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에 들어가서 샤워해서 몸 좀 식히고, 한숨 쉬고 나니까 체력이 많이 회복이 되었어요.

이대로 하루 일정을 접기에는 시간이 이르고 친구와 함께 어디를 갈까를 고민하다가 친구가 제가 산 사진엽서 중 한 장을 꺼냈어요.


"우리 여기 갈까?"



"여행 오기 전 어느 블로그에서 보았는데, 여기에 가면 전망대가 있어서 아슈하바트 전경을 볼 수 있대."


우리는 바로 그 곳에 가기로 결정했어요.

아직 저 탑의 이름이 무엇인지, 어디에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호텔 카운터에 계시는 아주머니에게 여쭤보기로 했어요.


"여기 아세요?"

"여기? 아, 우취 아약."

"여기 어떻게 가요? 걸어갈 수 있어요?"

"걸어서는 멀어서 못 가고, 택시 타야될 거야. 아마 택시기사에게 이거 보여주면서 데려다달라고 하면 알거야."

"택시비는 얼마쯤 나와요?"

"글쎄? 한 3-4마나트 정도?"





아주머니 말대로 근처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가기로 했어요.

그런데 투르크메니스탄은 택시를 어떻게 타야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어요.


우즈베키스탄처럼 길 가는 차 아무거나 잡아타야되나?

가격은 흥정해야하나? 아님 미터기 달려있는 건가?


일단 경찰이 없는 곳에서 택시를 잡겠다고 손을 흔드니 일반 승용차 한 대가 와서 섰어요.

운전하시는 아저씨에게 사진 엽서를 보여줬어요.


"여기 아세요?"

"여기? 알지."

"여기 데려다 주실 수 있나요?"

"타."


뭔가 이상했어요.

우즈베키스탄의 경험대로라면 목적지가 협상이 되었으니 당연히 가격 흥정이 들어가야하는데, 전혀 이야기가 없었어요.

이대로 갔다가는 다 도착한 후에 시비가 붙을지 몰라 먼저 이야기를 꺼냈어요.


"얼마예요?"

"6마나트."

"3마나트에 가요."

"안 돼. 거기 멀어."

"그럼 5마나트."


한참의 실랑이 끝에 5마나트로 합의를 보고 가기로 했어요.







우취 아약 도착.

아마 탑이 세 개의 다리로 구성되어 있어서 이런 이름이 붙은 게 아닌가 싶어요.

우취 아약이라는 말은 투르크멘어로 '세 개의 발, 세 개의 다리' 정도 되거든요.



하지만 위에 올라갈 수는 없었어요.

엘리베이터가 있으니 원래는 올라갈 수 있게 만든 모양인데, 누르는 버튼도 없고 문은 잠겨있었어요.

게다가 경찰과 군인이 바로 아래에서 지치고 있어서 어떻게 할 수도 없었어요.

사진찍는 것을 두고 제재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나라에서 경찰과 군인이 지키고 있는 곳에서 의심받을 짓을 해서 좋을 게 없다는 사실은 우리 둘 다 잘 알고 있었어요.

아쉽지만 근처에서 사진이나 찍고 돌아가기로 했어요.




탑의 다리 부분에는 금빛으로 화려하게 조각되어 있었어요.

투르크메니스탄의 신화나 전설을 새겨놓은 걸까요? 



탑의 뒷편에는 만국기와 함께 웅장한 산이 있었어요.

아마 코펫 산이 아닐까 싶네요.




탑의 앞쪽으로는 우리가 택시를 타고온 아처빌(Arçabil) 거리가 죽 보이는데, 우취 아약은 그 거리의 끝에 있어요.

길은 6차선인가 엄청 넓은데, 차는 거의 보이지도 않았어요.



온통 하얀 건물이 보이시나요.

무슨 모델하우스도 아니고 각잡고 색깔까지 통일해서 건물을 세워놓은 모습이 너무 우스꽝스러웠어요.

정말 니야조프 대통령의 미적 감각에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어요.





우취 아약 근처에는 공원이 어머어마하게 크게 조성이 되어 있었어요.

사람은 우리 둘 밖에 없었어요.

우리는 천천히 아무도 없는 길을 산책했어요.

저녁 7시가 넘으니 슬슬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산책하기도 낮보다 훨씬 수월했어요.



가운데 솟은 탑이 '독립기녑탑 (Garaşsyzlyz binasy)'예요.
저기도 걸어서 가볼까 생각했지만, 가는 길이 꼬불꼬불해서 2-3 킬로미터는 걸어가야하는데다가 둘 다 피곤해서 그냥 멀리서 본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어요.






저기 사람들이 서 있는 곳이 버스정류장이라기에 버스를 타고 돌아가기로 했어요.

숙소에서 그닥 멀리 떨어져있지 않은 곳에 '테케 바자르'라는 시장이 있는데, 그곳은 종점이라서 들어가는 버스가 많았어요.

곧 테케 바자르 가는 8번 버스가 와서 자리를 잡고 앉았어요.



버스 안.

투르크메니스탄에서는 여자들이 거의 전통의상을 입고 다녔어요.

아주머니들은 머릿수건에 좀 펑퍼짐한 옷을 입고, 젊은 언니들은 몸매선이 드러나도록 타이트하게 옷을 입는 편이예요.

다들 들어갈 데 들어가고, 나올 데 나오고 몸매들이 얼마나 좋은지 부러울 지경이었어요.






놀라운 사실은 저런 으리으리한 건물들이 다 사람들이 사는 건물이라는 것.
일반 관공서나 사무실 같은 거라면 아이들이 저렇게 뛰놀고 있을리는 없을 테니까요.
대체 저런 데 사는 사람들은 뭐하는 사람들일까요?



빵집?




버스를 타고 돌면서 편하게 아슈하바트 관광을 다 했어요.







숙소 바로 옆 공원이 보이자 내리려고 했지만, 내릴 타이밍을 놓쳤어요.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야지 하고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버스는 멈추지 않고 계속 갔어요.

결국 종점인 테케 바자르까지 갔어요.



버스비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0.1~0.2마나트 정도였어요.

승객들에게 버스비를 받는 직원은 없고, 내릴 때 운전수에게 버스비를 주고 내리는 시스템.

사람이 많은 경우 일단 버스 뒷문으로 내린 뒤에 앞문으로 가서 운전수에게 버스비를 건네주고 가기도 하는 것 같아요.



테케 바자르를 지나서 숙소까지 버스가 왔던 길을 따라 슬슬 걸어왔어요.



Posted by 히티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