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렇듯이, 갑자기 떠나게 된 여행이었다
여행국가는 인도네시아, 태국, 그리고 라오스, 약 1달 간의 여행이다.
언젠가 한 번쯤 가봐야지.. 라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떠나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떠나기 며칠 전에야 급하게 비행기표를 사고, 가이드북과 여행회화책을 샀다.
출국 비행기는 5월 31일 오전 10시 15분, 호치민행 베트남 항공.
수속을 하려면 적어도 출발 3시간 전에 도착해야할텐데, 그러려면 새벽같이 일어나서 출발해야한다.
결국 같이 여행을 가기로 한 친구와 전날 밤에 미리 인천공항에 가서 노숙을 하기로 했다.
공항철도 막차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런 곳도 있었나?
지하철을 타고 인천공항에 온 것은 처음이었다.
마치 인천공항에 처음 온 사람처럼 어리둥절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불도 꺼져있고 사람도 없으니 꽤나 으스스하다.
이전에 들었던 인천공항 괴담이 생각나면서 으슥한 곳에서 귀신이라도 한 마리 튀어나올 거 같다.
애써 머리 속에 드는 온갖 생각을 무시하면서 발길을 재촉했다.
한참을 걸어가니 드디어 눈에 익숙한 풍경들이 나타났다.
빈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주변을 보니 인천공항에서 노숙을 하는 사람이 예상보다 많았다.
곳곳에 콘센트와 usb 를 꽂을 수 있는 곳들이 있었다.
나도 그 근처에 앉아 핸드폰과 카메라를 충전했다.
밤늦은 시간에 비행기를 타고 출국해본 적이 있으나, 인천공항에서 노숙하는 것은 처음이다.
심심하다. 마땅히 할 일이 없다.
여행가이드북을 뒤적여보기도 하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려보기도 했으나 금방 질려버렸다.
맘편히 잠을 잘 수도 없는데, 잠이 몰려온다.
약 먹은 병아리처럼 꾸벅꾸벅 졸면서 시간을 보냈다.
빨리 아침이 오기를 바랬다.
친구가 사다준 커피를 마셔봤지만, 그래도 잠이 깨지 않았다.
결국 친구에게 짐 좀 맡아달라고 부탁을 한 후 새벽 2시 넘어서 잠깐 눈을 붙였다.
딱딱하고 불편한 의자 위에서의 쪽잠이었지만, 그래도 1시간 가량 자고 나니 몸이 좀 개운했다.
드디어 아침이다!
5시 반 즈음부터 사람이 늘더니 오전 6시가 되니까 바글바글해졌다.
환전소나 로밍센터, 여행자보험 사무소 등도 문을 열고, 제법 공항 분위기가 난다.
출국게이트도 난리다.
그런데 여기가 인천공항인지 아니면 베이징 공항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이다.
한국어는 간혹 가다 한 두 마디 들리는 정도인데, 중국어는 동서남북 천지사방에서 들려온다.
베트남 항공의 수속은 오전 7시 5분부터 시작하는데, 10시 05분에 출발하는 호치민행 비행기와 10시 15분에 출발하는 하노이행 비행기 수속을 같은 게이트에서 처리한다.
시간이 애매해서 아침을 먹고올까 하다가 그냥 일찍 줄을 서서 기다렸는데,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베트남 항공은 결혼이민자나 노동자들에게 수화물을 40kg까지 주기 때문에 짐이 몇 박스씩 되는게 보통이다.
그 짐을 다 부치고도 오버차지가 나올경우 계산까지 하다보면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릴 수 밖에 없다.
나는 다행히 앞쪽이라서 오래 기다리지 않고 금방 수속처리를 마쳤다.
아침식사 겸 마지막 만찬으로 버거킹에서 햄버거를 먹었다.
햄버거를 좋아해서 1주일에 기본 2-3번씩 먹는 나인데도 제대로 못 자서 그런지 입맛이 영 모래알처럼 깔깔하다. 콜라와 함께 겨우 넘겼다.
출국 수속도 일찍 마쳐서 면세점을 구경했다.
다른 사람들 보면 면세점에서 이것저것 쇼핑하곤 하던데, 가끔 대기 시간이 길면 간단한 간식 한 두 개 사먹어 본 적 빼고는 면세점에서 물건을 사 본 적이 없다.
쇼핑은 역시 아는 사람만 하는 거 같다.
담배 가격 상승의 여파로 면세점 내 담배코너는 문전성시다.
계산대 앞에도 계산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늘어서있다.
아, 떠나는구나.
비행기를 보니 실감이 났다.
몸은 졸립고 피곤한 상태라도 여행을 떠난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항공권에는 9시 25분까지 탑승 게이트로 가야한다고 해서 서둘렀는데, 체크인을 안한다.
10시 15분에 출발하는 비행기인데, 10시가 되어서야 꾸물꾸물 탑승을 시작했다.
하필 앉은 자리가 날개 바로 옆자리다.
소음이 좀 있긴 하지만, 프로펠러 달린 비행기도 타본 마당에 이 정도는 그래도 견딜만한 수준이었다.
다만, 날개 때문에 창 밖의 풍경이 가려지는 게 좀 아쉬웠을 뿐.
오전 11시, 드디어 비행기가 이륙했다.
먼저 간단한 간식으로 '스모크 드라이 아몬드' 라는 견과류가 나왔다.
그런데 어찌나 짠지...
몇 개를 억지로 먹다가 결국에는 그냥 포기했다.
이후에는 식전 음료를 서빙하길래 맥주를 주문했는데, '할리다 Halida' 라는 베트남 맥주를 받았다.
기내에는 베트남 맥주를 몇 종류 구비하고 있는 거 같은데, 특정한 브랜드의 맥주를 달라고 요구하지 않는한 승무원이 랜덤으로 주는 듯 하다.
다행히 할리다 맥주는 베트남에서 못 먹어본 맥주라서 맛있게 마셨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기내식!
생선 튀김과 비빔밥 중 생선 튀김을 골랐다.
여행할 때 생선 메뉴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보니 왠만하면 먹지 않는데, 그렇다고 비빔밥을 먹고 싶지는 않아서 할 수 없이 선택했다.
그런데 예상보다 맛이 꽤 괜찮았다.
비린내도 안 나고, 소스도 짭조름하니 생선 탕수 같은 느낌이라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식후에 커피도 한 잔 마셨어요.
배도 부르고, 단조로운 창 밖의 풍경을 보다보니 어느새 졸음이 조금씩 몰려온다.
아침 비행기라 승객들이 전부 잠을 설쳤는지 대낮인데도 비행기 안은 숙면 모드다.
나도 피곤했지만, 이동하면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탓에 10-20분 잠시 눈만 붙였다.
비행시간이 그다지 길지 앉아서 슬슬 도시가 보이기 시작했다.
메콩강으로 추정되는 강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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