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12월 25일인 크리스마스입니다.
한국은 이미 한달 전부터 캐롤이 울려퍼지고, 트리를 장식하며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나겠지만, 우즈베키스탄의 크리스마스는 크게 중요한 날은 아니예요.
몇몇 가게에서 크리스마스 용품을 파는 것을 볼 수는 있지만, 그것 빼고는 조용하고 평범한 날입니다.
휴일도 아니고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크리스마스 대신에 새해 1월 1일, 신년 yangi yil 을 크게 기념하고 축하합니다.
크리스마스를 기념하지 않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어요.
1. 대부분이 무슬림
크리스마스는 기독교에서 크게 축하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날이죠.
하지만 일부의 정교도와 기독교도들을 제외하고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대부분 이슬람을 믿는 무슬림입니다.
무슬림들에 입장에서 크리스마스는 그렇게 크게 기념할 만한 날이 아니지요.
2. 종교 축일을 크게 기념하지 않는 문화
우즈베키스탄에 와서 신기하게 생각했던 것 중에 하나는 종교적 기념일을 크게 기념하지 않는다는 것이예요.
이는 이슬람 명절인 쿠르본 하이트(희생절) 나 라마단 하이트도 마찬가지예요.
많은 이슬람 국가에서는 짧게는 사흘, 길게는 열흘까지도 쉬는 큰 명절인데 반해,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주말이 끼긴 했다만 단 하루 쉬고 끝났어요.
정부에서 주관하는 큰 행사나 공연도 없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종교축일보다는 독립기념일이나 현충일, 제헌절 등 국경일을 훨씬 중요시하고, 크게 기념하는 것 같아요.
그 때는 하루종일 TV에서 그 날에 관련된 영화나 방송, 행사들을 보여주고, 국가적으로도 여러 공연이나 축제 등을 성대하게 개최해요.
거리들에도 표어들이 즐비하고,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종교적 축일은 가정에서 혹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기념하고 축하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 같아요.
3. 러시아 정교에서 크리스마스는 12월 25일이 아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기독교인들은 대부분 러시아 정교를 믿는 러시아인들입니다.
정교에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그레고리력이 아닌 율리우스력을 사용하는데, 율리우스력은 그레고리력보다도 11분이 늦어서 현재는 약 13일 차이가 납니다.
따라서 러시아 정교에서 기념하는 크리스마스는 12월 25일이 아닌 1월 7일이 되는 거죠.
크리스마스를 기념하지 않는 우즈베키스탄도 트리를 만들어요.
그러나 이 트리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아니라 새해를 기념하는 '신년' 트리예요.
신년에 트리를 세우는 것은 러시아에서 들어온 풍습이라고 해요.
러시아의 표트르 대제는 1700년 율리우스력을 채택하며, 1월 1일에 트리를 세웠다는데 그로부터 생겨난 러시아의 신년기념 풍습이 우즈베키스탄에도 들어온 것이라고 합니다.
어쨌거나 모두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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