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 생활을 하면서 제일 그리운 고향의 맛은 막국수예요.

고향이 강원도 춘천이다보니 어릴적부터 닭갈비와 막국수를 먹고 지냈고, 지금도 종종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닭갈비는 서울에도 음식점도 많은 데다가 춘천에 있는 닭갈비 전문업체에 연락만 하면 손질에 양념까지 다 된 닭갈비를 전국 어디에서나 받을 수 있어요. 

1kg을 사면 혼자서 2-3번은 푸짐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그닥 닭갈비에 대한 목마름은 없었어요.

하지만 문제는 막국수.

막국수 자체가 원래 가정에서 해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닌데다가 택배로 받아서 만들어먹고 할 수도 없어요. 

가끔 본가에 가면 막국수를 먹고 오긴 하지만, 워낙 막국수를 좋아하는 터라 늘 막국수에 대한 갈증을 느꼈어요.

서울에서 막국수를 판다는 집도 몇 군데 가봤지만, 제가 기대하던 그런 맛은 아니었고요.

날이 더워지니 시원한 막국수 한 그릇이 눈 앞에 어른거려서 벼르고 벼르던 막국수집을 찾아갔습니다.



샘밭막국수는 춘천에서도 꽤 오래되고 이름 있는 막국수 집이에요.

최근 몇 년간 유명세를 타면서 본점도 리모델링을 싹 했을 뿐만 아니라 서울에는 강동구 올림픽공원 쪽과 서초구 교대역 근처에 분점이 두 개나 생겼더라고요.

샘밭은 춘천의 지명 중 하나로 밭에서 물이 솟아나오는 곳이 많아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해요. 

정식 등록된 지명은 천전리이지만, 그렇게 부르는 걸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요.

사실 천전리 라는 이름 자체도 샘 천 (泉) 자에 밭 전 (田) 자가 합쳐진 것이니 원래 이름을 그냥 한자로 바꾼 것에 불과하지만요.

저희 집은 샘밭 막국수가 아닌 다른 막국수 집을 가지만, 그래도 춘천에 본점이 있는 거라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었어요.



점심 시간에는 근처 직장인들이 바글바글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점심 시간이 조금 지나서 갔는데도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어요.

특히나 나이 좀 있으신 분들이 많더라고요.

메뉴는 비슷하긴 하지만 메밀 메뉴가 적어요.

보통 막국수 집에서는 메밀총떡, 메밀만두, 메밀묵 등 메밀을 이용한 음식을 같이 파는 경우가 많거든요.

가격은 춘천보다 조금 비싼 편이었어요.



반찬은 딱 열무김치 하나만 줍니다.

너무 짜거나 맵지 않고 슴슴해요.



막국수 집에서는 주전자가 두 개가 나와요.

오른쪽의 작은 주전자는 뜨거운 면수(면 삶은 물)가, 왼쪽의 큰 주전자에는 막국수에 부어먹을 육수가 들어있어요.

국수가 나오기 전에 먼저 면수를 준다는 사실 자체에서 믿음이 확 올라갔어요.

춘천에서는 면을 먹기 전에 면수에다가 간장 몇 방울 넣어서 먼저 마셔요.

메밀은 성질이 차기 때문에, 먼저 따뜻한 면수를 마심으로서 속을 데워주는 효과가 있거든요.

사실 맛은 없어요. 

간장도 그나마 마시기 편하게 간을 맞춰주기 넣는거고요.

제 옆테이블에는 나이 지긋한 노부부께서 앉아계셨는데 제가 면수 마시는 걸 보시고 '먹을 줄 안다'면서 칭찬해주셔서 순간 당황했어요.



막국수

드디어 막국수가 나왔어요.
춘천에서는 물막국수와 비빔막국수의 구분이 없어요.
비빔막국수를 먹고 싶다면 그냥 이 채로 비벼먹으면 되고, 물막국수를 먹고 싶다면 육수를 부어먹으면 되요.
취향에 따라 설탕, 식초, 겨자를 적당히 넣고 육수를 부어먹으면 됩니다.
서빙하시는 분께서 가윗밥을 넣을 거냐고 물었지만, 메밀면은 냉면처럼 질기지 않기 때문에 굳이 넣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 이 맛이야!!!


이제까지 서울에서 먹어본 막국수 중에서 제가 기대하던 막국수에 제일 가까운 맛이었어요.
너무 강하지 않은 양념과 툭툭 끊어지는 메밀면까지도요.

고향 친구들과 만나면 하는 얘기 중 하나가 닭갈비 집에서 막국수 먹는 관광객들이었어요.
닭갈비와 막국수는 같은 가게에서 파는 음식 자체가 아니예요.
그건 마치 청국장과 까르보나라를 한집에서 파는 것과 비슷한 일이예요.
게다가 막국수는 족발시키면 같이 오는 쟁반막국수처럼 맛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닭갈비처럼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 난 후에 먹으면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거든요.
외지인들의 경우는 막국수집에 갔다가 '이게 무슨 맛이냐'면서 갸웃갸웃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오랜만에 먹어본 반가운 맛이라 정말 목구멍이 터질 정도로 흡입했고, 5분만에 한그릇을 싹 비워버렸어요.
사리 추가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있다면 사리를 하나 추가하고 싶을 정도였어요.
아가씨 혼자서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아저씨 사이에서 막국수를 그릇채 들고 게걸스럽게 먹는 모습이 그닥 보기 좋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너무 좋았네요. 
올 여름에는 종종 샘밭막국수를 찾게 될 거 같아요.
가격이 좀 비싼 건 여전히 아쉽지만, 위치가 강남이란 걸 생각하면 그 정도는 감안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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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히티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