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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1 카프카즈&터키[完]

[아르메니아] 26. 7/18 예레반

by 히티틀러 2014.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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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레반에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호스텔 근처 게미니 카페로 갔어요.

이미 우리의 얼굴을 알고 있는 종업원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었어요.



친구는 커피 한 잔을 시키고, 저는 맥주를 한 잔 시켰어요.

그리고 아이스크림 크레페는 함께 나눠먹었어요.

특별하게 솜씨가 뛰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시원한 그늘이 진 노천 카페에서 먹는 아이스크림과 맥주 한 잔은 정말 달콤했어요.

친구와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여행 기록도 적으면서 땀이 식혔어요.

벌써 여행을 시작한지 보름이 다 되어 가고 있었어요.

워낙 저질 체력이기도 했지만, 처음 겪어보는 40도가 넘는 더위와 여행 초반의 악재들로 인해 몸이 많이 지쳐있었어요.

그런 저를 위해 친구는 많이 돌아다니기 보다는 앉아서 쉴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배려해주었어요.


게미니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 다음, 우리는 며칠 전에 방문했던 헌책방을 다시 들려보기로 했어요.

길도 알고, 그닥 멀지도 않아 구경이나 할 겸 슬슬 걸어갔어요. 





예레반 시내에는 골목마다 음수대를 쉽게 발견할 수 있어요.

공화국 광장에도 몇 개나 있어서 한낮에 나가면 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여서 물을 마시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어요.

물론, 저도 보일 때마다 목을 축이고, 빈 페트병에 물을 채워가기도 했어요.

생수보다는 물맛이 떨어지지만, 공짜로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는 것만 해도 꽤 많은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어요.



"어서 와!"


책방 주인 아저씨도 외국인인 우리를 금방 알아보셨어요.

그 사이에 또 새 책이 들어온건지 지난 번에 보지 못했던 여러 가지 책들을 또 꺼내 보여주셨어요.

둘 다 워낙 책 욕심도 많은 데다가 예레반에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기약도 없어서 우리는 또 다시 책을 왕창 구입했어요.

지갑에 있는 돈을 탈탈 털어도 부족해서, 제가 은행에 가서 돈을 찾아오기로 했어요.

일단 밖으로 나가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은행을 물어봤어요.


"은행 어디있어요?"

"어떤 은행?"


아르메니아 은행 이름은 아는 게 하나도 없었어요.

'아무 거나' 라고 말하고 싶은데, 그 말도 어떻게 해야하는지 몰랐어요.

'방크' 만 외치고 있으니까 사람들이 알려주기는 하는데, 방향이 다 제각각 이었어요.

일단은 근처를 돌아다니다가 간신히 ATM 기기를 찾기는 했는데, 제가 가지고 있는 카드로는 인출이 되지 않았어요.

15-20분 가량을 돌아다니고 난 이후에야 겨우 돈을 인출해서 돌아올 수 있었어요.


"잠깐만, 이건 선물이야."



오늘도 매상을 한 몫 단단히 올려준 외국인들이 고마웠는지, 책방 주인 아저씨가 우리에게 선물이라면서 얇은 책 한 권씩을 건네주었어요.

보기에는 어린이용 책 같은데, 정확히 무슨 책인지도 모르고 일단은 고맙다고 하면서 받아왔어요.

책을 두기 위해서 다시 호스텔로 돌아왔는데, 마침 리셉션에 앉아있는 직원에게 물어봤어요.


"이거 아르메니아어 교과서예요."


직원도 '이런 걸 도대체 어디서 구해온거야' 하는 식으로 재미있게 보았어요.

'이건 이런 뜻이예요' 라고 영어로 간단하게 이야기해주기도 했어요.












어느덧 저녁무렵.

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으러 나왔어요.

전날 갔던 음식점이 별로였기 때문에 어디를 갈까 돌아다니다가 그닥 비싸 보이지도 않고 괜찮아보이는 곳에 들어갔어요.




Bistro OST 라는 식당이었는데, 아르메니아식 얇은 피자인 '라흐마조'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었어요.

라흐마조는 제가 여행을 떠나기 전에 알고 있던 유일한 아르메니아 음식이예요.

'미녀들의 수다' 라는 프로그램에서 터키 남자와 아르메니아 여자가 서로 자기 나라가 원조라면서 말다툼하는 장면이 방영된 것을 보았거든요.

실제 터키에도 '라흐마준'이라는 이름도 비슷한 똑같은 음식이 있어요.

어느 나라가 진짜 원조인지는 아직도 논란이 있어요.

오스만 제국 시대에는 큰 민족 구분 없이 함께 어울려 살았기 때문에 음식 문화도 많이 섞였거든요.

아르메니아와 터키 뿐만 아니라 그리스와도 비슷한 음식들에 대한 원조 논란이 아직까지 있어요.



공개된 주방에서는 라흐마조를 직접 반죽해서 화덕에서 바로 구웠어요.

친구는 일반 라흐마조를, 저는 치즈를 올린 라흐마조과 콜라 한 잔씩을 주문했어요.


제가 주문한 치즈 라흐마조.

화덕에서 갓 구워 나와서 손을 델 정도로 뜨거웠어요.

치즈가 줄줄 흘러내리는 라흐마조에 레몬즙을 짜서 뿌린 후, 돌돌 말아서 먹으니 그야말로 천상의 맛!

치즈가 올려져 있지 않은 친구의 라흐마조도 맛있었어요.

치즈 라흐마조는 씬 피자의 느낌이 나고 조금 느끼한 감이 있는데, 일반 라흐마조는 훨씬 담백했어요.

우리가 왔을 때는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점차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어요.

가족들까지 와서 라흐마조 하나씩 시켜놓고 먹는 것을 보니 이 근처에서는 나름 맛집인 듯 했어요.


만족스러운 저녁을 먹고 나서는 이제껏 걸어보지 않았던 거리들을 걸어보기로 했어요.






사람들도 없고, 특별한 것들도 없는 듯했어요.

해도 지기 시작해서 어두워지니, 호스텔로 다시 돌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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