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우즈베키스탄2012.05.22 01:27
 


카르쉬에서 두 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샤흐리사브즈 Shakhrisabz.

론내플래닛에 따르면 아미르 테무르의 고향이라고 나와있어요.

우리나라에는 사마르칸트와 부하라의 명성에 가려 잘 알려져있지 않지만, 여기도 나름 관광객들이 꽤 오는 도시예요.

다만 문제는 오기가 고약하다는 것.

사마르칸트에서 마슈르트카가 있다고 하는데, 거리가 90km나 되는데다가 이곳에 오려면 큰 산을 넘어야해요.

당일치기하기는 힘든데, 이곳이 완전히 관광지로 개발된 것도 아니라 숙박시설도 마땅치 않다고 해요.

아마 우리도 그 택시 기사아저씨가 데려다주는 게 아니었으면 샤흐리사브즈에 오기 힘들었을 거예요.


샤흐리사브즈의 관광명소는 '철수 chorsu'부터 시작해서 거의 주변에 모여있어요.
대표적인 유적지는 '옥 사로이 oq saroy'와 '콕 굼바즈 ko'k gumbaz'.
아저씨는 먼저 '옥 사로이'부터 보자며 우리를 그 곳으로 데려다주었어요.


"저것 봐! 결혼식이야. 빨리 사진 찍어!!"

우즈베키스탄에서는 공원이나 그 도시의 유명한 장소에서 신랑신부를 자주 볼 수 있어요.
단순한 웨딩촬영인지 아니면 결혼식 대신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항상 느끼는 건 하나예요.

신부가 너무 아까워!!!!!!!!!!!!

화장빨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항상 보면 신부는 예쁜데, 신랑은 '어디서 밭갈고 오셨어요?' 느낌.
저런 결혼식에는 꼭 북을 치고, 긴 나팔을 불어대요.
관이 길어서 여간 숨으로는 소리 내기가 쉽지가 않을텐데 초딩도 뿍뿍 잘만 불어대요.




'옥 사로이'예요.
우즈벡어로는 흰 궁전이라는 뜻.
카르쉬에서는 보이지 않던 관광객들이 이곳에는 빠글빠글 거렸어요.

"티켓! 티켓!"

막 들어가려는데 어떤 아저씨가 우리를 잡았어요.

"표 사야해요. 1사람당 3천숨."

돈을 주자 아저씨가 그자리에서 수표책 같은 곳에 무언가를 쓱쓱 쓰더니 표라고 주었어요.


따로 매표소가 있는 것도 아니고, 표 산 사람만 들어갈 수 있게 막아놓은 것도 아니예요.

완전히 열린 공간인데다가 바로 옆에 마을도 있고, 놀이 시설도 있어서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들어와서 놀아요. 

직원 하나가 그 많은 사람들에게서 하나하나 다 입장료를 받는 건 불가능해요.

아마 적당히 입구에서 죽치고 있다가 외국인이 들어오면 돈을 받는 것 같았어요. 

즉, 아저씨가 다른 데 정신 쏟고 있을 때 슬쩍 구경하면 무료 관람도 가능할 수도 있어요.




옛날에는 저 위에까지 올라가서 볼 수 있었대요.

그런데 올 4월부터 유네스코가 보수공사에 들어가서 지금은 올라가는 입구를 폐쇄해놨어요.

깨진 창틈으로 얼핏 보니 쓰레기만 가득 차있었어요.

저기 올라가면 전망이 끝내주게 좋을텐데.. 많이 아쉬웠어요.



나무 그늘에 앉아서 손수 만든 가방이나 모자들을 팔고 있는 아주머니들.

모자가 개당 5달러라고 하는데, 우즈벡돈으로는 만16,000숨이 넘는 큰 돈.

기사 아저씨는 하나쯤 샀으면 하는 눈치였지만, 저런 건 타슈켄트에 있는 철수 바자르에도 흔해요.


"우린 여기 있을테니까 알아서 보고 와."


택시 기사 아저씨와 같이 운전하고 온 남자는 그늘에 앉아 아주머니와 수다 떨기 바빴어요.



성벽 윗부분은 아마 새로 보수를 한 것 같은데, 밑 부분은 전혀 관리를 안 해서 군데군데 허물어져 있었어요.
끝부분은 아예 어느집 담벼락으로 사용되고 있기도 했어요.




옥 사로이 앞에는 아미르 테무르 아저씨의 동상이 있어요.

택시기사 아저씨의 이야기에 따르면 아미르 테무르 동상은 우즈베키스탄에 3개가 있대요.

타슈켄트, 사마르칸트 그리고 샤흐리사브즈.

타슈켄트에서는 말 타고 계시고, 사마르칸트에서는 앉아 계시고, 이곳 샤흐리사브즈에는 서 계세요.

뉴스에서 이 지역을 설명할 때마다 딱! 저 구도가 나와요.





아미르테무르 동상 길 건너에 오래되어 보이는 건물이 있었어요.

"우리 저기도 가보자!"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데 여자 셋이 어디선가 나타나서 영어로 이야기했어요.

"티켓 사셔야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은 아미르 테무르 박물관이었어요.

"얼마예요?"
"2달러요."
"숨으로는요?"

여자들이 서로 숙덕숙덕 거렸어요.
외국인들이 오면 으레 달러로 입장료를 받아서 숨으로는 얼마인지 모르는 거 같았어요.

"3천숨이요."

앗싸! 돈 굳었구나!
고맙게도 1달러 = 1,500숨이라는 몇 년전 공식환율로 계산해주셨어요.
그럼 당연히 숨으로 내지. 

우즈베키스탄 여행할 때는 암시장 환율로 잘 계산해서 어느 것이 이득인지 잘 파악해야해요.
현재 타슈켄트 암시장에서 1달러에 2,800숨을 넘어가고 있는데, 전날 카르쉬에서 묵은 호텔에서 공지한 환율은 1달러에 2,500숨이 약간 넘은 수준.
그래서 숙박비를  달러로 낼 수 있었지만, 일부러 숨으로 냈어요.

"사진 찍을 수 있나요?"
"그러면 500숨 더 내야해요."

안 내! 안 찍고 말지.
별 거 없으면서 치사하게 사진 찍는데 돈 받기는.


"잘 보고 있어?"

그늘에 앉아서 아이스크림을 드시던 기사 아저씨가 우리가 하도 안 오니까 찾으러 왔어요.

"저 사람들 통역가예요?"
"뭔 소리야. 쟤들 우즈벡어 알아."

그 전까지는 말없이 우리 뒤만 졸졸 쫓아다니던 여직원들이 갑자기 방언이 터지듯 우리에게 우즈벡어로 마구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샤흐리사브즈의 역사와 유적지, 그리고 전시품들에 대해서 돌아다니면서 일일이 설명해주기도 했어요.

"공짜로 사진 찍어도 돼요. 우즈벡어 아는 사람들인데 그정도야."

이미 구경이 다 끝난 후라서 예의상 몇 장 찍고, 인사하고 나왔어요.



그 다음 일정은 콕 굼바즈. 우즈벡어로 '푸른 돔'이라는 뜻이래요.
서너 개의 유적이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금방 볼 수 있어요.


먼저 자혼기르 묘소.


"오하이오 고자이마스. 미나상 곤니찌와~"


앞에서는 아주머니들이 스카프나 모자, 가방 등 관광 기념물을 파는데, 동양인인 우리가 오자 폭풍 일본어가 쏟아졌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이후 일본어를 처음 들어봤어요.



안에 들어가면....




딸랑 이거.

그 흔한 타일 벽지 하나 없고, 휑하기만 해요.

현지인들에게는 나름 성스러운 장소인지 할아버지 셋이 와서 코란을 외우고 있었어요.





바로 옆에는 모스크가 있어요.
들어가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또 우리를 불렀어요.

"티켓 사셨어요?"

또?
여긴 왜 이렇게 돈을 많이 받는거야?
입장료를 받을 거면 앞에다 매표소를 만들든지 말이야.

두 사람 합쳐 6000숨을 내자 아까처럼 수표책 같은데다가 슥슥 써서 표라고 주었어요. 

"두 분은요?"
"우린 쟤네들 때문에 왔어. 내가 여기 사람인데 무슨 돈을 내. 쟤들한테만 받아."

그렇게 남자 둘은 통과.
현지인의 위대함을 느꼈어요.


모스크 안마당에 심어진 나무예요.
1370년에 심어졌대요.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이 와서 이 나무에 대해 이야기한게 돌판에 새겨져있어요.



Posted by 히티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