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우즈베키스탄2012.10.14 16:32
 


드디어 여행을 시작하는 첫날.

원래 계획은 아침 5-6시쯤 일어나서 새벽같이 코콘(코칸드)로 출발하여 관광을 한 뒤, 파르고나로 넘어가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둘 다 늦잠을 자버렸어요.

서둘러 준비해서 쿠일룩에 도착하니 벌써 10시 무렵.


타슈켄트에서 다른 지역으로 가는 쉐어드택시나 버스는 이포드롬 시장이나 올마조르(소비르 라히모브) 지하철 역에서 타지만, 동부 지역으로 가는 자동차들은 쿠일룩에서 출발해요.

그 쪽에 터미널이 있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실제로는 가 본 적이 없어서 택시 기사에게 이야기하니 바로 쉐어드 택시 타는 곳에 내려주었어요.



"코콘! 코콘!"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코칸드를 코콘 "Qo'qon" 이라고 불러요.

열심히 우리의 목적지를 외치는 한 택시기사와 흥정에 들어갔어요.


"이미 2사람 타고 있어. 너희 타면 바로 출발해."

"얼마인데요?"

"한 사람당 25,000숨"


타슈켄트에서 코칸드까지는 3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 2만 5천숨이라면 10달러가 안 되니 가격.

쉐어드 택시는 사람 찰 때까지 기다려야하는 일이 다반사인데, 이미 탄 사람도 있다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었어요.

시간도 늦었겠다, 바로 ok 하고 출발!







출발한지 얼마 되지도 않앗는데, 창 밖의 풍경은 온통 목화밭이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도시만 벗어나면 다 목화밭이라더니 그 말이 정말이었어요.



열심히 목화를 따고 있는 여자들.



들판에서 식사 중이신 소님들.


처음에는 바깥 풍경들이 평지였는데, 점점 높은 산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양파 수확 중.

확실히 가을이라서 그런지 곡식을 거두고 있는 모습이 많이 보였어요.

수확한 양파를 트럭에 싣기도 하고, 일부 아주머니들은 도로에 양파망을 몇 개 쌓아놓고 길가는 운전자들에게 팔고 있었어요.

'저렇게 서있으면 누가 사가긴 할까?"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같은 택시 앞좌석에 탄 아저씨가 제 생각을 읽은 듯 차를 세워달라고 했어요.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20kg 양파 한 망에 14,000숨 (약 6천원). 

아저씨는 비싸다며 사지 않았고, 거의 20-30분동안 왜 그렇게 물가가 비싼지 모르겠다며 불평을 해댔어요.





산세는 점점 험해졌어요.
바깥 풍경은 마치 타지키스탄에 다시 온 기분이었어요.
타지키스탄 여행을 할 때 두샨베에서 후잔드로 넘어갈 때 3000m가 넘는 산을 두 개나 넘었어요.
그 때는 비포장 도로에 눈 녹은 물 때문이 길이 온통 진흙탕으로 변해서 고생을 많이 했었는데, 다행히 우즈베키스탄에서는 길이 좋았어요.
고도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꽤 높이 올라왔는데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도 쌀쌀했어요.


창밖을 보며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운전기사 아저씨가 갑자기 카메라를 치우라고 했어요.

앞에는 터널이 있었는데, 터널은 사진을 찍어서는 안 되는 곳이라고 했어요.

우즈베키스탄에도 정부기관, 군사시설 등은 절대 사진을 찍을 수 없어요.

사진 찍은 게 발각되었다가는 그 자리에 카메라를 뺏기는 것은 물론이고 추방당할 수도 있어요.

이건 멀리서 몰래 찍은 사진.



내부는 아직 공사중이예요.





산을 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평지가 펼쳐지고, 곧 도시가 나타났어요.


"어디서 내릴 거야?"

"시내 중심가요."



택시 기사가 데려다준 곳은 '양기 바자르'.

같은 택시를 타고 온 다른 사람들은 모두 양기 바자르에서 내렸어요.


"여기가 시내 중심이야."


사실 어디서 내리는게 좋은지 잘 몰랐어요.

잘 모르는 도시에 도착하면 일단 '시내 중심가'에 내리는 게 편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도 좋기 때문에 그곳에 내려다달라고 한 거였어요.

하지만 론니플래닛에 보니 양기바자르는 유적들이 있는 '에스키 샤하르(구시가)'에서 2km 떨어져있다고 했어요.

저는 택시기사 아저씨에게 에스키 샤하르로 데려다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친구는 자꾸 '양기 바자르'에서 내리자고 했어요.


"시내 들어가면 밥 먹을 데도 찾기 힘들건데, 그냥 여기서 밥 먹고 에스키 샤하르 가면 되잖아."


생각해보니 친구의 말이 맞았어요.

택시기사 아저씨도 양기 바자르에서 에스키 샤하르 가는 마슈르트카는 많다고 하니 양기 바자르에서 내려 일단 밥도 먹고, 시장 구경도 하기로 했어요.



일단 바로 길가에서 보이는 밥집에 들어갔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시장에서 밥 먹으려면 서둘러야해요.

점심 장사 밖에 안 하기 때문에 1시반~2시 쯤이면 음식이 동나는 경우가 많거든요.



식당 안의 모습.

식사 시간이라 사람들은 바글바글해서 남는 자리에 합석을 했어요.


"뭐 드시겠어요?'

"오쉬(플로브) 2인분 주세요."



애걔걔.... 이게 1인분이라고?

처음에는 주문이 잘못 들어갔다고 생각했어요.

보통 오쉬 1인분은 '라간'이라고 불리는 넙적한 대접에 나오거든요.

이렇게 밥공기에 나오는 건 0.5인분이예요.

하지만 다시 물어보니 이게 1인분이 맞다고 했어요.


맛 자체는 그닥 나쁘지 않았어요. 

다만 당근과 고기, 쌀로만 맛을 내다보니 뭔가 밋밋하고 허전했어요.

타슈켄트 오쉬에는 당근과 고기 뿐만이 아니라 건포도, 병아리콩 등 다양한 재료를 넣어서 훨씬 풍부한 맛이 나거든요.




식사를 마치고 양기 바자르 구경을 하려고 했으나, 몇 분 못 가서 바로 포기했어요.

사람이 너무 많아!!!!!!

아무리 일요일이라지만 시장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어요.
안 그래도 백팩에는 열흘동안 여행할 짐으로 가득 차 있는데, 얼마나 사람이 많은지 걸어다니는 게 아니라 인파에 밀려다니는 수준이었어요.
일단 '에스키 샤하르'간다고 하는 마슈르트카를 탔으나 어디서 내려야할지 몰라서 머뭇머뭇거리다가 사람들이 다 내릴 때까지 못 내렸어요.
결국 론니 플래닛에서 '칸 사라이(칸이 살았던 궁전)'가 있다고 나온 '무끼미 공원'에서 내렸어요.



공원은 깨끗하게 다 정비되어 있었어요.

뉴스에서 이 도시를 찍는다고 하면 딱 나올만한 그런 곳이었어요.



코콘(코칸드)은 소련이 우즈베키스탄을 점령하기 전까지 우즈벡을 통치하던 3대 칸국 중 하나인 코칸드 칸국의 수도예요.

히바 칸국과 부하라 칸국의 수도였던 히바와 부하라에 가려져 그닥 존재감이 없지만,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도시 중 하나지요.

과거 칸이 살았었던 이 궁전은 19세기에 지어졌는데, 현재 지역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어요.

햇살이 강해서 사진이 제대로 찍히지 않았지만, 푸른 빛의 타일을 붙여만든 외관을 정말 압도당할 정도로 예뻤어요.


입장료는 5000숨이지만, 우리는 우즈베키스탄 학생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4000숨으로 할인!

우즈베키스탄 학생증은 여행 내내 정말 유용하게 쓰였어요.

국제 학생증은 인정 해주지 않지만, 우즈베키스탄 학생증이 있으면 현지인 요금을 받거나 얼마 깎아주었거든요.

사진 촬영은 2000숨을 따로 내야한다길래, 한 사람만 찍기로 하고 안으로 들어갔어요.




내부의 벽과 샹들리에.

아무도 없을 때 몰래 찍었어요.

밖에서 보기에는 별 볼일 없는 건물인데, 안에 들어가니 얼마나 화려하게 꾸며놨는지.

둘다 "예전에 코칸드 칸국, 엄청 잘 살았구나." 라는 말이 절로 나왔어요.



'칸 사라이'의 축소 모형.




칸 사라이 관광을 마친 후, 우리는 론니플래닛 지도를 따라 다른 유적지를 찾아갔어요.
코콘(코칸드) 시내 자체가 그닥 넓지 않아서 길 찾기는 그닥 어렵지 않았어요.
마슈르트카를 타고 오면서 예상치 않게 도시를 한 번 훑어보기도 했고요.



론니플래닛에는 나오지 않지만, 옛날에 지어진 하맘(목욕탕)이래요.

근처에서 놀던 꼬마가 외국인인 우리가 신기했는지 따라오면서 말을 걸다가 알려주었어요.



카말 카지 마드라사(Kamol Qozi Madrasasi) .

문이 잠겨있어서 안에 들어가보지 못했어요. 

깨진 창문으로 얼핏 보니 안은 폐허.



주메 모스크.

실제 기도를 드리는 장소라기보다는 18~19세기에 지어진 건축기념물에 가까운 것 같아요.

현재는 박물관이라서 입장료와 사진촬영비를 받아요.

따로 매표소가 있는게 아니라 직원이 돌아다니다가 낯선 사람이 보이면 돈을 받는 시스템이라 별 관심 없으면 빨리 사진만 몇 장 찍고 빨리 달아다세요.



한가운데 위치한 탑.

아마 옛날에는 미나렛이었을 것 같아요.

문이 있지만, 지금은 못 들어가게 잠겨있어요.



무수히 많은 나무 기둥들.



여기도 천장은 화려하게 채색되어 있었어요.
건물 내부는 어떤지 궁금했으나 다 잠겨있어서 들어가 볼 수 있는 곳이 없었어요.




지도에 나온 코콘(코칸드)가 작아서 반나절이면 관광을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볼 게 많았어요.
더군다나 늦잠을 자는 통에 출발을 늦게 해서 시간이 빠듯했어요.
우리의 계획은 빨리 코콘(코칸드)를 보고 저녁에 파르고나(페르가나)로 이동해 숙박을 하는 것이라 서둘러 보고 전투적으로 돌아다녔어요.




Posted by 히티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