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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종종 가는, 나름 단골 칵테일바인 '바앤라운지 Bar & Lounge' 에서 일하던 바텐더 에리카 언니가 얼마 전 새로 칵테일바를 오픈했어요.

그 전에 몇 년간 안면이 있는 사이라 인사도 좀 하고, 오랜만에 한 잔 할 겸 다녀왔어요.



가게 이름은 더 모먼트 'The Moment' 로, 이제 오픈한지 2주 남짓된 따끈따끈한 곳이에요.

강대 후문 먹자골목에 위치하고 있어요.

입구에 작은 간판이 있기는 하지만 잘 눈에 띄지는 않아서, 큰 시계가 붙어있는 건물을 찾아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게 편해요.

주소는 백령로 138번길 34 (호자동 628-12) 입니다.

영업시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는데, 보통 오후 8시 ~ 8시 30분 즈음 오픈해서 다음날 오전 2~3시까지 영업한다고 해요.

당분간은 연중무휴로 운영할 예정인데, 예기치 못하게 휴무를 할 경우 인스타크램 @bar_the_moment 로 공지한다고 해요.



내려가는 계단의 천장이 조금 낮아서 머리를 조심해야해요.

한 층 내려가면 시계가 달린 문이 하나 나오는데, 밀고 들어가면 됩니다.

처음에는 손잡이가 없어서 미닫이문처럼 옆으로 밀어야하나? 잡아당겨야하나? 살짝 고민이 되기도 했어요..



매장은 바 좌석이 위주이고, 테이블이 1-2개 있어요.

일행이 많은 게 아니라면 칵테일바는 바에 앉는 게 좋습니다.







더모먼트 메뉴.

메뉴판에는 위스키나 진, 보드카, 데킬라, 럼, 브랜디 같은 스피릿 spirit 종류와 맥주들이 있고, 칵테일은 아직 없어요.

칵테일은 딱히 정해두지 않고 마시고 싶은 걸 주문하면 되도록 다 해주신다고 해요.

만약 칵테일 쪽에 대해서 잘 모르더라도 자기가 원하는 스타일, 예를 들면 과일맛이 많이 나는 거라든가 달달하고 탄산이 있었으면 좋겠다거나 술맛이 전혀 안 났으면 좋겠다든다 식으로 주문하면 그게 맞는 칵테일을 추천해주신다고 하네요.

가격은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제가 대락적으로 1만원 ~ 1만 5천원 수준일 거 같아요.



김렛


첫 잔은 김렛 Gimlet 을 주문했어요.

김렛은 진에 라임즙에 시럽을 넣어서 만드는 칵테일로, 클래식하고 대중적인 진 gin 베이스 칵테일 중 하나예요.

위에는 식용꽃과 로즈마리로 가니쉬했어요.

김렛 gimlet 은 원래 목공용 송곳을 의미하는데, 한 모금 마시니 정말 송곳을 찌르는 것처럼 쨍-하고 짜릿짜릿헤요.

요즘 같이 더운 여름에는 새콤하고 깔끔한 맛의 칵테일이 끌려요.

라임은 강렬한 신맛을, 진은 피톤치드 같은 시원한 숲의 느낌을 내는데, 딱 이 2가지만 들어가기 때문에 첫 잔으로 좋을 거 같아서 주문했어요.

바텐더님이 현재의 계절적 특성과 새콤한 맛을 좋아하는 제 입맛을 감안해서 라임즙을 좀 더 넣어주셔서 정말 이름 그대로의 칵테일을 마실 수 있었어요.

너무 신 걸 싫어하시는 분이라면 시럽을 더 넣어달라고 하거나 라임의 양을 줄여달라고 하시는 게 좋아요.



카이피로스카


첫 잔의 기세를 쭉 이어서 둘째 잔은 카이피로스카 Caipiroska 로 주문했습니다.

라임이 들어가는 건 동일하지만, 김렛이 진으로 만드는 칵테일이라면 카이피로스카 caipiroska 는 보드카 베이스의 칵테일이에요.

비슷한 이름의 칵테일로는 카이피리냐 caipirinha 가 있는데, 이건 브라질의 전통술은 카샤사 Cachaça 가 들어가요.

가니쉬로는 식용꽃과 라임웻지가 올라갔습니다.

보드카는 무색무취무향의 술이다보니 정말 알코올 라임에이드 같이 깔끔하고 산뜻한 라임맛만 나요.

주변 사람들에게 사진을 보냈더니 '오이지를 숭덩숭덩 썰어넣은 냉국 같아서 엄청 시원해보인다' 고 답장이 왔는데, 그 이후로는 자꾸 오이냉국으로 보였어요.



데킬라 선라이즈


두 잔 연속 상큼한 걸 마셨으니 다음 잔은 달달하게 데킬라 선라이즈로 골랐어요.

데킬라 선라이즈 Tequilla Sunrise 는 데킬라에 오렌지 주스, 그레나딘 시럽을 넣은 칵테일로, 붉은색이 나는 그레나딘 시럽이 쫙 퍼지는 게 석양이 지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선라이즈 라는 단어가 붙었다고 해요.

데킬라 대신 보드카를 넣으면 보드카 선라이즈 Vodka sunrise 가 되고요.

그레나딘 시럽 grenadine syrup 은 석류 혹은 블랙커런츠를 베이스로 하는 시럽인데, 맛에 큰 영향을 준다기보다는 색이 예뻐서 쓰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저도 집에 한 병 있는데, 괜히 기분내고 싶을 때 소량을 넣어서 붉은색 혹은 그라데이션 효과를 주곤 하거든요.

데킬라 선라이즈든 보드카 선라이즈든 오렌지 주스가 많이 들어가서 술맛이 하나도 안 나고 달달해요.

하지만 술을 많이 넣어도 티가 확 나지 않고, 달달하고 맛있다고 쭉쭉 마시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어느 순간 취기가 확 오를 수 있어요.

그래서 레이디킬러 칵테일 Lady Killer, 이른바 작업주로도 많이 알려지긴 해요.

아예 술맛이 안 나는 걸 마시고 싶다라고 하면 괜찮은데, 살짝 조심해야하는 술이에요.



바텐더 언니가 재미있는 걸 보여준다고 하더니 총 같이 생긴 걸 꺼내서 버블을 크게 만들어주었어요.



곧 터지겠지? 싶어서 보고 있는데, 흔들리기만 하도 안 터졌어요.

결국 손으로 살짝 터트리니까 스모키한 향이 확 퍼져요.



러스티 네일


마지막 잔은 러스티 네일 Rusty Nail 입니다.

러스티 네일 Rusty Nail 은 스카치 위스키에 드람부이 Drambuie 라고 하는 꿀+허브맛 나는 리큐르를 넣어서 만드는 칵테일이에요.

부산에 갔을 때 들린 칵테일 바에서 '마지막 잔은 도수를 좀 높은 걸로 마셔야 숙취가 적고 깔끔하다' 라는 말을 듣고, 그 이후에는 위스키나 브랜디 베이스의 칵테일을 주로 마시는 편이에요.

러스티 네일은 드람부이가 들어가서 살짝 달달한 맛이 있어서 좋아하는 칵테일 중 하나예요.

가니쉬는 레몬필로 했어요.


아까 그 버블건의 스모키한 향을 더 입혀주셨어요.
확실히 달달한 데킬라 선라이즈보다보다는 러스티네일에 좀 더 잘 어울려요.
도수가 40도에 가까운 술이라 마시면 목이 살짝 뜨끈해지는 감이 있는데, 드람부이는 살짝 단맛이 있어서 일반 위스키보다는 목넘김이 좀 편해요.
영국 신사들이 즐겨마시는 술 중 하나라고 하는데, 약간 추운날이나 비오는 날 마시면 고풍스럽고 운치있을 거 같은 느낌이에요.




이렇게 단골집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꼭 성별을 따는 건 아니지만, 여성의 입장에서는 여성 바텐더님이 있는 게 술 마실 때 마음이 편하기도 하고요.
칵테일바라고 해서 막 거창한 게 아니라 가볍게 술 한 잔 생각날 때 쓰레빠 질질 끌고 와서 바텐더님과 수다 좀 떨다가 올 수 있는 그런 동네 술집이라는 게 오히려 더 적당한 거 같아요.
특히나 혼술할 때는 더더욱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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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히티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