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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2 투르크멘&아제리

[아제르바이잔] 14. 7/6 바쿠 (3) 불바르, 쉐히드레르 히야바니

by 히티틀러 2012.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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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가 넘어서 느지막히 일어났어요.

여행을 떠나기 전 제일 걱정했던 사항이었던 투르크메니스탄을 떠나는 배를 타는 일과 바쿠 숙소 문제가 너무나도 수월하게 해결이 되었어요.

긴장도 풀린데다가 자는 방에 해가 들지 않아서 숙면을 취했어요.

바쿠는 이미 작년에 왔던 곳.

일정이 급한 것도 아니니 굳이 아침부터 열심히 돌아다닐 필요도 없었어요.

점심나절까지 호스텔 베란다에 앉아 설탕을 듬뿍 친 레몬민트차를 마시면서 빈둥거렸어요.


호스텔은 텅 비어있었어요.

우리를 뺀 다른 사람들은 모두 카자흐스탄 악타우로 가는 페리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거든요.

아제르바이잔에서 중앙아시아로 넘어가려면 페리를 타고 카자흐스탄이나 투르크메니스탄으로 들어가거나 이란을 가는 수 밖에 없어요.

그런데 이제 바쿠에 있는 대사관에서는 여행자들에게 투르크메니스탄 경유 비자를 주지 않는다고 했어요.

이란을 가더라도 어차피 투르크메니스탄을 거쳐야하니 여행자들에게 남은 방법은 오직 페리를 타고 카자흐스탄 악타우로 들어가서 우즈베키스탄으로 넘어가는 방법 뿐.

페리가 정기적으로 있는 것도 아니라서 다들 하루에도 몇 번씩 항구에 가서 배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곤 했었는데, 드디어 악타우에서 페리가 왔다고 했어요.

바람이 심해서 배가 뜰지는 미지수라지만, 일단 배가 왔으니 모두들 짐을 싸서 나간 상태였어요.


여행 기간동안 처음 갖는 여유.

하지만... 심심해!

아직 여행 초반이라 돌아다니는게 체력적으로 힘든 것도 아니고, 날씨도 작년만큼 덥지 않았어요.

숙소에서 시간을 보내기는 뭔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심심한데 돌아다니다 올까?"

"니가 왠일이냐. 먼저 나가자고 하게."


평소에 걷는 것을 엄청 싫어하는 제가 먼저 나가자고 하니까 친구는 놀라했어요.

이스티크랄리예트 거리 8번가에 우리가 못 가본 서점이 있다고 하길래 그 곳에 가보기로 했어요.






언덕... 언덕... 언덕...


이쳬리 셰헤르 지하철 역을 넘어서 약간 내리막이 있고 난 이후 길은 계속 오르막이었어요.

건물들은 온통 으리으리한 아파트 뿐이었고, 서점은 보이지도 않았어요.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다들 모른다는 반응.

기껏 힘들게 올라온 김에 사진이나 찍고 가기로 했어요.




사진기만 갖다대면 그림이구나.

그래도 힘들게 올라온 보람이 있네.

아직 관광이 잘 개발되지 않고, 잘 안 알려져서 그렇지 정말 바쿠는 왠만한 유럽의 도시보다 훨씬 세련되고 아름다운 도시예요.



쉬르반 샤 궁전도 보이네요.



전망이 좋아서 그런지 도로도 깨끗하게 정비되고 건물들이 하나 같이 으리으리했어요.

보기에 사무실은 아니고 사람 사는 아파트 같은데요.



대통령 집무실이래요.

원래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는 곳이지만 몰래 찍었어요.

투르크메니스탄은 저런 공공기관에서는 군인과 경찰이 앞에 지키고 일반인들의 출입도 금하지만, 바쿠는 그런 측면에서는 좀 자유로운 것 같았어요.


숙소에서 늦게 나온 탓에 시간은 벌써 퇴근시간.
어디서 다 쏟아져나왔는지 도로는 차로 가득차서 길 하나 건너기도 쉽지 않고, 또 경적은 어찌나 울려대는지 귀가 다 먹먹할 지경이었어요.
거리에서 돌아다니기는 힘들거 같아서 일단 식당으로 대피!
장소는 역시 전날에도 갔던 메르신 카페.
메뉴도 똑같은 메뉴.





해가 지면 갈 곳은 역시 불바르 파크.

여기 사람들은 보통 '불바르' 라고 하는 것 같아요.

바쿠에는 '파크 불바르'라고 불리는 쇼핑센터도 하나가 있어서 항상 이름이 헷갈려요.





작년에 왔을 때에는 밤 12시가 넘도록 공원에 사람들이 가득했었는데, 올해는 별로 사람이 안 보였어요.
그 이유는 곧 알 수 있었어요.


밤 9시 11분 기준, 현재 기온 22도.

체감기온으로 22도는 좀 뻥이고, 26-27도는 될 것 같았어요.

작년에 왔을 때는 밤 10시-11시에 30도가 훌쩍 넘었어요.

그래서 더위에 약한 대신 추위에 강한 저는 태어나 처음 경험하는 '체온보다 높은 기온'에 더위를 먹고 여행 내내 고생했지요.

올해는 더위에는 강하지만 추위에는 매우 약한 친구가 연실 춥다고 불평을 해댔어요.

저한테는 시스템에어컨이 필요없는 최적화 기온인데 말이예요.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어요.

바쿠의 여름은 해가 늦게 져서 10시는 되어야 완전히 어두워져요.

현지인들처럼 공원을 산책하고 있는데, 시력이 몽골인 뺨치는 친구가 무엇을 발견했어요.


"저게 뭐지?"

"뭐가?"

"저 언덕 위에 모스크 같은 게 있어. 그 옆에 근처에 케이블카 같은 것도 다니고."


시력이 안 좋은 제 눈으로는 뭘 말하는건지 잘 보이지도 않았어요.

게다가 모스크라니.

전 개인적으로 모스크를 정말 싫어해요.

이슬람 지역을 주로 여행해서 그동안 정말 질리게 보기도 했지만, 다 그 놈이 그 놈 같아보이거든요.

터키의 그 유명한 '블루모스크'도 왜 유명한지도 모르겠고, 아름답다고는 하는데 아름다운건지 아닌건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정말 왠만큼 의미있거나 꼭 찍고 와야하는 필수 코스가 아니면 별로 안 가고 싶어요.

더불어서 오르막이나 산을 오르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해요.

제 몸은 평지에 최적화되어있거든요.

어차피 내려갈 산을 뭐하러 올라가는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제가 싫어하는 두 가지를 모두 갖춘 데를! 그것도 이 밤중에! 가고 싶지 않았지만...

'멀면 다시 돌아오겠다'는 친구의 얘기에 일단 가보기로 했어요.

오늘 하루동안 너무 한 게 없어서 찔리기도 했고요.







일단 길을 건넜는데, 갑자기 오는 뱃속의 신호.

메르신 카페에서 먹은 저녁이 기름이 좀 많았다 싶었는데, 약해진 장에 탈이 난 듯 싶었어요.

근처에는 화장실이 없을 것 같아 다시 공원으로 돌아갔어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 다행히 화장실은 가까이에 있었어요.



요금은 30케픽 (500원 정도).

일이 급하니 따질 상황은 아니었지만, 공공화장실이니만큼 좀 더럽지 않을까 했는데, 관리가 잘 되어 있어서 깨끗하고 냄새도 별로 나지 않았어요.

휴지도 구비되어 있고, 손 닦을 수 있는 물비누도 있고, 무려 음악까지 나오고 있었어요.

비위가 약한 사람들도 큰 문제 없이 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내부를 보면 카페만 레스토랑 같아요.
수영장을 해도 될만큼 물이 꽤 깊은데, 그냥 수로를 만들어놓은 건지 아니면 정말 수영장인지 모르겠네요. 






걷다보니 어느새 케이블카가 나왔어요.
아까 얼핏 보기에는 멀어보였는데, 그닥 멀지 않은 곳에 있었어요.
현지인들도 많이 이용하는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케이블카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밤 10시, 일요일에는 밤 12시까지 운행을 한다고 했어요.
이용료는 무료!
우리는 9시 50분쯤 도착해서 우리가 타고 간 케이블카가 마지막이었어요.


언덕 꼭대기에 있는 케이블카 타는 곳.
올라가니 아제르바이잔 국회의사당과 터키 모스크, 쉐히드레르 히야바느(현충공원)가 있었어요.


멀리 전망대가 보였어요.

노랑, 파랑, 초록, 빨강 등 계속 색깔이 바뀌고 있었어요.



터키 모스크.




쉐히드레르 히야바느 (현충공원).

작년 여행 때 꼭 가보라고 추천받은 장소인데, 비싼 호텔비 때문에 도망치듯 바쿠를 벗어나느라 가보지 못한 게 아쉬웠어요.

직접 와보니 그 때 현지인이 왜 추천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어요.




바쿠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데다가 불바르 파크처럼 사람이 그닥 많지 않았거든요.
와서 조용히 시간도 보내고, 야경도 구경하는 커플들이 많았어요.
적당히 으슥한 곳에 숨어서 애정행각을 하는 커플들도 있고요.


바쿠의 상징이 된 건물 중 하나예요.

어떤 사람은 왕관 모양을 따서 만들었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아제르바이잔의 상징은 불꽃 모양을 테마로 만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제 생각에는 아마 후자가 맞을 거 같아요.

밤이 되면 마치 불꽃처럼 온통 붉은 빛으로 울렁거리거든요.

멀리서 봤을 때는 다 완성된 건물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 가보니 아직 공사중이었어요.

짓고 있는 중에 갑자기 '유로비전'이라는 국제적인 행사를 해야하니 일단 외장과 배선만 빨리 끝내버린 거 같아요.

어차피 멀리서 보면 공사하는지 안 보여요.






밤도 늦고, 케이블카는 이미 끊겨서 걸어내려가야하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고 나중에 낮에 다시 오기로 했어요.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가면서 돌아오는데, 어차피 바다를 기준으로 잡고 길을 찾으면 되니까 그닥 어렵지 않았어요.
길을 돌아돌아 나오다보니 이쳬리 쉐헤르 지하철 역을 무사히 찾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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