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부산에 갔을 때 칵테일바를 다녀왔어요.
혼술하기에는 칵테일바가 편하기도하고, 새벽 1~2시까지 운영하다보니 늦은시간까지 영화를 보고 나서 가볍게 한두 잔 할 수 있거든요.
부산에서 칵테일바는 해운대와 서면, 광안리 쪽에 많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작년에는 주 활동 범위이자 숙소가 있는 해운대에 있는 칵테일바만 다녀왔지만, 이번에는 시간이 좀 있어서 광안리 쪽에 있는 칵테일바도 한 군데 다녀왔어요.
제가 다녀온 칵테일바는 수영구 민락동, 광안 해수욕장 인근에 있는 앙리17 Henry 17 이라는 칵테일바예요.
Henry 라고 쓰여있는데, 영어식으로는 헨리 이지만 프랑스식으로 '앙리' 라고 읽어요.
2호선 광안역 1번 출구나 3번 출구에서 광안리 해수욕장 방면으로 15분 정도 걸어가면 나오는데, 살짝 골목에 위치해있어요.
광안리 해변까지는 5분 정도 걸리니 가까워요.
영업시간은 오후 6시부터 새벽 3시까지라고 합니다.
저 책장이 칵테일바 입구입니다.
모르는 사람이라면 먼저 입구인 줄 모르고 그냥 지나칠 수 있수도 있고, 문이라는 사실을 알아도 어떻게 열어아야할지 난감해요.
실제로 문이 안 열린다면서 전화하는 분들도 있다고 해요.
저도 어떻게 문을 열긴 열었는데, 어떻게 열었는지 기억이 안 나요.
가게가 문 닫은 게 아니라면 당기거나 밀거나 옆으로 밀어보거나, 셋 중 하나로는 열리겠죠.
7시 40분쯤 왔는데, 사람이 아무도 없이 조용해서 아직 영업 시작 전인 줄 알았어요.
그냥 제가 좀 일찍 온 편이라서 그런 거 같아요.
바 내부는 약간 앤틱하면서도 아지트 같은 느낌이예요.
저는 테이블 말고 바 자리에 앉았어요.
여러 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을 혼자 차지하기 그렇기도 하고, 바텐더님이 칵테일 만드는 과정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거든요.
앙리17 메뉴.
싱글몰트 위스키와 칵테일을 판매하는데, 위스키는 너무 메뉴가 많아서 푸드 종류와 칵테일 메뉴판만 찍었어요.
칵테일은 1잔에 1만원~1만 5천원 사이이며, 커버차지는 없어요.
칵테일 이름 옆에 베이스 술 종류(보드카, 진, 럼, 브랜디, 위스키 등) 와 리큐르를 적어줘서 저처럼 칵테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고르기 편해요.
안주로는 과일, 치즈, 튀김류 등이 있고, 피자나 치킨도 배달시켜먹을 수 있는 거 같아요.
기본 안주류로 크림치즈와 크래커, 꿀땅콩이 나와요.
커버 차지도 없는데, 기본 안주가 너무 잘 나와서 놀랐어요.
다 먹으면 더 주기도 하시더라구요.
다이키리
첫 잔은 다이키리 Daiquiri 로 시작했어요.
다이키리는 화이트럼 베이스에 라임 쥬스와 설탕을 넣어서 만든 쿠바 칵테일이에요.
20여년간 쿠바에 살면서 작품활동을 했던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Earnest Hemingway 가 자동적으로 연상되는 칵테일이기도 해요.
그는 모히또 Mojito 와 다이키리를 좋아해서 하루에 다이키리를 10잔 넘게 마시기도 했다고 하거든요.
'내 모히토는 라보데기타에서, 다이키리는 엘플로디타에서 My mojito in La Bodeguita, My daiquiri in El Floridita' 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어요.
처음 마셔보는데, 라임쥬스가 들어가서인지 맛이 쨍하고 새콤해요.
도수가 30% 가까이 된다고 하는데, 술맛은 잘 나지 않고 진하게 탄 레몬에이드 같은 느낌이었어요.
더운 쿠바 날씨에서 알코올 + 새콤한 맛을 쫙 들이켜서 머리가 쨍할 때 영감을 얻어서 글을 쓴 게 아닌가 싶었어요.
에비에이션
두번째 잔은 에비에이션 Aviation 이에요.
메뉴판을 쭉 보다가 체리 리큐르와 바이올렛 리큐르가 들어갔다는 게 신기해서 주문해봤어요.
베이스인 진 Gin 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진은 고든스 Gordon's 를 사용한다고 해요.
어두워서 사진상으로 잘 나오지는 않았지만 색도 예쁜 보랏빛이 나고, 가니쉬도 깔맞춤해서 보라색 꽃을 올려줬어요.
그리고 한 모금 마시고 깨달았어요, 난 체리맛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요.
전 생체리는 좋아하지만, 체리맛 나는 건 왠만하면 다 싫어해요.
체리코크, 통조림 체리, 체리맛 사탕, 배스킨라빈스31 체리쥬빌레, 체리마루 등등 전부 다요.
여기에 바이올렛 리큐르까지 곁들여지니 샴푸맛? 방향제? 같은 걸 마신 기분이었어요.
도수도 40% 가까이 되는 꽤 도수가 높은 술이라서 그런지 양이 적어도 살짝 술기운이 느껴졌구요.
제 입맛에 맞지 않는 칵테일이라는 걸 알았으니 앞으로는 다시 안 마실 거에요.
프렌치 커넥션
지난 연말 취해서 필름이 끊긴 이후, 칵테일바에서는 딱 3잔까지만 마시기로 스스로 정했어요.
마지막 잔은 바텐더님께 추천을 받기로 했어요.
막잔으로 마실 거라서 입가심 될만한 깔끔한 스타일에 도수는 소주 정도의 도수까지는 괜찮다고 했더니, 프렌치 커넥션을 추천해주셨어요.
탄산 많은 건 오히려 더 취한다면서 추천해주신 칵테일이 프렌치 커넥션이에요.
프렌치 커넥션 French Connection 은 브랜디에 아몬드 리큐르인 디사론노 Disaronno 를 넣은 칵테일로, 기주는 레미 마르땡 Remy Martin 을 썼어요.
브랜디나 위스키 같은 데 관심이 없는 건 아니예요.
하지만 40% 라는 도수가 아직 힘들기도 하고, 제가 제 주량을 잘 모르기 때문에 선뜻 시도해볼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프렌치 커넥션은 약간 독한 감은 있는데, 디사론노가 들어가니 약간 달달하니 목넘김이 편해요.
도수가 몇 도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적어도 25~30%는 될텐데요.
배가 불러서 양 많은 롱드링크는 별로인데, 약간 취기를 느끼고 싶다 싶을 때 딱 좋을 거 같았어요.
옛날에 제가 좋아했던 러스티 네일과 비슷한 느낌도 들고요.
가격도 1만원 초반 대면 무난한 편이고, 기본 안주도 잘 나오고, 분위기가 혼자 술 마시기 좋아요.
골목이라서 밤길에 혼자 걷기에는 살짝 무서운 거 빼고요.
광안 해수욕장과도 가까우니 근처에서 밥 먹고, 바닷가도 좀 걷다가, 가볍게 한두 잔 마시고 오면 좋을 거 같아요.
내년에 또 부산을 가게 될 지 모르겠지만, 부산에 가서 시간이 맞는다면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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