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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1 카프카즈&터키[完]

[아제르바이잔] 06. 7/8 바쿠 (1) 호텔 찾기

by 히티틀러 2012.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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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바쿠구나....

뱃속에서부터 뭉글 올라오는 이 감격스러움!
그러나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느낀 것은 숨이 턱 막히는 더위.

그리고 중요한 사실은 바쿠에 도착했다고 끝이 아니라는 거였어요.
예약한 호텔까지 찾아가야하는데, 가는 방법도 정확히 몰랐어요.
여행을 떠나기 전 호텔 홈페이지를 찾아서 문의 메일을 보냈지만, 답장은... 

"버스가 오긴 오는데, 택시 타고 오는 게 나아요. 바쿠 도착해서 호텔에 연락하면 택시 기사에게 호텔 위치를 알려줄게요."

택시비 니네가 내줄래?

그 나라에 처음 와서 말도 모르고, 물가도 모르는 외국인은 택시 기사들에게는 봉이라는 건 개나 소나 아는 사실.
더군다나 바쿠는 세계적으로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동네예요.
역시 '쏘련'에 소속되었던 국가답게 서비스 마인드는 형편없었어요.
간신히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호텔 주소를 바탕으로 구글맵을 뒤져서 호텔이 지하철 '하타이 (Xətai)'역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일단 거기까지만 간 다음에 물어물어 호텔을 찾아갈 생각이었어요.

그러나 첫날 모든 일정이 어그러지면서 모든 것은 리셋.
지하철 역에 어떻게 가는지 물어보기 위해 제 캐리어를 M씨에게 맡기고
버스 터미널 안에 꽤 큰 상가가 형성되어 있었는데,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길을 잃었어요.

터미널 입구에는 조그만 간이 케밥 키오스크가 있었어요.

"일단 뭐라도 먹죠."

케밥을 하나씩과 콜라 500ml 페트 하나를 샀어요.
케밥은 1마나트 (약 1500원), 콜라는 40 케픽 (600원).

싸구나!!!!!!!!!!!!

바쿠 물가가 그렇게 비싸다기에 걱정했는데, 길거리 케밥과 음료만 먹고 지낸다면 큰 돈 쓰지 않고 버틸 수 있을 거 같다는 희망을 발견했어요.
그렇다고 케밥이 맛이 없는 것도 아니었어요.
일단 배를 열심히 채운 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길을 물었어요.

"지하철 역 어떻게 가요?"

우스갯 소리로 죽은 외국인보다 살아있는 외국인이 더 무섭대요, 영어로 말 걸까봐.
바쿠 사람들도 외국인이 말을 걸자 슬슬슬슬 피했어요.
젊은 남자 몇 명이 동양인이 신기한지 우리에게 모여들었어요.

"어떤 지하철 역이요?"
"가장 가까운 데요."

그들은 자기끼리 숙덕숙덕 하더니 '이르미 얀바르 (20 Yanvar)' 역이 가장 가깝다고 했어요.
116번 버스를 타면 바로 간다기에 버스를 탔어요.
날씨는 지옥의 불 구덩이, 버스에는 당연히 에어컨 없어.
M씨의 옷에는 땀이 말라붙어 생긴 허연 소금기가 잔뜩 묻어있었어요.

"가이드북 어디있어요?"
"아까 줬잖아요."
"언제 줬어요? 그쪽이 계속 가지고 있었잖아요."

헉!!!!! 아까 밥먹을 때 케밥 집 매대에 놓고 나왔구나.

"거기 두고 왔나봐요."

M씨가 마구 화를 냈어요.
안 그래도 더워서 불쾌지수 최상인 상태에 첫날부터 여행의 필수품인 가이드북을 잃어버린다면 이 여행은 그냥 종치는 거예요.
버스 기사 아저씨에게 사정을 이야기하자, 이 버스가 순환노선이라 다시 터미널로 돌아가니까 버스비 더 내지 말고 책을 찾아돈 뒤 다시 타고 가라고 했어요.
다행히 가이드북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어요.
아마 영어로 된 책이라서 볼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아무도 안 건드린 거 같았어요.
M씨는 버스 기사 아저씨께 감사의 표시로 콜라를 한 병 사다드렸어요.
버스비는 1사람당 20케픽(300원), 두 사람이면 어차피 콜라 한 병이랑 가격이 똑같아요. 

다시 '이르미 얀바르'역까지 버스를 타고 돌아와서 지하철을 타려고 했어요.
이미 시간은 4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어요.
오늘은 금요일.
저와 M씨는 가는 나라마다 반드시 우체국과 서점을 들려서 사전과 그 도시의 엽서를 사요.
내일은 주말이라 서점이 열지 안 열지 모르니 오늘 반드시 가야했어요.
마음은 급한데 시간은 없고, 캐리어는 무겁고..
그 사람 많은 지하철 역 계단에서 미끄러졌는데도 정신이 없어서 아픈 줄도 몰랐어요.

전철을 타려고 하는데 표를 파는 곳은 없고 다들 교통카드를 사용하고 있었어요.
입구를 지키던 경비원에게 물어보니 창구에 가라는데, 창구에 앉아계신 아주머니는 러시아어밖에 못했어요.
한참을 있다 알아낸 사실은 전철을 타기 위해서는 무조건 교통 카드를 구입하고, 충전을 해서 써야한다는 사실이었어요.
카드 하나를 가지고 둘이 쓸 수 있다기에 1마나트의 보증금과 2마나트 충전, 3마나트를 주고 교통카드를 샀어요.
지하철은 거리 상관없이 무조건 15케픽 (250원)
교통비 하나는 저렴해서 좋았어요.

겨우겨우 '하타이'역까지 왔지만, 이제 또 호텔 찾아가는 것이 큰 일.
우리가 머물 호텔은 갤러리 호텔.

"갤러리 호텔은 어떻게 가나요?"

그러나 사람들은 모두 '그런 호텔이 있었어?' 하는 반응.
여행을 떠나기 전, 호텔 주소와 전화 번호를 보여주자 한 청년이 자신이 데려다주겠다며 따라오라고 했어요.
그 분은 호텔에 적혀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위치를 확인한 후 호텔 앞까지 우리를 데려다주었어요.
우리는 고마운 마음에 한국에서 가져온 한복입은 토끼 인형 핸드폰 고리를 선물로 드렸어요.
그 분은 자기 딸에게 가져다주면 좋아하겠다며 고마워하셨어요.
애까지 있을 나이로는 안 보였는데요.
뭐... 그렇다고 아쉽지는 않았어요.


호텔은 생각보다는 규모가 있는 곳인 것 같았어요.
그러나 충격적인 사실은 리셉션 한 사람을 빼고는 영어를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
현지어를 조금 할 줄 안다는 사실이 다행이었어요.

방에 들어가서 간단히 짐을 정리하고, 얼굴과 손발을 닦은 뒤 바로 나왔어요.
생각 같아서는 샤워를 한 뒤 푹 쉬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가 별로 없었어요.
더군다나 가이드북을 터미널에 두고오는 사람에 많은 시간을 허비했어요.

"바쿠에서 가장 큰 서점은 어떻게 가요?"
"파크 불바르(Park Bulvar)나 시내로 가면 아직까지 문을 연 서점이 있을 거예요."

시내를 가는 방법은 전철과 택시가 있다고 했는데, 시간상 택시를 타고 가기로 했어요.
택시는 리셉션에서 불러주었어요.
택시 기사는 현지어를 알아듣기는 했지만, 말은 러시아어 밖에 못했어요.
우리가 알고 있는 몇 개의 러시아어 단어로 아저씨의 이야기를 대강이나마 추측할 수 있었어요.
바쿠 터미널에서부터 정말 찌는 듯한 더위에 시달렸는데, 그날 기온이 41도였대요.

그리고 우리는 바쿠 시내에 도착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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