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 음식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요리는 바로 오쉬가 아닐까 해요.
우즈벡어로는 오쉬 Osh 또는 팔로브 Palov 라고 하지만, 러시아어인 쁠롭 Plov 이라는 이름으로 훨씬 잘 알려져 있어요.
오쉬는 쌀에 채썬 당근과 고기, 향신료를 넣고 기름에 볶아낸 우즈벡식 볶음밥이예요.
한국에서 먹는 볶음밥보다 기름기가 많기 때문에 기름밥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어요.
참고로 우즈벡 사람들은 오쉬에 기름기가 없으면 맛없다고 생각한답니다.
그래서 솥 밑바닥에 가라앉은 기름을 떠서 일부러 밥에 부어주기도 해요.
하지만 한국인은 기름이 많으면 싫어해서 윗부분만 살살 담아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도 많아요.
오쉬는 중앙아시아로 원정을 온 알렉산더 대왕이 전쟁 중에 병사들이 손쉽게 먹을 수 있으면서도 영양가 있는 음식을 만들라고 명령했는데. 그 때 만들어진 음식이라고 해요.
오쉬는 우즈벡인들의 식탁을 대표할 음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우즈벡 사람들은 매주 목요일마다 꼭 오쉬를 만들어 먹고, 결혼식 같은 큰 행사가 있거나 잔치를 벌일 때, 손님을 초대할 때는 반드시 오쉬를 빼놓지 않아요.
마을에 큰일이 있어서 장정을 동원해야하거나 품앗이로 농사일을 도울 때도 사람들에게 식사로 제공했던 음식이 오쉬라고 해요.
대량으로 만들 수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든든하고 포만감이 오래가며 일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내게하는 음식이어서 그렇다고 하네요.
집에서 식구들을 먹을만큼 소량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야외에서 큰 솥을 놓고 남자들이 대량으로 만드는 게 제맛이라고 해요.
오쉬는 지역에 따라, 만드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예요.
타슈켄트 지역의 오쉬는 건포도와 병아리콩 등 풍부한 재료를 넣어서 만드는데, 특히 노란 건포도를 넣는 곳은 타슈켄트 밖에 없다고 해요.
사마르칸트 지역의 오쉬는 만들 때 재료를 섞지 않고, 그릇에 담을 때 밥을 얹은 뒤 그 위에 당근과 고기를 순서대로 올려주는 게 특징이랍니다.
안디잔 지역은 '데브지라'라는 붉은빛 도는 쌀을 써서 만들고, 여러가지 재료를 첨가하지 않고 가장 기본적인 재료로 맛을 낸다고 해요.
'데브지라'라는 쌀은 물과 기름을 많이 흡수하고, 잘 익지가 않아서 만들기가 매우 까다롭다고 해요.
부하라와 호라즘 지역은 아랄해와 시르다리오 강이 있어서인지 생선을 넣어서 오쉬를 만든다고 합니다.
지역적으로는 타슈켄트와 안디잔 지역의 오쉬가 맛있다고 손꼽힌답니다.
실제 단맛이 강하고 풍부한 재료를 넣은 타슈켄트 오쉬를 먹다가 다른 지역 오쉬를 먹으면 맛은 있지만 좀 밋밋하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어요.
당근으로 내는 단맛은 건포도를 못 따라가니까요.
같은 지역에서도 만드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또 달라지는게 바로 오쉬예요.
어떤 종류의 쌀을 사용하는지, 소고기를 넣는지 양고기를 넣는지, 노란 당근을 쓰는지 붉은 당근을 쓰는지, 면실유를 넣는지 해바라기씨유를 넣는지 아니면 다른 기름을 쓰는지, 기타 어떤 재료를 추가해서 넣는지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예요.
우즈베키스탄 여행을 오시는 분들은 한 번 정도는 꼭 먹게 되지요.
여행 중 어느 낯선 식당에 들어갔는데, 메뉴도 없고(혹은 모르겠고) 뭘 먹어야할지도 모를 때 오쉬, 라그몬, 만트, 추추바라, 쇼르바, 샤슬릭을 물어보면 어느 하나는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보통 오쉬는 '차이하나' 라고 불리는 찻집이나 시장에 있는 식당 등에서 저렴하게 먹을 수 있어요.
하지만 고급 레스토랑이 아닌 이상 우즈벡 음식을 하는 식당 대부분은 점심 장사를 위주로 하기 때문에 11시 ~1시 반 사이가 아니면 음식 먹기가 쉽지 않아요.
오쉬는 현지인들 사이에도 인기가 많이서 금방 동이 나요.
남아있어도 솥 아래 부분의 기름에 절어있는 부분만 남아있거나 아니면 식은 걸 전자렌지로 돌려준 경우도 있었어요.
저는 레스토랑이나 식당보다는 시장통에서 현지인들과 자리 합석해가면서 먹는 것을 좋아해요.
자리도 불편하고 맛도 투박하지만, 정말 현지인들이 먹는 맛을 느낄 수가 있거든요.
한국에 돌아가면 오쉬가 정말 그리워질 것 같아요.
현지인들은 '집에서 만들어 먹어. 가장 쉬운 요리야.'하는데 전혀 안 쉬워요.
만드는 시간만 최소 1시간 반~2시간은 걸리는데다가 손이 많이 가고, 물 조절도 쉽지 않고요.
평생 먹고 자란 한국 요리도 못하는데, 우즈벡 요리를 제가 할 수 있을리가 없지요.
정말 요리 잘하시는 분들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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