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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1 카프카즈&터키[完]

[아르메니아&조지아] 28. 7/20 예레반 ~ 트빌리시

by 히티틀러 2014.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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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을 같이 쓰는 러시아처녀들이 전날밤에 클럽을 간다고 하더니 새벽에 들어와서 자고 있는데 불을 켜고 부시럭거리는 통에 잠을 설쳤어요.

호스텔 스텝에서 트빌리시 가는 버스가 아침일찍부터 있다고 하길래 6시 반쯤 일어나서 씻고 바로 체크아웃을 했어요.

메스로트 마쉬토츠 Mesrop Mashtots 거리에서 마슈르트카를 타고 예레반에 처음 내렸던 버스 터미널로 향했어요.

버스터미널을 간다고 해서 타긴 했는데 왠 이상한 시골길을 굽이굽이 들어갔다 나와서 좀 걱정했는데, 도착하자 다른 승객들이 알려줘서 무사히 내렸어요.




예레반 버스 터미널. 

아직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지 사람이 거의 없어서 휑하게 느껴졌어요.



한쪽 벽에 붙어있는 운행표.

예레반에서 트빌리시 가는 버스는 8시, 9시, 10시 반, 11시 반, 12시 반, 오후 1시반에 있었어요. (2011년 기준)

우리가 버스 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이 8시 5분, 간발의 차이로 버스를 놓쳤어요.

할 수 없이 9시 버스 표를 샀어요.

보통 아제르바이잔이나 그루지아에서는 운전수에게 직접 돈을 주고 표를 사는데, 이곳에서는 표를 파는 창구가 따로 있었어요.

가격은 한 사람당 6,500디람. (2011년 기준)



하릴 없이 한참을 기다리다가 우리가 타고 갈 버스가 왔어요.

번호판에서 알 수 있듯이 그루지아에서 온 버스예요.

표에는 좌석 번호가 없기 때문에 일단 빨리 차에 타서 두 자리를 차지한 뒤, 짐칸에 캐리어를 쑤셔 넣었어요.


그루지아에서 아르메니아 넘어올 때 아르메니아 버스를 탔다가 차가 엄청 흔들려서 고생했어요.

이번에 타는 버스는 그루지아차니까 그래도 좀 낫지 않을까... 라고 기대했는데 역시나였어요.

이 차도 어차피 낡아빠진데다가 기본적으로 도로 상태가 엉망이다보니 온몸에 힘을 바짝 주고 각을 잡고 않자 있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전날 밤에 잠을 설친 터라 잠깐 잠깐 졸았는데, 그러나 앞의자에 제대로 코를 박고 난 이후 결국 포기했어요.

정말 눈물이 찔끔날 정도로 세게 부딪친 터라 코가 안 부러진게 천만 다행이었어요.

이런 상황에서 친구는 정말 기술 좋게 잘 자고 있었어요.



한참을 털털거리고 가던 버스는 익숙한 장소에 멈춰섰어요.

그루지아에서 아르메니아를 올 때 들렀던 바로 그 휴게소였어요.

친구와 저는 남아있는 아르메니아 디람을 다 털기 위해서 간식을 하나 사기로 했어요.


"너희들 그루지아 라리나 다른 돈 없어?"


가게 주인아주머니는 난색을 표했어요.

거슬러줄 돈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남은 아르메니아 돈도, 그루지아 돈도 없었어요.

결국 아주머니는 배 그림이 그려져있는 유리병에 든 정체 불명의 음료수 한 병과 일회용컵 두 개를 거스름돈으로 대신하셨어요.

안그래도 덜컹거리고 좁아터진 버스에, 유리병이라서 깨질까봐 가방에 쑤셔넣지도 못하고  트빌리시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 곱게 모시고 다녀야했어요.


얼마 안 가서 아르메니아 국경 도착!

인쇄한 e-visa 종이와 함께 여권을 주니 간단하게 확인만 하고 출국 도장을 찍은 후 바로 여권을 돌려주었어요.

e-visa 는 돌려주지 않았어요.

여권에 각종 비자와 입출국 도장이 다닥다닥 남아있어서 그걸 보면서 여행을 추억하곤 하는데, 아르메니아 비자가 남지 않는다니 왠지 아쉬운 마음이 들었어요.

여하튼 출국 심사는 금방 끝났어요.


이제 문제의 그루지아 입국심사!

출국을 한다는데도 붙잡아두고 이것저것 까칠하게 굴었는데, 입국심사는 제발 무사히 통과하라고 빌었어요.

좀 살집이 있고 푸근하게 생긴 아저씨에게 심사를 받고 싶었는데, 하필 출국심사의 악몽이 생각나게 하는 금발 미녀 언니.


"그루지아에 무슨 목적으로 왔어요?"

"여행이요."

"얼마나 머물 거예요?"

"5일 있다가 한국으로 돌아갈 거예요."

"예전에 트빌리시 온 적 있어요?"

"비행기로 입국한 다음에 아제르바이잔 갔어요."


금발 미녀 언니는 우리에게 기다리라고 하더니 여권을 가지고 사무실에 가서 한참동안 나오지 않았어요.

돌아와서는 다시 질문 공세.

범죄를 저지르고 경찰서에 끌려와서 형사 앞에서 취조받는 기분이었어요.


"한국에는 어떻게 갈거예요?"

"비행기로요."


친구는 제 가방에서 비행기표를 꺼내서 보여주었어요.

금발 미녀 언니는 내역을 꼼꼼하게 읽어보더니 다시 비행기표를 들고 사무실에 갔어요.

한참 후에야 다시 돌아와서는 못 미덥다는 듯이 입국 도장을 찍어주었어요.

표정은 딱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네' 였어요.

입국 심사를 많이 받아봤지만, 보통 많이 물어봐야 여행 일정 정도 얘기하면 통과시켜주는데, 이렇게 비행기표까지 꺼내서 보여준 일은 처음이었어요.










국경을 통과하자마자 서둘러서 다시 버스를 탔어요.

우리 때문에 시간이 이미 많이 지체되어서 버스는 속도를 냈고, 몇 시간만에 트빌리시에 도착했어요.

오르타찰라 버스 터미널에서 내려서 가장 먼저 해야하는 건 '로버 호스텔 Rover' 찾아가기.




예레반에서 있을 때 로버 호스텔 광고 전단을 보고 그곳으로 갈 생각이었어요.

떠나기 전에 호스텔 측에 문의해보니 오르타찰라 버스터미널에서 1번이나 6번 버스를 타고, liberty square 로 오면 된다고 했어요.

터미널 앞 버스정거장에서 버스를 한참을 기다렸지만, 다른 번호의 버스만 몇 번 올 뿐 우리가 기다리는 버스는 오지 않았어요.

더군다나 론니플래닛을 뒤져봐도 freedom square 만 있을 뿐이었어요.

지나가는 아무 마슈르트카를 잡아서 물어봤지만, 의사 소통이 안 되다보니 알아듣지를 못했어요.

할 수 없이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하고, 마슈르트카에 탔어요.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에 데려다달라고 했더니, 이사니 Isani 역에 내려주었어요.

지하철을 타고 Tavisuplebis Moedani 역으로 갔는데, 알고 보니 그 곳이 freedom square 와 liberty square 두 개로 불리고 있었던 것.


골목을 돌아다니면서 호스텔을 찾아헤메는데, 제 캐리어 바퀴가 또 빠졌어요.

예레반에서 응급 처리를 했는데, 도로가 평탄하지 못하고 울퉁불퉁한 돌길이라서 다시 부서진 것.

친구와 교대로 짐을 들어가며 1시간 남짓을 헤맨 끝에 간신히 호스텔을 찾을 수 있었어요.


로버 호스텔은 가정집 하나를 개조해서 만든 20명 남짓이 잘 수 있는 호스텔이었어요.

아침을 주지 않고, 화장실 겸 샤워실이 하나 밖에 없다는 것이 단점이긴 하지만, 중심가인 루스타벨리와도 가깝고 주방과 세탁기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었어요.

주인 아주머니 및 스태프들도 영어를 매우 잘했고요.

특히 장기간 배낭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세탁이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데, 무료로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았어요.

예약을 하진 않았지만 다행히 빈 자리가 있어서 그루지아를 떠날 때까지 5일간 돈을 지불하고 짐을 풀었어요. 

(현재 Rover Hostel 는 Picnic Hostel 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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