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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기/2015 일상 생활기

서울의 숨겨진 성소, 성 니콜라스 대성당

by 히티틀러 2015.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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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종교적 다양성이 높은 나라로 손꼽혀요.

어느 한 종교에 치우치지 않고 개신교, 불교, 가톨릭, 토속종교 등 다양한 신념들이 존재하고 있고, 종교적 갈등도 미미한 수준이지요.

요즘에는 외국인들이 많이 유입됨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이슬람 사원이나 힌두교 사원도 볼 수 있어요.

역사가 깊은 사찰이라든가 명동 성당, 이태원 이슬람 성원 같은 종교시설은 이래저래 보긴 했지만, 서울에 정교회 성당이 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서울 아현동에 한국 정교회 대성당이 있다길래 찾아가봤어요.



한국 정교회 대교구청과 대성당은 5호선 애오개역 4번 출구에서 직진해서 100m 정도 가면 이런 표지판을 볼 수 있습니다.



표지판을 방향으로 우회전을 하면 바로 '한국 정교회' 라고 쓰인 성당 건물을 볼 수 있어요.

골목길을 쭉 따라가서 안쪽으로 들어가면 입구가 있습니다.



정식명칭은 '한국 정교회 서울 성니콜라스 대성당' 이라고 해요.

예전에도 한 번 온 적이 있는데, 그 때는 문이 닫혀있어서 밖에서만 보고 말았거든요.

이번에는 다행히 문이 열려져있기 때문에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성 니콜라스 대성당의 규모는 그닥 크지는 않아요. 

푸른 색이 도는 돔이 발칸여행할 때 세르비아나 불가리아에서 봤던 성당 생각들이 나면서 낯선 나라에 와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나라에 동방정교회가 들어온 것은 1900년으로, 구한말 우리나라에 러시아인들이 유입되면서부터라고 해요.

고종이 성당 부지를 수여하고, 러시아 측에서 사제를 파견하면서 한국의 정교회가 시작되었지만, 러일전쟁에서 러시아의 패배, 일본의 한국 식민화, 소비에트 혁명 등으로 인해 근근히 명맥만 이어주었다고 해요

그러나 1950년 6.25전쟁에 그리스군이 참전하게 되면서 종군사제였던 안드레아스 신부와 군인들의 노력으로 신도도 생기고, 사제도 생기면서 현재에 이르렀다고 해요.

현재도 대교구장은 그리스 출신 사제이자 한국외국어대학교 그리스, 불가리아어과의 외국인교수로 재직중인 암브로시오스 대주교고 맡고 있어요.

한국 정교회의 교세는 크지는 않지만, 전국에 8개의 성당과 3-4천명의 신도가 있다고 합니다.



한국 정교회 성 니콜라스 대성당은 그리스 정교의 영향을 받은 시기에 지어졌기 때문에, 비잔틴 양식의 성당이라고 해요.

입구에는 '산타클로스'로도 알려져있는 성인 니콜라스의 성화가 있어요.




대성당 실내.

성당 출입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느껴지는 엄숙한 분위기에 저도 모르게 목소리와 발소리를 죽이게 되더라고요.

발칸 국가들이라든가 카프카스를 여행하면서 정교회 성당을 볼 기회가 많았어요.

왠지 다시 그 지역으로 온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여행할 때에는 워낙 신실하게 기도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신자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사진도 제대로 못 찍고 대강 훑어보고 나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여기는 사람이 없어서 찬찬히 구경하기 시작했어요.



성모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아래에는 열두 제자의 성화가 있고, 성당대가 있어요.

이 성상대는 그리스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하네요.



돔으로 된 천장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대형 성화가 그려져 있어요.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만물의 주관자' 라고 한국어로 쓰여져 있었어요.

라틴어나 그리스어, 교회슬라브어 등으로 쓰여진 성화는 많이 봤지만, 어차피 읽을 줄도 뜻도 모르니 별 감흥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한국어로 쓰여있는 것을 보니 느낌이 색다르더라고요.


포도주와 빵이 담긴 성물인 거 같아요.



성 니콜라스 대성당은 2층으로 되어 있어요.

2층도 올라가볼까 했으나, 입구가 잠겨있더라고요.

2층에도 성인 니콜라스의 성화가 그려져 있어요.



입구에 초를 쌓아놓고 자율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곳이 있더라고요.

여행다닐 때 현지의 신자들이 초를 켜고 기도를 올리는 모습이 왠지 부러웠는데, 저도 1000원을 내고 초를 사서 한 번 켜봤어요.




입구에는 성모마리아와 아기예수, 성 니콜라스의 이콘도 있어요.



입구 옆의 벽에 그려진 성화에는 한복을 입은 여성들의 벽화가 그려져있는 것도 인상 깊었어요.

운보 김기창 화백이 그린 성화에서 보면 한복을 입은 마리아에게 선녀가 내려와서 수태고지하고, 갓 쓰고 한복 입은 예수와 그의 제자들이 최후의 만찬을 즐기는 그림을 보며 굉장히 충격을 받았는데, 그  성화들이 생각이 나더라고요.



성 니콜라스 대성당은 1978년에 축성되었다고 해요.

원래 동방정교회는 바티칸 교황 중심의 가톨리과는 달리 각 지역마다 자치적으로 교회 활동을 해요.

그래서 신앙적으로 큰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정교, 그리스 정교, 불가리아 정교, 세르비아 정교 등으로 분류되지요.

우리나라는 뉴질랜드 쪽에 포함되어 있다가 2004년 자체적인 '한국 정교회'로 인정받았다고 해요.



성당을 나오면 옆에 다섯 개의 종이 달려있어요.

이 종들 중에서 두 개는 러시아 정교회 영향을 받던 시기부터 있었던 것이고, 나머지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그리스 군인들이 기부한 금액으로 만들었다고 해요.




성 니콜라스 대성당은 기독교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숙연하고 엄숙해지는 장소였어요.

여행 다녀온 추억도 새록새록 나면서, 시끄러운 서울에 이렇게 조용하고 고즈넉한 장소가 있나 싶더라고요.

이태원에 있는 이슬람 사원은 요즘 많이 알려져서 구경하기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데, 여기는 그에 비해 거의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지 종교시설 특유의 분위기가 많이 남아있는 거 같아요.

예배하는 모습은 어떨지 궁금해지기도 하고요.

신도분들께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는 한번쯤 다녀올 만한 곳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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