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소울 푸드 중 하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예요.
우리나라에서 나온 음식은 아니지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이렇게 대중적으로 마시는 나라는 전세계적으로 보기가 드물어요.
제가 여행 경험상 동남아 같이 연중 더운 나라를 제외하고는 '아이스 커피' 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게 태반이에요.
유럽의 커피 종주국인 이탈리아는 모카포트의 나라답게 에스프레소를 즐겨마신다고 해요.
한국인들은 식사를 빨리 하고 카페로 이동해서 커피를 마시면서 오랫동안 수다를 떤다고 하면, 이탈리아의 경우는 식사를 길게 하고 마지막으로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헤어진다고 하더라구요.
성수동에 이탈리안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에스프레소 바가 있다고 해서 다녀왔어요.
카페 이름은 프롤라 Frolla 예요.
낮에는 카페 위주로 운영하고, 저녁에는 간단한 푸드와 와인 및 스피릿을 판매한다고 해요.
위치는 성수 카페거리와는 살짝 떨어져있고, 오히려 성수사거리 쪽에 더 가까워요.
2호선 성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걸립니다.
영업시간은 화요일~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이며, 월요일은 휴무입니다.
가게 입구에 있는 작은 입간판을 보고 찾았습니다.
카페는 작고 아담했지만, 알록달록한 소품들로 꾸며놓았어요.
이탈리안 국기도 붙여놓았고요.
이런 인테리어는 잘못하면 정신없고 무당집 같아 보이기 쉬운데, 디자인 감각이 좀 있으신 거 같았어요.
프롤라 메뉴.
커피 메뉴를 보면 이탈리아식과 호주식이 묘하게 섞인 느낌이 나요.
에스프레소 메뉴가 다양한 편이며, 카페 라떼 Cafe Latte 는 없고 플랫화이트 Flat White 와 카페 오레 Cafe au Lait, 카푸치노 Cappuccino 처럼 커피에 스팀드밀크가 들어간 음료를 세분화해놓은 점이 특이했어요.
여러 카페를 다니다보면 카푸치노와 카페라떼, 플랫화이트가 마구 뒤섞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거든요.
계산은 주문시 선불이고, 음료는 바리스타님께서 자리로 직접 가져다주세요.
메뉴에는 없지만, 간단한 쿠키와 타르트 등 곁들여먹을 디저트도 판매하고 있어요.
빈센조
넷플릭스 드라마 이름으로도 친근한 빈센조 Vincenzo 를 주문했어요.
더블 리스트레토에 설탕을 약간 넣은 메뉴로, 이탈리아에서는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넣어 마신다고 하더라구요.
'리스트레토 Ristretto' 는 이탈리아어로 ' 짧다' 라는 뜻으로, 짧은 시간 안에 20ml 정도의 적은 양으로 추출한 에스프레소를 말해요.
커피 추출시 산미와 단맛이 먼저 추출되고, 뒤로 갈수록 쓴맛이 강해지는데, 앞부분만 짧게 추출하기 때문에 산미와 단맛은 좀 더 살면서 쓴맛이 적은 게 특징이에요.
일반 에스프레소보다 양이 적기 때문에 더블이라고 해도 1.5샷 정도 되는 양이라고 해요.
크레마는 많지 않은 편이었어요.
고소하다
저는 에스프레소를 자주 마시지는 않지만, 그래도 마실 줄은 알아요.
우리나라에서도 커피가 맛있는 집에 가거나 요즘 종종 생겨나는 에스프레소 바에 가면 한번쯤 시켜마셔보곤 해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에스프레소가 맛있는 집이 별로 없더라구요.
대부분 강배전의 원두를 사용하기 때문에 탄맛만 나는 경우가 제일 많고, 오래된 원두를 사용하거나 보관을 잘못해서 이상한 비린맛이나 덟은 맛이 나는 경우가 많아요.
빈센조에는 설탕을 한 스푼 정도 넣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고소하고 달짝지근한 맛이 났어요.
레더우드 꿀 비스코티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입가심을 하기 위해 꿀 비스코티도 같이 주문했어요.
호주산 타즈매니아 천연꿀을 넣어 만든 이탈리아 스타일 쿠키라고 하는데, 위에 슈거파우더를 살살 뿌려서 나와요.
지름이 3-4cm 정도로 크지는 않지만, 대신 가격이 저렴해요.
개당 500원데 1개 단위로 주문이 가능해요.
너무 딱딱하지 않으면서 적당히 바삭하고, 너무 달지 않아요.
에스프레소 1잔에 쿠키 1개 먹으면 딱 적당했어요.
프롤라에서는 카페 코레또 Caffe Corretto 라고 해서 리큐르를 넣은 에스프레소를 판매해요.
우리나라에서는 낯설지만, 이탈리아 바에서는 대중적인 커피 음료라고 해요.
술은 왼쪽부터 순서대로 그라빠 Grappa, 아마레또 Amaretto, 삼부카 Sambuca 입니다.
카페 그라빠 Caffe Grappa
제가 고른 메뉴는 그라빠 Grappa 를 넣은 카페 그라파예요.
아마레또는 집에도 있으니 제가 해먹을 수 있을 거 같고, 삼부카는 시향을 해봤는제 제 취향이 아니었거든요.
그라빠 Grappa 는 포도주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를 증류해서 만든 이탈리아 전통 증류주로, 도수는 41% 정도였어요.
어우 술맛
그라빠를 5ml 밖에 안 넣었다고 하는데, 알코올을 커피에 때려박은 느낌이에요.
아이리쉬 커피는 위스키 자체의 향도 있고, 크림도 얹어서 비교적 마시기가 편한데, 카페 그라파는 커피에 도수만 확 올려놓은 거 같아요.
설탕을 넣으면 맛이 좀 달라질까 싶기도 하고요.
에스프레소 양이 많지도 않은데 한 모금씩 천천히 마시고 되고, 다 마시고 나니까 살짝 취기가 올라오더라구요.
저는 위스키도 스트레이트로 종종 마시는 사람인데도 술맛이 세다고 느낄 정도면 술을 잘 드시는 분이 아니라면 쉽게 추천하기 힘들 거 같아요.
매우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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