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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일전에 디아지오 코리아에서 주최한 싱글톤 위스키 시음회에 다녀왔다는 내용을 포스팅한 적이 있어요.


참고 : 디아지오 싱글톤 위스키 시음회 - 연남동 연남마실

 

 

그 때 당시 한 분을 알게 되었는데, '명동 숙희' 라는 바에서 일을 하신다고 하시더라구요.
서울은 좋은 바가 많다고 하는데 어디 가야될지도 잘 모르겠고, 업종 특성상 늦게 오픈하다보니 집에 돌아갈 수 있는 시간과 위치까지 감안해야하다보니 가기가 쉽지 않아요. 
명동이면 어차피 모스버거 먹으러 가는 지역이고, 주말에는 일찍 오픈한다고 해서 인사차 들러보았어요.

 

 

이전에 명동 숙희를 가보신 분의 이야기를 통헤서 '초행자는 찾아가기 힘들다' 라는 이야기를 듣긴 들었어요.
그런데 주소를 보면서 찾아가는 데도 정말 입구에서 뱅뱅 돌았어요.
간판이고 뭐고 아무 것도 없거든요.
그렇게 헤매다가 찾은 방법은 다음과 같아요.


1. 명동성당을 검색해서 찾아간다.
2. 명동성당 입구 옆에 있는 스타벅스 명동중앙로점 옆으로 들어간다.

 


3.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을 누른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손글씨로 ← 숙희 라고 써진 박스 골판지가 붙어있어요.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 간판입니다.
저는 주변인으로 소개받아서 알고 간 거긴 하지만, 진짜 모르는 사람들은 어떻게 찾아갔을까 싶어요.


화살표를 따라 가면 자개장이 놓여져있는 이런 공간이 나와요.
저 앞에 있는 문을 열면 될 거 같죠? 아닙니다.
그랬으면 제목에 히든 플레이스 HIDDEN PLACE 라고 적지도 않았을 거예요.



평범한 화장대인 거 같지만 여기가 문입니다.


자개장 벽면에 붙어있는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문이 열려요.
어릴 때 탐정, 추리물 같은 걸 좋아해서 '소년탐정 김전일' 이나 '명탐정 코난' 많이 봤는데, 그런 데에 나오는 밀실 같은 느낌이에요.


명동 숙희는 이 근정전 컨셉 보러옵니다.
사람이 없을 때는 바 좌석의 딱 가운데 앉으면 진짜 주(酒) 님을 알현하는 기분이에요.
주문을 할 때에도 "진토닉 한 잔 주시옵소서~" 해야할 거 같기도 하고요. 



다른 바 좌석들도 백바가 자개로 되어있고, 전통적인 문양의 창문으로 되어있어서 자꾸 사진을 찍게 되요.
바 특성상 밝지 않다보니 저 같이 사진 잘 못 찍는 사람은 흔들리는 게 반, 초점 잃은 게 반이지만, 많이 찍다보면 그 중 하나는 운 좋게 건지거든요.

딸기 칵테일



을지로 숙희는 안 가봤으니 잘 모르겠고, 명동 숙희는 칵테일의 경우 따로 메뉴판이 없어요.
자기가 원하는 칵테일 이름을 말하거나 이런 스타일이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면 그게 맞춰서 만들어주거든요.
저는 딸기 생과일이 들어가는 칵테일을 만들어 달라고 했더니 나온 칵테일이에요.
비피터 진 베이스에 시소(차조기) 리큐르와 생과일 딸기를 갈아넣어서 만든 칵테일을 추천해주셨어요.
저는 비피터 진은 별로 안 좋아해서 탱커레이 넘버텐으로 변경해줄 수 있냐고 했더니 약간 느끼할 수 있다고 걱정하셨지만 해주셨어요.


딸기를 쌈싸먹는 맛




딸기를 아낌없이 넣어서 진짜 딸기생과일 맛이 진해요.
비싸서 한 번 못 사마셔본 아임리얼 딸기주스가 부럽지 않아요.
그러면서도 시소 리큐르가 들어가서 굉장히 화~하고 푸릇한 맛이 나는게, 좀 우습긴 하지만 딸기를 쌈싸먹는 거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저는 고수를 비롯해서 향채를 잘 먹는 편이라서 딸기와 시소의 조합이 어색했지만 나쁘진 않았는데, 시소가 호불호가 있는 식재료이다보니 시소 자체를 안 좋아하신다면 싫어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금귤 칵테일


같이 간 친구는 술을 못 마셔요.
하지만 그럼에도 명동 숙희의 인테리어가 독특하다보니 궁금하다고 따라왔어요.
친구가 마실 수 있는 무알코올에 레몬 뉘앙스로 아주 신 칵테일을 주문했더니 금귤을 이용해서 만들어주셨어요.
탄산도 넣어서 새콤한 레모네이드인데, 금귤 과즙이 들어가서 아주 찌르는 뉘앙스는 아니예요.
처음에는 '아이 새콤해' 하다가 끝맛은 그래도 뭉글하게 단맛이 느껴져요.
역류성 식도염이 있거나 위장이 약하신 분은 피해야할 거 같지만, 저는 생각보다 그렇게 시지는 않더라구요.
덥고 신 거 땡기는 여름에 마시면 딱일 거 같아요.

 


블랙 맨하탄



첫 잔은 가벼운 걸 마셨으니, 둘째잔은 좀 더 묵직한 느낌이 나는 칵테일을 마시고 싶었어요.
그렇다고 너무 드라이하지는 않고, 올드패션드나 프렌치 커넥션 정도면 괜찮을 거 같다니 맨하탄과 블랙맨하탄을 추천해주셨어요.
그 중 안 마셔본 블랙맨하탄을 마셔봤어요.
기주를 물어보셨는데 알아서 해달라고 했더니 1792 스몰배치 버번 위스키로 해주신 거 같아요.
제가 생각했던 거보다는 조금 더 단맛이 있긴 했지만, 저는 원래 좀 더 달달한 걸 좋아해서 홀짝홀짝 마시기에 좋았어요.
다만 가니쉬를 체리로 주셨는데, 제가 통조림 체리를 안 좋아해서 그거 먹는 게 제일 힘들었네요.



명동 숙희는 토요일과 일요일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 가배숙희 라고 해서 커피도 판매해요.
전직 바리스타였던 직원분도 계시고, 원두도 주기적으로 바꾸신다고 해요.



커피머신은 따로 없기 때문에 핸드드립으로 내려주는데, 드립 기구는 하리오 v60 를 사용했어요.



제가 갔던 날 구비했던 원두는 4-5종 정도였는데, 제가 싫어하는 네추럴 가공의 원두는 제외하고 적당한 과일 산미가 있는 원두를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콜롬비아 후일라 돌로레스 Colombia Huila Dolores 원두를 추천해주셨어요.
중남미 지역의 원두는 고소한 맛이 강해서 한국인들의 선호도가 높아요.
워시드라서 끝맛이 깔끔하고, 견과류의 고소한 맛이 메인에 은은하게 건과일의 맛이 나는데 한국인들에게 크게 호불호가 없을 커피맛이었어요.




굉장히 독특한 컨셉의 바예요.
아는 사람이 있으니 인사도 할 겸 방문하긴 했지만, 그 이전에도 인스타에서 이곳을 봤을 때도 '저기 한 번 가보고 싶다' 는 생각이 들었어요.
게다가 정말 은밀한 일을 도모하는 사람처럼 장소가 숨겨져있어서 더 신비롭게 느껴져요.
나만 아는 장소, 혹은 정말 친한 사람에게만 살짝 알려주고 싶은 그런 곳이랄까요.
전체적으로는 만족스러웠으나 한 가지 불편한 점은 메뉴판이 없다는 점이었어요.
자기가 어떤 스타일의 술을 선호하는지 알고, 바를 몇 번 다녀본 사람이라면 자기 입맛에 맞게 주문하는 게 만족도를 높일 수 있어요.
하지만 초행인 사람, 칵테일이나 술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정말 막막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바 중에서는 이렇게 메뉴판이 없는 곳이 꽤 있는데, 저는 메뉴판을 보면서 내가 안 마셔본 메뉴를 고르는 편이라서 그런 불편함을 여러 번 느꼈거든요.
거기에 가격도 모르고요.
제 경험상 칵테일은 대략적으로 2만원 전후인 거 같아요.
살짝 지갑에 금이 가는 가격이긴 하지만, 숙희 특유의 분위기가 좋아서 명동에 오게 될 일이 있다면 또 들르고 싶어요.
1호점인 을지로 숙희바도 가보고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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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히티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