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인기 사극, '위대한 세기'

터키에서 몇 년째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사극이 있습니다.

제목은 '위대한 세기( magnificent century)', 터키어로는 '무흐테쉠 유즈일 Muhteşem Yüzyıl' 이라고 합니다.

오스만 제국 시절의 최전성기를 이끈 술탄 중 한 명인 술탄 술레이만 대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물로, 2011년도에 처음 제작이 되어서 현재는 시즌 3이 방송 중이예요.

터키에서도 물론 인기가 있지만, 중동 및 중앙아시아, 발칸 등 25개 국가에 수출되어서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고 해요.

제가 우즈베키스탄에 있을 때에도 우즈벡 사람들 사이에 꽤 인기가 있는지 러시아에 수출된 이 드라마의 DVD가 시장에서 흔히 판매되고 있었고, 우즈벡 사람들도 이 드라마를 많이 알고 있었어요.

배우들이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해서 대통령의 맏딸인 굴노라 카리모바와 직접 만남을 가진 일이 크게 신문지상에 크게 보도가 되기도 했지요.

출처 : http://www.bg-mamma.com/index.php?topic=682221.135

좌) 술탄 술레이만 역을 맡은 터키 배우 '할리트 에르겐치' 우)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장녀 '굴노라 카리모바'

평소 사극에 관심이 많은 저는 이 드라마를 보고 싶었지만, 러시아어는 알아들을 수가 없는데다 우즈베키스탄의 인터넷 상황이 여의치가 않아서 볼 수가 없었어요.

한국에 돌아온 뒤 인터넷을 통해 몇 편 보기는 했지만, 벌써 시즌 3이나 제작되고 있는 터라 워낙 편수가 많아서 챙겨보기가 쉽지가 않네요.

이 드라마의 큰 줄거리는 술탄 술레이만과 그의 하렘에서의 후궁들 사이의 암투예요.

출처 : http://www.bg-mamma.com/index.php?topic=682221.135

우리나라의 '여인천하'와 비슷한 사극이라고 생각하면 비슷할 거예요.

오스만 제국은 신분의 제약이 비교적 약한 편이었습니다.

발칸 반도처럼 오스만 제국의 통치를 받는 지역 출신의 이교도 노예 여자라도 술탄의 총애를 받으면 얼마든지 높은 직위에 오를 수가 있었어요.

혹 아들을 낳아서 자신의 아들이 술탄이 되면 그 어머니 또한 '발리데 술탄 Valide Sultan' 이라고 불리며 하렘을 다스리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질 수도 있었지요.

오스만 제국 초기만 해도 술탄은 '철저한 능력'에 따라 선출되었습니다.

어머니의 신분 여부와 상관없이 철저한 경쟁을 거쳐 살아남은 단 한 명의 왕자만이 술탄이 될 수 있었고, 경쟁에서 도태된 나머지 왕자들은 '왕권 강화'라는 명분을 위해 전부 죽임을 당했습니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아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하렘에서 또한 치열한 생존전쟁이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드라마에 대한 평가는 크게 두 가지로 갈립니다.

'하렘의 여인들 사이의 암투'라는 주제 자체가 상당히 자극적이고, 속된 말로 막장도가 높을 수 밖에 없는 주제이다 보니 '재미있다'며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오스만 시대의 실상을 너무 왜곡한 것 아니냐' 혹은 '종교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냐'라면서 비난을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술탄 술레이만의 시대는 오스만 제국의 최전성기라고 할만큼 최고조로 발전하는 시기인데, 이 시기에 여인들 사이의 암투와 권력 싸움만 있었던 것처럼 폄하하고, 이 드라마가 수출되는 다른 여러 국가의 사람들과 젊은 세대에게 오스만 제국에 대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를 재미를 위주로 보는 편입니다.

요즘 한국 사극도 '퓨전 사극'이 대세이기도 하지만, 사극은 다큐멘터리가 아니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을 완벽하게 고증할 필요가 없을 뿐더러 극적인 재미를 위한 각색은 필수 불가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원어로 볼 때에는 현대에는 자주 쓰이지 않는 고어가 좀 섞여있어 어렵기는 하지만, 그런 측면에서는 볼 만한 드라마입니다.

아직 한국어 자막은 없지만, 인터넷 상에 영어 자막이 있는 이 드라마가 많이 돌아다니니 오스만 제국이나 중동 역사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참고 삼아 한 번쯤은 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