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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2 우즈베키스탄

[우즈베키스탄] 5/5~6 카슈카다리오 여행 1. 타슈켄트~사마르칸트~카르쉬

by 히티틀러 2012.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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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에 온지 3개월.

그러나 그동안 타슈켄트만 돌아다녔을 뿐, 다른 도시를 가본 적은 없어요.

처음에는 날씨도 춥고, 여기 생활에 적응하느라 바빠서, 날이 따뜻해진 이후에는 비자와 거주지 등록 연장 문제 때문에 여행을 떠날 수가 없었어요.

지난 금요일, 비자 연장과 거주지 등록이 드디어 끝났어요.


"앗싸!!!!!! 놀러가자!!!!!!!"


친구와 함께 다른 도시로 놀러가기로 했어요.

목적지는 안디잔.


타슈켄트에서는 버스 또는 장거리 택시를 탈 수 있는 곳이 3군데 있어요.

1. 올마조르 : 시외버스터미널이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버스는 오전 중에 다 끊겨요. 버스보다는 주로 장거리 택시가 모여있는 곳이에요. 

2. 이포드롬 : 올마조르보다 규모가 더 큰 시외버스 터미널이 있어요. 동부쪽으로 가는 버스를 제외하고는 이곳에 시외버스가 다 모여요. 물론 장거리 택시도 있어요. 

3. 쿠일룩 : 안디잔, 나망간, 페르가나 등 동부지역으로 가는 버스와 택시는 이 곳에서 출발해요.


하지만 출발하기 전에는 쿠일룩으로 가야한다는 사실을 몰랐어요.

이포드롬에 안디잔행 버스가 없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은 이포드롬으로 가는 택시기사.


"안디잔으로 여행간다고요? 안디잔행 버스는 쿠일룩에 있어요. 거기로 갈까요?"

친구와 그 자리에서 여행지를 테르미즈로 바꾸었어요.
사실 안디잔은 중요하지 않아요. 어디로든 다른 도시로 간다는 사실이 중요했어요.
테르미즈는 우즈베키스탄 최남단에 있는 도시이자 가장 덥다는 도시.
더 더워지기 전에 다녀오자는 생각이었어요.
이포드롬에 도착하자 택시기사 아저씨가 잠깐만 있어보라면서 열심히 장거리 택시와 버스를 알아봐 주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멀어!!!!!!!

버스로는 12시간, 그나마도 다음날 아침에 출발한다고 했어요.
장거리 택시는 8시간 걸린다고 했지만, 한 사람당 160,000숨.
그만한 돈도 없을 뿐더러, 늦어도 일요일까지는 타슈켄트에 도착해야하는데 테르미즈는 너무 멀었어요.

이왕 짐싸서 나온 거 어디로든가 가기는 가야하는데, 어디로 가는게 좋은지는 모르겠고....
벤치에 앉아서 어디로 갈까 고민하고 있는데, 외국인을 낚은 택시기사들은 미친 듯이 달라붙었어요.

"테르미즈 가요!"
"사마르칸트 가요!"
"카르쉬 가요!"

카르쉬를 가자고 한 운전기사가 이런 제안을 했어요.

"가다가 사마르칸트 들려서  관광할 수 있어요. 사마르칸트 레기스탄 광장 보고 카르쉬까지 데려다 줄게요."

론니플래닛에는 안 나오지만, 카르쉬 Qarshi 는 카슈카다리오 Qashqadaryo 주의 중심 도시예요.
뭐가 있는지는 전혀 모르지만, 뉴스에서 일기 예보할 때는 꼭 나오는 도시라서 이름은 들어 잘 알고 있었어요.
4시간이면 간다고 하는데다가 중간에 사마르칸트까지 들려서 볼 수 있다고 하니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카르쉬가 되어 버렸어요.

비싼 돈을 준만큼 차는 비닐도 제대로 안 뗀 새 차였어요. 
가스가 아닌 휘발유 차라서 좋다고 그렇게 자랑을 하더니 확실히 밟으면 쭉쭉 잘 나갔어요.
카프카스 여행 때에도 마찬가지 였지만, 우즈베키스탄에서도 운전을 엄청 거칠게 해요.
타슈켄트 시내에서도 추월에 꼬리 물기는 기본이고, 불법 유턴에 도로 중간에서 후진하고 난리도 아닌데, 외곽으로 나오니까 더 심해요.
길도 넓고 상태도 좋으니, 한 손에는 담배를 물고 혹은 핸드폰으로 연신 통화를 하면서 시속 100~130km를 쭉쭉 밟아요.
한국에서 아버지가 운전을 좀 급하게 하는 편이라 어떤 사람이 농담 삼어 'best driver'가 아니라 'fast driver'라고 했는데, 이 나라에서는 정말 교통 규칙 잘 지키고 너무 안전운전해서 욕먹을 수준이예요.

운전기사 아저씨는 한국에서 손님이 왔다면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전화하고 아주 난리가 났어요.
자기가 아는 형님 한 분이 한국에서 몇 년간 일했다면서 전화 걸어서 통화를 시켜주기도 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좋은 편이에요.
고려인들도 그닥 평판이 나쁜 민족이 아닌데다가 우즈베키스탄에 한국 기업들도 많이 진출해있고 한국에서 일하는 우즈벡인도 많다보니 이런 저런 이유로 한국과 관련되어있는 사람이 많아요.
공중파 방송에서도 한국 드라마를 몇개씩 수입해서 방영하고 인기도 좋은 편이며, 양국이 정서가 유사하다보니 더 친밀감을 느끼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해요.


한국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지평선도 보고...


기찻길도 보았어요.
아마 사마르칸트까지 기차를 타고 갔다면 저 위를 지나가고 있었을 거예요.
이 때까지는 굴곡이 없는 평지라서 그런지 도로 상태가 상당히 괜찮았어요.
가로등이 없다는 사실만 빼면 우리나라 도로하고 큰 차이가 없을 정도였어요.


평지가 계속 되더가 지자흐 Jizzax 주를 지나가면서부터 슬슬 산지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그와 더불어서 도로 상태도 나빠져가기 시작했어요.
비포장길까지는 아니지만, 이리저리 파이고 울퉁불퉁.

저런 산길을 넘어야 사마르칸트 주에 도착해요.
처음에는 길이 괜찮고 평지이다보니까 운전 속도가 빨랐는데, 점차 길이 안 좋아지면서 속도가 확 줄어들었어요.

저녁 7시반 무렵에 사마르칸트 시에 도착했어요.
원래 기차든 택시든 3-4시간은 걸린다고 하니 제 때 도착한 셈이에요.
날이 좀 밝았으면 유명한 장소들을 안까지 들어가보진 못하더라도 잘 볼 수 있었을텐데, 타슈켄트에서 출발을 너무 늦게 하는 바람에 해가 이미 저버렸어요. 

아저씨는 사마르칸트 시내를 차로 한바퀴 휙 돌면서 비비 하늠 모스크라던가 아미르 테무르 동상, 대통령의 다차(별장)을 보여주고 약속대로 레기스탄 광장 바로 앞에 주차를 해주었어요.

"가서 보고 와요. 아마 시간이 늦어서 안에는 들어갈 수 없을 거예요."


그 유명한 레기스탄 광장이예요.
늦은 시간이었지만, 관광객들도 많고 현지인들도 많았어요.
확실히 유명한 관광지라서 그런지 조명 시설도 잘 되어있고, 주변이 예쁘게 잘 꾸며져있었어요.
그래서 현지인들도 해가 지고나면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나와 아이스크림이나 하나씩 사먹으며 쉼터 비슷하게 이용하는 듯 했어요.


바닥도 예쁘게 꾸며져 있었어요.


사진 몇 장 찍고 나니 벌써 달이 떴네요.

사마르칸트 야경이 예쁘다고 하니 생각 같아서는 좀 돌아다니면서 야경을 보고 싶었지만, 빨리 차로 돌아갔어요.
우리의 원래 목적지는 카르쉬.
가자마자 숙소를 찾아야하는데 정보는 아무 것도 없으니 되도록 빨리 도착해야 했어요.

택시기사 아저씨는 어떤 아저씨와 한참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 우리가 가자고 하니, 이야기하던 아저씨와 뜨거운 악수를 하고 헤어졌어요.

"저 사람 경찰이에요. 강력반 형사."

원래는 그 곳은 주차를 하면 안되는 곳인가봐요.
그런데 마땅히 주차할 곳은 없고, 어차피 잠깐 있다가 갈 거니까 일하고 있던 사복 경찰하고 이야기나 하고 있으면서 주차 시간을 번 것이었어요.
현지인의 위대함을 느꼈어요.


카르쉬는 사마르칸트에서 2시간 정도 걸려요.
밖은 이미 깜깜해서 볼 게 아무 것도 없다보니까 배고픔과 피곤함이 몰려왔어요.

"배 안 고파요? 밥 먹을래요?"

카르쉬에 거의 도착하자 운전기사가 물었어요.

"먹어요!!!"

12시에 점심을 먹은 이후 저녁10시까지 아무 것도 못 먹었어요.
끼니야 여행 다니고 하면 제대로 못 챙겨먹을 수 있지만, 물도 챙겨놓고 집에다가 두고오는 바람에 거의 10시간 가까이 금식 상태였어요.
그대로 병원가서 검진 받아도 될 정도. 

다행히 카르쉬에 오니 늦은 시간까지 영업을 하는 가게들이 몇 있었어요.
나름 사람도 있어서 '저기로 가는 건가?' 싶은데 그런 곳들은 다 지나치다가 갑자기 어느 초이호나(choyxona) 앞에서 차를 세웠어요.

'여기서 밥을 먹자는 건가?'

초이호나에서는 차와 함께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지만, 남성들의 공간이에요.
여자들은 일반적으로 출입할 수 없는 장소라 머뭇거려졌어요.

"차에 기름이 떨어졌어요. 저 차로 옮겨타요."

으잉?
계속 누군가에게 뻔질나게 전화를 해대더니 근처 어디로 차 가지고 데리러오라는 이야기였구나!

아저씨는 자기 차는 그 초이호나 앞에다가 그대로 세워놓고, 친구차에 우리를 태운 뒤 자기도 앞자리에 탔어요.
친구는 열심히 운전 중.
이해는 가지만 참 황당했어요.
오다가 주유소 엄청 많이 봤는데, 그런데에서는 기름 안 넣고 다 뭐했을까요...?

택시기사 아저씨 친구는 일단 우리를 시내의 한 호텔로 데려다주었어요.
뜨거운 물도 그럭저럭 잘 나오는 것 같고, 시설도 깨끗한 편이고, 어차피 오래 머물 것도 아니라서 바로 ok 했어요.
저와 친구는 타슈켄트로 거주지 등록이 되어 있기 때문에 호텔에서 따로 거주지 등록을 할 필요가 없어요.
리셉션에게 여권을 주고, 숙박계를 쓴 후 밥을 먹기 위해서 나왔어요.

도착한 곳은 어느 초이호나.
원래는 들어가면 안 된다지만, 그거 가릴 때도 아니고 현지인이 들어가라는데 뭐 어때요.
아마 그 시간까지 문을 연 곳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았어요.
메뉴판을 보니 어차피 아는 우즈벡 요리가 몇 개 없는 데다가, 처음 보는 음식 이름들이 많아서 뭘 시켜야하나 고민되었어요.

"이거 먹어요."


아저씨와 아저씨 친구가 이거 좋다고, 맛있다고 둘 다 이구동성으로 가리켰어요.

일전에 카슈카다리오, 수르혼다리오 지역은 유목이 발달한 지역이라서 구운 고기 요리가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현지인들이 반드시 이걸 먹으라고 강추하는 걸 보면 이 지역에서 혹은 이 가게에서 유명하기 때문이겠죠.

더군다나 둘 다 그 도시 사는 사람인데요.

주문을 하러 종업원을 불렀지만, 아쉽게도 이미 4시 반에 다 떨어졌대요.

워낙 늦은 시간에 온 데에다가 거의 문닫을 때라서 음식이 서너가지 밖에 없다고 했어요.

샐러드 2개와 차 한 주전자, '타바카 tabaka' 라는 요리를 시켰어요.

타바카는 우리나라의 전기구이 통닭과 비슷한 요리였어요.

허겁지겁 밥을 먹고, 계산서를 받았는데...


닭 한마리가 13,600숨인데, 샐러드 한 접시가 8,000숨이야!!!!!!

게다가 타슈켄트에서는 최고 1,000숨하는 차 한 주전자가 여기는 300숨 밖에 안 해!!!!!!


차를 마시면서 아저씨는 한 가지 제안을 했어요.


"일요일까지 타슈켄트 돌아가야 한다면서요? 

내일 내가 이 도시 관광하고, 100km 정도 가면 샤흐리사브즈 라는 도시가 있는데 거기도 구경하고, 산에 올라가서 밥 먹고, 타슈켄트까지 데려다줄게요. 어때요?"


여행을 적게 한 편은 아니지만, 이전에는 무조건 배낭여행만 다녔어요.

주로 다닌 나라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안 가는 나라들이라서 말도 안 통하고 정보도 부족해서 고생한 적이 많아요.

당장 어디서 자고, 어디서 무얼 먹고 등등을 다 결정해야하는데, 그런 것 하나하나가 다 고민과 찍기의 연속.

성공한 적도 많지만, 실패한 적도 많아요.

하지만 현지인이 있으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어요.

일단 서로 어느 정도 말도 통하고 하니까 현지인이 다 알아서 이야기하고 일처리도 다 해줘요.

돈은 좀 들지만, 훨씬 빠르고 편하게 관광에만 집중할 수 있고, 타슈켄트까지 데려다 준다니 돌아가는 것도 큰 문제가 없어요.

게다가 샤흐리사브즈 라는 도시는 예전에 한 번 가려고 했다가 사정이 생겨서 못 갔던 곳이기도 했고요.


적당히 흥정을 해서 가기로 하고, 다음날 아침 8시 반에 호텔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숙소로 돌아갔어요.

그렇게 여행 첫날이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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