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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2019 부산 [完]

[부산] 05. 10/8 스타벅스, 영화의 전당, 부산 서면, 파복스 해운대

by 히티틀러 2020.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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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푹 잤다.

며칠간 2-3시간 남짓 밖에 못 잔 상태라서 영화 상영 시작 전 그 짧은 시간에도 쪽잠에 들 정도로 피로가 누적되어있던 상태였다.

거기에 술까지 하고 왔으니 정말 침대에 머리를 대자마자 잠들었던 거 같다.



"왜 이래 이거?"


 

7시쯤 일어나 씻고 나갈 준비를 하는데, 핸드폰과 보조배터리가 충전이 안 되어있었다.

접촉이 불량했거나 자다가 콘센트가 빠졌나 보다.



일찍 나와서 충전 맛집인 스타벅스로 향했다.

이틀 전에 갔던 더해운대R 리저브 매장은 거리가 좀 있어서 바로 지하철 해운대역 앞에 있는 스타벅스 해운대역점에 갔다.

콘센트가 많이 없어서, 핸드폰은 바로 옆에 두고, 보조배터리는 잘 보이는데 꽂아두고 충전을 했다.

혼자 여러 개를 독차지하는 것도 민폐인거 같아, 누가 필요하다고 하면 바로 치워줄 생각이었다.


커피는 저렴하고 무난한 오늘의 커피로 주문했다.

오늘의 커피는 일주일 간격으로 원두가 달라진다는데, 이 날은 케냐 AA였다.

아메리카노와 비슷하지만 샷에 물을 탄 게 아니라 브루잉을 해서 만든 커피라고 하는데, 솔직히 그닥 맛있지는 않았다.

원두커피처럼 향도 없고 밋밋한 느낌이랄까.

어차피 커피맛을 즐기러 온 게 아니기 때문에 일정을 정리하고 핸드폰을 만지면서 1시간 가량 노닥거렸다.



첫 영화를 보기 위해서 영화의 전당에 도착했다.

센텀시티 롯데시네마와 CGV만 왔다갔다 하다가 영화의 전당은 처음 온다.

어제와는 다르게 화창한 날씨에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의 첫 영화는 '달려라 소년 Running to the Sky' 라는 키르기즈스탄 영화이다.

키르기즈스탄 산골에 사는 12살 소년 젝신은 이혼한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으로 경제적 능력도 없고 집안일에도 손을 놓았지만, 그렇다고 다른 남자와 살고 있는 어머니를 따라갈 수도 없다.

젝신이 잘하는 건 달리기.

키르기즈스탄에서는 마을에 큰행사가 열리거나 아이의 돌잔치가 있을 때 아이들의 달리기 대회를 여는데, 1등에게는 닭이나 염소, 양 등을 상품으로 내건다고 한다.

젝신은 달리기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학교의 달리기 대회에도 선수로 뽑히게 된다.

그는 학교에 낼 돈과 운동복을 사기 위해서 이웃 마을 부잣집의 달리기 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달리기를 통해 희망을 찾는다는 점에서 이란 영화 '천국의 아이들' 이 살짝 연상이 되는 영화였다.

키르기즈스탄을 가본 건 아니지만, 중앙아시아 다른 국가에서 봤을 때 어린애가 어린애가 아닌 경우가 많았다,

어린나이부터 돈을 벌거나 일손을 돕거나 아이를 돌보는 등 노동력으로 동원되는 거 보면서 안쓰러웠는데, 젝신도 구제불능인 아버지를 버리지도 못하고 애어른으로 살고 있는 모습이 참 씁쓸했다.



영화가 끝나고 GV 시간이 있었다.

이 영화의 감독인 미를란 압디칼리코프 Mirlan Abdykalikov 감독님과 프로듀서인 부인이 참석했다.

키르기즈스탄의 전통 모자인 칼팍을 쓰고 있던 터라 사실 영화 전부터 '저 분이 관계자겠구나' 를 살짝 눈치채긴 했다.

감독님의 아버지는 키르기즈스탄의 유명한 감독이었으며, 그 덕에 본인도 어릴 적 배우로 연기한 바가 있다고 했다.

달려라 소년은 감독님의 2번째 영화로, 키르기즈스탄에는 어린 아이가 돌이 되면 아이의 발목에 끈을 묶어두고 걸음마를 시키는 전통에서 달리기를 착안해서 제작했다고 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젝신이 갑자기 쓰러지더니 하늘을 비추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게 소년의 죽음을 의미한다는 걸 감독님의 설명을 통해서 알았다.

이런저런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말씀해주셨는데, 영화에 나오는 어린 아이들이 아역 배우가 아니고 촬영지인 이식쿨 근처에 있는 마을에 실제 거주하는 아이들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아이들과 촬영하는 것보다는 닭이나 소 같은 동물들과 촬영하는 게 더 쉬었다면서 우스갯소리를 하셨다.

감독님도 관객들의 질문에 농담까지 섞어가면서 재미있고 친절하게 답해줬지만, 사회자 겸 통역으로 오신 분도 인상깊었다.

가끔 통역을 보면 정말 말만 하는 것 같은 사람을 데리고 와서 불쾌할 때도 있는데, 이번 사회자 님은 배경지식이 풍부했고 감독님이 얘기하지 않는 부분까지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을 덧붙여줘서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다.

아마도 이쪽 일을 오래 했거나 러시아 등지에서 영화를 전공한 분이 아닐까 싶었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 앞에서 사람들이 줄까지 서가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영화를 보기 위해 대낮부터 이렇게 기다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유명한 배우가 오나보다.



센텀시티에서 지하철을 타고 도착한 곳은 문현역.

관광객 입장에서는 딱히 볼 것도 없는 이 동네에 왜 온 것인가 하니..



전국에서 1등 당첨 횟수가 1~2위를 다투는 로또 명당이 있기 때문이다.

'부일카써비스' 라는 카센터인데, 친구에게 부산 여행을 간다고 하니 여기를 꼭 가보라고 알려주었다.

2019년 10월 기준으로, 1등은 39번, 2등은 126번 당첨되었다고 한다.

금요일도 아니고 화요일 낮인데도 가게 밖까지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을 보며 '진짜 명당은 명당인가보다' 싶었다.



안까지 들어가는 데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가게 안에도 사람들이 꽤 많아서 총 10분 남짓 기다린 거 같다.

판매하시는 분 뒤로 1등 당첨 명패가 훈장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다.

나는 종종 꿈자리가 사납거나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액땜 목적으로 1-2천원 정도만 사는데, 이번에는 명당까지 왔으니 큰 맘 먹고 5천원어치를 샀다.

파시는 분은 워낙 익숙해졌는지 거의 기계적으로 로또 용지를 뽑고 계셨다.



참고 : 부산 전설의 로또 1등 명당 - 부일카 서비스 / 천하명당




다시 지하철을 타러 범일역으로 향하는데, 범일역 출구 바로 앞에 몰랐던 로또 명당이 한 군데 더 있었다.

여기는 1등이 9번, 2등이 51번 되었다고 한다.

아까 다녀온 '부일카써비스' 만큼은 아니지만, 여기도 꽤 당첨률이 높은 곳이었다.

이 지역이 터가 좋은가? 수맥 같은 게 흐르나?

아까 로또를 샀으므로 여기서도 사야하나 살짝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여행 좋은 이유가 뭐람. 결국 돈지랄 하는 재미 아닌가.

줄도 짧아서 후딱 5천원 어치를 사서 나왔다.



참고 : 부산 동구 범일동 범일역 로또 명당 - 돈벼락맞는 곳





그리고 당첨!



부일카서비스에서 산 건 숫자 2개 맞은 게 최고였는데, 여기에는 무려 4등, 5만원짜리에 당첨되었다.

5천원짜리는 종종 당첨된 적이 있고, 이제까지 가장 잘 된 게 5천원짜리 2번이 동시에 당첨된 거였는데, 이번에 기록을 깼다.

내가 당첨된 거 보니 확실히 명당은 명당인가 보다.



지하철을 타고 서면역에서 내렸다.

서면은 부산의 젊은이들이 모이는 최고의 번화가이지만, 거의 해운대 - 센텀시티에 처박혀 있는 내 여행의 특성상 여기까지 올 일이 없었다.

부산 여행 4번째만에 첫 서면 방문이다.



서면역 중앙대로 뒷골목 쪽에는 먹자골목이 있는데, 역사가 깊고 유명한 맛집들이 많다.

꽤 이름있는 돼지국밥집이 여러 군데 있어서 어딜 가야하지 망설이고 있는 중에 아저씨들 여러 명이 '송정돼지국밥' 집으로 쑥 들어가길래 나도 따라들어갔다.

중년의 아저씨와 할아버지들이 모여서 술 한잔 하면서 정치 욕하는 곳은 의심할 바 없이 맛집이라고 한다.

다른 음식은 몰라도 국밥이나 백반 같은 한식은 거의 100% 다.

여기는 24시간 영업에 '맛있는 녀석들' 에도 출연한 곳이라고 한다.




국밥은 레알 패스트푸드다



주문을 하고, 화장실에 손 씻으러 다녀왔더니 이미 음식이 차려져있었다.

2분? 3분?

패스트푸드의 대명사인 햄버거도 미리 만들어서 홀딩한 제품이 아닌 이상 이렇게 빨리 나오지 않는다.

차리는 시간과 치우는 시간도 줄일 수 있도록 쟁반에 담겨진 상태로 놓고 가셨다.

국밥 솥이 노출되어있어서 지켜보니까, 주문이 들어오자마자 쟁반에 반찬 그릇을 올리고 바로 뚝배기에 국밥을 떠서 손님에게 나가는 시스템이었다.


돼지국밥


국밥은 밥이 따로 나오는 따로국밥 스타일이고,  돼지/ 순대/ 내장을 원하는 대로 섞어준다.

나는 섞어달라는 주문을 했는데 일반 돼지국밥이 나온 거 같았지만, 그냥 먹었다. 

맛은 그냥저녁 무난했다.

특유의 돼지 누린내나 젓갈 냄새가 같은 게 나지는 않았지만, 이게 그렇게 맛집이라고 할만한가? 는 좀 긴가민가했다.

돼지국밥이라는 음식 자체가 나한테 특별한 추억이 있거나 익숙한 음식이 아니라서 그런 거 같다.

맛이라는 건 지극히 주관적인 영역이니까.


참고 : 부산 서면 돼지국밥 맛집 - 송정삼대국밥




시끄러운 분위기에 허겁지겁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서면 번화가로 넘어갔다.



이번 여행에서 서면에 온 가장 큰 목적은 아마스빈이다.

아마스빈은 공차와 함께 버블티계의 양대 산맥이다.

공차보다 좀 더 저렴한 가격에 퀄리티도 평균 이상은 뽑아내기 때문에 좋아하는 브랜드인데, 매장이 수도권 지역과 부산, 경상도 지역에 집중되어있다.

내가 살고 있는 강원도는 매장이 1군데도 없어서 서울에 갈 때나 가끔 마실 수 있다.

아마스빈은 국내 브랜드로 1호점이 부산 서면점이라 여기는 꼭 가보고 싶었다.

매장이 1백 군데가 넘는 큰 브랜드라 본점도 규모가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좁아서 놀랐다.

누가 보면 여기가 1호점이나 본점인 줄도 모를 거다.



흑당 버블 라떼 + 샷 추가


한시대를 풍미했던 흑당.

여기저기서 흑당 음료를 출시할 때 아마스빈은 나중에야 흑당 버블티를 출시했는데, 처음에는 전국 13군데 직영점에서만 판매했다,

부산은 서면본점과 부산대점, 딱 2군데에서만 판매하는데, 내가 방문한 곳이 그 중 한 곳이니 레알 희귀템인 셈이었다.

하도 흑당이 여기저기 난리라 좀 지겨워서 샷을 추가했더니 달달한 다방커피 같은 맛이 났다.

다음 영화까지 시간 여유가 없어서 쭉 빨아마시고 바로 나왔다.



참고 : 부산 서면 버블티 카페 - 아마스빈 서면 본점




시간이 없어 서면 젊음의 거리를 대충 걸으면서 둘러보고, 2호선 전포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오늘의 두번째 영화는 '태양의 아이들 : Children of the Sun' 이라는 스리랑카 영화이다.

제목만 보면 '천국의 아이들' 처럼 아동영화 같지만, 180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한 픽션 사극이다.

티키리 Tikiri는 칸디 Kandi 왕국의 귀족 부인으로, 그녀의 남편은 영국군과 손을 잡았다가 반역자로 몰리게 된다.

집안은 당연히 쑥대밭이 되었고, 그녀는 자살을 하거나 불가촉 천민과 결혼을 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한다.

그녀는 불가촉 천민인 비자야 Vijaya 와의 결혼을 선택하고, 명예롭게 죽음을 택하지 못한 그녀 또한 온갖 모욕을 겪어야하는 불가촉 천민이 되어버린다.

가슴을 가리지도 못하고 마을 바깥의 움막에서 지내야하며, 먹을 것 또한 구걸을 통해 얻고, 지나가는 귀족의 행차에 눈에 띄었다는 이유로 단체로 몰매를 맞게 되는 수모를 겪는다.

불가촉천민들의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그녀로 인해 모든 사람들이 위험에 떠나자 남편인 비자야와 떠나 떠돌이로 지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죽은 줄만 알았던 원래 남편과 만나게 되지만 외면당하고,  무시당하면서도 자신을 챙겨주는 비자야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모든 과거를 포기하고, 불가촉천민으로의 삶에 동화되기로 마음먹는다.



GV 시간에는 프라사나 비타나케 Prasanna Vithanage 감독님과 작곡가님이 참석했다.

감독님은 부산국제영화제 1회에 한 번 참석하시고, 이번에 장편 작품으로 두번째 참석하는 거라고 한다.

1814년 칸디 왕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당시는 카스트에 의해서 의식주를 비롯한 일상생활의 모든 것이 정해져있으며, 카스트 라는 신분 자체가 자신의 정체성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래서 천민과 결혼하는 것보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더 자신의 존엄과 명예를 지키는 것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영화 속에 보면 불가촉천민 무리들이 이유 없이 몰살을 당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 칸디 왕국에서는 인구가 많아진다거나 신분제도에 통제가 필요한다고 생각하면 불가촉 천민을 무작위로 학살하기도 했다고 한다.

카스트 제도의 잔재는 현재까지도 남아있어서 스리랑카에서는 결혼시에 신랑신부의 카스트를 표기해야한다고 했다.

이런 시대적 배경에서 여자주인공인 티기리가 스스로 불가촉천민이 되기로 결정한 것은 용기있는 행동이며, 자신의 정체성은 인종이나 카스트가 아닌 자존감과 사랑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강조하셨다.

더블어 티기리의 원래 남편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영국군과 손을 잡았지만, 이는 스리랑카에 외부 세력을 끌어들이게 되는 결과를 나았으며 결국 스리랑카는 영국의 식민지로 몰락해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감독님은 세계사를 기록한다는 관점에서도 이 영화를 제작했다고 말씀을 덧붙였다.

티키리는 가슴을 가린 천을 풀고 스스로 불가촉천민임을 인정한 채 비자야와 함께 산 속으로 들어가는 걸로 영화는 끝난다.

하지만 앞으로의 그녀의 일생에 얼마나 많은 모욕과 고난이 생길 것인지가 자명한 상황에서 그럼에도 살아가는 것이 나은 것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비극적이면서도 혼란스러운 영화였다.



해운대로 돌아왔다.



뭘 먹지..?



오늘이 마지막 밤이다.

짧은 시간 안에 이것저것 하려면 어딜 갈지, 뭘 할지,  어느 정도의 일정을 계획해두고 오는데, 오늘은 서면에 다녀오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져있어서생각을 못했다.

혼밥은 메뉴 선택지 자체가 많지 않고, 좀 있다 술을 마시러 갈 예정이라 배부르게 먹기도 애매했다.



그러던 중 해운대시장 가운데 위치한 만두집이 눈에 띄었다.

매번 올 때마다 김을 풀풀 풍기면서 만두를 찌고 있는데, 외국인 관광객을 포함해서 꽤 많은 사람들이 식사도 하고, 포장도 해가는 거 같았다.

가격도 저렴하고, 여기라면 혼밥도 괜찮을 거 같아서 안으로 들어갔다.



손칼국수


만두를 보고 들어왔으나 막상 주문할 때는 칼국수를 골랐어요.

인터넷 보니까 여기가 새우만두와 손칼국수가 유명하다고 하더라고요.

양이 조금만 달라고 했는데, 그래도 냉면 그릇 가득 담겨나왔어요.

기계면이 아니라 손칼국수라서 그런지 쫄깃쫄깃하면서도 면마다 두께가 조금씩 달라서 씹는 맛이 있었어요.

국물은 맑았는데, 건고추 같은 것을 넣었는지 약간 칼칼한 맛이 나요.

적게 달라고 한 양도 많은 편이라서 먹고 나니 배가 불러요.

정량 다 달라고 하면 면만 간신히 건져먹거나 아니면 다 못 먹고 남겼을 거 같아요.

저렴한 가격에 든든하게 식사를 했어요.



참고 : 부산 해운대시장 맛집 - 노홍만두


 



밥 배와 디저트 배는 따로다



아까까지 칼국수 먹고 배부르다고 해놓고, 씨앗호떡을 파는 가게가 보이니 무엇엔가 홀린 듯이 하나를 샀어요.

배가 불러도 호떡은 참 맛있었다.



태풍과 비로 인해서 꺼두었던 분수도 오늘은 켜두었다.

음악 소리와 함께 물이 뿜어져나올 때마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마구 뛰어다녔다.



구남로 인근을 슬슬 산책해서 돌아다니다가 해운대 고래사어묵을 들렀다.

지난 번 부산국제영화제에 왔을 때에도 다녀왔던 곳이다.



집으로 보낼 어묵 세트를 주문해서 집으로 택배를 보냈다.

이전에 한 박스를 집으로 보냈더니 그게 맛있었는지 이번에도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길래 택배로 보냈다.

오늘 주문한다고 바로 보내는 것도 아니고, 적어도 3-4일 정도 걸린다고 했다.



이제 드디어 마지막 일정!

여행의 밤에는 역시 술이 빠지면 서운하다.

예전에 다른 곳에서 추천받았지만 가격대가 좀 비싸서 갈까 말까 망설였던 파복스 Pavox 로 향했다.

파복스는 서울 강남과 부산 서면, 해운대, 이렇게 3군데가 있는데, 내가 간 곳은 해운대점이다.



백바부터가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저 위에 있는 술은 어떻게 꺼내는거지?

계단타고 올라가는 건가? 아니면 그냥 장식용일까?

장식용이라도 저 위에 먼지 닦는 것만해도 일일 거 같다.

감상에 젖어야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이런 생각만 든다.



싱가폴 슬링


첫 잔은 싱가폴 슬링 Singapore Sling 을 골랐다.

싱가폴 슬링은 1915년 싱가포르 래플스 호텔에서 만들어진 칵테일로, 영국 출신 소설가인 서머싯 몸이 '동양의 신비' 라고 극찬을 한 칵테일이기도 한다.

싱가폴 슬링은 래플스 호텔의 래플스 스타일과 이를 간소화한 사보이 스타일, 이렇게 2가지로 나뉘는데, 어떤 스타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단맛도 있으면서 약간 상큼한 맛도 있고, 약간 탄산감도 느껴져서 도수도 첫 잔에 시원하게 마시기 좋았다.

싱가포르에 여행을 가면 래플스 호텔에서 싱가폴 슬링을 주문하는 게 하나의 여행 코스라고 하는데, 싱가포르 여행을 갈 수나 있을런지 모르겠다.



자전거 도둑


칵테일 메뉴판이 너무 많아서 뒤적뒤적 거리다가 두번째 잔은 자전거 도둑 Bicycle Thief 으로 골랐다.

이름이 독특해서 무슨 의미냐고 물어봤더니 이탈리아의 흑백 영화인 '자전거 도둑' 에서 따왔다고 했다.

어떤 의미라고 설명을 해주셨는데, 그 영화를 못 봐서 기억은 안 난다.

내가 아는 자전거 도둑은 엄복동 뿐.

진 베이스에 캄파리와 자몽주스가 들어가서 쌉사름하면서 달큰한 맛이 괜찮긴 했지만, 좀 더 알코올맛이 강한 술을 원했던 나에게는 좀 아쉽기는 했다.



발랄라이카


막잔으로는 발랄라이카 Balalaika 라는 칵테일을 골랐다.

칵테일을 좋아하긴 하지만 달달한 맛에 좋다고 마시다가는 나도 모르게 훅 가기 쉬워서 아쉬워도 딱 3잔까지만 마시고 온다.

발랄라이카는 작은 하프 비슷한 러시아의 전통 악기이다.

보드카와 코앵트로, 레몬즙이 1:1:1로 들어간 칵테일인데, 코엥트로도 오렌지술이고 여기에 레몬즙까지 들어가서 정말 상큼새콤했다.

도수도 제법 있는 편이라서 막잔으로 입가심하기 딱 좋았던 거 같다.

3잔 정도 마시니 정신은 멀쩡하지만 기분 좋은 취기가 올라왔다.



이제 이번 여행도 끝이다.

이번은 영화는 몇 편 안 보고, 엄청 먹고 마시고 돌아다녔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보러 온 여행인데, 영화 티켓으로 쓴 비용보다 술값이 2배 이상 더 나왔다.

주객이 전도된 거 같지만 뭐 어때.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오니까 다 체크아웃을 한 모양이다.
마지막 날에 4인실을 나 혼자 쓰니까 세상 편했다.
정말 예전에는 16~20명씩 쓰는 도미토리에서 어떻게 지낸건지, 다시 한 번 과거의 내가 신기했다.
방 안에서 옷도 갈아입고, 맘대로 불도 켜고 끄고, 알람도 큰 소리로 맞춰놓고 편하게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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