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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9 말레이시아[完]

여자 혼자 말레이시아 여행 - 20. 1/20 페낭 콤타 퍼시픽 슈퍼마켓

by 히티틀러 2019.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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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시간이라 길이 막혔다.

급하게 어딜 가야하는 건 아니니 여유롭게 창 밖을 구경했다.



높은 담장에 잔뜩 쳐진 철조망.

보기만 해도 삭막해보이는 건물이라 '저긴 무슨 교도소인가?' 싶었는데, 구글 지도를 보니 진짜로 교도소였다.




타이푸삼 축제구나!!



타이푸삼 축제, 내가 페낭에 온 목적.

본 축제는 내일부터지만, 오늘부터 3일간 진행된다.




버스로 지나가는 길목이 우연히도 그 축제행렬과 연관되어있는지 거리에는 인도 전통복장을 입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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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가운데에는 강황가루를 뿌려 노란색이 나는 코코넛이 쌓여있다.

강황가루는 인도에서 커리 같은 식재료나 염료로도 사용되지만, 종교적으로 상당히 신성하게 여겨진다.

특히 말레이시아에 많이 살고 있는 남인도 타밀나두 쪽의 고대 신앙에서는 강황과 태양을 연관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종교적 의식이나 결혼식 등 행사에서 사용하기도 하고, 예전에는 사제들의 의복도 강황으로 염색하기도 했다고 한다.



의식에 사용되고 난 깨뜨린 코코넛은 이렇게 버려진다.

아깝다. 

코코넛 과육 숟가락으로 긁어먹으면 고소하고 맛있는데...



말레이시아에서는 소도 기름으로 갑니다.

경유소인지 휘발유소인지 구분해야해요.




아예 도로 절반은 교통통제를 했고, 길가에는 천막을 쳐놓고 신상을 모셔놓았다.

이러니까 차가 막히지.




아니아니!!!! KFC가 저렇게 고급스럽다니!!!!!



내려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했으나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다.

이런 데가 있는 줄 알았으면 시간내서 와볼걸.



콤타르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 벌써 오후 7시다.



오늘의 마지막 일정은 콤타르 쇼핑몰 안에 있는 퍼시픽 슈퍼마켓 Pacific Supermarket 이다.

에어컨 빵빵 나와서 시원하지, 물건 다양하지, 가격 다 붙어있어서 흥정할 필요도 없지.

대형 슈퍼마켓은 기념품을 사기 위한 최적의 장소이다.

가격은 좀 비싸도 흥정 못하는 내가 바가지 쓰는 비용까지 따져본다면 차라리 얼마 더 주고 슈퍼마켓에서 사는 게 정신적으로나 비용적으로나 훨씬 이득이다.




이제 광란의 쇼핑이다!!!



라고 했는데, 너무 텅텅 비어서 당황.



입구쪽이라서 그렇지, 안쪽으로 가니 그래도 정상적인 슈퍼마켓이 나왔다.

그닥 규모가 크거나 물건이 다양해보이지는 않았다

거니플라자 안에 있던 슈퍼마켓이 훨씬 더 나았지만, 거길 다시 갈 수는 없으니 그냥 여기서 쇼핑해야지.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술.

화교들이 있다곤 해도 말레이시아는 무슬림들이 상당 수이다보니 술 종류는 구하기도 힘들고, 가격도 비싸다.

기네스 스타우트 500ml 1캔이 14.3링깃, 우리 돈으로 4천원이 넘는다.

1병까지는 면세니까 사갈까 싶어도 뭘 사야할지 몰라서 맥주만 한 캔 샀다.



그림만 봐도 코끼리파워로 모기를 잡아준다는 에프킬라.



'흑인 치약' 이라고도 알려져있는 달리 치약.

대만이나 동남아 쪽 여행하는 사람들이 기념품 및 선물용으로 많이 사간다.

나는 딱히 좋은 줄 모르겠는데, 동생은 이 치약으로 양치하면 시원하고 개운하다고 한다.

동생 선물로 장바구니에 담았다. 





우리나라 물건도 꽤 많이 보였다.

롯데 빼빼로는 경쟁제품인 포키와 같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가격은 1링깃이나 더 비쌌다

불닭볶음면도 슈퍼마켓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라면은 이쪽 지역 사람들도 즐겨 먹는 데다가 닭고기는 종교적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식재료이고, 거기에 매운맛을 즐기는 문화도 익숙하니 꽤 잘 팔리는 듯 하다.




불고기 라면... 김치 라면... 떡볶이 라면....

우리나라에서는 본 적도 없는 라면을 여기에서는 판다.

김치라면은 알고, 떡볶이라면은 라볶이 맛 날 거 같은데, 불고기라면은 무슨 맛이려나.



화장품에도 '화이트 글로우 트리 플라워 에센스' 라는 한국어가 쓰여있다.

'Korean Secrets' 라는 영어 문구와 함께.

다른 지역은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동남아 지역은 K-뷰티가 정말 인기다.

한류가 인기를 얻으면서 가수나 연예인들의 하얗고 티없이 깨끗한 피부가 선망의 대상이 되고, 그 화장품이나 화장법까지 덩달아 관심이 된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행사 안 하는 날이 없는 로드샵 브랜드들이 동남아시아 쪽에 가면 중고급의 화장품 브랜드로 되고, 가격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비싸다.

괜히 한국 오면 캐리어까지 끌고 명동 가서 화장품 쇼핑하는 게 아니다. 




워메, 이게 뭐시여



교수형 감이라니... 

단연코 내가 본 중 최악의 번역 오류다.

기념으로 하나 사가고 싶었으나, 과일 종류는 국내 반입이 안 될 거 같아서 포기했다.



포멜로나 파파야 같은 신기한 동남아 과일도 보고, 믹스커피와 밀크티, 초콜릿 등 기념품도 바구니에 잡히는 대로 담았다.

장바구니 하나에 가득 담으니 160링깃 (약 4만 5천원) 정도 나왔다.

가격 생각 안 하고 막 담았다지만, 생각보다 많이 나와서 좀 놀랐다.



낑낑대면서 호텔로 돌아가는 중.



저녁 뭐 먹지



원래는 바나나 리프 Banana Leaf 라는 인도 음식을 먹고 싶었는데, 추천 음식점이 문을 닫았다.



결국 간 곳은 아침에 갔던 로스 무티아라 레스토랑이었다.



참고 : 말레이시아 페낭 리틀인디아 맛집 - 로스 무티아라 레스토랑 Ros Mutiara Restoran



여행을 다닐 때에는 되도록 같은 음식점을 다시 방문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같은 곳을 가면 늘 같은 것을 먹기 마련이다.

말도 안 통하고, 모르는 나라에서는 더더욱.

그래서 실패를 하더라도 새로운 곳에 가서 안 먹어본 새로운 음식을 먹으려고 하는데, 여기는 한 번 오기엔 아쉬움이 남았다.

음식도 맛있고, 종류도 다양하고, 무엇보다 남인도 음식은 한국에서 먹어볼 기회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워워~~ 혼자 충분해요."



이제 남은 여행날짜는 짧고, 먹고 싶은 건 많고, 배가 터지더라도 궁금했던 걸 다 먹어보려고 하니 주문받는 아저씨가 말렸다.



주문한 음식은 차파티 capati.

흔히 인도에서는 '난 naan' 을 먹는다고 하지만, 난은 발효빵이기 때문에 쉽게 해먹기는 어렵다.

오히려 일반 가정에서는 밀가루를 반죽해서 철판에 구워만든 차파티를 더 일상적으로 먹는다고 한다.



같이 찍어먹으라고 커리도 같이 나왔다.

이렇게 소스처럼 찍어먹는 걸 처트니라고 부른다.

콩으로 만든 거 같은데, 담백하다.

소스 바닥까지 싹싹 닦아서 먹었다.



또 하나 시킨 건 무르타박 Murtabak.

예전에 가본 말레이시아 레스토랑에서 메뉴판에 있기에 먹어보려고 했는데, 지금은 안 판다고 해서 못 먹어봤다.

현지 왔으니까 먹어봐야지.

얇은 밀가루 반죽 안에는 두툼한 계란부침이 들어가있다.

같이 나온 처트니는 치킨커리 소스라고 한데, 아까 나온 거보다 조금 더 매콤하다.

계란이 들어있다보니 이거 하나만 먹어도 끼니가 될 정도로 꽤나 든든했다.



"로띠 차나이 왜 안 나와요?"

"아까 나왔잖아요."



알고보니 아까 차파티라고 준 게 2장 다 차파티가 아니라 하나만이었고, 다른 하나가 로띠 차나이였다.

아까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물어보니 왼쪽이 로띠 차나이이고, 오른쪽이 차파티란다.

그럼 그렇게 말해주지, 민망하게시리.



따끈한 마살라 짜이를 마시면서 소화를 시키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시던 인도 아저씨 셋이 자꾸 나를 쳐다본다.

여기는 중국인도 많이 사니까 내가 신기하진 않을 거고....

손등의 헤나랑 뱅글 (인도 팔찌) 때문에 그런가? 아니면 내가 손으로 쭉쭉 찢어가면서 너무 게걸스럽게 먹었나?



"레이디, 어디에서 왔어요."

"한국이요."

"남쪽? 북쪽?"

"남쪽이요. 북쪽이면 여기 못 와요."



딱 봐도 관광객 같긴 한데, 여자 혼자 다니니까 어디서 왔는지 궁금하셨나보다.



먼저 가시면서 바나나 하나를 먹으라고 송이에서 뚝 떼서 주셨다.

힌두교 사원에서도 바나나 주고, 인도 아저씨도 바나나 주고.

평생 살아가면서 여자라고 귀여움 받아본 역사가 생전 없는데, 이 나이 먹고 이런 거 받아도 되나.

인도는 참 좋은 나라구나.



깨끗하게 싹 비웠다.

배가 불러도 맛있는 거 먹어서 기분이 좋다.

여기 또 오고 싶지만, 일정상 여기를 다시 오진 못할 것이다.

페낭을 떠나면서 이 레스토랑에 오지 못한다는 게 제일 아쉬울 거 같다.



부른 배를 두들기며 호텔로 돌아가는데, 어디선가 시커먼 물체가 휙 나타났다.

고양이다.

올블랙 깜냥이.

어두컴컴한데 올블랙 깜냥이가 휙휙 돌아다니니 사진도 죄다 흔들린다.





얜 나를 언제 봤다고 아는 척이야.



말레이시아 고양이들이 사람에 대해 경계심이 없다곤 해도, 앤 왜 이렇게 치근덕대냐.

내 다리에 부비고 신발 사이를 들락거리고, 쓰다듬어줬더니 통돌이 세탁기처럼 고롱거리고 난리도 아니다.

이리 사람 좋아해서 우째.

미안해, 아무리 내가 간택받았어도 널 못 데려가.

그래도 이쁘니까 많이 쓰다듬어주고 왔다.




아이고 되다



호텔에 돌아오니 긴장이 풀리면서 진이 빠진다.

사온 거는 정리하기 귀찮아서 한 켠에 잘 던져두었다.

여행은 스치듯 안녕인가 보다.

뭐 한 것도 별로 없는 거 같은데, 벌써 여행이 끝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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