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9월 23일부터 26일까지 나흘간 세계 테마기행에서 '술탄의 맛, 터키에 빠지다'라는 제목으로 터키 편을 방송했습니다.
2009년 11월에 방송된 '1만년 역사의 땅, 터키', 2011년 2월에 방송된 '고대 문명의 요람, 터키 동부', 2011년 10월 '거꾸로 가는 시간 여행, 터키 서남부' 편에 이어 4번째 방송입니다.
이번 방송의 컨셉은 역사와 함께 하는 터키의 음식입니다.
큐레이터이신 백지원씨는 음식 연구가로, 동남아 음식으로 특히 유명하신 분입니다.
이전에 방송했던 터키 편의 큐레이터들은 빅마마 이지영씨를 제외하고, 나머지 두분은 한국외국어대학교 터키-아제르바이잔어과 교수님들, 즉 터키 전문가들입니다.
그에 반해 이번 편은 음식 전문가를 큐레이터를 내세웠다는 점을 보았을 때 '음식'이라는 컨셉에 큰 포인트를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터키 요리는 프랑스 요리, 중국 요리와 함께 세계 3대 요리의 하나로 손꼽힙니다.
그 이유는 유럽과 아시아의 교차로라는 지리적 위치와 오랜 역사로 인해 터키에는 많은 민족들이 거쳐갔고, 또 터키 영토에는 지중해성 기후부터 산악기후까지 다양한 식생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터키에서는 다양한 식재료들을 구할 수 있었으며, 많은 민족들의 요리법과 식문화가 공존할 수 있었고, 이는 터키 요리의 다양성과 발전에 큰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터키 요리는 특히 오스만 제국 때 이르러 전성기에 이르렀는데, 일설에 의하면 술탄의 식탁에는 매일 다른 요리를 올려야했는데, 만약 두 번 이상 같은 요리가 올라오면 요리사가 처형되었다고 합니다.
(실제로는 매일 다른 요리는 아니었고, 몇 년에 해당하는 긴 주기로 한번씩 같은 요리를 올리곤 했다고 합니다.
요즘에는 한국에서도 터키 요리는 더이상 낯선 이국의 음식이 아닙니다.
어느 도시를 가든 케밥과 같은 터키 음식점이나 터키식 아이스크림인 '돈두르마'를 파는 곳을 한 두군데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고, 터키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터키 음식을 접해본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더군다나 요즘에는 먹음직스럽게 차려진 음식과 그것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른바 먹방이 큰 인기를 끌고있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터키를 '음식'이라는 소재로 접근했던 이번 방송은 꽤 괜찮은 기획이라고 봅니다.
방송은 전반적으로 흥미로웠지만, 방송 이전부터 개인적으로 기대를 많이 했던 탓인지 아쉬운 점도 꽤 있었습니다.
첫째, 터키를 소재로 한 이전 방송에 나왔던 도시들이 다시 나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콘야라든지, 사프란 볼루, 파묵칼레 등은 세계테마기행 이전 편 뿐만이 아니라 다른 방송에서도 정말 많이 등장한 곳입니다.
더군다나 상당 수가 터키에서 음식보다는 관광지로 많이 알려지고, 또 실제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너무 많이 접하는 곳이다보니 익숙하다 못해 약간은 지겹고 지루한 느낌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잘 방문하지 않고, 방송에도 잘 등장하지 않은 곳이지만, 음식 컨셉으로 충분히 촬영을 할만한 도시들도 많은데 그런 곳을 조금 더 찾아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둘째, 역사와 음식을 한데 접목시키려고 하다보니 조금 산만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실 한 도시에서 그 지역만의 독특한 음식과 역사, 이 두 가지 조건이 충분하고 완벽하게 갖추고 있기란 그닥 쉽지 않습니다.
역사와 음식이라는 두 가지 컨셉 중에서 한 가지만 선택하든지, 아니면 한가지 컨셉을 중심으로 다른 컨셉을 살짝 다뤄주는 정도만 했으면 훨씬 나았을 것 같은데, 이 방송에서는 두 가지를 고루 만족시키려한 듯 합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도시에서는 역사를 컨셉으로 촬영하고, 다른 도시로 이동하여 그곳에서는 도시에서는 음식을 컨셉으로 촬영을 한 뒤에 그 두 세개를 한 편으로 묶었고, 그러다보니 여행이 조금 산만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셋째, 너무 가정식에 치중한 경향이 있습니다.
이 방송에서는 매편마다 그 지역의 가정집을 방문해서 음식을 먹어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물론 일반 사람들이 먹는 소박한 가정식과 손님 요리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음식이 이번 방송의 컨셉인만큼 조금 다양한 터키의 음식을 소개하는 점도 필요한데, 너무 가정식에서만 치중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식들 중에서는 집에서 만들어 먹지 않고 현지인들조차도 전문 음식점에서 사먹는 요리들도 많습니다.
예를 들자면 막국수는 강원도 지역의 대표적 음식 중 하나이지만, 막국수를 직접 집에서 만들어 먹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과 비슷하지요.
화려한 오스만 왕실의 궁중 요리 같이 가정에서 접하기 힘든 그런 음식들도 소개했으면 더욱 내용이 풍성해졌을 거 같은 느낌이 듭니다.
각 편마다 리뷰를 하고, 제 생각을 곁들여보도록 하겠습니다.
1부 제목은 '사프란 볼루에서 바이람을 맛보다'이지만, 왜 이 제목이 붙여졌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사프란 볼루 요리는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밀알을 넣고 끓여서 요구르트를 곁들여 먹는 이 음식이 큐레이터가 살상 사프란 볼루 음식의 전부였습니다.
(돌마나 바클라바 같은 다른 음식도 등장하기는 하지만, 터키 전역에서 많이 먹고 있는 음식이기 때문에 굳이 사프란 볼루가 아니더라도 다른 지역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음식입니다).
더군다나 터키의 전통 명절인 '바이람'이라고 하는데 시골이라서 그런지 명절 특유의 왁자지껄한 느낌도 없고 평범한 일상과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더군다나 사프란 볼루는 2011년 10월에 방영된 터키 서남부 편에서 한 부에 걸쳐서 다뤄진 적이 있는 도시입니다.
처음에는 사프란 볼루가 속해있는 '볼루' 주가 터키에서 요리 학교로 유명한 도시이기 때문에 그곳을 방문하려고 갔을 거라고 생각했으나, 그런 것도 아니었습니다.
사프란 볼루만의 특색있는 요리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이전에 방송했던 곳을 굳이 이번에 또 보여줘야했는지 의문입니다.
이후에는 흑해 바닷가에 위치한 도시인 아마스라를 가는데, 오히려 음식은 아마스라에서 맛본 수산물 요리가 중점을 이루고 있습니다.
홍합 속에 양념한 밥을 채워넣은 '미드예 돌마 Midye dolmasi'.
이스탄불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입니다.
생선 튀김.
터키 흑해 지방은 어업이 발단한 지역이라서 신선한 생선 요리를 저렴한 가격에 접할 수 있는 곳입니다.
물론 터키의 생선 요리는 우리나라에 비하면 매우 단조로워서 거의 튀김 아니면 구이 둘 중의 하나이지만요.
1부를 놓고 봤을 때는 사프란 볼루와 아마스라가 전혀 조화가 되지 않고, 물과 기름처럼 따로 노는 느낌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흑해 지방의 역사와 요리'를 이번 편의 컨셉으로 잡았으면 방송이 훨씬 완성도가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스라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휴양지로 유명하다고 한다면, 흑해 지방의 대표적인 도시 중 하나인 '트라브존 Trabzon '은 향토 음식 뿐만 아니라 그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가 많이 남아있는 곳입니다.
유명한 '카라데니즈 피데 Karadeniz Pide'라든가 트라브존 지역의 향토 음식도 먹어보고 난 후, 흑해의 전통 춤인 '호론 Horon' 공연 같은 것을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
역사적인 내용을 다루고 싶다면 '아마시아'를 들려보는 것도 좋습니다.
아마시아는 지역적 구분으로는 흑해 지역에 속하는 도시이지만, 내륙에 위치하고 있어서 해안 도시인 아마스라하고는 조금 다른 느낌이 나는 곳입니다.
역사적으로는 오스만 제국의 주요 도시 중 하나로, 오스만 왕실에서 왕자를 직접 파견하여 다스리게 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사프란 볼루만큼은 아니지만, 오스만 제국 시절에 지어진 건물들과 모스크, 신학교들을 비롯해서 아마시아를 통치해던 술탄들에 대한 박물관도 잘 꾸며져 있고, 험한 바위산과 절벽에는 성채와 석굴 무덤도 있습니다.
도시 자체도 그닥 크지 않고, 볼거리가 근처에 몰려있어서 관광하기 그닥 어렵지 않은 도시입니다.
2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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