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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5 호치민&인니 [完]

[인도네시아] 08. 6/2 족자카르타 가는길

by 히티틀러 2015.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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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다섯시 반에 눈을 떴다.

전날 얼마나 걸었는지 자고 일어나도 발바닥에 감각이 서있으면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기차 시간 때문에 힘든 몸을 일으켰다.

씻고, 호텔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다.



조식은 뷔페식이었다.

오전 7시부터 시작이라고 했는데 6시 45분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세팅이 완료되어있었고, 이미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도 몇 명 있었다.



조식뷔페 메뉴는 다양하지는 않지만, 빵이나 시리얼 같은 서양식 아침식사부터 미고랭, 나시고랭 같은 인도네시아 전통 음식까지 다양하게 나왔다.

인도네시아 음식은 매콤한 맛이 있어서 한국인들의 입맛에도 잘 맞을 거 같다.

사실 한국을 찾는 인도네시아 관광객들도 무슬림이라서 음식을 가려먹어서 그렇지, 한국 음식을 정말 잘 먹는다.

신라면에 김치 곁들여서 먹는 걸 보고 깜짝 놀란 적도 있다.

식사를 마치고 바로 체크아웃을 한 다음에 기차를 타기 위해 다시 감비르 역으로 향했다.



머르데까 광장 문 열었다!


다행이 오늘은 전날처럼 광장을 삥 돌아서 가지 않아도 되었다.

바닥이 돌바닥이라서 캐리어가 덜덜 거리긴 했지만, 이른 아침이라서 날씨도 아직 덥지 않았기 때문에 걸을만 했다.




잘 정돈된 길과 건물들, 여유롭게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이 사진 보여주고 뉴욕 센트럴파크라고 뻥쳐도 될 거 같은데?"


둘이서 낄낄거렸다.

머르데카 광장을 아침에 다시 오니, 왜 밤에 문을 닫아놓는건지 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얘들은 학교 안 가나?



평일 오전이면 학교에 가거나 학교에 있어야할 시간인데, 어린 아이들이 다 광장에서 와서 농구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또래들끼리 삼삼오오 놀고 있다.

옷차림을 보면 학교도 못 갈만큼 못 사는 아이들도 아닌거 같은데 말이다.

지금까지도 잘 모르겠다.




광장 한 켠에는 솜사탕 같은 간식거리며 티셔츠 같은 기념품을 파는 상인들도 곳곳에 있다.



자카르타 지역의 전통 꼭두각시 인형인 '온델 온델 Ondel-ondel' 도 볼 수 있다.

원래 온델온델은 대나무와 코코넛나무 잎으로 만들어지는 일종의 꼭두각시 인형으로 사람 크기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크다고 한다.

머르데카 광장에서는 사람들이 직접 옷을 입고 탈을 쓰고 있는 거 같았다.

남자는 얼굴이 빨갛고, 여자는 하얗다고 하는데, 둘 다 하얀 걸 보니 여자인형이다.
















감비르 역에 도착했다.

확실히 머르데카 광장을 통과해서 오니 길이 짧았다. 

경찰이나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표를 보여주며 어떻게 가냐고 물어보니 다들 플랫폼까지 친절하게 안내해주었다..

자카르타에 대한 인상은 사실 그닥 좋진 않지만, 사람들이 친절하다는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영어도 꽤 잘하는 편이다.

인도네시아 기차 승무원들은 푸른 빛이 도는 꽃무늬 남방을 입는다.

인도네시아의 전통 공예인 '바틱 batik'이라는데, 색이며 디자인이 너무 화려해서 자꾸만 눈길이 간다.



eksekutif (영어의 executive) 좌석이라서 그런지 좌석간 간격도 꽤 넓고, 푹신했다.



콘센트도 두 개나 있어서 핸드폰을 충전하거나 노트북을 사용하기에도 좋을 거 같았다.

기차는 거의 정시에 출발했다.



차량 앞쪽에 달린 모니터에서는 인도네시아 영화와 뮤비를 계속 틀어주었다.

비록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화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꽤 재미있었다.



창 밖으로 아까 지나왔던 모나스가 보였다.

멀리서 보니 주변 풍경과 어우려저서 더 웅장하게 느껴졌다.






화려했던 자카르타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니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낡고 허름한 건물들 사이에 쓰레기가 쌓여있고, 철로 옆에도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그곳에서 빨래를 말리고, 어린아이들까지도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닌다.

인도네시아를 여행할 때 제일 힘들었던 것 중의 하나가 쓰레기 썩는 냄새였다.

특히 노점상 근처에서는 어김없이 음식물이 썩어가는 듯한 냄새가 났다.

연중 덥고 습한 나라이니만큼 위생 관리를 더 철저하게 해야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터 같은데 쓰레기를 쌓아두는 거 같았다.

안전과 위생이 걱정스러웠다.



칸마다 역무원들이 돌아다니면서 표를 검사한다.

요즘 우리나라는 PDA 기기를 들고다니면서 의심가는 사람들만 티켓 확인을 하지만, 여기는 아직도 종이로 된 표를 보여주면 펀치 기계로 구멍을 뚫어준다.

그런데 표 검사하는 간단한 일에 무려 세 명이나 온다..

승객 명단 확인하는 사람, 표를 확인하고 펀치로 구멍을 뚫어주는 사람 그리고 경찰.

무슨 표 하나 검사하는데 경찰까지 대동하고 오나 싶어서 조금 우습기도 했다.






넓게 탁 트인 논밭을 보니 기분도 좋아지는 느낌이다.

인도네시아는 쌀 생산을 많이 하는 나라라서 그런지 논이 정말 많았다.



동남아의 날씨는 영 종잡을 수가 없다.

구름이 꾸물꾸물하더니 한 차례 소나기를 쏟아부었다.





비가 개고 난 창 밖의 풍경은 아름다웠다.

자카르타에서 족자카르타까지는 기차로 8시간이 걸린다.

숙박비도 아끼고, 시간도 벌 겸 야간기차를 탈 수도 있지만, 힘들 거 같아서 아침 기차를 탔는데 아깝지 않았다.

이국적인 바깥 풍경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기차는 중간중간 역에서 정차를 했고, 현지인들이 타고 내렸다.

외국인들은 대부분 족자카르타가 목적인 듯 내리는 사람이 없어보였다.


"잠깐 나갔다 오자."


계속 기차 안에만 있기 답답하기도 하고, 정차시간이 몇 분이라서 잠깐 바깥 공기를 쐴 수는 있었다.

객실 안에 있을 땐 에어컨을 틀어도 꽤 후덥지근하다고 생각했는데, 밖에 나오니 안과는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잠깐 햇볕도 쐬고, 사진도 후다닥 몇 장 찍고 다시 객실 안에 들어가니 기차 내부가 시원하게 느껴졌다.


기차 탈 때 챙겨온 물은 벌써 다 떨어지고,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고 싶었다.

옆 자리에 앉은 외국인들을 보니 테이블 위에 콜라가 놓여져있었다.

직원이 지나가기에 불러서 저거 달라고 손으로 가리켰다.



그러나 직원이 가져다 준 것은 컵라면.

그 외국인들이 콜라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컵라면을 먹고 있었는데, 서로 가리키는 방향이 달랐나보다. 

이미 뜨거운 물까지 부어서 가져다줬는데 어쩌나.

점심 대신이라고 생각하고 후루룩 먹었다.

쇠고기 맛도 조금 나고, 예상보다 담백하고 향신료향이 나지 않는 게 맛있었다.





이런 풍경을 보며 라면을 먹고 있으니 라면이 더 맛있게 느껴진다.



푸른빛이 도는 알록달록한 바틱 셔츠를 입은 남자와 파란색 치마 정장을 입은 사람들은 우리나라로 치면 홍익회 직원들이다.

이 사람들에게 주문해서 간단한 음식이나 커피, 음료 등을 주문하면 자리까지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기차 내에 있는 식당 칸에 가서 먹을 수도 있다.




식당칸 메뉴.

인도네시아 전통 음식으로 구성된 도시락과 각종 음료수 및 과자를 판매한다.

화이트 커피를 한 잔 달라고 하니 직원이 종이컵에 믹스를 직접 타준다.



식당칸에서 산 커피를 들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뜨거워서 바로 마시지도 못하고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으니 어느새 한낮의 더위가 주춤해졌다.



기차는 다시 역에 섰다.
사람들이 우루루 짐을 정리하고 내릴 채비를 한다. 


"족자카르타?"
"예스!"


종착역이긴 하지만, 나도 서둘러 짐을 정리해서 내렸다.
벌써 오후 5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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