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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1 카프카즈&터키[完]

[조지아] 17. 7/13 아칼츠케 ~ 바투미 (1)

by 히티틀러 2013.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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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일어나서 바로 버스를 타러 갔어요.

전날에는 밤에 도착해서 잘 몰랐는데, 우리가 묵었던 숙소는 터미널은 바로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에 있었어요.

아칼츠케에서 바투미로 가는 버스는 아침 8시와 11시에 있고, 트빌리시로 가는 버스는 8시 즈음에 첫 차가 있고 거의 매 시간 출발한다고 했어요.



바투미행 버스.

실상은 버스라기보다는 마슈르트카에 가까운 승합차였어요.

그루지아(조지아) 문자로 쓰여있었지만, M씨가 출발하기 전에 알파벳을 외워오고 저도 몇 자 익혀서 어렵지 않게 버스를 찾을 수가 있었어요.

터미널 건물은 있지만, 따로 매표소라든가 버스 회사 사무소에서 표를 사는 시스템이 아니고, 운전 기사에게 돈을 주고 표를 산 후 아무 자리에나 앉으면 되었어요.

승합차이다보니 자리가 많지 않아서 빨리 들어가서 가방을 놓고 자리를 차지했어요.


M씨는 주변을 좀 돌아보겠다고 했고, 저는 혹시 몰라 터미널에서 기다리기로 했어요.



아칼츠케 경찰서.


그루지아의 경찰서는 대부분 안이 다 들여다보이는 유리로 되어 있어요.

그 이유는 그루지아 대통령이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고 경찰서 내부가 전부 들여다보이도록 전면을 투명 유리로 교체했다고 해요.

게다가 밤에는 불을 환하게 밝혀놓아서 주위도 환하고, 사람들이 늦은 시간까지 많이 있어요.

전날 그 청년이 '호텔 바로 옆에 경찰서가 있다'며 그렇게 강조를 했던 것이 이해가 되었어요.



버스 터미널 맞은 편에 있는 아파트.



터미널 건물 내에 붙어있는 호텔 간판.

실제 가본 적도 없고 워낙 건물 자체가 낡아서 실제 호텔로 사용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M씨가 돌아오고 버스는 곧 출발했어요.

당시에는 아칼츠케가 론니플래닛에 한 페이지 정도 나와있기는 하지만, 그냥 조그만 국경 도시라고만 생각했어요.

하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그 주변 지역에서는 나름 큰 도시였고, 특히 12세기에 지어진 성채가 유명한 도시예요.

요즘에는 그 성을 보기 위해서 일부러 찾아가는 사람들도 있고, 여행 코스 중의 하나로 개발도 되어있다고 해요.










아칼츠케에서 바투미로 가는 길.

버스는 바투미로 가는 직행 버스가 아니라서 중간중간 사람들이 계속 타고 내렸어요.

터미널이나 정류소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가다가 길거리에서 타겠다고 신호를 보내는 사람이 있으면 멈춰서서 태우고 또 내리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말한 곳 근처에서 적당히 내려주는 듯 했어요.





그루지아는 정말 풍경이 아름다운 나라였어요.

차로 휙휙 지나치는 이름 모를 지역의 모습조차도 정말 조용하고 평화로워서 한 폭의 그림 혹은 동화 속에 있는 느낌마저도 들었어요. 

카프카스 지역이라서 그런지 산도 많아서, 강원도 출신인 저에게는 매우 익숙하게 느껴졌어요.



버스는 보르조미 Borjomi 에서 잠시 멈춰섰어요.

보르조미는 그루지아에서 천연 광천수와 국립공원으로 유명한 지역인데, 이곳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어요.

보르조미의 물은 특히 위장병에 좋기로 유명한데, '보르조미'라는 브랜드의 탄산수는 많은 나라에 수출이 되고 있기도 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지낼 때 꼭 한 번 마셔보고 싶었지만 다른 탄산수보다 몇 배나 비싼 가격 때문에 항상 침만 꿀꺽꿀꺽 삼키다가 결국 못 마셔보고 온 게 참 아쉬워요.


보르조미를 떠난 차는 잠시 달리다가 카슈리 Kashuri 지역 근처의 휴게소에서 멈춰섰어요.

간단한 간식거리를 파는 노점상과 가게가 있었고, 한쪽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두 분께서 빵을 구워팔고 계셨어요.



할머니는 열심히 화덕에서 빵을 굽고 계셨고, 할아버지는 손님들에게 빵을 팔면서 중간중간 할머니를 도와주시고 계셨어요.

아침 일찍 출발한 탓에 아무 것도 먹지 못해서 아침식사로 먹을 겸 빵 2개를 샀어요.

30cm 는 될 거 같은 두툼하고 투박한 빵이 한 개에 2라리 (약 1200원). 

M씨가 판매대 앞에 놓인 빵을 가져가려고 하니 할아버지께서 손을 저으시면서, 화덕에서 갓 꺼낸 뜨거운 빵을 봉지에 싸주셨어요.


투박한 겉모습과는 다르게 빵은 정말 맛있었어요.

갓 구운 빵이어서 그런지 겉은 바삭하면서도 안은 폭신폭신하고, 한입 베어물면 향긋하면서도 달큰한 맛과 향이 감돌았어요.

안에는 건포도가 들어있기도 했지만, 빵 자체에서도 달짝지근한 향이 나는 것을 보니 아마 반죽할 때 포도즙 같은 걸 넣은 듯 했어요.

출발하는 버스에서도 계속 빵을 먹었는데, 아무 것도 넣거나 바르지 않았는데도 저 큰 빵을 둘이서 하나씩 해치웠어요.

빵이기보다는 왠지 간식 같은 기분이었거든요.










오후 2시, 드디어 바투미에 도착했어요.

바투미 정도면 나름 그루지아에서 큰 도시니 버스 터미널에 세워줄 법도 한데, 차는 해변 근처에 있는 버스 정류소 비슷한 곳에 세워주면서 내리라고 했어요.

우리를 보자마자 택시기사들이 다가오면서 시내까지 데려다줄테니 택시를 타라고 했지만, 우리는 다 뿌리쳤어요.


"응? 이거 왜 이래?"


이상하게 가방이 무겁다고 했더니 캐리어 바퀴 한 쪽이 빠져있었어요.

여행 떠나기 전에 새로 산 캐리어인데, 이번 여행이 짐도 많고 길도 좋지 않은 곳에서 막 끌고 다녀서 그런지 여행 5일만에 망가져버렸어요.

이번 여행은 정말 삼재가 끼인 것인지 시작하자마자 가이드북을 잃어버릴 뻔하지 않나, 더위 먹고, 피부병 걸려서 병원 가고, 결국 캐리어까지 말썽을 부렸어요.

의도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일행인 M씨에게 너무 미안했어요.

다행히 바퀴를 잃어버리지는 않아서 임시방편으로 M씨가 끈 같은 걸로 묶었어요.


혹시 바퀴가 빠질까 조심조심 캐리어를 끌고, 버스회사 사무실로 갔어요.

우리가 내린 장소에서 멀지 않은 곳 길 건너편에 버스회사 사무실들이 몰려있었어요.

이제까지는 여행을 다닐 때 조금 아닌 터키어 몇 마디로 어느 정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는데, 그루지아에서는 러시아어도 모르고 그루지아어도 몰라서 어떻게 말해야 하나 쭈볏쭈볏댔어요.


"터키어로 해봐요. 여기는 아마 국경 근처라서 터키어 아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우리 근처에 몰려있던 버스회사 사무실 사람들에게 M씨의 말대로 터키어를 아는 사람이 있냐고 물어보니 자기들끼리 수근수근거리더니 정말 터키어를 아는 아저씨 하나를 데리고 왔어요.


"트빌리시 가는 마지막 차가 몇 시예요?"

"밤 11시 반."

"몇 시간 걸려요?"

"6시간 정도."


우리는 터키어를 아는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서 바투미에서 트빌리시 가는 버스표 두 장을 샀어요.

여기도 정식 버스가 아니라 마슈르트카, 즉 승합차였어요.

어느 자리에 앉고 싶냐고 하길래 기사 옆 두 자리에 앉기로 했어요.

그리고 우리 짐을 전부 사무실에 맡겼어요.

직원은 사무실 문닫는 시간이 있으니까 11시 반에 맞춰 오지 말고, 10시 반까지는 오라고 당부했어요.



바투미 시내는 택시 기사들이 얘기했던 것처럼 멀지 않았어요.

걸어서도 충분히 돌아다니면서 볼 수 있는 곳이었어요.

짐 없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골목을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희한한 것이 보였어요.


"저게 뭐지?"



커다란 물탱크 같은 통 옆에 아주머니 한 분이 앉아있었는데, 지나가던 사람들이 남녀 노소를 불문하고 몰려들었어요.

얼핏 보니 음료수 같은 것을 한 컵씩 팔고 있는 듯 했어요.

M씨가 어린 아이들도 먹는 것을 보니 술 같은 건 아닐 거 같다면서 우리도 한 잔씩 사먹어보자고 했어요.



약간 맥주 같은 냄새가 나는데 알코올은 전혀 없고, 시원하고 달콤한 것이 색다른 맛의 음료였어요.

이 음료의 이름은 크바스.

그루지아에서는 '크바시'라고 하는데, 호밀을 발효시켜서 만든 러시아 음료예요.

처음 마셔보고 완전히 반해서 여행을 다니면서 종종 보이면 지나치지 못하고 사먹곤 했어요.


참고 : 가끔 생각나는 여름 음료, 크바스 




바투미의 길거리.

바투미는 흑해 연안에 위치한 도시라서 여름에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휴양도시인데, 아직 철이 조금 일러서인지 사람들이 그닥 많지는 않았어요.





건물들은 유럽 느낌이 많이 났지만, 문이 잠겨있어서 들어가 볼 수 있는 곳이 없었어요.

게다가 여기저기 공사 중이라서 어수선한 느낌이 많이 났어요.



광장에는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메데아 공주의 동상이 있어요.

손에 든 것은 황금 양털로, 원정 중이던 이아손에게 사랑에 빠진 그녀가 이아손에게 넘겨준 황금 양털을 의미해요.

이 동상은 바투미의 상징이기도 한데, 그 이유는 신화 속에서 이아손이 황금 양털을 얻었던 곳이 바로 이 바투미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이 광장 근처에는 서점이 하나 있길래 들렀어요. 

직원들은 영어를 못해서 알고 있는 모든 러시아어 단어를 총 동원해서 그루지아어 회화책을 한 권 샀어요.



근처에 있는 아제르바이잔 영사관.

아제르바이잔에 다녀와서인지 괜히 반가웠어요.

동상이 있는 광장에서 바로 보이는 곳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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