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예전에 알고 지냈던 외국인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어요.
고국으로 돌아갔는데, 몇 년만에 한국에 놀러왔거든요.
대학로에서 저녁 식사를 같이 하고 난 후, 카페를 가는 전형적인 한국식 코스를 마치고 헤어졌어요.
많고 많은 카페 중 어디 갈까 고민하다가 제가 데려간 곳은 학림다방이에요.
학림다방은 1956년 오픈해서 지금까지 영업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다방이에요.
학림다방은 외국인들에게도 꽤 많이 알려져있는 곳인데,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의 촬영 장소이기도 하거든요.
요즘은 좀 덜하지만, 한때 한국을 찾는 중화권 관광객들은 여기 와서 커피도 마시고, 김수현이 앉았던 자리도 앉아보기도 했어요.
저도 예전에 한 번 와본 적이 있는데, 그 때는 대기가 너무 많아서 결국 다른 곳에 갔어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라는 그럴싸한 명목도 있고, 현지에도 많이 알려져있는 곳이니 흔하디흔한 프랜차이즈 카페보다는 훨씬 나을 거 같았거든요.
위치는 4호선 혜화역 3번 출구에서 서울대병원 방향으로 200m 정도 걸어서 서울종로약국 2층에 위치하고 있어요.
계단이 나무인데, 좁고 경사가 높아서 조금 올라가기 힘들 수 있어요.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입니다.
문 자체도 삐걱거리는 나무문이었어요.
요즘 트렌드 중 하나가 레트로인데, 정말 옛날 느낌이 나요.
주말이라 그런지 대기가 있긴 했자만, 예전에 왔을 때만큼 많지는 않았어요.
앞에 딱 1팀 뿐이고, 카공족 없이 정말 커피를 마시고 온 사람이 대부분이어서 테이블 순환이 빠른 편이라 조금 기다리기로 했어요.
대기하겠다고 하면 직원 분이 입구 쪽에 의자를 놓아주세요
학림다방의 주방과 계산대예요.
주방은 오픈주방이고, 와인바처럼 위에 와인잔이 매달려있어요.
계산대 뒤에는 요새 보기 드문 LP판이 장식장에 가득 차있어요.
전체적으로 끝이 닳고, 칠이 벗겨진 나무로 되어있어서 앤틱한 느낌을 더해줘요.
계산대에 와서 주문 후 선결제를 하면, 음료는 자리까지 가져다줍니다.
학림다방 메뉴.
대기하고 있는데, 맨 앞 순서가 되니 미리 메뉴판을 가져다줘요.
음료는 커피와 전통차, 쉐이크 등이 있는데, 콜라/사이다 같은 탄산음료와 맥주, 칵테일, 와인 같은 술 종류도 판매해요.
일반 카페와 비교하자면 에이드가 없고, 디저트 종류를 판매하지 않으며, 한방차 종류 같은 게 있는 게 좀 달라요.
가격은 5~6천원 대로 약간 가격대 있는 프랜차이즈 카페와 비슷한 수준이에요.
블랜딩한 원두도 판매해요.
학림다방은 복층 구조로 되어있고, 계단도, 난간도, 테이블도 전부 나무예요.
지지대도 나무이고, 벽에는 지나간 사람들이 낙서가 있어요.
의자도 옛날 다방 같은 데 있는 낡음직한 소파이구요.
가게 전체는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세월의 때가 묻고 칠이 벗겨진 나무로 둘러싸인 공간에 있으려니까 정말 여기만 과거로 타임리프한 묘한 기분이에요.
비엔나 커피
학림다방을 대표하는 메뉴인 비엔나 커피 Vienna Coffee 예요.
가격은 6,000원입니다.
요즘에는 '아인슈페너 Einspanner' 라고 더 많이 부르고 잠깐 유행을 했지만, 예전에는 비엔나 커피라고 불렀어요.
라떼 위에 휘핑크림이 올려져있는데, 쭉 짜서쓰는 휘핑크림이 아니라 숟가락으로 푹푹 터서 올린 거 같은 느낌이에요.
시나몬 파우더를 크림 위에 살짝 뿌려서 향긋하면서도 맵싸한 시나몬 향이 나요.
생각보다 밍밍해
휘핑크림은 너무 달지 않고, 쫀쫀해서 괜찮았어요.
하지만 그 아래 커피가 너무 밍밍했어요.
비엔나 커피는 아메리카노 위에 휘핑크림을 얹어주는데, 크림이 섞일 것을 감안해서 보통 좀 진하게 나오는 편이에요.
기본 투샷을 넣어주는 카페도 많고요.
그런데 여기는 휘핑 크림 아래 들어있는 커피는 라떼 같았는데, 너무 물을 많이 탔는지 좀 많이 밍밍했어요.
같이 간 친구도 딱히 얘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그닥 맘에 들어하지 않는 눈치였고요.
샷 추가가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샷 하나를 추가하고 싶었어요.
딱히 맛있어서라기보다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커피' 라는 점 때문에 갬성으로 대표 메뉴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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