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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6 대만 타이베이[完]

[대만] 13. 12/8 마오콩

by 히티틀러 2017.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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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야하지?



마오콩 케이블카 정거장을 나오고 난 후에 양갈래길을 마주하고 나서야 내가 여기 길을 모른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가이드북에 지도도 없고, 다른 사람 포스팅에서 길이 헷갈린다거나 하는 글을 전혀 없었다..

그래서 방향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거나 적어도 사람들이 가는데 슬쩍 섞여서 따라가면 되겠지.. 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입구에 있는 간판은 찻집 및 음식점이 위치한 구역을 알리는 것 뿐이었다.



이쪽이냐, 저쪽이냐, 50대 50의 확률.

결국 선택한 건 노점상이 많이 몰려있는 길로 향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소시지도 사먹었다.

1+1이 100TWD (약 3,700원) 이라고 생각해서 100TWD를 드렸다.

아주머니는 몇 분간 소시지를 구워서 소시지를 주고는 또 돈을 달라고 한다.

숫자로 명쾌하게 1+1 이라고 쓰여있는 것도 아니고, 중국어도 모르는 입장에 뭐라고 물어볼 수도 없고, 너무 당당한 아주머니의 태도에 또 다시 돈을 드렸다.

상술인가? 사기인가?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태국에서 물건 흥정할 때 부른 가격에 바로 OK! 를 받았을 때와 비슷한 찝찝함이다.



길 양쪽으로는 차와 함께 간단한 음식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있었다.

여기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동생보고 앞장세웠다.

니 먹고 싶은 거 골라 먹으라고.



동생이 고른 곳은 양식을 파는 음식점이었다.

먹을거 많은 타이완까지 와서 서양음식이라니... 솔직히 그닥 맘에 들지는 않았다.

나는 다른 나라 여행을 가면 나는 가능한한 그 나라의 음식을 먹는다.

장기여행에서는 가끔 피자나 치킨 같은 걸 먹기도 하지만, 비행기에서 주는 튜브 고추장 하나도 챙기지 않을 정도로 되도록이면 현지의 맛을 느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하지만 가족들이 먹고 싶다는데 뭐 어쩌랴.

부모님께서도 이틀동안 대만 음식 드셨으니 비교적 익숙한 맛이 슬슬 생각나시는 모양이다.

아쉽지만 할 수 없지.

다행히 메뉴를 보니 마오콩 차도 판매하고, 우롱차 아이스크림도 있어서 후식으로 꼭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메인 메뉴에 비용을 얼마 추가하면 샐러드+스프의 애피타이저가 나온다고 해서 하나 추가했다.

스프는 양파조각이 살짝 씹히는 크림스프였고, 샐러드는 과일이 들어 있어서 그런지 마요네즈 안 넣은 사라다 같았다.



새우 필라프


크림이 들어간 듯 살짝 질척한 느낌이 나는 필라프였다.

새우가 꽤 많이 들어있긴 했지만, 너무 달았다.

어린이용 밥 같은 느낌이었다.



토마토 해산물 파스타


우리나라에서 먹는 파스타랑 비슷했다.

설탕을 쏟은 거처럼 달았던 필라프와 달리 이 파스타는 무난했다.



마오콩 차


앞에 두 가지 음식이 별로 기억이 안 나는 이유는 별 관심 자체가 별로없었기도 했지만, 바로 차 때문이었다.

마오콩은 차 생산지로도 유명하다.

보성 녹차밭도 못 가봤는데, 대만 차 산지에 와서 현지의 차를 마신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좋았다. 

대만에서는 당연히 자사호 (중국식 찻주전자) 나 티팟에 멋드러지게 나올 줄 알았는데, 그냥 프레스 형태라서 살짝 실망스러운 감은 있었다.

차는 우롱차인 거 같은데, 맛이 너무 쓰거나 강하지 않고 부드러워서 물처럼 홀짝거리며 마시기 좋았다.

작은 중국식 찻잔이 무슨 아이들 장난감 같았다.

우리집에서 차를 즐기는 사람은 나 밖에 없어서 차주전자를 혼자 독차지하고 차를 마셨다.

물배가 차서 배가 불렀다.



동생이 고기가 먹고 싶다고 메뉴판을 들고 가서 직원이랑 뭐라뭐라 이야기하더니 주문을 하고 왔다.

메뉴판에 사진이 없으니 정확히 무슨 음식인 줄도 모르고, 가격이 비싼 건 '관광지 프리미엄인가 보다' 하고 있더니 족발 같은 커다란 고깃덩어리가 나와서 모두 당황했다.

맛은 독일 음식은 학센이랑 비슷했는데, 양이 상당히 많았다.

아버지가 고기를 발라주시면 제비새끼처럼 받아먹었다.

평소 족발을 먹을 때면 시골 백구처럼 뼈를 뜯어먹곤 했는데, 차마 여기에서는 눈치가 보여 그럴 엄두가 안 났다.






식사를 마치고 차도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흙길이 아닌 잘 정비된 도로에 길 한켠에는 숲이 우거져있고, 공기는 매우 상쾌했다.

날씨까지 약간 구름이 껴서 산책하기 정말 좋은 날씨였다.


"월!"


어디선가 개 한 마리 짖었다.


"개 짖는 거 처음 듣네."


아버지께서 툭 던지신 말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을 종종 봤음에도 불구하고 개 짖는 소리를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한국에서는 뭐가 그렇게 바쁜 건지 늘 종종거리면서 뛰어다녔다.

하다못해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신호가 끝날까봐 멀리서부터 가방을 잡고 뛰어가기 급급했다.

그런데 대만에 오니 상대적으로 굉장히 여유로웠다.

단지 여행자로서 이곳에 왔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숨을 헐떡거리면서 열심히 뛰지 않아도 횡단보도 신호를 맞춰 건너고, 지하철 환승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여기서는 개도 마음이 여유로워져서 안 짖는 것인가.

여행을 마치고 대만을 자주 다니는 지인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까 자기도 개 짖는 소리, 애 우는 소리를 별로 들어본 적이 없는 거 같다고 한다.

우리는 대만을 '개안짖 애안울' 의 나라라고 농담을 주고 받으면서 낄낄거렸다.


머얼리 타이베이 도심이 전망이 펼쳐졌다.

타이베이 시민들이 야경을 즐기러 많이 온다고 하는데, 야경을 보면 더 멋있을 거 같긴 하다.




가다보니 사원도 하나 나왔다.

이름을 보니 천은궁 天恩宮 이라고 되어 있는데, 영어 번역은 Tianen Temple 이라고 했다. 

안에 계신 분이 뭔가 후덕하고 뚱뚱하신 걸로 봐서는 불교사원이 아니라 도교사원인 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행복한 미륵보살의 모습이라고 한다.



마오콩 케이블카 근처에 위치한 크고 유명한 찻집들 말고, 길가 곳곳에는 숨겨진 찻집들도 많았다.



누군가의 무덤도 지났다.



왜 안 나오지?



다른 분들의 마오콩 여행기를 보면 넓게 펼쳐진 큰 차밭이 있어서 그걸 보러 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한참 걸었다고 생각했는데도 나오지 않았다.

어린 아이까지 동반했다는 이야기도 있는 거보면 마오콩 곤돌라 정거장에서 그닥 먼 거 같지 않은데, 아무리 걸어가도 안 나왔다.

목적 없는 걷는 거에 대한 가족들의 불만도 슬슬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걷다가 박물관에 도착했다.

타이베이시 철관음 바오종차 연구홍보센터였다.






안에는 타이베이 차와 차 산업에 관해 전시되어있다. 

시음 행사와 체험도 해볼 수 있다고 하는데, 사람도 없었을 뿐더러 어차피 해도 말이 안 통해서 별 소용없을 거 같았다.

아까 차를 너무 마셔서 화장실을 몇 번이나 다녀왔다.

그리고 빈자리에 앉아서 원래 가고자하는 목적지를 찾아봤다.

생각해보니 나는 그 풍경만 사진으로 봤지,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다.

마오콩 곤돌라 정거장에서 받아온 안내책자와 지도를 보면서 알게 된 그 장소의 이름은 Camphor Tree Trail.



반대 방향이네?



곤돌라 정거장 기준으로 우리가 쭉 왔던 방향과 정반대였다.

그 말인즉,  이제까지 걸어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야한다는 의미였다.

다른 가족들의 불평이 안 봐도 스테레오로 들려올 거 같았지만, 하지만 뭐 어쩌랴,

산 아래까지 계속 걸어내려갈 것도 아니고.



마오콩 쪽에는 풍경도 보면서 트래킹할 수 있는 코스가 여러 개 조성되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 같이 산 싫어하는 사람 + 길 못 찾는 사람에겐 있으나 마나이다.

잘못 들어갔다나 '한국인 X 모씨, 대만 산 속에서 숨쉰채 발견' 이 될 수도 있다.



마오콩에는 고양이 모양의 조각상이나 캐릭터가 많다.

'마오콩' 이라는 지명 자체가 한자로 猫空 으로, 고양이의 구멍이란 뜻이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화성암 지질로 되어있는데, 바위에 조그만 구멍이 있는데 마치 고양이가 발톱으로 구멍을 낸 거 같아보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아까와는 달리 마오콩 역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걸어가니 다른 곳에서 봤던 산비탈 밭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입구가 어디야?



차밭이 나온지 꽤 지난 거 같은데도 밭으로 들어가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도둑처럼 점프해서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

밭을 한참을 따라 가서야 간신히 돌계단 하나를 발견했다.

최소 몇 백 미터 이상을 걸어온 상태라서 긴가민가해서 먼저 가보겠다고 했는데, 맞는 거 같았다.





한국인 입장에서 날씨가 따뜻하다고 해도 대만은 엄연히 겨울.

우리나라의 겨울처럼 아무 것도 없는 허허벌판까지는 아니었지만, 농사철은 아니다보니 좀 휑하고 어수선한 느낌이 들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차꽃도 보았다.

차는 늘 잎만 먹어서 꽃이 필거라는 생각 자체를 안 해봤던 터라 신기했다.




길가에는 연못도 하나 있었다.

대만의 날씨가 선선하다고는 하지만 꽤 많이 걸어서 다리도 아프고 땀도 많이 났다.

정자 같은 데에 앉아서 땀도 식히고 다리쉼을 하고 있는데, 얼굴이 간지러웠다.



모기 물렸다!



모기가 근처에서 돌아다녀서 쫓았는데 그 사이에 모기를 2군데나 물렸다.

그것도 무려 얼굴에.

다른 가족들은 멀쩡한데 나만 모기에 물렸다.

나는 유난히 모기에 많이 물린다.

똑같은 공간에 여러 사람이 있어도 나만 물리는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다.

내 피에 모기를 유혹하는 페로몬이라도 섞여있는걸까.




어느덧 오후 3시 반이 지났다.

슬슬 타이베이 시내로 돌아가기 위해서 발길을 돌렸다.

우리는 길을 잘못 들어서 쓸데없이 뱅뱅 헤매고 차밭을 빙 돌아서 왔지만, 많이 걷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면 적당히 연못 근처까지만 다녀와도 괜찮을 듯 하다.




이러니까 입구를 못 찾지!

 


큰길에서 차밭으로 들어오는 입구를 알고보니 정말 황당했다.

입구는 그 근처를 두 번이나 지나가고 사진도 찍고 했던 곳이었다.

입구 앞에 화살표라도 큼지막하게 붙여놓던가.

얼핏 보기에는 가정집 혹은 식당 입구 같이 보이는데다가 앞에 자동차까지 주차를 해놓으니 전혀 입구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MRT 역으로 어떻게 돌아갈 것인지 얘기를 하고 있는데, 마오콩을 다니는 버스가 근처를 막 지나치려고 했다.



저거 타자!!



마오콩을 돌아다니는 버스가 타이베이 동물원역까지 간다는 사실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마침 버스 정류장이 근처였던 터라 후다닥 뛰어서 버스를 잡아탔다.

요금을 이지카드로 지불할 수 있어서 습관적으로 버스를 타면서 카드를 기기에 찍었다.

기사가 유난히 눈치를 준다 싶더니 자세히 보니까 하차시 카드를 찍으라고 쓰여있었다.

아마 뭐라고 얘기했겠지만, 중국어 모르는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눈치챘는지 나중에는 그냥 별 말 않고 있었던 거 같다.

'나는 아무 것도 몰라요' 하면서 앉아있는데, 다음 정거장에서 탄 대만사람인지 중국사람들도 버스 카드를 찍고 타서 좀 덜 민망했다.

우리 가족이 탔을 때는 빈자리가 많아서 다 앉을 수 있었는데, 다음 정거장은 마오콩 곤돌라역와 가까워서인지 사람들이 많이 타서 자리가 부족했다.

하마터면 서서갈 뻔했다.



버스는 굽이굽이 산길을 지나 MRT 타이베이동물원역 앞 버스 정거장에 도착했다.

이지카드를 다시 찍고 내려야하나 고민하다가 '아까 찍었으니까' 하면서 모른척 그냥 내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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