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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4 베트남 [完]

[베트남] 05. 12/20 훼 시티투어 (1) 시타델

by 히티틀러 2015.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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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사람들은 진짜 아침을 일찍 시작하는구나."

 

낯선 잠자리에 아침 5시 반부터 들려오는 오토바이 소리에 잠이 깨었어요.

씻고 나갈 준비를 마치고 나니 아침 7시 무렵.

한국에서는 아침 9시에 일어나는 것도 힘들었는데, 베트남에서는 낯선 잠자리 때문인지 자의반 타의반으로 새벽부터 벌떡벌떡 기상하게 되었어요.

시티투어 버스는 8시 15분에 온다는데 시간이 좀 남길래 산책이나 할 생각으로 밖으로 나왔어요.




호텔 바로 길 건너편에서 쌀국수를 파는 가게가 열렸어요.

원래 쌀국수는 베트남인들이 아침에 주로 먹는 음식이라고 해요.

이런 식당들은 아침에만 몇 시간 영업하고 철수하는데, 베트남 사람들은 집에서 아침을 만들어먹는게 아니라 이런 곳에서 나와서 사먹는다고 해요. 



분 보 후에 Bun Bo Hue.

훼 지방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소고기를 넣은 매운 쌀국수예요.

베트남 중부 지방에서는 '분 bun' 이라고 하는 국수를 많이 먹는데, 흔히 쌀국수를 먹을 때 사용하는 '퍼 pho'라는 면보다 더 두껍고 통통해요.




일하시던 아주머니께서 우리에게 소스를 챙겨주셨어요.

현지인들 사이에 끼어서 먹고 있는 외국인 두 명이 '제대로 먹는 방법이나 아나' 싶으셨나 봐요.


"베트남 음식 왜 이렇게 맛있냐? 어머니의 손맛 msg 를 왕창 넣나?"


전날 먹은 정체 모를 날고기 햄을 제외하고, 베트남에서는 어디서 뭘 먹으나 입에 짝짝 붙었어요.

더군다나 가격까지 저렴하니 진짜 배가 불러서 더 먹지 못하는 게 아쉬울 정도였어요.


배 든든하게 식사를 마치고 골목골목 탐방을 시작했어요.





전날에 보이지 않던 노점들이나 장사꾼들이 많아서 거의 아침시장과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근처에 있는 유치원 앞에 있는 쌀국수집에서는 아이와 어머니가 함께 아침을 먹는 모습이 참 정겨웠어요.









숙소로 돌아와서 차를 마시면서 시티투어 버스를 기다렸어요.

호텔에서 신청했기 때문에 호텔 앞으로 바로 픽업을 와요.



8시 15분에 온다는 버스는 8시 반이 되어서야 도착했어요.

25인승 정도 되는 미니버스였는데, 아직 사람들이 몇 명 타지 않아서 원하는 자리 아무 곳에 앉았어요.

시티투어 스케줄을 보면서 예상할 때에는 일정이 많으니 금방 시타델으로 향할 줄 알았는데, 훼의 호텔과 여행사들을 돌면서 승객들을 태웠어요.

어차피 알아서 갈테니까 훼 시내의 아침 풍경을 구경했어요.





훼 시가지에는 동바시장만 있는 줄 알았더니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작은 시장이 하나 더 있었어요.

아침 이른시간부터 오토바이와 사람들이 바글바글했어요.

투어만 아니라면 내려서 시장 구경하고 싶었어요.




쌀국수와 반미를 파는 가게.



'베트남에서는 아침 댓바람부터 이발하나?'


미장원도 분주했어요.



지나가다 보니까 교회도 있더라고요.







미니버스에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가득 차자, 가이드가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우리 가이드는 누가 봐도 '동남아 사람이구나' 할 정도로 왜소한 체격에 까무잡잡한 청년이었어요.

처음에는 베트남어 특유의 성조가 섞인 그의 영어를 알아듣기가 조금 힘들었지만, 계속 듣고 있으니 그럭저럭 알아들을만은 했어요.


우리가 탄 미니버스는 작은 지구촌과 같았어요.

가이드가 한 사람씩 출신을 물어봤는데, 유럽, 미국, 인도 등 세계각지에서 온데다가 심지어 베트남 사람도 있었어요.


"시티투어에 관광지 입장료는 별도예요. 표를 각자 사려면 번거롭고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지금 단체로 걷을 게요."


가이드는 한 사람당 365,000동을 걷어갔어요.

시티투어 요금이 20만동이었는데, 배보다는 배꼽이 더 큰 꼴.

훼는 원래 관광지 입장료가 비싼 편인데다가 외국인 요금은 내국인보다 훨씬 더 비싸요.



드디어 흐엉강을 건넌다!!!!!


30분이 넘도록 시내를 빙글빙글 돌고 돌아 바깥구경하기도 지쳐서 '도대체 언제 가나' 하고 있을 때 드디어 강을 건넜어요. 



동바 버스터미널에 버스를 주차하고 모두 차에서 내리고 나니, 가이드는 가방에서 작은 베트남 국기를 꺼냈어요.


"이거 보면서 저를 따라오세요!"


여행지에서 가이드의 깃발을 졸졸 따라다니는 단체 관광객을 매번 보기만 했는데, 이렇게 졸졸 따라다니는 건 수학여행 이후 처음이었어요.



가이드는 깃발탑 앞에서 설명을 시작했어요.


"우리가 지금 가는 시타델은 응우엔 왕조의 왕궁으로, 1대 황제인 자롱 황제 때 건설되었어요.

앞에 보이는 저 깃발탑과 광장은 원래 시타델에 포함된 것으로, 예전에는 황제를 상징하는 깃발을 게양했어요."


그의 설명에 따르면, 베트남에서는 전통적으로 건물을 지을 때 세 부분으로 나눈다고 해요.

왕궁 또한 세 개의 광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깃발탑의 광장은 그 첫번째 부분이라고 해요.

그는 더불어서 베트남 국기인 금성홍기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어요.


"베트남 국기를 보면 붉은색 바탕에 노란별이 그려져 있죠?

붉은색은 베트남의 험난한 독립과정에서 흘린 사람들의 피를 의미하고, 별의 다섯모서리는 국가를 구성하는 중요 계급인 노동자, 농민, 지식인, 청년, 군인을 의미해요.

별은 이 다섯 계급이 국가를 위해 하나로 단결한다는 의미예요."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베트남은 아예 문외한인데다가 워낙 급하게 떠난 여행이라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는데,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쏙쏙 되었어요.

전날에 베트남인 친구 A가 어느 정도 설명해주긴 했지만, 처음 만나는 사이라 어색하기도 하고, 날씨도 안 좋고, 시간이 없어서 급하게 나가야하는 통에 모르는 것을 물어보거나 제대로 이해를 못했거든요.



"바로 앞에 보이는 문은 응오몬(오문)으로, 시타델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게이트예요.

이 문은 황제가 드나드는 문이자, 문무관원이 지나다니는 메인 게이트였어요.

예전에는 시타델 동쪽 문은 여자만, 서쪽 문은 남자만 다닐 수 있었다고 해요."


어느새 사람들은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둥 마는 둥하고 각자 사진 찍기에 바빴어요.

가이드의 깃발을 따라 한 명씩 안으로 입장했어요.



"바로 앞에 문이 보이죠?

이 문도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왼쪽은 무관들이, 오른쪽은 문관들이 지나다녔고, 가운데로는 코끼리가 지나다닐 수 있도록 크게 만들었어요."


코끼리가 지나다녔던 문이라니, 정말 동남아스럽잖아.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어요.

당시 황제만 코끼리를 타고 다닐 수 있었다고 해요.




아오자이 입은 처녀들이다!!!!


베트남 가기 전부터 베트남 여자들의 전통의상인 아오자이는 알고 있었어요.

투르크메니스탄의 전통의상인 쿄이넥 다음으로 예쁘다고 생각해서 베트남 아오자이를 참 예쁘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베트남에 가게 되면 흰 아오자이를 입고 자전거를 타고 있는 처녀들을 많이 볼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날이 궂어서인지 다들 바람막이만 입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시타델 안에서 아오자이를 입은 처녀들이라니..

시티투어 일행 중 남자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그녀들을 쳐다보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사실 저도 모르게 시선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황제의 즉위식이 거행되고, 정사를 보던 디엔타이호아 (태화전).

이미 전날에 봤던 곳이예요.



내부는 사진 촬영이 안된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 오기 전에 친구와 후다닥 가서 안을 구경하는 척 하면서 몰래 사진부터 한 장 찍었어요.

뒤따라 가이드와 일행이 왔고, 같이 안으로 들어갔어요.


"서양에서는 용이 악마의 상징이지만, 동양에서는 매우 성스러운 동물이자 황제의 상징이예요.

그래서 이 건물을 용으로 장식했어요.

저 의자는 황제가 앉던 의자인데, 1802년 응우옌 왕조의 초대 황제인 자롱 황제 때부터 사용되던 진짜, 오리지널이예요.

중국 자금성 가면 거기 의자는 가짜예요. 하지만 저 의자는 200년이 넘은 진짜예요."


가이드는 진짜라는 사실을 몇 번이나 강조했어요.



디엔타이호아에서 나온 후, 가이드는 시타델 모형을 전시해놓은 곳으로 안내했어요.


"현재 남아있는 시타델은 원래의 25% 정도 밖에 되지 않아요.

30%는 프랑스 식민 통치 시기에, 30%는 전쟁으로 인해 파괴되고, 15% 정도는 기후나 시간에 의해서 자연적으로 파괴가 되었어요.

국가에서 복원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워낙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진행이 잘 되지 않고 있어요.

게다가 베트남 날씨가 덥고 습해서 건물을 복원하기 위한 목재를 만드는 것도 쉽지가 않아요."


시타델의 구조와 역사에 대해서 간단한 설명을 마친 가이드는 20분간의 자유시간을 주었어요.

약속 시간을 꼭 지키라면서 너무 멀리 가지 말고 이 근처에서만 돌아다니라는 당부의 말과 함께요.

저는 이미 시타델의 지리를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에 전날 가보지 못한 곳으로 후다닥 달려갔어요.




전날 이상하게 생각했던 용 동상이 있던 곳와 허허벌판이었던 곳이 다 원래는 건물이 있었던 곳이라고 해요.

우리나라 경복궁도 일제 시대 때 허물어지고 일본이 가져가고 해서 터만 남아있거나 아예 잔디가 덮여져있는 곳이 많은데,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졌어요.

옛 가곡 '황성옛터' 가 떠올랐어요.


성은 허물어져 빈터인데 방초만 푸르러

세상이 허무한 것을 말하여 주노라.



시타델의 북쪽 문인 호아빈몬 (평화문).

베트남 전쟁 때 훼손되었으나 지금은 복원된 것이라고 해요.



왕궁을 감싸고 흐르는 해자에는 수련도 피어있어서 더 낭만적이었어요.

사람도 거의 안 다니고 분위기도 좋아서 데이트코스로 딱일 거 같아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사진만 찍고 다시 왕궁 안으로 돌아왔어요.



왕궁 내의 유일한 유럽식 건물이라고 해요.

베트남이 프랑스의 식민 통치를 받던 시기 그들이 왕궁에서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만든 건물이기 때문에 베트남 전통 건축 양식이 아니라 유럽식으로 지었다고 하더라고요.



디엔타이 호아 뒷쪽, 황궁의 깊숙한 안쪽으로는 황제의 침실과 함께 그의 처첩, 자녀들이 살던 건물이 있어요.

여섯 동의 건물에 보통 100여 명 정도의 황제의 부인들이 살았다고 해요.

가이드의 이야기에 따르면, 2대 황제인 민망 황제는 그 업적만큼이나 부인과 첩도 많아서 그 수가 500명이 넘고, 자식은 142명이라고 해요.


부인들 한바퀴만 돌아도 2년이네...

처첩은 고사하고, 자기 자식들 얼굴이나 다 알까... 



꿍지엔토(연수궁)은 초대 황제인 자롱 황제가 자신의 어머니를 위해서 지은 곳이라고 해요.

어머니가 생활하는 곳이기 때문에 편하게 시지낼 수 있도록 연못과 정자를 만들었다고 해요.



실제 가보니 화려하긴 한데, 현재는 복원 공사 중이라서 인부와 자재들만 많고 크게 볼거리는 없더라고요.


이곳을 마지막으로 보고 후다닥 약속 장소로 뛰어갔어요.

1-2분 정도 늦었지만 가족 단위 관광객들은 아직 오지 않아서 다행히 꼴찌의 오명을 면했어요.

나머지 인원들이 오자마자 가이드는 서둘러 사람들을 버스로 인솔했어요.



왕실 보물 박물관은 어제도 못 보더니, 오늘도 못 보는구나.



과거에는 남자만 통행할 수 있었다던 시타델 서쪽 문을 통해서 밖으로 나왔어요.



시타델의 성벽과 해자를 따라서 버스가 정차된 동바 버스터미널로 향했어요.



'고기 잘 잡혀요?' 라고 물어보고 싶었던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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