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키스탄 국경을 넘어가자 우리를 맞이하는 건 택시기사와 환전상들.

이른 아침인데 부지런하기도 하지.


어차피 두샨베를 넘어가려면 택시를 타야해요.

다행히 국경에는 우즈벡어를 아는 사람이 많았어요.

그 중 제일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택시기사와 흥정을 해서 두샨베까지 가기로 했어요.

택시비는 한 사람당 10달러.

우즈베키스탄 숨이나 소모니로도 낼 수가 있다고 하는데, 가격은 얼마인지 몰라요.


"우리 환전 좀 할 수 있나요?"

"여기서 하지 마요. 환율 안 좋아요. 두샨베가 훨씬 좋아요."

"두샨베의 환율은 얼마예요?"

"1달러에 4.8소모니요."


원래 좀 손해를 보더라도 국경에서 예비비로 20달러 정도 환전을 할 생각이었어요.

우즈베키스탄 쪽 국경에서도 어떤 할아버지가 소모니로 환전을 해주겠다고 했는데, 외화는 세관신고서에 기입을 해야해서 환전을 못했거든요.

그 할아버지가 얘기한 환율이 1달러에 4.5소모니였으니, 꽤 큰 차이였어요.

 

택시 기사는 우리를 자기 차로 안내했어요.

저와 B씨는 차에 앉아 기다리고, A씨는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했어요.


"한 사람 더 오면 출발할게요. 아니면 40달러 내고 그냥 지금 갈래요?"

"기다릴게요."


생각보다 일이 수월하게 풀려서 타지키스탄으로 일찍 넘어왔어요.

사마르칸트처럼 시간에 쫓겨 급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었어요. 

택시 안에서 사람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 사이 어떤 할아버지가 열심히 우리를 설득했어요. 


"지금 사람도 안 오고, 언제 올지 몰라. 너희는 세명이니까 한 사람 분만 더 내면 바로 두샨베 가는 거야.

한 사람에 3달러만 더 내면 돼."


처음에는 '곧 오겠지'하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20분이 넘어가도록 사람은 한 명도 오지 않았어요.

더군다나 두샨베에 넘어가서도 호텔과 서점을 찾아서 돌아다녀야했어요.

오늘은 토요일.

서점이나 환전소가 일찍 문을 닫아버릴 수도 있었어요.


마음은 '한 사람 분을 더 내고 빨리 두샨베 가자'로 굳어졌지만, 일단 '일행이 오면 같이 이야기해볼게요' 라고 미뤘어요.

화장실에 다녀온 A도 이야기를 듣고는 좋다고 했어요.

택시기사는 우리를 설득해준 할아버지에게 고맙다고 인사한 뒤 차에 올라탔어요.

하지만 타지도 않은 사람 돈까지 내는 건 바가지 쓴 듯 뭔가 기분이 찜찜했어요.

어떻게든 깎아봐야겠다는 본능은 끓어오르는데, 달러는 너무 단위가 작아서 깎기도 애매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몇 천숨 정도 깎는 건 말만 잘하면 어렵지 않은 일인데요.


"저기요. 택시비 39달러에 해주면 안 되나요? 40달러는 3명이 나누기 어렵잖아요."


택시기사는 박장대소를 하더니 흔쾌히 좋다고 했어요.
좀 쪽팔렸어요.



택시는 두샨베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어요.
도로 상태는 엉망이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아무리 도로 상태가 나빠도 아스팔트는 깔려있었는데, 타지키스탄은 수도로 가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아스팔트조차 깔려있지 않은 길이 대부분이었어요.
현재 중국 기업이 도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어요. 




타지키스탄의 첫 풍경은 우즈베키스탄과 그닥 다를 게 없었어요.
사실 옛날에는 한동네였을 곳에 금 그어놓고 니땅이니 내땅이니 구분하는 것 자체가 의미없는 일일지도 몰라요.


국경에서 출발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큰 공장이 보였어요.

"저 공장 뭐예요?"
"알루미늄 공장."
"저게 그 유명한 알루미늄 공장이구나!"

A씨가 타지키스탄에서 매우 유명한 공장이라고 알려줬어요.


저 알루미늄 공장은 세계에서 3번째로 큰 공장이래요.

타지키스탄은 만성적인 전력 부족에 시달리는데,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알루미늄 공장.
알루미늄은 제련 과정에서 엄청난 전기가 필요로 하는데, 타지키스탄의 전력의 3/4을 저 공장이 소비한다고 해요.
타지키스탄은 석유, 가스 같은 에너지자원이 나지 않아 주로 수력 발전을 통해서 전력을 생산하는데, 그렇게 생산된 전력은 다 공장으로 보내지고, 일반 서민들은 외국에서 비싼 돈 주고 수입한 전기를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었어요.


저 많은 전기선은 아마 알루미늄 공장으로 보내지는 전기겠죠.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특별한 날인지 젊은 사람 한 무리가 타지키스탄 국기를 들고 모여있었어요.
대체 무슨 일일까요?



타지키스탄의 평범한 시골 시장 같아요.



길 옆에 타지키스탄의 대통령 '에모말리 라흐몬'의 사진 전광판이 있었어요.
옆에는 아마 대통령 어록 같아요.
역시 독재자가 많은 중앙아시아 나라다웠어요.



차는 두샨베에 거의 다 왔어요.
국경에서 두샨베까지 거리로는 60km 남짓 밖에 안 되요.
우리 나라 같으면 1시간도 안 걸릴 가까운 거리지만, 타지키스탄은 길이 안 좋아서 2시간 조금 안 걸렸어요.

오전 10시, 택시는 두샨베에 들어섰어요.

"어디에 데려다줄까요?"

택시기사는 어디든 두샨베에서 원하는 장소에 데려다주겠다고 했어요.
우리가 아는 두샨베 정보라고는 론니플래닛에서 본 호텔 이름 몇 개와 '올라미 키톱'이라는 서점 뿐이었어요.

"올라미 키톱 아세요? 큰 서점이요."
"올라미 키톱? 끄니즈늬 미르? 거기로 데려다줄까?"
"네."

일단은 올라미 키톱으로 가기로 했어요.
지도에서 봤을 때 시내 중심가에 있었고, 그 '호텔 포이타흐트 Hotel Poytakht' 라고 우리가 묵을까 고민하는 호텔이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택시기사는 바로 호텔 옆에 내려주었어요.

"여기 호텔 있고요, 서점은 바로 저기 길 건너에 있어요."

기사에게 택시비를 주고, 근처 환전소에서 100달러를 환전했어요.
두샨베에서 1달러는 4.85소모니였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돈 뭉치를 들고 다니다가 지폐 몇 장만 받으니 매우 느낌이 이상했어요.

호텔은 위치가 정말 좋았어요. 건물도 괜찮아 보였어요.
여행을 준비할 때 두샨베의 호텔 시설에 대해서 엄청나게 안 좋은 이야기만 들었어요.
불친절하고 온수가 안 나오는 건 기본이고, 아예 물이 안 나온다느니, 상수도가 왠만한 나라 하수도보다 더 더럽다느니 등등.
'호텔 포이타흐트' 는 지낼만하지만 비싼 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가격만 터무니없이 비싸지 않다면, 따로 숙소 찾으러 돌아다닐 필요도 없이 그 호텔에 묵고 싶었어요.

"3인실 하루 밤에 얼마인가요?"

B씨가 리셉션에게 러시아어로 물었어요.
당연히 리셉션은 영어를 못했어요.
어차피 이런 나라에서 영어하는 사람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

"90달러요."

처음에는 한 사람당 90달러인 줄 알고 깜짝 놀랐어요.
그러나 리셉션은 방 하나가 90달러, 즉 한 사람에 30달러라고 했어요.
30달러라면 생각보다는 비싸지 않은 가격.

"방을 볼 수 있나요?"
"물론이죠. 5층으로 올라가세요."

5층에 올라가자 층마다 관리하는 직원이 방을 보여줬어요.
방은 매우 괜찮았어요.
깔끔하고, 냉장고도 있고, 온수도 펑펑 잘 나왔어요.
결국 그 호텔에서 머물기로 결정하고, 이틀치 숙박비를 지불한 뒤 짐을 풀었어요.


Posted by 히티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