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차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차를 좋아해요.  

기본적으로 집에 3-4종류 이상은 늘 구비해놓고, 여행을 가서도 그 지역 차를 사오기도 하고요.

국제차문화대전이라는 행사가 있다는 사실은 한달 즈음 전에 처음 알았는데, 꼭 한 번 가고 싶더라고요.

제14회 국제차문화대전은 6월 9일 목요일부터 6월 12일까지 코엑스 B홀에서 진행되요.



전 인터넷으로 미리 사전등록을 한 상태였어요.

사전등록부스에 가서 이름을 이야기하니 확인하고 바로 출입증을 주더라고요.

지난주 라면박람회에 갔을 때는 첫째날 아침 일찍 갔는데도 정신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이번에도 비슷한 시간에 맞춰갔는데 사람도 별로 없고, 일처리도 금방금방 수월하게 이뤄졌어요.



이래야 구경할 맛이 나지!


전시장은 너무 북적이거나 시끄럽지 않았어요.

평일 오전이기도 하지만, 차는 라면에 비해서는 대중적인 선호도가 폭넓지 않은 데다가 선호하는 연령층도 높은 편이라서 그런 거 같았어요.

천천히 돌아다니면서 이곳저곳 구경을 하기 시작했어요.






세상에 이렇게나 많은 종류의 차가 있었나?


특정지역에서 생산되는 차부터 시작해서 각종 허브차, 발효차, 자체적으로 블랜딩한 차까지 정말 다양했어요.

솔직히 우리나라에서는 발효되지 않는 녹차만 마신다고 생각했지, 백차나 황차 같은 반발효차 혹은 발효차가 생산된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거든요.

전시장에 들어간지 5분 만에 소경이 눈 뜨는 기분이 들었어요.




하지만 더 좋은 건 바로 시음을 해볼 수 있다는 사실!!

각 부스마다 '차 한잔 하고 가세요.' 라고 하면서 권하셔서 이곳저곳 들리면서 부담없이 마셔볼 수가 있어요.

테이블 위에 아예 다구도 세팅이 다 되어 있고, 편히 앉아서 마실 수 있게 의자까지 놓여져 있고요.

더러는 1회용 종이컵을 쓰는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도자기로 된 찻잔에다 차를 따라주셨어요.  

물론, 한 번 사용하고 난 잔은 끓는 물에 소독하고요. 

판매자 분들께서는 차에 관해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시기도 하고, 직접 마셔보면서 내 입맛에 맞는 차를 고를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았어요.

좋은 잎차로 솜씨있게 우려주는 차맛은 집에서 먹던 티백과는 확실히 맛이 다르더라고요.

싱그러움으 코끝에서 살랑거리고, 입안에 녹음이 확 퍼지는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확실히 둔한 제가 느끼기에도 맛과 향이 좋은 차는 비싸요.



세계 각 지역의 홍차를 파는 부스도 있어요.

아쌈, 다즐링, 우바 같은 인도, 스리랑카 홍차는 워낙 세계적으로 유명해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지만, 나머지 두 개는 특이했어요.

리제 Rize 는 터키에서도 차 생산으로 손꼽히는 도시인데, 리제 홍차를 파는 부스는 여기 밖에 없었어요.




중국&대만차


중국와 대만차도 빠질 수 없지요.

워낙 차문화가 발달하고, 대중화된 곳인데다가 우리나라에서 중국과 대만 등지에서 차를 배워온 차예사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보이숙차를 시음해봤는데, 약간 훈연향 혹은 흙냄새 비슷한 향이 나면서 맛도 참 묘하더라고요.



케냐 홍차


이번에 제일 놀랐던 건 바로 케냐 부스가 있다는 점이었어요.

보통 케냐는 커피생산지로 워낙 유명한 나라라서 차가 재배된다는 걸 처음 알았거든요.

그 부스에서 일하는 사람은 케냐 대사관 쪽에서 온 아가씨였는데, 외국으로 커피를 많이 수출하는 건 맞지만 케냐에서는 오히려 차를 더 많이 마신다고 하더라고요.

케냐산 차는 보기 힘들어서 구매하고 싶었지만, 시음행사만 할 뿐 판매하지는 않는다고 해서 아쉬웠어요.



덖음차


그 자리에서 차를 덖어 파는 곳도 있었어요.



조지아 티


조지아(그루지아) 차도 굉장히 놀라운 사실 중 하나였어요.

그루지아에 여행을 다녀왔는데, 차를 마시는 사람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거든요.

오히려 포도주가 워낙 유명해서 대낮에 맥주페트를 들고다니고 집에서 직접 농사지은 포도로 담근 홈메이드 와인을 파는 사람은 봤지만요.




꽃차


다양한 꽃차도 볼 수 있어요.

예전에 네이버에서 연재되었던 웹툰 '차차차'를 통해서 장미나 목련 등의 꽃도 말려서 차로 마신다는 사실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어요.

원래는 시음이 안 된다고 하는데, 살짝 물어보니까 만들어놓은 게 있다면서 목련차를 조금 주셨어요.

꽃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뭔가 은은하고 향긋한 꽃향이 입안에 확 감돌면서 수색도 너무 예쁘더라고요.

꽃차도 이번 차문화대전에서 알게된 신세계였어요.



실론티


전부 스리랑카에서 생산된 홍차예요.

종류마다 다 우려서 전시해놓으셨는데, 생산된 지역마다 차 색깔이 조금씩 달라요.

누와라엘리야 같이 고지대에서 생산되는 홍차는 색깔이 엷고, 고도가 내려갈수록 조금씩 진해지는 게 신기했어요.

판매하시는 분 말씀으로는 외국에서는 누와라엘리야를 선호하지만, 실제 스리랑카 사람들이 '진짜 실론티' 라고 부르는 것은 우바나 딤불라라고 하시더라고요.



연꽃차


산사에서는 저렇게 연꽃차를 만들어마시는 경우가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 보는 건 처음이었어요.

운치는 있지만, 저렇게 연꽃 하나를 통째로 우려마시려면 기회비용까지 합쳐셔 1-20만원 정도가 들기 때문에 마시기 쉽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시음행사를 하면 슬쩍 끼어갈텐데, 아쉽게도 시음을 안 하더라고요.

그냥 집에 마시다 남은 베트남 연꽃차로 만족해야겠어요.



허브티


허브티도 빠질 수 없지요.

평소에는 페퍼민트티를 그닥 즐기지 않는데, 여름에는 냉침해서 마시면 시원한 느낌이 들어서 좋아해요.

히비스커스도 있으면 사고 싶었는데, 인기가 많아서 시음용만 좀 남고 매진되었다고 해서 아쉬웠네요.




아크바


세계적인 차 브랜드 중 하나인 아크바도 있어요.

원래 Akbar 를 원어로 읽으면 '악바르', 아랍어로 '가장 큰' 혹은 '가장 위대한' 이라는 뜻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아크바로 굳어진 거 같아요.

전 사실 과일향이 가향된 차를 별로 안 좋아해요.

워낙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데, 저 같은 경우는 실패한 경우가 많았거든요.

패션프루츠 차를 시음했는데, 향 뿐만 아니라 실제 과일조각이 들어가서 그런지 그렇게 거북하지 않고 괜찮았어요.



티젠 블렌딩티


스트레이트티는 없고 각종 가향차와 블렌딩티를 판매하는 브랜드였어요.

샴페인향 다즐링이니 머스캣향 그린티니 정말 재미있는 조합이 많아서 시음해보는 재미가 있었네요.



커피바리스타들이 실력을 겨루는 바리스타 대회가 있는 것처럼 전세계 차인들이 실력을 겨루는 티마스터스컵 대회가 있다고 해요.

작년에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데 이어서 올해는 국제차문롸대전 기간에 맞춰 서울에서 열린다고 해요.

티마스터가 열심히 뭔가를 설명하고, 낯선 사람들이 나와서 마시고 하는데 너무 낯설게 느껴졌거든요. 

나중에 안내 팸플릿을 보니까 티마스터스컵은 차를 직접 우려서 심사위원에서 접대하는 티 프리퍼레이션, 자신이 선정하는 차와 그에 어울리는 티푸드를 준비해서 설명하는 티 페어링, 차 30종을 시음한 후 순소를 바꿔서 감별하는 티 테이스팅으로 구성된다고 해요.

결론적으로 차를 우리면서 이것저것 설명할 게 참 많아서 말이 많은 거더라고요.



한국차문화협회에서 주관하는 무료 다례체험도 있어요.

일상 생활에서 여성들이 하는 규방다례 체험이었는데, 꽤 까다로웠어요.

차구 자체도 많은데다가 이렇게 잡아야하고, 이런 순서도 대접해야하고 등등...

나도 모르게 그릇 부딪치는 소리도 내면 안 될거 같고, 자연스럽게 행동이 조신해지게 되더라고요.



차문화예절지도사님들이 무대에서 규방다례를 시연하기도 했어요.








다구도 정말 다양했어요.

가마에서 구워낸 질그릇 같이 투박한 다구부터 시작해서 중국이나 대만에서 직수입한 다구 세트와 자사호, 홍차 티셋트, 심지어는 방짜유기, 은제품까지도 있어요.

가격도 천차만별이에요.

몇 천원 수준으로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것부터 수십, 심지어 백만원이 넘는 제품도 있어요.

저는 얼마전부터 개완과 유리찻잔, 유리티팟을 사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결국 여유가 안 되어서 사지를 못했어요.

사고 싶은 건 너무 많았는데, 지갑에 여유가 별로 없었거든요.

게다가 다구를 판매하는 곳들은 홈페이지나 매장이 있어서 굳이 지금 사지 않아도 될 거 같았고요.






라면박람회에서는 사람에 치여서 도망치듯 나왔는데, 국제차문화대전은 정말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르고 돌아다녔어요.

오픈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들어갔다가 거의 오후 5시가 되어서야 나왔어요.

그나마도 지루하거나 힘들어서 나온게 아니라 유리지갑은 이미 가루가 되고 퇴근시간 지하철에 시달리고 싶지 않아서였어요. 



이번 국제차문화대전에서 사온 물건들이에요.

작은 찻잔 하나와 캐모마일티, 페퍼민트티, 케냐 케리초홍차, 컵커버 및 티인퓨저, 복숭아꽃차, 매화꽃차, 아크바 베스트 5샘플러, 이렇게 구입했어요.

원래 살 생각이 있던 건 티 인퓨저 밖에 없었는데요.








국제차문화대전은 개인적으로 정말 즐겁고도 즐겁고, 유익하고도 유익한 경험이었어요.

차 종류가 이렇게 다양하다는 사실에 한 번 놀라고,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어요. 

너무 재미있어서 아침, 점심 두 끼를 굶고도 배고프단 생각조차 들지 않았어요.

사실 마음 같아서는 4일 내내 가고 싶어요.

예전부터 티클래스를 듣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여기를 다녀오고 나서는 그 생각이 더 많이 들었어요.

차 공부도 체계적으로 하고, 다례도 정식으로 차근차근 배워보고 싶더라고요.

그리고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현금을 넉넉하게 가져가세요.

카드기기가 있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에 대부분 현금으로 결제해야하거든요.

내년에도 국제차문화대전은 꼭 올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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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히티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