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블로그를 운영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주기적으로 만나서 수제버거 투어를 같이 다니기로 했어요.
올해 초 모임 약속을 잡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루다가 거의 반 년만에 만나게 되었네요.
패티 앤 베지스
이번에 다녀온 수제버거집은 신사동 가로수길 근처에 있는 패티 앤 베지스 Patty & Veggies 예요.
모임 장소를 정하는 데 딱히 선정기준이 있는 건 아니고, 서울에 있는 수제버거 집 중에서 누군가 가보고 싶다 하는 곳 혹은 다녀왔는데 괜찮았다 싶은 곳 중에서 골라서 가요.
패티 앤 베지스는 신사동 가로수길 인근에 위치하고 있는 수제버거집이에요.
3호선 신사역 8번 출구에서는 걸어서 10-13분 정도, 3호선 압구정역 4번 출구에서는 15-17분 정도 걸려요.
영업시간은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이며, 라스트 오더는 오후 9시 30분까지입니다.
브레이크 타임은 없습니다.
주차는 발렛파킹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패티 앤 베지스 메뉴.
크게 딥소스버거와 클래식버거, 버거 샐러드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가격은 단품 기준 1만원 ~ 1만 4천원 사이이고, 세트 구성은 따로 없는 거 같아요.
사이드는 프라이즈와 해쉬볼 종류가 있습니다.
음료는 탄산음료와 에이드, 맥주와 하이볼 같은 주류 종류도 몇 개 있어요.
주문은 키오스크로 하며, 결제는 신용카드와 삼성페이로 가능합니다.
현금 결제도 안 되는 건 아니겠지만, 일손이 모자라서 그런지 되도록이면 키오스크 결제를 권장하고 있어요.
매장은 들어갈 때는 넓어보였는데 막상 보면 자리는 그렇게 많지 않아요.
안쪽 벽이 통째로 거울로 되어보이기 때문에 반사되어서 넓어보이는 것 뿐이에요.
오픈시간에 맞춰서 갔는데, 10분 남짓 만에 좌석이 거의 다 채워졌어요.
먼저 빈자리가 있는지 확인하고, 주문을 하는 게 좋습니다.
더블딥소스버거 블루치즈
제가 주문한 메뉴는 패티 앤 베지스의 대표 메뉴라고 할 수 있는 딥소스 버거예요.
딥소스버거는 싱글 패티와 더블 패티가 있으며 이 제품은 더블패티입니다.
가격은 싱글 8,900원, 더블 13,900원입니다.
치즈소스는 체다, 에멘탈, 블루치즈 중 선택인데, 제가 고른 건 블루치즈입니다.
버거는 번과 쇠고기패티 2장, 딱 2개만 있어요.
야채도, 소스도 아무 것도 없지만, 보기만 해도 웅장함이 느껴져요.
번은 곡물빵인데, 까끌거리거나 퍽퍽하지 않고 오히려 공기층이 많이 들어간 폭신한 식감이에요.
패스트푸드 쪽에서 많이 사용하는 브리오슈번과 유사한 느낌이에요.
패티는 대충 1cm 정도로 두툼한 편이에요.
두 겹이 겹쳐져있으니 햄버거보다는 함박스테이크에 가까운 느낌이라 의외로 입을 좀 벌리고 베어물어야해요.
다행히 야채나 소스가 없어서 미끄러지진 않지만, 육즙은 좀 흘러요.
패티가 맛있다
패티는 미디엄 혹은 미디엄레어 정도로 익혀서, 겉은 익었지만 속은 붉은기가 많이 남아있어요.
알갱이는 정말 성글어요.
씹을 때 혀에 느껴지는 질감이나 먹다가 간혹 떨어지는 걸 보면 병아리콩 정도의 크기는 되요.
다짐육 덩어리 자체도 크지만, 패티가 깨지지만 않을 정도로 성글게 치댄 후 겉만 바짝 구워서 속에 육즙을 가두게 한 거 같아요.
번과 두꺼운 패티 2장이면 느끼하고 뻑뻑할만도 한데, 의외로 맛있어요.
육즙이 많아서 목막힘도 많이 없었고, 수제버거 특유의 짠맛도 강하지 않아요.
저는 미트러버 meat-lover 스타일의 햄버거를 좋아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이거 하나 정도는 괜찮다 싶었거든요.
치즈는 꾸덕한 소스 형태로 제공되어서 버거를 푹 찍어먹거나 혹은 아예 버거에 부어먹도록 제공되어 있어요.
여러 명이 가기도 했고, 종이스푼을 같이 제공해줘서 치즈소스를 스푼으로 떠서 버거에 발라먹었습니다.
블루치즈는 특유의 꼬름한 향이 있는데, 많이 강하지는 않았어요.
고르곤졸라 피자 같은 데에서 나는 정도 수준이에요.
치즈는 + @
패티만 있는 버거에 치즈를 뿌려먹는 걸로 유명한 메뉴이다보니 먹기 전에는 치즈가 맛의 화룡점정이 되지 않을까 기대했어요.
막상 먹어보니 원래 나오는 버거 자체가 괜찮아서 치즈 소스는 중간중간 맛의 전환을 내기 위한 재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처음에만 치즈를 많이 발라먹었지, 나중에는 거의 그냥 버거만 먹어서 다 먹고 나니 치즈 소스가 절반 가량 남았습니다.
노란색은 체다 치즈, 하얀 색은 에멘탈 치즈입니다.
블루치즈와 비교하면 둘 다 익숙한 맛이에요.
체다 치즈는 나초 찍어먹는 바로 그 치즈 소스 맛이고, 에멘탈 치즈는 앙팡 어린이 치즈맛이에요.
3가지 치즈를 다 발라먹어봤는데, 체다 치즈와 에멘탈 치즈는 너무 익숙한 맛이라서 제 입맛에는 블루치즈가 제일 나았어요.
좀 더 짭잘하고 진한 맛을 느끼고 싶으신 분은 체다 치즈를, 크리미하고 부드러운 맛을 좋아하시는 분은 에멘탈 치즈를 추천해요.
진저에일
음료로는 진저에일로 주문했어요.
매장 밖에 붙어있던 메뉴판에는 탄산음료와 에이드만 있었는데, 키오스크에서 메뉴를 고르려고 보니까 진저에일이 있었어요.
마트에서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캐나다 드라이 진저에일이 제공됩니다.
가격은 3,000원으로, 탄산음료보다 500원 더 비싸요.
일반 탄산음료는 디스펜서를 사용해서 컵에 담겨 나오는데, 진저에일은 캔과 얼음컵을 따로 줘요.
하이볼도 판매하는 곳이라 그런지 레몬웻지도 같이 넣어줬어요.
우리나라에서 진저에일은 칵테일 마실 때나 사용하는 음료지만, 일본에서는 패스트푸드점에서 많이 판매하는 음료 중 하나예요.
좋아하는 음료라서 주문했는데, 얼음컵에 넣으니까 얼음이 녹으면서 좀 밍밍해져서 맛이 좀 떨어졌어요.
캔에 빨대 꽂아서 그냥 마시는 게 나을 거 같아요.
사워크림 살사 미니 해쉬
버거만 먹기에는 뭔가 살짝 아쉬워서 감자튀김도 하나 주문했어요.
여기에는 크게 프렌치 프라이 스타일와 미니 해쉬볼 스타일이 있고, 여기에 토핑이나 소스를 뭘 올리냐에 따라 달라져요.
주문한 메뉴는 사워크림 살사 미니해쉬로, 가격은 5,900원입니다.
사워크림이 많이 발리면 크리미하고 고소하고, 살사 소스를 많이 얹은 부분은 토마토맛도 나고 깔끔해서 2가지 맛을 즐길 수 있었어요.
여러 명이 각자 버거 하나씩 있는 상황에서 조금씩 나눠먹기에는 괜찮은 양이지만, 혼자 왔다면 양이 많아서 아마 못 시켰을 거예요.
아보카도살사 샐러드볼
샐러드볼은 사이드용이 아니라 메인 메뉴로, 번을 제외한 버거에 들어가는 재료들로 만든 샐러드예요.
제가 주문한 건 아보카도 살사 샐러드볼로, 가격은 10,900원입니다.
패티는 비프와 치킨 중에서 선택 가능한데, 치킨으로 골랐어요.
그라탕 그릇에 살사소스와 아보카도 퓨레, 브로콜리, 구운버섯, 새싹채소, 슈레드 치즈 (아마도 체다), 병아리콩, 오트밀, 스위트콘, 고수가 들어갔어요.
소스는 정확히 뭔지 모르겠는데, 올리브 오일 베이스인 거 같아요.
레몬도 1/8조각 들어있어서 레몬즙을 짜서 먹어도 맛있어요.
버거가 입을 쫙쫙 벌려서 먹어야하는 것과는 달리 샐러드볼은 모든 재료들은 한 입에 쏙쏙 들어가는 사이즈로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깔끔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치킨 패티는 훈제 닭가슴살 비슷해요.
가끔 다이어트 하시는 분들 중에서 햄버거 먹을 때 탄수화물 섭취를 줄일 목적으로 윗부분 빵을 빼고 드시는 분이 있는데, 그런 분들께 좋을 거 같아요.
비주얼만 보고 치즈맛으로 먹는 버거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번+ 고기의 심플한 조합이 맛있어서 좀 신기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막 대단하다거나 특별한 맛은 아니고, 그냥 보이는 그대로의 맛이에요.
야채 하나 없이 고기만 가득한 버거에 치즈를 잔뜩 부어먹는다는 그 사실과 비주얼이 미트러버분들께 큰 화제가 되어서 유명한 게 아닐까 시었어요.
아쉬운 점은 사이드예요.
사이드 종류가 준 메인메뉴 급이라 양이 많아서 버거를 주문해놓고 가볍게 곁들일만한 게 없어요.
이번은 여러 명이 갔기 때문에 사이드 메뉴를 여러 개 주문해서 맛볼 수 있었지만, 혼자 갔다면 선택지 자체가 없었을 거예요.
튀김류 정도는 1/2사이즈로 판매하던가 아니면 1/2 프라이 + 탄산음료 구성 같은 걸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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