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2013. 7. 2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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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관심이 많고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EBS에서 방영되는 '세계테마기행'이라는 프로그램을 잘 아실 것입니다.

저도 정말 좋아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이고, 자주 보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여행을 했거나 관심이 있는 나라는 되도록 챙겨보도록 노력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세계 테마기행 타지키스탄 편은 '파미르를 걷다, 타지키스탄' 이라는 이름으로 2012년 5월 21일 ~5월 24일 방영되었습니다.

큐레이터는 중앙아시아 여행 전문가이신 이한신 씨입니다.






소감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새로운 곳을 소개하려는 노력은 가상하지만 부족한 점이 많은 방송이었습니다.


일단 한국에 거의 알려지지도 않고, 찾아가기도 힘든 '타지키스탄'이라는 나라를 소개하려고 했던 점은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해외 여행 한 두번은 다 다녀오는 요즘 같은 시절에 일본, 중국, 동남아 등 촬영하기 쉽고 흔해빠진 곳들도 많은데, 힘든 여정을 선택한 시도 자체는 신선했습니다.


중앙아시아 여행 전문가이신 이한신 씨를 큐레이터로 선정한 것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테마기행'은 여행을 진행하는 큐레이터에 따라서 방송의 질과 재미가 천차만별인 프로그램입니다.

이한신 씨는 중앙아시아와 카프카스 지역을 여행하고 그 이야기를 책도 출간하신 분이고, 방송이나 저서를 보면 러시아어도 어느 정도는 구사하시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닥 잘하시는 것 같지는 않지는 않습니다.)

물론 그 분이 여행을 하시고 책을 출간한 건 오래 전 일이기는 하지만, 이 지역의 전문가가 한국에 전무한 실정에서 타지키스탄에 가 본 적도 없고 배경지식도 없는 러시아어과 교수 같은 분이 큐레이터인 것보다는 언어실력은 조금 부족하더라도 여행 경험이 있는 쪽이 훨씬 강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행 정보가 턱없이 부족한 지역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타지키스탄이라는 나라를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방송 기획과 준비가 너무 허술했습니다.


세계테마기행 타지키스탄 편은 '파미르를 걷다' 라는 이름처럼 파미르 고원을 초점으로 제작된 방송입니다.

방송일자는 5월 말이고, 일반적으로 세계테마기행 1주일 분 4부 촬영을 하는데 3주 정도 소요된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이 방송은 빠르면 3월 말부터 늦어도 4월에는 제작되었을 것입니다.

제가 타지키스탄을 여행했을 때가 5월 중순인데, 그 당시에도 3,000m가 넘는 산을 올라가니 만년설이 몇 미터나 쌓여있고 정상 부근에서는 눈도 내렸습니다.

길조차 안 좋은데 날은 어둡고, 눈까지 내리니 산을 넘는 것이 과장 조금 보태 반쯤은 목숨은 내놓은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파미르 고원은 이보다 더 높은 해발고도 4,000-5,000미터의 고원 지대입니다.

이 지역을 다니려면 못해도 6-7월은 되야할텐데, 왜 이렇게 비효율적이고 힘들며 위험한 시기에 촬영일자를 잡았는지 의문입니다.


방송에서도 잘못된 촬영시기로 인한 문제가 여실히보입니다.

눈 때문에 길이 안 좋아서 예정했던 경로를 가지 못하고 다른 길로 우회해서 돌아가거나 중간에 발목 잡혀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너무 많습니다.

촬영 기간과 비용은 정해져 있을텐데, 촬영이 계획한 대로 진행이 되지 않고 날씨와 도로 사정 때문에 중간에 허비하는 시간이 많으니 전반적으로 내용이 산만하기 그지 없습니다.

키르기즈스탄에서 타지키스탄 비자를 받는 내용과 키르기즈스탄 관광이 불필요하게 많이 들어가 있고, 타지키스탄의 수도인 두샨베는 거의 나오지도 않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파미르 고원만 고집하기보다는 타지키스탄의 다양한 지역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좋지 않았나 싶습니다.

자연 환경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지역의 풍습이나 역사 유적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독특한 전통 음식이나 먹거리를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번 편은 '파미르 고원'이라고 하는 자연만을 지나치게 강조해서 보여주려고 하다보니 그 외의 내용들은 완전히 제외한 점이 너무 아쉽습니다. 

두샨베나 후잔드 같은 곳도 각각 1회분은 충분히 만들 수 있을만큼 많은 볼거리가 있는 곳입니다.

유명한 역사 유적지나 역사 인물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전통 음식점에 가서 음식도 먹어보고, 시가지도 돌아다녀 보고 했으면 훨씬 더 많은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방송이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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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히티틀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앗...이런방송도 있었군요 티비를 잘 안봐서 몰랐네요~~~

    잘 보지 않았는데. 소감이...전문성이 느껴지는데요^^

    2013.07.26 09:1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전문성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민망하고, 제가 직접 여행을 다녀오고 나니 이 방송의 부족한 점이 좀 보였던 거 같아요.

      2013.07.26 23:26 신고 [ ADDR : EDIT/ DEL ]
  2. 타지키스탄 여행은 파미르 고원에 너무 집중되어 있는 거 같아요. 두샨베와 후잔드도 나름 볼 거 있는 곳인데 말이죠...그래도 리뷰를 보니 꽤 괜찮게 잘 찍은 듯 하네요^^

    2013.07.26 13:1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사람들이 타지키스탄은 '파미르 고원'만 생각하고 오는 거 같아요.
      저는 파미르 지역은 안 가서 그 지역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른 지역도 볼거리가 많은데 그런 부분은 이 프로그램도 그렇고 많은 여행자 분들도 많이 간과하시는 거 같아서 조금 아쉬워요.

      2013.07.26 23:31 신고 [ ADDR : EDIT/ DEL ]
  3. 세계테마기행 제작진분들이 꼭 보셔야할 포스팅이네요..ㅎㅎ
    파미르 고원은 엄청 높은 곳이 있군요. 해발 3770미터정도의 후지산도 7월부터 등산인데..
    모르셔도 넘 모르셨네요..-_-;;

    2013.07.26 23:1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계절이나 자연환경도 그렇지만, 중앙아시아 지역 도로상태가 그닥 좋지 않기 때문에 늦가을부터 초봄까지 도로가 폐쇄되는 경우도 많아요.
      타지키스탄은 국가 재정 상태도 안 좋은 데다가 자연 환경이 너무 험준하다보니 도로를 건설하려고 해도 시간과 비용이 매우 많이 들 수 밖에 없어요.
      수도와 제 2도시인 후잔드를 연결하는 도로도 아직 공사 중이고, 언제 끝날지도 기약없는 일이거든요.
      파미르는 여기보다도 더 험준한 곳인데, 이런 점은 제작진 분들이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거 같아요.

      2013.07.27 00:21 신고 [ ADDR : EDIT/ DEL ]
  4. 알 수 없는 사용자

    히티틀러님. 안녕하세요. 몇달전만해도 종종 와서 좋은 글 열심히 봤는데.... (미국) 집으로 돌아가 이래저래 일에 치이다 보니 그간 못오다가 어제서야 와봤습니다.
    (위의 댓글 보니 제가 좋아라 하는 글의 주인공 좀좀이 님도 계시네요.)

    제가 지난 3월초에 이 방송에 대한 제 나름의 리뷰를 달았는데...
    http://blog.naver.com/cabin21/150162691352

    "노력은 가상하지만 부족한 점이 많은" 이라는 표현!

    그게 바로 제가 하고 싶은 '요점'입니다.

    히티틀러님 말씀처럼 성과는 아쉬운 점 많지만, 이한신 씨 (or 님) 의 노력만큼은 평가하고 싶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13.08.16 05:19 [ ADDR : EDIT/ DEL : REPLY ]
    • 이 포스팅을 할 때, cabin21님의 글도 몇 번이나 꼼꼼하게 읽었습니다.
      정말 잘 쓰셨더라고요.

      2013.08.17 03:38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