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우즈베키스탄2012.05.24 04:29
 




콕 굼바즈 마스지드.

아미르 테무르의 손자인 울루그벡 때 완성되었다고 해요.




미나렛인 것 같아요.

이제껏 여러 이슬람 사원들을 봤지만, 저렇게 얄쌍하고 애매한 위치에 놓여진 건 처음 봤어요.




"저기요, 티켓!"


또?

왜 외국인들이 그렇게 많은데 우리만 걸릴까요?

동양인이라서 눈에 띄어서 그런가?


그나마 여기는 직원들이 일하는 사무실이라도 있었어요.

이번에도 직원들이 기사 아저씨 일행에게 입장료를 내라고 했지만, 역시 그 아저씨는 "우린 안 본다니까. 쟤네들 때문에 왔어."라고 직원들과 합의를 보셨어요.

그러면서 볼 거 다 보고, 들어갈 때 다 들어가던데요;;;; 


"어? 사진 엽서다!"


저는 여행하는 나라나 도시마다 사진엽서를 모아요.

일단 가격이 저렴하고, 구하기가 쉬우면서 아는 사람에게 가볍기 선물하기도 좋거든요.

그리고 사진엽서의 대상이 되는 장소들은 그 나라나 도시를 대표할만한 장소이기 때문에 배낭여행을 할 때 도움이 되요.

실제로 여행을 할 때 사진엽서를 보면서 관광할 장소를 정하거나 현지인들에게 보여주면서 찾아간 적도 있어요.

그런데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사진엽서를 한 번도 못 봤어요.

기념품점이나 시장에 가서도 온통 옷, 가방, 양말 같은 직물 종류나 인형, 마그네틱 같은 것만 팔아요.

오히려 사진엽서가 제일 저렴하고 간편하게 만들 수 있을텐데요.


콕 굼바즈 마스지드 안에서는 다른 곳보다 비교적 다양한 종류의 관광 상품들을 팔고 있었어요.

한 노점상에서 사진엽서도 수북히 쌓아놓고 팔고 있었어요.

종류는 세가지 밖에 없었지만, 그나마 예쁜 사진 엽서 두 개를 샀어요.




모스크 입구. 

이렇게 보니까 레기스탄 광장 같은 느낌도 나는 것 같아요.



모스크 내부예요.
푸른 색 타일과 색색의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어요.
우리가 방문한 날은 일요일이었지만, 금요일에는 실제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예배를 보는 장소라고 해요.


마드라사의 반대편에는 무덤 두 개가 있어요.



여기는 그래도 관리한 흔적이 있어서 아까 그 무덤처럼 휑하지는 않았어요.




"자, 이제 산으로 밥먹으러 갑시다.."


샤흐리사브즈가 은근히 볼 게 많아서 어느덧 2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어요.

식사도 해야하고, 타슈켄트까지 갈 길이 머니 서둘러야했어요.



"우리 저 산 꼭대기까지 올라가요."


그렇구나....가 아니고 진짜?

타슈켄트에서 올 때도 지자흐에서 사마르칸트 갈 때 산을 넘기는 했어요.

하지만 그 산보다 훨씬 길도 험해보이고, 가파르게 보였어요.

더군다 차는 전날차보다 낡아서 그런지 열심히 밟아도 속력이 그만큼 잘 나지 않았어요.


'올라갈 수는 있는거야?'


옛날 대관령 옛길 같은 곳을 꼬불꼬불 올라오긴 했지만, 오긴 왔어요.

저 끝에 뿌옇게 보이는 곳이 샤흐리사브즈, 그 앞의 마을은 키톱이래요.

처음에는 키톱 (kitob, 우즈벡어로 책이라는 뜻)이라고 해서 장난치는 줄 알았는데, 실제 마을 이름이래요.

아래로는 쭉 올라온 차도가 보여요.

길 상태는 그닥 나쁜 편이 아니었지만, 종종 아스팔트가 파인 곳이 있었어요.


가장 신기한 것은 산중턱에 식당이 있다는 것!

그것도 한 두개가 아니었어요.


"산에서 먹는 고기가 진짜 맛있다고. 고기도 신선하고, 공기도 좋고 말이야. 산 위라서 덥지도 않고."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식사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바글바글 거렸어요.

몇 군데 찾아갔지만 앉을 곳을 찾지 못해서 가장 꼭대기에 있는 식당에 자리를 잡았어요.



저런 평상 위에 앉아서 먹어요.
푹신하게 방석도 깔려있고, 쿠션도 마련되어 있어서 나무 그늘 아래서 거의 반쯤 드러눕다시피 한 상태로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요.
실제 자는 사람도 있어요.
바로 앞 수도꼭지에는 산에서 흘러내려온 계곡물이 나와요.
밥 먹는 사람들이 손도 씻고, 세수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식수로 떠가기도 해요.

우리도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어요.
택시 기사 아저씨가 구운 고기 500g과 감자와 함께 볶은 고기 500g, 샐러드를 시켰어요.
빵은 이야기하든 안 하든 바로 줘요.
우즈벡 사람들에 있어서 음식을 주문하면서 빵을 안 시킨다는 것은 거의 '저는 밥은 안 먹고 된장찌개만 퍼먹을게요.'의 느낌.
아저씨는 빵을 죽죽 찢어서 카드패 돌리듯 두조각씩 나눠주고, 차를 한 잔씩 따라주었어요.

"이거 한 번 먹어봐요."

입안에 확 느껴지는 시큼털털한 막걸리맛.
요구르트였어요.
타슈켄트에서 먹는 공장맛 플레인요구르트가 아니라 진짜 집에서 젖을 짜서 발효시킨 것 같은 요구르트.
택시 기사아저씨와 같이 온 젊은 남자는 그 아저씨 동생인데, 양치는 일을 한다고 했어요.
차도 빌리고, 피곤할 때 운전도 시킬 생각으로 조수로 데려온 것 같은데, 그 사람이 맛있다고 잘 먹는 것으로 보아서 진짜 오리지널 요구르트인 듯해요.
친구는 맛있다며 열심히 먹었지만, 저는 한두입 먹는 시늉만 하면 샐러드만 퍼먹었어요.
아침에 속이 안 좋아서 고생한 것도 있는데다가 '중앙아시아에서 유제품 잘못 먹으면 한달동안 설사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익히 많이 들었거든요.


우리가 밥을 먹은 식당이에요.
저렇게 고기를 통째로 널어놓고 저 고기를 잘라다가 요리를 해요.

고기는 조금 질기긴 하지만, 담백하고 맛있었어요.
원래 사료를 먹이지 않고 풀을 먹이면 육질이 질겨진다고 하는데다가, 축사에 가둬놓고 키운 것도 아니고 풀밭에 풀어놓고 키워서 그럴 거예요.
비싼 돈 주고 뉴질랜드니 호주에서 수입한 유기농 소고기도 사먹는 판에, 이건 거의 의심할 바 없는 천연 유기농 소고기.
질기더라도 천천히 꼭꼭 씹어먹으면 돼요.

밥도 먹고, 아저씨와 동생은 차를 마시고 피곤하셨는지 한숨 잠시 눈을 붙이고는 다시 출발했어요.




힘들게 산꼭대기까지 올라갔으니 이제 내려가야지요.

산을 깎아서 도로를 건설해서 그런지 흙과 돌이 이렇게 위태위태하게 쌓여진 곳이 많아요.

산사태 방지 시설도 안 했어요.


"여기 겨울에 다닐 수 있어요?"

"아니, 눈 오면 한두달은 길이 닫혀."


역시.



띄엄띄엄 집도 있고, 마을도 있어요.


산을 넘어가는 길에는 사람들이 좌판을 벌여놓고 저런 길쭉하고 불그죽죽한 풀을 팔아요.

예전에 현지인이 줘서 한 번 먹어본 적이 있는데, 고구마줄거리처럼 얇게 껍질을 벗긴 다음 깨물어먹는데, 새큼한 맛이 나요.

비타민이 많고 영양분이 풍부하다고 시골에서는 미리 따서 저장해뒀다가 겨우내 먹는다고 했어요.

다만, 좌판이 한 두개도 아니고 저거 하나만 팔아서 얼마나 팔릴까 싶었어요.



유목이 발달한 카슈카다리오답게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어요.
사료값 오를 걱정은 안 해도 되겠네요.



"타슈켄트 어디로 데려다줄까?"

타슈켄트가 가까워지자 기사아저씨가 물었어요.
원래대로라면 우리가 택시를 탔던 이포드롬에 내려줘야해요.
하지만 벌써 오후 9시.
이포드롬은 외곽에 위치한 데다가 시장이라서 오후 4-5시만 되면 슬슬 폐점하기 시작해요.
그렇다고 집까지 데려다달라기에는 너무 멀어서 근처 지하철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들어가기로 했어요.

"올마조르 지하철 역까지 데려다주세요."
"올마조르? 거기가 어딘데?"
"이포드롬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 있잖아요. 버스터미널 있는데요."
"소비르 라히모브?"
"아, 맞아요. 거기요!"

소비르 라히모브는 올마조르의 옛 이름이에요.
바뀐지 얼마 안 되었는지, 론니플래닛에도 그렇게 적혀있고, 아직까지도 그 이름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많아요.
이포드롬에서는 약 3km 정도 떨어져있어요.
택시 기사 아저씨는 우리를 지하철역 바로 앞까지 안전히 데려다주었어요.

"전화번호 적어줄테니까 다음에 여행갈 때 연락해. 우즈베키스탄이면 어디든 가니까."

돈을 지불하고 아저씨와는 웃으면서 헤어졌어요.
이렇게 1박 2일 카슈카다리오 여행은 끝이 났어요.


Posted by 히티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