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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5 호치민&인니 [完]

[베트남] 02. 5/31 호치민 벤탄시장

by 히티틀러 2015.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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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 탄손누트 공항은 좁고 번잡스러웠다.

베트남 호치민은 경유 도시이긴 하지만, 자카르타로 향하는 비행기는 다음날 오전이라서 수하물도 찾고, 수속도 다시 받아야했다.


"비행기 티켓!"


반 년만에 다시 베트남은 찾은 내가 의심스러웠던 건지 출입국 관리소 직원은 지난 번에는 하지 않았던 비행기 티켓을 요구했다.

다음날 오전에 인도네시아로 떠나는 비행기 티켓 영수증을 보여주자 바로 도장을 찍어주었다.

공하에서 30달러만 환전을 하고 짐을 찾아 입국장으로 나왔다.



공항 밖으로 나오자마자 더위와 습기가 몸을 덮쳤다.

스콜이라도 왔던 것인지 도로는 젖어있었고, 숨을 쉴 때마다 가습기 앞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는 느낌마저 들었다. 

남국의 여름을 몇 분만에 실감할 수 있었다.



택시기사들의 손짓을 무시하고, 152번 버스를 타러갔다.

152번 버스는 호치민 탄손누트 국제공항부터 벤탄시장까지 운행한다는 사실을 여행 전 미리 알아두었다.  

사람들에게 버스 타는 곳을 물어보니 다들 친절하게 알려주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낑낑대며 캐리어를 들고 버스에 타니 버스기사가 베트남어로 마구 이야기를 한다.

도저히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어 계속 어리둥절해하고 있으니 베트남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또 웅성웅성한다.

그 중 대학생 즈음으로 보이는 한 아가씨가 어설픈 영어로 설명해주었다.


"버스표는 5000동이예요. 그리고 짐 있어서 2장 사야한대요."



그녀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표를 사고 자리에 앉았다.

캐리어를 놓을 공간이 마땅히 없어서 한 자리에는 캐리어를 억지로 끼워넣고, 그 옆에 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가 출발했다.

계속 사람들이 타서 안 그래도 좁은 버스 안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

표를 샀다지만 짐으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에게 불만이 있을 법도 한데, 베트남 사람들은 어떤 내색이나 눈치도 주지 않았다.

표를 샀다지만 왠지 그들에게 미안해졌다.





호치민의 풍경은 하노이와 묘하게 비슷하기도 하고, 또 달라보이기도 했다.

오토바이가 많은 건 호치민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롯데마트나 뚜레주르 등 익숙한 브랜드나 한국어로 된 간판도 종종 눈에 띄어서 반가웠다.



30분 정도 걸려 벤탄 시장 버스 정거장 도착했다.

마땅히 안내 방송도 없고, 어디서 내려야하나 계속 밖만 두리번거렸는데, 알고보니 종점이었다.

다시 탄손누트 공항에 갈 때도 여기서 버스를 타면 된다고 했다.




공산주의 색채가 물씬 나는 포스터들과 호치민 주석의 모습이 내가 베트남에 있다는 사실을 실감나게 했다.



예약해두었던 숙소인 '안다오 게스트하우스 Ahn Dao Guesthouse' 가 있는 데탐거리를 찾았다.

버스에서 내렸던 곳에서 그닥 멀지 않아서 가이드북의 지도를 따라 가니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대체 숙소는 어디있는 거야!!!"



숙소의 주소나 지도상 위치를 보면 분명 이 근처에 있어야하는데, 데탐거리를 끝까지 걸어도 숙소는 보이지 않았다.

안그래도 습하고 더운 날씨에 불쾌지수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상황에 숙소까지 안 보이니 짜증이 머리꼭대기까지 올라왔다.

혹시나 해서 사람들에게 물어봤지만 길을 잘못 찾아온 것도 아니었다.

간판에 쓰여진 주소 번지수를 하나하나 따라가며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서야 숙소를 찾을 수 있었다.

나중에 찾고보니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숙소여서 1층이 통째로 여행사였고, 숙소 이름은 보일듯 말듯 작은 간판 하나가 전부였다.

찾고나서도 긴가민가해서 안에 들어가서 여기가 맞나 싶어서 물어볼 정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일단 숙박비를 계산하고, 주변에 전시된 여행정보들을 두리번 거리는데 공항까지 픽업서비스가 있다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혹시 내일 공항까지 픽업 서비스 이용할 수 있나요?"

"네, 있어요. 8달러예요."


환전을 얼마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새벽에 출발해야하고, 남은 돈으로 반나절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픽업 서비스도 신청했다.

직원에게 내일 아침 6시에 택시를 불러달라고 하고 방으로 올라갔다.



안다오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방에 들어가자마자 에어컨을 켜고, 냉장고에 있던 찬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아, 드디어 살겠다."


덥고 습한 날씨에 둘 다 이미 녹초가 되어있었다.

온몸은 땀이 범벅이 되어 옷이 살에 쩍쩍 달라붙었고, 강한 햇볕에 눈 앞이 어질어질했다.

마음 같아서는 시원한 방에서 실컷 늘어져서 잠이나 자고 싶은 생각이었지만, 오늘 나가지 않으면 몇 시간이나마 호치민을 볼 시간이 없어서 나가야만 했다.

일단 샤워를 하고 잠시 쉰 후, 다시 나갈 준비를 했다.


'이건 더 이상 못 입겠다.'


나는 한여름에도 늘 긴바지를 입고 다닌다.

남들이 보면 덥고 답답해보일지 모르지만, 이젠 습관이 되어서 별로 더운 줄도 모르고 잘 지낸다.

이제껏 여행한 나라들 중에서는 여자에 대한 복장이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들이 많아서

이번 여행에서도 당연히 긴 청바지를 입고 왔는데,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땀 때문에 다리에 쫙 달라붙어서 불편하기도 하거니와 정말 더워서 죽을 거 같았다.

할 수 없이 잠잘 때 입으려고 챙겨왔던 종아리 길이의 월남치마를 꺼내입었다.

홈웨어를 입고 밖에 돌아다니려니 부끄러웠지만, 더위 앞에는 장사가 없었다.



벤탄 시장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벤탄시장 Cho Ben Thanh.

호치민 시를 대표하는 재래시장으로, 1912년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 문을 열어 100년이 넘은 오래된 시장이라고 한다.






시장 내에는 의류부터 기념품, 화장품, 먹거리까지, 관광객부터 현지인들에게 필요한 물건까지 없는 게 없었다.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색채들과 북적거리는 사람들은 보는 것만으로 즐겁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고통스러웠다.

너무 아기자기하고 예쁜 물건이 많았다.

여행에서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돈을 아끼는 일이다.

마구 낭비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기껏 여행까지 와서 몇 푼 아끼자고 궁상을 떨고 싶지는 않았다.

어차피 먹고 놀고 즐기고 돈쓰러 오는게 여행아닌가.

베트남이 여행지 중 하나였다면 정말 눈이 뒤집혀서 기념품을 양손 그득히 샀겠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그냥 거쳐가는 곳.

정말 눈물을 머금고 지나쳐야했다.




그 중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바로 과일이었다.

한국에서는 너무 비싸서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지난 겨울 베트남 여행을 했을 때에는 철이 아니라서 제대로 맛도 못 보고 한국으로 돌아와야했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먹고 싶은 걸 못 먹고 지나쳐야한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게까지 느껴졌다.

수 많은 과일 코너를 지나치면서 '더 늦기 전에 10달러라도 환전을 할까'를 정말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짧아 하진 않았지만.



벤탄 시장 건물 밖에도 꽤 넓게 시장과 노점이 형성되어 있다.

밖에도 과일 파는 상인들이 꽤 많았는데, 바로 먹을 수 있도록 손질 및 포장까지 깔끔하게 해서 팔고 있었다.

슬쩍 가격도 물어봤지만, 예상보다 비쌌다.



"저거 옷 디자인 좀 봐!"


왼쪽 맨 아래에 진열된 iPho 라는 티셔츠를 보고서 둘이서 깔깔대고 웃었다.

iPhone 대신에 베트남 쌀국수를 의미하는 pho 를 대신 넣은 아이디어가 참 재미있었다.

특히 친구는 돈만 있었으면 저 티셔츠를 무조건 샀을거라면서 아쉬워했다.


시장 구경을 대강 마치고, 음료수를 사기 위해 근처 편의점에 들렸다.


"우리 간단하게 간식이라도 좀 사먹을까?"



겨울철 편의점에서 호빵을 파는 것과 비슷하게 베트남에서도 찐빵 비슷한 것을 팔고 있었다.

궁금해서 하나 달라고 했더니 종업원이 집게로 온장고에서 꺼내서 종이 상자에 하나 담아주었다.



'반 바오 Banh bao' 라는 일종의 만두빵으로, 베트남의 대표적인 길거리 간식이라고 한다.

반을 갈라보니 고기와 메추리알, 야채가 약간 들어가 있어서 정말 왕만두 같은 느낌이다.

속도 꽉 차고 크기도 커서 하나만 먹어도 든든한 느낌이다.



뭔가 새로워서 골랐는데, 역시나 맛도 새롭다.

덥고 목말라서 마시긴 했지만, 다시는 사고 싶지 않는 맛이었다.

약간의 허기와 갈증을 채우고 다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호치민 시 박물관과 통일궁도 시간이 늦어 이미 문을 닫을 상태였다.

호치민 시내에 도착한 시간이 이미 오후 4시에 가까웠을 때이니 뭘 볼 수 있을 거라고 큰 기대는 안 했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웠다.



다이아몬드 플라즈 즈음에 도착했을 때는 어느새 어둠이 내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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