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는 자신도 다녀와 본 지가 매우 오래되었다면서, 길 가는 사람들에게 물어가면서 호수를 찾아가기 시작했어요.



정말 이 길 맞아?


이스칸다르 호수는 타지키스탄의 유명한 휴양지이라 타직 사람들도 많이 찾는 곳이에요.

그런데 길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너무 길이 험했어요.

포장이 안 된 건 기본이고, 차 하나 다니기가 힘들 정도로 좁고 위험한 길이 많았어요.




좁은 차도 옆에는 천길 낭떠러지.

다행히 제 자리는 차 쪽이어서 낭떠러지가 잘 보이지 않았는데, 운전기사 바로 옆 자리에 앉은 A씨의 이야기에 의하면 정말 문조차 열 수 없을 정도라고 했어요.

기사 아저씨의 얼굴은 잔뜩 굳어있었어요.

여기서 조금만 잘못하면 차 전체가 낭떠러지도 떨어질 지도 모르는 일이었어요.


원래는 호수까지 차 하나가 다닐 수 있는 비포장 도로는 있지만, 비와 산사태로 인해서 도로가 토사와 자갈로 덮이거나 도로가 유실된 곳이 많았어요.

산 자체도 매우 험한데 이런  중턱을 깎아서 도로를 만드는데, 산사태를 방지할 만한 안전 시설을 만들지 못해서 비만 오면 산이 무너져 내린다고 했어요.

이 근처에 사는 사람들도 차가 들어오지 못해서 차를 타기 위해서는 몇 시간씩 걸어서 큰 길로 나가야한다고 했어요.

엔진 힘이 좋은 사륜구동 자동차가 아니면 아마 들어가지도 못했을 거예요.


이스칸다르 호수를 산꼭대기에 있는 호수라서 갈수록 고도가 높아졌어요.

경치는 정말 멋있었지만, 바로 옆에 낭떠러지라고 생각하니 경치가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어요.

멍하니 창 밖만 쳐다보았어요.



호수다!


돌과 흙만 가득한 산에서 거짓말처럼 새파란 물이 고개를 내밀었어요.



이스칸다르 호수 도착.

도로에서 20km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인데도 불구하고 오는데 1시간이 훨씬 넘게 걸렸어요.




이스칸다르 호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었어요.

대체 산꼭대기에 이렇게 많은 물이 어떻게 있을 수 있을지 궁금할 지경이었어요.


걸어서 돌아보기에는 너무 멀기 때문에 아저씨는 차로 한 바퀴 같이 돌자고 했어요,









이스칸다르 호수는 물이 아주 차서 8월이나 되어야 사람들이 물에 들어가서 놀 수 있다고 해요.

5월 중순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이른 시기에 와서 사람들이 없었어요.










호수를 나와서 아저씨는 이 곳에서 점심을 먹자고 하셨어요.

너무 사람이 보이지 않아서 일단 아저씨가 안에 들어가서 물어보고 오겠다고 하셨어요.
이스칸다르 호수가 타지키스탄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휴양지이기는 하지만, 기후 및 도로 사정으로 인해 사람들이 있는 6-8월만 숙소나 음식점들이 문을 열고, 사람이 없는 철에는 문을 닫는다고 했어요.
다행히 한 곳이 영업을 하고 있었어요.
메뉴판도 없어서 가게 주인에게 물어봤지만, 러시아어와 타직어로 뭐라고 하는데 계란 밖에 알아듣지 못했어요.
결국 주방에 들어가서 냉장고를 뒤져보고 나서야 특별한 음식은 없고 계란과 구운 고기 정도만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우리는 한 사람당 계란 후라이 하나씩과 쇠고기 200g, 빵, 샐러드, 요구르트, 차를 시켰어요.


한참만에 우리가 시킨 음식이 나왔어요.

저 고기 양이 200g이예요.

원래 아저씨는 100g을 시키자고 했지만, 너무 적을 것 같아서 200g으로 늘렸는데 천만 다행이었어요.

보통 우즈베키스탄에서는 500g을 성인 2인분을 기준으로 잡았거든요.

냉장고 안에서 봤을 때에는 고기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아서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신선한 고기였는지 맛이 괜찮았어요.

살구 잼도 나왔는데, 직접 만든 건지 과육이 탱탱하게 살아있었어요.

가격은 생각보다 저렴하고 맛도 괜찮은 편이었지만, 서비스는 엉망이었어요.

불러도 오지도 않고, 계산서를 달라고 해도 안 줘서, 계란 후라이는 기사아저씨만 계속 주지 않아서 몇 번이나 다시 불러야했어요.

아저씨도 꽤 짜증이 난 듯 했어요.

A씨가 계산을 하고 있는 동안에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했어요.



화장실을 가기 위해 식당 뒤편으로 돌아가니 집들이 여러 채가 있었어요.

여름에 이스칸다르 호수에 놀러오는 관광객들이 묵는 방갈로라고 했어요.

샤워실과 화장실은 공용으로 사용하고 방만 빌려 쓰는데, 얼마 전에 외국 관광객 둘이 찾아와서 1주일째 묵고 있는 중이라고 했어요.

공용 화장실이라서 더럽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생각보다 깨끗하고, 청소한지 얼마 안 되었는지 락스 냄새가 강하게 났어요.


"오늘은 여기서 하루밤 자는 게 어때요?"


기사아저씨가 제안하셨어요.

사실 솔깃한 이야기였어요.

오늘 당장 후잔드로 넘어가야하는 것도 아니고, 이곳에서 쉬면서 산책도 하고  저녁에 샤슬릭도 구워먹으면 정말 낭만적인 하루가 될 거예요.

어차피 기사 아저씨에게는 하루밤 방값 정도만 내드리면 될거예요. 

하지만 우리들은 그럴 수가 없었어요.


긴 옷이 하나도 없어!!!!


워낙 고도가 높아서 한낮인데도 반팔을 입고 있으면 살짝 으슬으슬할 정도로 날이 꽤 쌀쌀했어요.

밤이 되면 엄청 추울 게 안 봐도 뻔했어요.

하지만 세 명 다 타슈켄트의 더운 날씨만 생각하고 대부분 얇은 옷만 챙겨왔어요.

그나마 두 사람은 걸칠 얇은 옷이라도 하나씩 챙겨왔지만, 더위에 약한 저는 30도가 진작에 넘은 타슈켄트의 더위에 허덕이다가 정신줄을 놓고 가디건 한 벌 챙겨오지 않았어요.

A씨도 빨리 넘어가는 게 낫겠다고 했어요.




입구 근처의 개천.

물이 너무 맑고 깨끗해서 손이라도 씻으려고 했지만, 너무 물이 차서 채 5초도 물에 넣고 있을 수가 없었어요.




5월 중순인데, 여기는 이제야 봄이 오고 있었어요.









다시 돌아가는 길.



자리가 바뀌어서 호수에 올 때에는 A씨가 있었던 자리에 제가 앉게 되니 정말 간이 쪼그라드는 느낌이었어요.




안녕, 이스칸다르 호수.

너 하나 보려고 정말 고생이 많았다.



여차하면 쓸려내려올 거 같은 흙무더기 옆에 닿을 듯 아슬아슬하게 지나갔어요.

비가 오면 큰 나무도 없고 하니 이런 흙더미가 전부 도로로 쓸려 내려와서, 이스칸다르 호수로 가는 도로가 그렇게 엉망인 것.



풀도 거의 없어 보이는 높은 곳까지 올라와서 풀을 뜯는 소.



또 다시 한 시간 이상을 운전해서 다시 사람들이 사는 산 아래로 내려왔어요.

우리는 고생하신 기사아저씨에게 감사와 살았다는 기쁨의 박수를 쳤어요.



Posted by 히티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