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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기/춘천 맛집-카페-볼거리

춘천 카페 - 이디오피아 벳 Ethiopia Bet Coffee

by 히티틀러 2014.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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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오피아 벳 Ethiopia Bet Coffee 은 1968년에 오픈한 우리나라 최초의 원두커피 전문점이예요.

'이디오피아'는 아프리카 국가인 에티오피아를, '벳'은 암하라어(에피오피아 언어)로 집이라는 뜻이라, '이디오피아 집'이라고도 해요.


이디오피아 벳 카페는 탄생부터기 굉장히 역사적이예요.

에티오피아는 1950년 6.25 전쟁 당시 UN 참전국의 일원으로 참전을 해서, 춘천을 비롯한 화천, 인제 등 중동부 전선에서 전투에 참여했어요.

이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면서 1968년 5월 춘천에 이디오피아 참전 기념비가 설립되는데, 당시 에티오피아의 황제인 하일레 슬라세 1세 황제가 제막식을 보기 위해 한국을 직접 방문했다고 해요.

제막식 당시 황제는 박정희 대통령에게 언젠가 한국을 다시 방문할 것을 약속하면서 에티오피아 문화를 알리는 장소로 에티오피아 기념관의 건립을 요청했고, 같은 해 11월에 황제가 머물렀던 자리에 이디오피아 벳이 개관했어요.

개관 소식을 접한 황제는 '이디오피아 벳'이라고 직접 명명하고, 현판을 보내주었어요.

더불어 자신이 즐겨마시던 에티오피아 황실 커피 생두를 직접 보내주었는데, 그 생두를 프라이팬에 볶아가면서 원두커피를 팔았던 게 이 카페의 시작이라고 해요.


요즘에야 우리나라에 에티오피아가 커피의 본고장으로 잘 알려져있고, 에티오피아산 예가쳬프 커피를 마셔보지는 못해도 이름 한 번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드물거예요.

이디오피아 벳이 개관했을 당시만 해도 원두커피는 커녕 인스턴트 커피조차도 굉장히 귀한 시절이었으니, 이곳이야 말고 한국 원두커피 문화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디오피아집의 이디오피아 원두커피는 대학생들의 입소문으로 명성이 전국적으로 퍼지게 되었다고 해요.

1970-80년대에는 앉을 자리가 없어서 바닥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고 하고, 1991년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커피만 1260잔이 팔렸다고 하네요.

에티오피아가 공산화가 되고 황제가 폐위되는 바람에 황제는 다시 방문하지 못했지만, 한국을 방문하는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수상부터 참전용사들까지 이 곳을 꼭 방문한다고 합니다. 


저는 어릴 적에 공지천 근처를 수도 없이 지나가면서 '이디오피아' 라는 간판을 많이 봤지만, 어감이 재미있어서 몇 번 따라했을 뿐 이 곳이 카페라는 것은 정말 최근에 알았어요.

공지천을 산책 삼아 돌아다니면서 이디오피아 벳 카페에도 들렀습니다.



이디오피아 벳은 공지천 강변과 이디오피아 한국전 참전 기념관 사이에 위치해있어요.

도로를 따라 공지천으로 가다보면 '이디오피아'라고 쓰여진 큰 간판이 보이는데, 바로 그 건물이예요.

2011년 도로명 주소 체계가 도입된 이후로는 이디오피아 벳이 위치한 도로 이름을 '이디오피아 길' 이라고 지어졌다고 해요.



건물 입구에는 '더 클래식 이디오피아 The classic Ethiopia' 와 '이디오피아 벳'이라는 두 개의 가게로 들어가는 입구가 따로 있어요.

더 클래식 이디오피아는 지하이고, 이디오피아 벳은 1층에 위치해있는데, 둘 다 형제자매가 운영하는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이디오피아 벳을 갔어요.

입구 근처만 가도 뭔가 타는 냄새 같은 게 나서 '어디서 닭갈비를 태웠나' 싶었는데, 알고보니 카페에서 직접 로스팅을 해서 나는 커피향이었어요.



메뉴판부터가 이국적인 암하라 문자가 쓰여있어요.

이 카페의 오랜 역사를 말해주듯 글자로 군데군데 닳아서 지워져있었어요.



메뉴 첫 페이지는 박정희 대통령과 하일레 슬라세 황제가 같이 찍은 사진과 함께 이 카페의 역사에 관한 글이 있어요.






이디오피아 벳의 커피 가격은 조금 비싼 편이예요.

커피 한 잔에 7-8천원은 예상해야하니 별다방보다도 비싸요.

밖에서 테이크 아웃을 하거나 '더 클래식 이디오피아'에 가면 가격이 조금 저렴한 편이예요.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차나 스무디 종류도 있고, 맥주도 마실 수 있어요.

메뉴판을 잘 보면 맥심과 쵸이스도 있다는 것도 큰 재미.



창가에 앉으니 유리창으로 보이는 경치가 정말 좋아요.

낮에는 낮대로의 매력이 있고, 밤에는 또 밤대로의 매력이 있어요.

예전에 이디오피아 벳에서 미팅을 하거나 맞선을 보면 사랑이 이루어질 확률이 높다는 소문이 나서 대학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고 하는데, 여기에 직접 와보니 그 이유를 알 거 같았어요.

옆으로는 강물이 흐르면서 그림 같은 풍경이 보이고, 달콤한 커피 향이 은은하게 나면서, 밤이 되니 조명도 약간 어둑어둑하게 되어 있어서 분위기 잡기에 좋더라고요.



제가 주문한 이디오피아커피 아메리카노 아이스.

얼음이 많이 들어가서 그런지 조금 연한 편이었어요.

에티오피아 원두는 신맛이 조금 강하다고 하는데, 커피가 연하게 나와서 그런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나중에 다시 갈 때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해봐야겠어요.

요즘에야 워낙 로스팅 기술도 발달하고, 고가의 품질 좋은 원두도 많이 수입되지만, 50년 전의 커피맛은 어땠을지 상상하게 되는 재미가 있는 거 같아요.



카페 내에는 직접 로스팅하는 기계가 있어요.




카운터와 실내.





카페 이곳저곳에서는 아프리카 느낌이 많이 나는 소품들이 많아요.



1968년 11월 25일에 이디오피아 벳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에티오피아 황제가 직접 명명하고 하사한 현판이라고 하네요.




커피 관련 인테리어 소품들도 있어요.






에티오피아와 우리나라 간의 교류를 다룬 신문기사도 스크랩 해놓고, 이디오피아 벳을 방문한 참전용사들과 찍은 사진도 있어요.

요즘에 공공 외교가 강조되고 있는데, 이곳은 단순한 카페를 넘어서 에티오피아 - 대한민국 간의 민간 교류의 현장이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한참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하고 사진을 찍고 있으려니 사장님께서 '관심이 많으신 거 같다' 면서 이것저것 얘기를 해주시더라고요.



2011년에 도로명 주소를 '이디오피아길'로 개명하고 난 이래로 매년 춘천 이디오피아길 세계 커피축제를 개최하고 있다고 해요.

올해는 10월 3일-5일까지 열린다고 하니, 커피에 관심이 있으시면 꼭 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이디오피아벳은 춘천을 찾는 연인이나 관광객들에게 정말 추천하고 싶어요.

대한민국 최초의 원두커피점이라는 의미도 있고, 카페 내에도 창가에 앉으면 경치도 좋고 이것저것 볼거리도 많고요.

춘천역이나 남춘천역, 춘천 시내에서 그닥 멀지도 않고, 근처에 공지천이라든가 조각 공원 같이 구경할 곳도 많아서 관광을 하고 난 다음에 이디오피아벳에 들러서 커피 한 잔 하고 가면 딱 좋을 거 같아요.

저도 타지에서 친구가 오면 여기에 꼭 데려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가격적으로 좀 비싼 게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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