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2015. 2. 1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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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벡 사람들은 아직까지 문자 메시지보다는 전화 통화를 훨씬 선호해요.

하지만 저 같은 외국인은 외국어로 전화 통화하는 것은 쉽지 않아요.

옆에 있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육성은 그래도 좀 알아들을 만한데, 같은 말이라도 전화기를 통해서 들으면 왜 그렇게 어렵던지....

문자메시지는 우즈벡어로 '에스엠에스 (sms)' 라고 하는데, 의사 소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우즈벡 사람과 전화 통화 대신에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곤 했어요.


사진 출처 : http://www.thinksms.co.uk/dynamic_content.php?id=92


그런데 우즈벡 사람들이 보내는 문자는 해석이라기보다는 해독에 가까운 때가 비일비재했어요.

대체 이건 뭘 쓴거지 하면서 몇 번이나 두꺼운 사전을 뒤적거리며 머리를 싸매야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어요.

이런 상황이 생긴 원인 중의 하나는 문자 메시지 라는 매체의 특성 때문이기도 해요.

하고 싶은 말을 글로 빨리 전달하려다 보면 줄임말이나 각종 기호, 이모티콘 등을 사용하기도 하고, 오타가 생길 수가 있지요.

우즈벡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이야 금방 알아보겠지만, 저처럼 우즈벡어를 잘 모르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난감할 때가 많아요.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우즈베키스탄의 독특한 언어상황 때문이예요.

우즈베키스탄은 공식적으로 1995년 키릴 문자에서 라틴 문자로 문자 개혁을 실시했어요.

하지만 아직까지도 라틴 문자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아서 여전히 키릴 문자와 라틴 문자가 혼용되고 있는 실정이예요.

학교 교과서든가 관공서, 도로 표지판 등은 라틴 문자를 쓰지만, 일상 생활에서는 키릴 문자를 모르면 생활하기 어려울 정도로 여전히 대중들 사이에서는 키릴 문자가 많이 쓰이고 있어요.

소련 시절에 교육을 받은 중년 이후 세대 중에서는 라틴 문자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있고요.

그 때문에 우즈베키스탄 사이트들 중에는 우즈벡어 라틴문자 , 우즈벡어 키릴 문자, 러시아어, 이렇게 세 가지 버전으로 서비스 하는 경우도 많아요.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에도 사람마다 천차만별이예요.

라틴 문자를 쓰는 사람도 있고, 키릴 문자를 쓰는 사람도 있고, 러시아어 같이 원래 키릴 문자를 사용하는 언어들을 라틴 문자로 음사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두 개를 섞어 쓰는 사람도 있었어요.

우즈벡어 라틴 문자의 경우 영어 자판으로 무리 없이 표기할 수 있어요.

하지만 우즈벡어 키릴 문자에는 ғ, қ 같이 러시아어에는 없는 글자들이 몇 개 있어요.

우즈벡어 키릴 자판을 설치해서 제대로 지켜서 써주는 사람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은 러시아어 키릴 자판을 가지고 그냥 쓰기는 경우도 많아요.

우즈벡 사람들이야 러시아어와 우즈벡어 둘 다 알고 또 모국어니까 의사소통이 되겠지만, 저 같은 외국인은 그야말로 머리를 쥐어뜯게되는 거지요.

그래도 너도 나도 자기 멋대로 막 쓰는게 아니라 나름대로의 통용되는 규칙이 있더라고요.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오타 종류를 적어볼게요.



1. o'→ o

   g' → g

   기타 ' 점 생략 


우즈벡어는 '  점 하나에 따라서 글자가 달라져요.

o 와 o` , g와 g'는 점 하나 차이지만 서로 다른 글자이고, ` 도 하나의 문자예요.

과거 ъ 로 쓰던 것을 ` 으로 바꿔버렸어요.

하지만 점이 없다고 해도 실상 읽는데 큰 어려움이 없고, 보내는 사람 입장에서도 일일히 점을 찍어주는게 여간 번거롭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은 생략합니다.


예) og`il (아들) → ogil

      Ra'no (사람 이름) → Rano



2. o' → o 또는 u


o' 는 사람에 따라서 표기법이 조금 달라요.

앞에서 언급했듯이 o' 에서 ' 을 빼고 o 만 쓰는 경우도 많지만, u 를 쓰는 경우도 많아요.

o' 는 키릴 문자 표기로는 ў 이라고 표기하는데, u 의 경우에는 у 라고 표기해요.

더군다나 러시아 키릴 자판에는 ў 글자라 없다보니 대신 у 를 사용해요.

주로 라틴 문자로 메시지를 보낼 때에는 o, 키릴 문자로 보낼 때는 u 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예) o'zbek (우즈벡의, 우즈벡사람) → ozbek 또는 uzbek

     o'sha (바로 그) → osha 또는 usha



3. q → k


우즈벡어 키릴 문자로 k 는 к로, q는 қ 라고 표기해요.

하지만 қ 는 러시아어 키릴 문자 표기에는 없이, 우즈벡어에만 있는 표기예요.

그러다보니 키릴 문자로 메시지를 보낼 때,  қ 를 к 로 그냥 표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라틴문자 표기를 할 때에도 q와 k 를 구분하기 번거로우니 전부 k 로 통일해서 쓰는 사람도 종종 있어요.


예) Qanaqasiz? (어떻게 지내세요?) → Kanakasiz?



4. x ↔ h


x와 h는 우즈벡 사람들이 가장 많이 헷갈려하는 글자예요.

어느 정도냐면 국정 교과서에서조차 헷갈려서 오타를 내고, 이 두 글자를 구분하는 사전이 따로 나올 정도예요.

더군다나 현지인의 말에 의하면 두 글자의 발음도 굉장히 비슷해서 늘 헷갈린다고 하더라고요.

한국어로 치자면 'ㅐ'와 'ㅔ' 정도의 차이랄까요.

두 글자는 귀찮아서 혹은 자판 문제 때문에 오타를 내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헷갈려서 감이 오는 대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예요.

키릴 문자 자판을 사용할 때에는 두 문자를 구분하지 않고, 그냥 x 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예요.

라틴 문자로 표기로 x 는 키릴 문자로 х 인데, h 는 거기에 꼬랑지 하나 더 달린 ҳ 표기인데다가, 이 글자는 러시아 키릴 자판에 없거든요. 


예) Xudo xohlasa (신이 원하신다면, 인샬라) → Hudo xohlasa, Xudo hoxlasa, Xudo xoxlasa 등

     Rahmat (감사합니다) → Raxmat.



5. t → m

   p → n

   r → p


라틴 문자와 키릴 문자의 표기를 헷갈려서 오타를 내는 경우예요.

키릴 문자와 라틴 문자는 둘 다 그리스 문자에서 유래되었기 때문에, 은근히 비슷한 글자가 많아요.

농담 삼아 키릴 문자를 고안한 선교사 키릴로스와 메토디우스가 글자들을 가지고 지중해를 건너다가 배를 뒤집혀서 섞어버렸다는 말이 있을 정도예요.

모양은 비슷한데 발음이 다른 경우가 간혹 있다보니 키릴 문자를 모른채 러시아나 카자흐스탄 등 키릴문자를 사용하는 나라들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헷갈려하는 경우가 종종 많다고 하더라고요.

m 는 키릴 문자 т 의 소문자 필기체와, n 은 키릴 문자 п 의 소문자 필기체와 모양이 비슷하고, 키릴 문자에서 р 는 영어의 R,r 발음이예요.

키릴 문자 표기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이 라틴문자를 쓸때 자기도 모르게 헷갈려서 의도치 않게 이렇게 표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6. sh → w


w 는 원래 우즈벡어 라틴 문자에 없지만,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때 www. 같은 것을 입력해야하기 때문에 자판에는 반드시 있는 문자예요.

sh 는 키릴 문자로는 ш 로 표기하는데, 이 글자를 필기체로 쓰면 라틴 알파벳 w 와 비슷해요.

더군다나 과거에는  ш 라는 하나의 문자로 표기했던 것을 이제는 sh 라는 두 개의 문자로 표기하는 것도 낯선데다가 s와 h 는 각자 따로 쓰이는 문자이기도 해요.

그래서 sh 를 쓰면 s와 h 라는 두 개의 글자라 우연히 붙은 것인지, 아니면 sh 라는 한 글자인 건지 생각을 하면서 읽어야하니 우즈벡 사람들의 눈에 확 안 들어올 수 밖에 없어요.

그러나보니 모양이 비슷한 w 를 대신 가져다 쓰는 사람이 종종 있어요.



7. ch → 4


우즈벡어 문자 중에서 가장 당혹스러웠던 표기예요.

숫자가 있을 데가 아닌데 뜬금없이 숫자 4가 갑자기 등장하는지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거든요.

ch 는 키릴문자로 ч 로 표기하는데, 이 모양이 우즈벡 사람들이 숫자 4를 손으로 쓸 때와 모양이 비슷해요.


예) uchun (~을 위해서) → u4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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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히티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