달라붙지는 않았어요.

팸플릿에 홈페이지 주소 같은 것을 하나 적어주고, 한국어로도 볼 수 있으니 관심 있으면 들어가보라고 하고 돌아가셨어요. 













Mesrop Mashtots 거리를 걷다가 저녁을 먹기 위해 괜찮아보이는 한 식당에 들어갔어요.

하지만 조금 어두컴컴한 게 밥집이라기보다는 비스트로 느낌에 가까웠어요.

메뉴는 영어로 되어 있었지만, 전부 필기체로 되어 있어서 읽기가 힘들었어요.

아는 아르메니아 음식이라고는 '라흐마조'와 '포가차' 뿐이라서 그걸 달라고 했어요.




포가차는 귬리에서 먹었던 것이 아니라 안에 고기 소가 들어있는 빵에 가까웠고, 라흐마조도 별로 맛이 없어서 아쉬웠어요.

저녁을 먹고 공화국 광장에 가서 분수쇼를 보고 난 후, 숙소로 돌아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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