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 여행/2012 타지키스탄 [完]

[타지키스탄] 04. 5/11~12 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 국경

by 히티틀러 2012. 6. 2.
728x90
반응형

기사 아저씨 집은 타지키스탄 국경 근처에 있는 평범한 시골마을이었어요.

집 주인인 듯한 남자가 우리를 손님방으로 안내했어요.




우리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하룻밤 신세지기로 결정한 게 천만다행이었어요.


일단 짐을 풀고 화장실에 갔는데, 딱 전기가 나갔어요.

타슈켄트에서도 툭하면 정전이 되곤 했는데, 여기서도 정전이라니.

자주 있는 일인지 가족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손전등을 가지고 나왔어요.

A씨도 휴대용 손전등을 가지고 왔다면서 가방에서 꺼냈어요.


집주인은 손님이 왔다며 논과 과자, 사탕, 초콜렛, 차를 가지고 왔어요.

우즈베키스탄은 손님 접대를 매우 중시하는 나라예요.

언제 손님이 올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손님 맞을 준비를 해놓는다고 해요.

손님방을 따로 만들어 놓고 집에서 가장 좋은 가구를 가져다놓고 항상 관리하고, 간식거리도 좋은 것은 손님용으로 따로 보관한다고 해요.


인심 좋게 생긴 집주인 아저씨는 논을 찢어서 나누어주고, 따뜻한 차도 따라주었어요.

수르혼다리오 지역의 논은 타슈켄트보다 납작하고, 투박하면서도 짭짤한게 매우 맛이 있었어요.


"어느 나라에서 왔어요?"
"한국에서 왔어요?"
"결혼했어요?"
"아니오, 아직이오."

아저씨는 스물을 넘은 남녀가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매우 놀라워하셨어요.
아저씨는 22살에 결혼해서 14,12, 8, 6살의 아들 둘, 딸 둘이 있다고 하셨어요.

모든 손님 시중을 드는 것은 주인 아저씨의 8살 짜리 아들.
가장의 권위가 매우 높은 듯, 어린 아이가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심부름도 다라고 
반면에 과년한 딸과 부인, 여동생은 외간 남성이 있어서인지 얼굴을 비추지도 않았어요.
간간히 밖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리는 거 봐서는 집에 있는 건 확실한데요.

A씨와 B씨는 피곤한지 별 말을 않고 있었어요.

"타지키스탄에는 뭐하러 가요?"
"여행하러요."
"여행 비용은 누가 내요?"
"제가요."
"비싸지 않아요?"
"비싸긴 한데 괜찮아요."
"한국에서는 보통 1달에 월급을 얼마나 받나요?"
"글쎄요... 2000달러 정도?"

아저씨는 놀람과 부러움이 섞인 표정을 지었어요.
아저씨 말씀에 의하면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여행을 간다는 것 자체가 힘들대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
자신 같은 농부는 한달에 월급이 보통 50달러, 많아야 100달러 남짓인데 그나마도 주기적으로 들어오는게 아니라고 했어요.
교육을 많이 받은 교수, 판사 등도 월급이 보통 200달러 정도래요.
왜 우즈벡 사람들이 그렇게 일하러 한국으로 오는지, 또 우리가 낸 택시비가 얼마나 큰 돈인지 실감할 수 있었어요.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다가 10시 반쯤 되니 아저씨가 밤이 늦었으니 쉬라고 하고 나가셨어요.
하루종일 추위에 떨다가 두툼한 이불을 덮으니 몸도 녹도 좀 살 것 같았어요.
피곤에 지쳐서 어느새 잠이 들었어요.


"똑똑똑"

누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눈을 떴어요.
어제 운전을 하고 온 택시 기사아저씨였어요.
핸드폰을 보니 시간은 아침 5시 15분 남짓.
전날 밤, 아침 6시에 출발하자고 이야기했는데, 아저씨가 아마 6시까지 도착하자는 이야기로 이해한 것 같았어요.
우리가 잠에 취해서 일어나지 않자 차마 깨우지는 못하고 계속 문만 두드리고 계셨던 것.
서둘러 다른 사람들을 깨우고, 짐을 빨리 정리한 뒤 5시 40분쯤 출발했어요.


우리가 머물렀던 집에서 보이는 광경.
일단 전날보다 날씨가 많이 풀려서 안심이 되었어요.

아저씨 집에서 국경까지는 한시간 남짓 운전하면 된다고 하셨어요.
아침이라서 그런지 별로 다니는 차가 없었어요.
그런데 어마어마한 양떼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있었어요.
아저씨는 경적을 빵빵 대며 울려댔어요.


양들이 조금 비켜주는가 싶더니...




양떼들 사이에 갇혔어요.
아무리 빵빵거려도 비켜줄 생각도 안 했어요.
양치기들이 달려와서 열심히 양떼를 길 한쪽으로 몰았지만, 워낙 수가 많은 데다가 이놈저놈이 다 섞이다보니 차가 지나다닐 만한 길이 뚫리는 데도 한참이 걸렸어요.


"다 왔어."

아침 7시 무렵이 되자 국경에 도착했어요.
기사아저씨에게 약속한 대로 100달러를 주고 헤어지고, 국경 검문소로 들어갔어요.

전날 아저씨는 국경이 24시간 연다고 했는데, 이제 막 문을 연 듯 했어요.
사람이 하나도 없고, 아직 경찰이 제대로 출근도 안 했어요.

미리 와 있던 경찰 한 명은 우리에게 세관신고서를 작성하라며 주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입국시에 세관신고서를 2부 작성해서 1부는 입국시 제출하고, 1부는 잘 보관하고 있다가 출국시에 제출해야해요.
예전에 썼던 세관 신고서를 주니 그건 오래 되서 새로 작성해야한다고 했어요.
아마 오래되서라기 보다는 입국시 가지고 들어갔던 달러보다 출국시 가지고 나가는 달러가 많으면 안 되기 때문에 그걸 확인하기 위한 것 같아요.
세관신고서는 다 러시아어로 되어 있어서 입국시 썼던 것을 보고 참고해서 썼어요.

다만 고민되는 것은 우즈베키스탄 숨.
우리는 한 사람당 5만숨씩 가져왔어요.
더 가져올 수도 있었지만, '국경에서 우즈베키스탄 숨이 있으면 압수한다더라'하는 이야기가 있어서 조금만 가져왔어요.
그래서 적어야하는지 말아야하는지 고민이 되었어요.
원래는 가지고 있는 통화를 모두 정확하게 기재해야하거든요.

"우즈베키스탄 숨 적어야하나요?"
"30만숨까지는 안 적어도 돼요."

다 쓰고 나니 여자 경찰이 출근했어요.
국경을 24시간 열어놓는게 아니라 아마 밤에 닫았다가 아침 7-8시 무렵에 다시 여는 것 같아요. 
우리가 올 때쯤에는 아무도 사람이 없었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니 사람들이 슬슬 몰려오기 시작했어요.
우리는 제일 먼저 온데다가 외국인이어서 제일 먼저 세관 검사를 받았어요.
세관에서는 남녀로 나뉘어서 따로 여권과 짐 검사를 받아요.

"타지키스탄에는 뭐하러 가요?"
"여행하러요."
"우즈벡어는 어디에서 배웠어요?"
"타슈켄트에서 우즈벡어 공부해요."

우즈벡어로 이야기를 하자 분위기가 많이 부드러워졌어요.

"타지키스탄에서는 얼마나 있을 거예요?"
"1주일 정도요."
"거기 맨날 눈 내리고 비오는데 뭐하러 가요."

현지어를 조금이라도 하는데다가, 외국인이다보니까 여경은 우리에게 농담하기에 바빴어요.
우즈베키스탄 국경에서 짐검사를 매우 꼼꼼하게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여경은 짐검사를 하는 시늉만 했어요.
백팩 한 번 열어서 보여주고, 옷가지 몇 번 뒤적여주니 그냥 패스.
A씨의 짐검사를 한 남자경찰은 마약 때문인지 가방을 샅샅이 다 뒤져보고 카메라의 사진까지 다 확인했다고 했어요.
그나마도 여경이 그만하고 보내주라고 해서 끝났어요.
세관 검사는 생각보다 무리 없이 빨리 끝났어요.

세관을 나와서 직진하다가 왼쪽에 있는 초소에서 출국도장을 받았어요.
여기서도 별다른 문제가 없이 일이 금방 끝났어요.

"이제 드디어 타지키스탄에 들어가는구나."
걸어서 타지키스탄 국경 사무소에 들어가자 직원이 여권을 달라고했어요.
여권을 받고 나서 사무실에 들어가서 한참 있더니 우리에게 여권과 A4용지 한 장을 건네주고 기입하라고 했어요.
다행히 사무실 안에 예시도 있고, 항목이 영어로 되어 있어서 그닥 어렵지는 않았어요.
잠시 후, 직원에게 여권과 A4 용지를 건네주었어요.
직원은 다시 사무실에 들어가서 한참을 있다가 여권과 종이 반쪽에 입국 도장을 찍어서 돌려주었어요.
그 종이 반쪽은 출국 시까지 보관해야해요.
출국 시에 다시 제출해야하거든요.

도장을 받고 세관 같은 곳을 통과하고, 공책에 이름을 적어야했지만 그냥 통과.
지키고 있던 군인이 마지막으로 여권과 비자를 확인하고 여권을 돌려줬어요.

"웰컴 투 타지키스탄"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